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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먹고 싶어-5화 (5/86)

5화

사람이었던 건가. 나에게 위협을 가할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왔지만 여전히 사람 무시하는 듯한 그의 표정에 뚱하게 볼을 부풀렸다.

쟤는 만날 사람 저런 식으로 노려보지. 애써 거리낌 없이 물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왔다. 물에서 단맛이 나긴 했지만 청량함은 그대로였다. 이 정도면 그 사내의 손길이나 타액은 다 씻겨 나갔겠지.

“너…….”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어쩐지 놀란 것 같기도 한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어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내 옷차림이 어땠더라……. 나는 힐끔 눈을 내려 아래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흰 원피스가 물에 젖어 몸의 굴곡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야시시한 속옷을 보았을 때도 웃어넘기던 그였기에 그렇게 크게 당황하거나 그럴 만한 건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옷이 말려 올라가 거의 맨몸을 봤을 때도 태연했던 그였다.

다시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뭔가 이상하기라도 한가?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아까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그는 아무런 반응 없이 인상을 찡그린 채 나를 주시하기만 했다. 나는 의아함에 한 걸음 두 걸음 그에게 다가갔다. 정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나? 아니면 그?

“……미치겠군.”

낮은 톤으로 목소리를 내던 그는 말을 끝으로 내가 채 보기도 전에 그가 내게 다가왔다. 아니. 다가오기보다는 거의 살갗이 맞붙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이었다. 어? 어어? 이런 상황은 환생한 이후 처음이라 그저 곤혹스럽기만 했다.

내가 두 눈을 깜빡깜빡 움직이기만 한 채 아무런 반박도 못 하고 있자 그는 내가 꼼짝도 못 하는 그사이를 놓치지 않고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뭐세요? 내가 죽어라 유혹할 때는 안 넘어오던 남자가, 옷이 젖어 있다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돌변하다니…….

그는 날카로운 이로 내 아랫입술을 자극했다. 안 그래도 아까의 사건으로 입술이 부어 있었던 터라 그 약한 자극에도 피가 배어 나왔다.

비릿한 맛에 나도 모르게 저항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를 맛봐 성난 짐승처럼 더 강하게 내게 달려들었다. 당혹감에 눈을 세게 감아 내렸다.

정말, 다들 내 동의는 얻고 하란 말이다!

“자, 잠깐만……!”

마음의 준비는 하게 해 달라고, 이 잘생긴 밥아! 내 간절한 마음의 소리는 그에게 가닿지 않았다. 그는 말도 못하게끔 내 머리칼 사이로 손을 파묻어 격렬하게 입안을 훑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난입에 놀라 주춤거리는 혀를 그는 잡아당겨 자신의 혀와 얽히게 만들었다.

그를 떨어트려 놓으려고 했던 생각들은 온몸을 감싸고 도는 흥분으로 인해 안개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자신의 혀를 당기기도, 풀기도 하는 그의 혀는 고른 내 치열을 훑기도 하며 내 입안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이 거친 행위에는 나에 대한 배려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는 내 목을 죄듯이 대었던 손을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눈으로 보는 듯이 목 구석구석을 훑던 그의 손은 옷 안으로 스스럼없이 침범했다. 하지만 온몸이 젖어 있던 탓에 그의 의지대로 잘 되지 않자 그는 내 앞섶을 그대로 찢어 버렸다.

……너 돌았니?

“왜, 옷을…….”

말을 하기 위해 간신히 떼었던 입술은 그의 입술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성급하게 입술을 물어뜯을 듯이 깨물며 입안으로 삽입한 그의 혀는 재빠르게 날 찾아 옥죄었다.

아니,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의 태도 변화는 그저 갑작스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성애적 행동에 자연스럽게 몸이 달아오르긴 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마음까지 혹해 달아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모자란 포만감이라도 배는 점차 불러져 나를 흡족하게 하긴 했다.

‘아가야, 기억하렴. 성년이 지난 후에는…….’

불현듯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내 머릿속에 가득 찬 섹스 이론의 한 구절이었다. 나는 그 말을 생각하느라 그의 애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목욕할 때 유의해야 해. 물을 조심해야 한단다. 물에 닿으면 남자를 홀리는 페로몬이 과다 분비되거든.’

아…… 이 남자가 갑자기 번식기의 육식동물처럼 내게 달려드는 이유를 알았다. 그러니까 아까 물에서 과한 단맛이 났던 것도 다 내 체향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페로몬을 뿌리며 내 밥을 향해 적극적인 어필을 하던 것이었고 그 결과, 이 남자는 과한 페로몬에 의해 그저 본능적으로 행동하고 있던 거였다.

거참 당혹스럽네. 아무리 페로몬을 풀풀 뿌린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손쉽게도 넘어오다니. 여태껏 은근슬쩍 눈빛이나 속옷을 들켰을 때 눈 하나 깜빡 안 하던 걸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아냐. 좋게 생각하자.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렇게 나쁜 결과는 아니다. 이 남자를 한입 먹어 보는 건 내가 소원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어딜 보아도 내 입장에선 그리 거리낄 만한 게 아니었다.

“아…….”

입술 사이로 제법 자연스러운 듯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에게 배운 대로 충실히 흐느끼며 느끼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내 신음 소리에 더욱 저돌적으로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한 번 옷 안으로 들어간 손은 안에서 가슴 언저리를 훑으며 쉽게 밖으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맨살을 쓸어내리던 그의 손이 돌연 가슴을 찾아내어 콱 움켜쥐자 새하얗게 변한 세상에 얼굴을 추켜올릴 수밖에 없었다.

“핫! 아앙…….”

입술에서 영영 떼어 낼 것 같지 않게 굴던 그는 아랫입술을 핥더니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얼굴 옆 라인을 훑으며 목까지 내려온 그의 입술은 내 목을 강하게 빨기도 하고 살살 혀로 굴리며 자신의 자국으로 내 몸을 지배해 나가기 시작했다.

입술만 해도 바쁠 텐데, 그의 손도 마냥 밍기적거리는 것은 아니었다. 가슴을 한 번 대담하게 쓸어내린 손은 거침없이 약점을 찾아 공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손 안에 살짝 넘칠 듯한 풍만한 가슴을 양껏 움켜쥐는가 하면, 돌연 부드럽게 전체를 쓸어 올려 어디 한 곳에 정신을 둘 수 없게 만들었다.

아, 제발! 형용할 수 없는 아쉬움에 신음 소리를 내는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만져 주고 입술이 닿는 곳마다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찢어진 옷 틈새에서 그의 손아귀의 힘을 따라 재주껏 변하는 모습마저 서정적일 수가 없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배가 차질 않았다. 좀 더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잠재된 욕망이 절로 이를 딱딱 부딪치며 내가 원해 바라지 않는 곳을 향해 허리를 유도했다.

내 허리 놀림이 은근슬쩍 그의 사타구니를 짓누르자 그는 내 머리를 붙들던 손을 아래로 내려 골반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겨우 도착한 밥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뭔가 몇 퍼센트 부족한 것 같았던 허기를 드디어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등을 감싸 안았다.

꼭 오므리고 있던 다리를 그는 억지스럽게 벌렸다. 우악스럽게 잡아당긴 탓에 허벅지가 벌겋게 성이 나 빨간색으로 물들여지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벌벌 떨며 그의 손길이 닿기만을 간절히 기다리자 촉촉하게 젖은 습지로 이내 차가운 손길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볍게 주위를 몇 번 배회하던 손길이 점차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변을 문지르던 그의 손길이 내 정점을 찾아내어 꾹 누르자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짜릿함이 머릿속에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심하게 느껴지는 부위에 놀라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 죄자 그는 놓치지 않고 손가락을 위아래로 튕기며 끊임없이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허리가 저도 모르게 벌벌 떨리며 발끝을 오므렸다. 은밀한 샘에는 꿀이 끊임없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그의 손가락이 손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윤활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기 시작했다. 손가락 하나가 틈새를 가르고 들어오는 느낌에 나는 그의 어깨에 손톱을 박았다.

아파! 그리고 커! 요물도 처녀막이 있는 것인지 그의 손가락이 너무나도 크게만 느껴졌다. 애액이 흐르지 않은 상태에서 삽입했더라면 뻑뻑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당혹감에 내가 눈을 뜨자 그는 가슴을 빨던 입을 떼어 내어 날 바라보았다.

“하아…….”

미쳤다. 이 남자는 숨소리마저 섹시했다.

이건 오히려 내가 유혹당하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 번 침입을 허용한 손가락은 위로 아래로 움직이며 자신의 영역을 펼쳐 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꾹 누르기도 하며 매만지는 그의 손길에 나는 그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외모면 첫 식사로 그저 영광이었다. 이 남자라면 내 처음을 주어도 괜찮겠지! 나는 어정쩡하게 벌려져 있던 다리를 좀 더 그에게 가져다 대기 위해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 즐거움은 이내 와장창 깨져 버리고 말았다. 그가 매만지던 손길을 모조리 거두고 내게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런 강력한 감정의 변화를 보인 건 처음이라 오히려 내가 더 당혹스러웠다. 서로의 몸은 있는 대로 달아올라 호흡이 가빠졌으면서 그는 정색하며 나에게서 떨어졌다. 이랬다저랬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너,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네?”

“약이라도 탔나?”

“……네에?”

“왜 내가 자제심을 잃은 거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네 자신을 되돌아봐야지.

그는 내게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는 듯 매정하게 등 돌려 순식간에 이곳에서 빠져나갔다. 갑자기 홀로 남은 난 찢어진 옷깃을 여미며 황당함에 젖었다. 이거 그러니까, 그 상황 맞지? 난 조용히 호수에 들어가 머리를 푹 담갔다.

그게…… 내 눈앞에서, 밥이 도망갔다.

“……뭐야?”

이를 어쩌지? 절호의 기회였는데. 이제 허기진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뭐라도 주워 먹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이러다 아무 남자나 붙잡아서 정기를 빨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 첫 식사를 그렇게 망치긴 싫은데. 하지만 허기짐 탓에 아무 남자가 와서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속삭이는 음성이 들려왔다.

뭐지?

하지만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눈앞이 캄캄하게 변해 버린 채,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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