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의 길 1 (11/20)

군주의 길 1 

제1화 상감마마 승하하셨소이다.

“세자저하, 상감마마가 방금 승하하셨사옵니다” 동궁내시의 전내시가 다급히 아바마

마의 승하소식을 전해왔다. 

한달 전부터 몸이 좋지 않다고 하시더니…..

동궁내시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점심 수라를 드시던 중 갑자기 경련이 일어나고 전의

가 손 쓸 틈도 없이 급사를 하셨다고 한다.

“잠깐만 기다려라~, 나 딸 잡느라고 밑에 벗었거든. 옷은 입어야 할 것 아니냐” 난 

속으로는 피가 꺼꾸로 솟는듯한 슬픔을 느꼈지만, 이렇게 내시에게 말했다.

“어이구, 저런 바보 같은 놈, 주제에 자지는 가지고 있다고 딸은 잡을 줄 아는구만…

” 전 내시는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

“이제 되었느니라, 대전으로 갈 채비를 갖추라! “ 대전에 드니 이미 신료들이 와서 

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바마마의 시신 바로 앞에는 지보대비가 좌정을 하고 있었

다. 피가 조금도 섞이지 않은 그녀 건만, 짐짓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자, 상감이 손 쓸 겨를도 없이 승하하셨구려, 이제 이 국사를 돌보는 막중한 책임

이 세자의 두 어깨에 달려있구려. 나이 어린 세자가 이 나라를 돌 볼려면 얼마나 힘이

 들는지…” 대비는 짐짓 슬픈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죽일 년!, 그 간 아바마마를 못마땅하게 여긴 년이라 아바마마가 승하하셔서 속으론

 쾌재를 부릴 것이…” 나는 속으론 이런 생각을 가졌으나, 그녀에게는 “마마, 소자

를 불쌍히 여기시어 은혜가 크옵니다. 앞으로도 못난 저를 옳은 방향으로 인도하여 주

시옵소서” 라는 말로 그녀에게 답했다.

대비에게 속이 뒤집힐 것 같은 화답을 한 후에야 아바마마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

바마마의 얼굴은 이상스러울 만큼 파란 색을 띄었고, 얼굴은 승하하기 전 짧은 시간이

나마 심한 통증이 있었던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어의영감, 아바마마의 사인은 무엇인가?”

“예, 저하!, 갑자기 체 하신 것이 혈을 막아 급사를 한 것으로 보여지옵니다”

“체하셔서 급사를 했다고! 이보시오, 어의영감!, 체하신 것 때문에 급사를 하셨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더욱이 아바마마의 용상이 이리도 푸르고 일그러져 있는 것을…”

“저하, 망극하옵니다. 허나, 저의 소견으로는 그렇사옵니다”

“세자!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이오이까? 급체가 아니라면 궁중의 사람이 

상감마마를 독살이라도 하였다는 말씀이오이까?” 대비 옆에 가만히 있던 지자왕비가 

그 매서운 눈으로 일성했다.

“어마마마, 그것이 아니오라….” 나는 순간 움찔하며 지보대비와 지자왕비, 그리고,

 아바마마의 주위에 있는 신료들의 얼굴을 살폈다. 나는 그 순간 그들의 얼굴에서 발

산되는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어마마마, 그것이 아니오라, 아바마마의 시신이 급체가 아니오라, 꼭 복상사를 하여

 돌아가신 얼굴이기에… 헐헐헐…제가 잠시나마 딴 생각을 갖었사옵니다. 용서해 주시

옵소서”

순간 대비와 왕비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사라지고 그 대신 “저 못난 자식, 저것도 일

국의 세자라고…하지만 저 못난 자질 덕에 이 나라의 왕이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하하..” 이렇게 나를 비웃는 표정이 생긴다.

“세자, 여기가 어떤 자리인 줄 알고,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시는계요. 쯧쯧쯧…”

“휴~, 겨우 살아났군…”

“그런데, 세자! 세자빈은 왜 안오는게요?”

“글쎄요, 할마마마, 아마 육봉 장난을 하고 있나보옵니다. 할마마마도 아시다시피 제

 육봉이 영 제 구실을 못해서요 히히히”

“세자, 듣자듣자 하니, 영… 그만 둡시다!”

세자빈? 난 그 못난이를 내 마누라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대비와 왕비는 세자인 내

가 외척들의 힘을 얻는 것이 두려워, 변방에서 말단 행정관의 일을 하고 있는 자의 여

식을 세자빈으로 책봉했다. 그것도 지지리도 못난 년으로. 난 그년의 얼굴도 보시 싫

었다. 하긴, 자식을 못 보게 하려는 자들의 계획은 반쯤 성공한 것이겠으나…

대비가 일성을 고한다 “경들은 들으라!”

“예, 대비마마”

“상감께서 승하하셔서 슬픔이 온 나라를 휩감고 있다. 그러나, 나라를 돌보는 자들은

 슬픔을 즐길 시간이 없는 법, 세자의 보위식을 당장 올려서 국정의 끊어짐이 없도록 

하라!”

“분부 명심하겠사옵니다. 대비마마” “세자~, 국사를 돌보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마

시오. 이 대비가 세자를 성심성의껏 도울 것이오”

“대비마마, 망극하옵니다. 부디 저를 바른 길로 인도하여 주소서, 전 할마마마만 믿

겠사옵니다”

“세자, 이 어미도 있으니 걱정 마시오” 왕비가 대비에게 한 번 눈을 흘기며 자기도 

질 수 없다는 듯이 한 마디를 한다.

“흠~, 지자왕비도 세자를 도와야겠지요” 지보대비는 못마땅하지만 할 수 없다는 듯

이 내 밷는다.”

“할마마마, 어마마마, 세자는 두 분 마마님만 믿겠사옵니다. 전 나라 돌아가는 건 정

말 자신이 없사옵니다. 전 아바마마가 물려준 궁궐의 여인네들을 돌보는 것도 힘드옵

니다, 헐헐헐”

대비, 왕비, 그리고 신료들 모두, 저 바보는 어쩔 수 가 없다는 한심함과 저런 바보가

 왕으로 올라가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나쁜 년놈들! 아바마마는 너희가 죽인거야. 꼭 너희 년놈들을 죽여버리고 말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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