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 교도소 행 (2/20)

1. 교도소 행

재판정으로 통하는 나무 복도 위를 걸어가면서도 여전히 현우는 자기가 처한 지금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손을 움직일 때마다 더욱 세게 손목을 조여오는 차가운 수

갑만이 이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뿐이었다. 한국도 아니고 머나먼 미국 

땅에서, 그것도 이름조차 생소한 시골 동네에서 자신이 마약사범으로 구속된 상태라

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친구의 파티장에서 여자들과 어울려 코카인 몇 번 들이켰

을 뿐인데 이렇게 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주민의 제보로 경찰이 들이닥치고 정

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유치장에 갇혔을 때도 그는 곧 풀려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마약 사범으로 기소되었고 이미 백인만으로 구성된 배심원의 평결은 유

죄로 나온 상태였다. 남은 것은 판사의 형량 결정뿐이었다. 서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는 이 일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까? 미국 어학연수를 처음부터 반대하

셨던 아빠는 내가 마약사범으로 구속됐다는 사실을 아시고는 무척 화가 나셨다. 아빠

는 인근 시의 한국계 변호사를 이미 선임해 놓으셨다는 말씀만 하신 뒤 전화를 끊으

셨다.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당장 달려오신다는 말을 기대했던 내게는 무척 서운하고 

실망스러운 반응이었다. 하나뿐인 아들이 이국 땅에서 감옥에 가게 됐는데 와 볼 생

각도 하지 않는다니 말이 되는가. 물론 심장이 나쁜 엄마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서 그러셨다는 것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엄마까지 

와서 울고불고 한다면 나도 더 괴롭기만 할 테니 말이다. 

재판정에 들어서자 거구의 흑인 정리가 현우를 피고석으로 인도했다. 이미 와서 기다

리던 김변호사는 현우를 맞아 어깨를 두드리며 집행유예 정도일 테니 너무 걱정 말라

고 말했다. 그리고 설사 실형을 선고받아도 추방 절차를 밟게 될 거라는 말도 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에서 다시 재판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빠의 배경을 이용

한다면 기소 유예 정도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일동 기립"

판사가 들어서자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환갑이 넘어 보이는 

갈색 머리의 백인 판사는 안경 너머로 현우를 힐끗 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최종 선고를 하겠습니다."

"피고 현우 킴은 불법 마약 소지죄가 인정되므로 단기 6개월 장기 1년의 징역에 처합

니다. 본 판사는 기 집행된 25일의 구속 기간을 제한 나머지 5개월 5일 동안 피고를  

세인트 찰스 교도소에 감금할 것을 선고합니다." 

목조건물 전체로 판사의 목소리가 울리며 현우의 머리를 뒤흔들었다. 현우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세상에 실형 5개월이라니. 게다가 추방도 아니고 냄새 나

는 미국 교도소에서 양놈들과 5개월간이나 갇혀 지내야 한다는 말인가. 김변호사도 

놀란 눈치였다. 

"땅 땅 땅"

"일동 기립"

판사가 선고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호송관이 현우의 팔을 잡았다. 

"김변호사 님 어떻게 좀 해봐요" 

현우는 눈물이 그렁거려 눈앞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김변호사에게 필사적으로 매

달렸다.

"알았어. 너무 걱정 말고 기다려. 내가 어떻게 해 볼게."

"아빠한테 빨리 알려줘요. 엄마 한테도요"

현우는 호송관의 손에 끌려가면서 거의 엉엉 울고 있었다. 자기가 감옥에 가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빠는 힘있고 돈 많은 사람이고 난 아빠의 하나 뿐

인 아들인데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내가 감옥까지 갈 리가 없었다.

법원을 나온 현우를 태운 경찰 밴은 즉시 시외 방면으로 달렸다. 

"어디로 가는 거지요?"

"교도소"

불안한 현우의 질문에 무뚝뚝한 백인 경찰의 답변이 돌아왔다. 현우의 눈에서는 하염

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어떻게 이국 땅의 감옥에서 5개월을 보낸다는 말인가. 현우

는 수많은 미국영화에서 코끼리 만한 체구에 문신을 덕지덕지 그린 질 나쁜 갱들이 

우글거리고 매일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미국 교도소의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런 

곳에서 내가 도대체 살아 나올 수는 있는 것일까?   

"예쁘장하게 생겨서 인기가 좋겠는걸?"

"글쎄 말야. 엉덩이 간수 잘해야 겠는 걸. 킥킥"

간수들이 하는 말뜻을 아직 현우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말대로 현우는 상당히 

귀엽고 어려 보이는 외모였다. 미국에 처음 와서 머리를 기르고 다닌 때는 많은 이들

이 여자로 오인할 정도였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인기가 좋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두 시간 정도 초원과 황무지를 달린 끝에 경찰 밴은 세인트 찰스 주립 교도소에 도착

했다. 교도소는 15미터 정도 되 보이는 높은 콘크리트 담장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위

로는 철조망과 장총을 든 간수가 경비를 서는 초소가 보였다. 기계식으로 열리는 교

도소 정문은 마치 현우를 삼키려는 지옥문처럼 굉음을 내며 검은 입을 벌렸다. 

밴에서 내려 사무실로 가는 도중 현우는 철망 너머 운동장에서 운동시간을 갖고 있는 

수감자들을 볼 수 있었다. 모두들 하나 같이 험상궂게 생긴 모습에 체구는 텔레비전 

속에 나오는 프로레슬러들처럼 우람했다. 그들 중 몇 명이 동양계의 꼬마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휘파람을 불고 고함을 쳐댔다. 그러자 모두들 좋은 구경거리라도 난 

듯 철망 쪽으로 몰려들어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질러댔다. 벌써부터 현우의 가슴은 

두근거리다 못해 쓰려왔다. 저들이 자기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만 같았다. 두려움에 

정신은 멍해지고 이마와 등으로는 진땀이 흘러 내렸다. 간수들은 그들을 제지하기는

커녕 같이 키득거리며 이런 시골 교도에서는 드물게 보는 동양계 꼬마의 등을 곤봉으

로 툭툭 밀쳐댔다.  

사무실로 들어간 현우는 간단한 신원확인 절차를 걸친 뒤 어느 어둑한 방으로 끌려갔

다. 그 곳에는 백인 간수 두 명과 흑인 죄수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 이제 10초 내에 옷을 모두 벗어라"

키가 작은 간수가 경찰봉으로 손바닥을 두드리며 매우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현

우는 그의 서슬에 위축되어 부끄러움도 잊은 채 서둘러 옷을 모두 벗었다. 하지만 팬

티를 벗어 내릴 때만은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다. 두 간수가 야비한 눈빛으로 현우의 

벗은 모습을 훑어 내리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벌거벗은 채 엉거주춤 두 손

으로 아랫도리를 가리고 서있는 현우에게 이 방의 시멘트 바닥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

졌다. 현우에게는 난생 처음 절대적인 무력감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옷을 입은 남자

들 앞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나신을 드러낸 채 처분을 기다리는 이 순간이 너무도 굴

욕적이고 절망적이었다.

"몸매도 귀엽고 예쁜데. 엉덩이도 토실하고. 키득"

"몸에 털도 하나 없는 게 꼭 계집애 같아"

"야 돌아서서 엎드려"

현우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간수 옆에서 서있던 죄수가 손에 

수술용 고무장갑을 끼며 다가왔다.

"야이 노랑이 중국 놈아 영어 못 알아들어? 벽 잡고 엎드리란 말야."

그제야 현우는 돌아서서 엉덩이를 내민 채 벽을 잡고 엎드렸다. 깜둥이 죄수의 차가

운 손이 한쪽 엉덩이를 잡는다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항문 안으로 무언가 미끄러운 

것이 쑤욱 밀려 들어왔다.

"어어억"

깜둥이의 고무장갑을 낀 손가락이 항문 안으로 밀려들어온 것이었다. 현우는 놀라서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 깜둥이의 억센 손아귀가 현우의 목을 잡아 눌렀다. 그

리고는 밀어 넣은 손가락으로 직장 안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 안에 혹시 반입 금지 

물품을 숨겼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현우는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런 비참

한 대우까지 받게 된 게 너무도 서글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직장 검사가 끝나자 그들은 현우의 머리를 짧게 밀어내고 샤

워를 시킨 뒤 새 죄수복을 주고 감방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현

우를 일반 감방이 아닌 독방 쪽으로 데려갔다. 현우가 감방 안으로 들어가자 철문이 

철커덕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순간 현우는 벌컥 눈물을 쏟고 말았다. 항상 스스

로 남자답다고 느껴온 현우였지만 이렇게 고립무원의 지경에 빠지게 되자 곱게 자라

온 외동아들의 여리고 나약한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었다. 현우는 바닥에 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소리 내에 엉엉 울고 말았다. 이제 정말 세상과 단절된 

채 낯설고 험한 곳에 혼자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이틀간 현우는 그렇게 독방에서 혼자 지냈다. 이틀쯤 지나자 현우는 어느 정도 감방 

생활에 적응이 됐다. 감옥이라고는 하지만 매트리스가 달린 싱글 침대가 있고 세면대

와 변기가 딸린 두 평 남짓의 방이어서 크게 불편함은 없었고 게다가 천장 쪽으로는 

흑백 텔레비전까지 달려있어 감옥치고는 거의 호텔 수준이었다. 식사도 그리 나쁜 편

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다행스러운 것은 자신이 다른 죄수들과 섞여 지내지 않아

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 무시무시한 짐승들과 섞여 지냈다면 아마 무슨 일을 당하

게 됐을 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교도소 목욕탕에서는 절대로 바닥에 떨어진 비

누를 집어서는 안된다는 우스개 소리를 여러번 들은 터라 다른 미국인 죄수들에 대

한 현우의 두려움은 더 컸다.

현우가 교도소에 도착한지 사흘째 되던 날 간수가 현우를 불러내 소장실로 데려갔다. 

소장실은 고풍스러운 마호가니 가구들로 가득 찬 밝고 멋진 곳이었다. 전화를 받고 

있던 소장은 현우가 들어가자 간수에게 턱짓으로 나가있으라고 지시했다. 소장이 계

속 통화를 하는 동안 현우는 소장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185센티 정도의 키

에 어깨가 떡하니 벌어진 당당한 체구의 그 남자는 이미 나이가 쉰은 되 보였지만 짧

게 자른 머리와 강인해 보이는 턱,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매 때문인지 매우 역동적

이고 정력적인 느낌을 주었다. 소장 역시 통화를 하면서 눈을 위아래로 굴리며 현우

의 온 몸을 훑어보고 있었다.

"자 이리 가까이 와" 통화가 끝나자 소장이 턱짓으로 현우를 불렀다.

"넌 그러니까...코리안이고 마약 소지죄로 6개월형을 언도 받았군 그래."

"예"

"여기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나쁘지는 않을 거야. 말만 잘 듣는다면 말야."

"..."

"어 때 방은 맘에 드나? 내가 널 위해 특별히 그 방을 주라고 한 거야. 너도 알다시

피 저쪽 일반 죄수동 녀석들은 매우 거칠거든. 너 같은 동양 꼬마가 그 곳에 있게 된

다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구."

"감사합니다."

"뭘 고맙기는. 그리고 넌 네가 읽고 싶은 책도 읽을 수 있을 거고 그밖에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담당 간수에게 말해서 구할 수 있을 거야. 아가야"

현우는 이 친절한 소장이 마치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아빠 같다고 나 할까? 하지만 

왜 이렇게 그에게 친절한 걸까. 그리고 베이비라는 호칭도 맘에 걸렸다. 아무리 어려 

보이는 동양인이라지만 현우는 그래도 이미 스물 한 살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제게 친절하신 거지요?"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나도 네게서 뭔가 얻는 게 있을 거 아냐 그렇지?"

소장은 능글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현우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솥뚜껑 만한 손으로 

현우의 손을 잡아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가져갔다. 

"예를 들면 그 예쁜 입하고 통통한 엉덩이를 내가 가질 수 있겠지?

현우는 질겁을 하여 손을 뿌리치며 물러섰다.

"이러지 마세요. 전 게이가 아니예요."

소장은 순간 당황한 빛을 보였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으면서 말했다.

"오 그래. 나도 게이를 좋아하는 건 아냐. 예쁜 트랜스를 좋아하는 편이지. 너 같이 예

쁘장한 아이라면 여자로 예쁘게 꾸미고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

는데 실망이군."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전 그런 거 싫어요."

"그래? 으음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내 보호가 필요 없다고 거절한다면 나도 강요하지

는 않겠어. 이봐 간수"

"예"

문 밖에서 기다리던 간수가 방으로 들어왔다.

"동양계 꼬마라고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겠어. 이 친구를 일반 감방으로 들여보내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무기수 감방으로 보내진다는 말을 듣는 순간 현우의 마음이 약간 흔들렸다. 하지만 

설사 거기에 가서 죽도록 얻어맞는 한이 있더라도 호모 짓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았

다. 현우는 자기의 행운이 너무 쉽게 끝나는데 대해 아쉬움을 느꼈다.

"행운을 빈다. 귀여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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