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4화 아프면 병원엘 가야지 (94/114)


94화 아프면 병원엘 가야지
2023.06.25.


집에 오자마자 주방에 틀어박힌 정애는 어째선지 활력이 넘쳤다. 그런 와중에 정혁은 상전처럼 소파를 지켰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던 다정은 얄미운 남자를 쏘아보다가 기회를 엿봐 그를 사각지대로 끌고 왔다.

그러고는 뭔가 은밀히 할 말이 있지 싶어, 입 모양으로 왜? 라고 묻는 남자를 속삭여 윽박지른다.


“차정혁 씨는 집에 안 가고 왜 여기까지 쫓아와서 그래요?”

용건을 듣자 그의 눈가가 대번에 굳었다.


“쫓아온 게 아니라 내 집에 온 거야.”

“여기가 왜 차정혁 씨 집이에요?”

다정이 쏘아붙이자 그녀를 향한 정혁의 눈에 배신감이 서렸다.


“내 집은 유다정 건데, 유다정 집은 왜 아직도 내 집이 아니야? 또 나만 진심이지?”

“신소리 집어치워요. 그리고 주말 동안만 있기로 했잖아요. 오늘 월요일이에요.”

정혁은 치, 하고 불만스러운 소리를 냈다. 유다정은 참 한결같이 선이 명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정은 전전긍긍이었다. 엄마가 다 알아버렸으니, 앞으로 시달릴 일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했다.


“잔말 말고 그만 가요.”

언제 현관 앞에 가져다 뒀는지, 다정이 정혁의 트렁크 가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냉정하게 독촉했다.

그러나 믿는 구석이 생긴 남자는 단호하게 도리질을 쳤다.


“싫어. 장모님이 밥 먹고 가랬단 말이야.”

“장모……! 누가 장모님이란 거예요?!”

어금니를 사리문 다정이 발을 쿵 구르며 다그쳤다. 그 순간.


“차 서방. 우리 차 서방 어디 갔나? 저녁 들게, 차 서방.”

‘차 서방’을 찾아 부르는 목소리가 간드러지게 들릴 지경이다. 저 목소리가 엄마의 목소리일 리 없다며 다정이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는 동안 킥킥대던 남자는 우렁차게 소리쳤다.


“네에! 장모니임!”

사위도 아닌 남자에게 손수 밥을 해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정애는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부산스레 움직였다.

하얀 쌀밥과 고깃국, 생선도 한 토막 굽고 시골에서 농사지어 만든 밑반찬들을 잔뜩 늘어놓자 진수성찬까진 아니어도 저녁상이 제법 푸짐했다.


“시장혀서 워쩌. 어여 들게나.”

같은 극을 찾아 머리를 돌리는 자석처럼 접시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가만, 우리 차 서방은 워떤 걸 좋아하려나?”

“엄마! 누가 차 서방이야?”

견디다 못한 다정이 정색하며 한 소리 지르지만, 정애는 눈을 흘길 뿐이다. 그냥 닥치고 있으라는 암묵적 눈빛을 마주한 다정은 정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이고, 워디까정 말혔더라? 참, 그렇지. 우리 딸하고 손자는 물괴기를 좋아하는디, 자넨 뭘 좋아하나?”

정애가 궁금하단 듯이 눈을 빛냈다. 관심에 보답하듯 정혁도 즉각 대답을 돌려주었다.


“저도 좋아합니다. 물괴기.”

“아이고, 그려?”

정애가 반가운 표정을 짓더니,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러고는 구워 올린 굴비를 손으로 발라 두툼한 살점을 정혁의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좋아한다니 많이 먹게.”

“네.”

그 무렵 숟가락을 든 채 오물거리던 시우가 두 사람을 빤히 보다가 얼른 할머니에게 숟가락을 내밀었다.


“어! 시우도 물괴기 좋아하는데!”

“아이고, 그려, 할미가 깜빡혀써.”

정애가 손가락을 쪽 빨더니 다시 생선 살을 발라 시우의 숟가락에도 얹어 주었다.


“내 강아지도 많이 잡숫게나.”

“잘 먹겠습니다!”

숟가락을 크게 베어 무는 손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정애의 관심사가 다시 ‘차 서방’에게 향했다.


“가리는 음식은 없고?”

“네, 골고루 아무거나 다 잘 먹습니다.”

다정은 기가 차서 헛숨을 뱉었다. 지난번에 해 줬던 오므라이스를 두고 30분 동안 잔소리를 한 남자는 다른 남자였나 보다.

어쨌든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정애의 만면에 흡족한 웃음이 띠었다.


“남정네가 입 짧으면 못 쓰는 건디, 자네는 하나 버릴 데가 없네, 그려.”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한결같이 겸손과는 거리가 먼 남자였다.


“가만있어 봐. 자네 고들빼기김치는 좋아허나?”

“없어서 못 먹습니다.”

“그려? 엊그제 만들어 논 거여. 맛 좀 보게.”

정애가 고들빼기김치를 한 젓가락 떠 정혁의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정혁은 이번에도 숟가락으로 밥을 적당히 떠 고들빼기김치와 함께 입에 넣고 얌전히 턱을 움직였다. 언제 봐도 먹는 모습만은 급하지 않고 단정했다.


“어떤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게 맛있습니다.”

뻔뻔하게 지껄이는 옆얼굴을 보며 다정은 벌레 씹은 표정이 되고 말았다.

정혁이라고 이런 대답을 하는 게 낯 뜨겁지 않은 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홍준호의 말투를 흉내 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여기까지 와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또? 또 좋아하는 건 없고? 오늘은 찬이 변변찮으니 그냥 먹고, 내 다음번에 좋아하는 걸로 만들어 줌세.”

정애는 다정조차 알려고 하지 않은 그의 취향이나 식성을 알아내려 애를 썼다. ‘차 서방’의 모든 게 궁금해 주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태어나 본 적 없는 정애의 살가운 모습에 다정은 기가 막혀 헛숨만 나왔다.


“변변찮기는 뭐가 변변찮아? 상다리가 휘겠구만.”

다정이 핀잔하자 또다시 닥치라는 무언의 눈빛이 날아들었다.

덕분에 정혁은 질문에 답할 시간을 벌었다. 느리게 턱을 움직이며 그는 이럴 때 홍준호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하고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거라면 뭐든 맛있게 먹을 자신 있습니다. 사위 사랑은 장모니까요.”

“지금 어머니…… 장모라고 했나?”

정애의 입가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그 모습에 다정은 다소 충격을 받고 말았다. 엄마가 저렇게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제가…… 틀렸습니까?”

“아녀. 제대로 불렀어. 아이고. 인물만 잘난 줄 알았더니, 서글서글 성격도 좋다.”

“제가 뭐든 다 좋은 편입니다. 뭐든 다 잘하기도 하고요.”

“넉살은.”

밉살스럽다며 정애는 눈을 흘기면서도 귀 쪽으로 가까워지는 입꼬리는 어쩔 도리가 없다.

서글서글 성격 좋다는 말은 차정혁 생애 처음 들어 본 말일 거다. 가증스러운 남자의 끝장나는 연기력에 다정은 그만 혀를 내둘렀다.

엄마들은 이런 남자에게 쉽게 현혹되는 모양이지?

밥숟가락을 입에 문 채 눈동자만 굴리던 다정은 괴로움의 신음을 삼켰다.

아무래도 둘이는 이미 한통속이 되었지 싶다.
 

  

* * *

정혁은 자고 가겠다며 눈치도 없이 떼를 썼고, ‘차 서방’이란 호칭을 남발한 정애는 덩달아 난생처음 본 남자에게 안방을 내어주겠다고 자처하며 너무도 쉽게 딸을 허락했다.

볼장 다 봤는데, 내외할 게 뭐 있냐는 식이다. 그것들에 발작하며 상황을 정리한 다정이 정혁의 등을 떠밀며 배웅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시큰시큰 통증이 일어 다정이 손목을 부여잡았다. 그 모습을 보며 정혁이 물었다.


“또 아파?”

“괜찮아요. 고질병이라고 했잖아요. 요즘 도면 작업 시작해서 그래요.”

그녀가 콧등을 찡그리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도 정혁은 요리조리 다정을 유심히 살폈다.


“뭘 그렇게 봐요?”

“다른 데 아픈 덴?”

“아픈 데 없어요.”

새삼스럽다는 듯 다정이 픽 웃는다.

정혁은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제집으로 향했다. 가로등 불빛 스치는 도로를 바라보던 그의 머릿속에 언젠가 성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 낳고 몸조리를 못 해서 여기저기 아프고 맥도 못 추겠는 게 보약이라도 한 제 지어 먹어야 하나? 아이고.’

곰곰 생각에 잠긴 사이 차는 어느새 레지던스에 도착해 있었다. 민 실장과 나란히 선 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정혁이 문득 눈길을 돌렸다.


“민 실장.”

“네, 전무님.”

“여자들이 출산하면 몸조리라는 걸 하잖아요?”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민 실장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그렇죠. 여자들한테 산후 몸조리만큼 중요한 것도 없습니다. 출산하면 몸이 다 망가지거든요.”

“망가져요?”

정혁은 다정에게 손목 말고 다른 곳이 불편한 곳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망가졌다고 보기엔 쌩쌩했다.


“그 정도는 아니던데…….”

“당장은 모릅니다. 제때 망가진 몸을 충분히 회복해야 나이 들어 고생을 안 한다는 거죠.”

“민 실장 와이프는 어떻습니까?”

“우리 와이프는 팔팔합니다. 왜냐하면…….”

갑자기 말을 줄인 민 실장이 목을 다듬었다. 그러고는 거리를 좁히며 목소리까지 낮춘다.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이 있습니다.”

“뭡니까?”

정혁이 궁금하단 듯이 눈썹을 치켜들자 좌우로 눈알을 굴리던 민 실장이 은밀히 귓가로 다가왔다. 그리고 속닥속닥 그에게 비법을 전수했다.

* * *

라지킹 사이즈의 침대는 여전히 다정의 안방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정혁이 가져다 놓고 도로 빼기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탓이었다.

정애와 나란히 누워 잠자리에 들고도 다정의 불편한 뒤척거림은 계속되었다.


“그려, 결혼은 언제 하는 겨?”

정애의 목소리가 정적을 꿰뚫고 물었다. 애써 잠든 척하고 있던 다정은 숨이 턱 막혔다.

언제 그 말이 나올지 몰라 이렇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렸나 보다. 다정은 느리게 숨을 뱉었다.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김칫국 마시지 마셔. 결혼 안 해.”

그러자 대번에 싫은 언성이 날아든다.


“왜 안 혀? 언내 아범이 죽기를 했냐, 아니면 달린 처자식이 있길 허냐?”

다정은 등을 진 상태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눈도 질끈 감았다.


“엄마도 참.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평생 그 고생을 하고 살았으면서 나더러 결혼하라는 말이 나와?”

“애미가 평생 그라고 살았응께 하는 말이여. 나는 그랬어도 니는 귀하게 생각혀 주는 서방한테 이쁨받으면서 살라고.”

 

  

* * *



“유시우.”

“어?”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달리기 시합 겸 교실을 향해 달음질치던 시우의 눈이 휙 돌았다.

이내 천진한 눈동자가 토끼반 맞은편에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금세 환한 웃음을 짓는다. 끼익 멈춘 발이 방향을 틀어 달렸다.


“아저씨!”

유시우가 오도도 달려와 다리에 철썩 들러붙는다. 한껏 고개를 숙여 아름드리나무처럼 매달려 배시시 웃는 아들을 보며 정혁이 찡그려 웃었다.


“아저씨 아니고, 아빠.”

“참! 아빠!”

배시시 웃는 얼굴에 수줍음까지 더해졌다.

시우를 떼어 놓고 정혁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헤어진 게 고작 12시간 전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않을 만큼 반가웠다.

보얀 얼굴에 뺨을 꼬집어 쥐자 말랑말랑 감촉이 좋았다.


“어……? 엄마 갔는데? 아저씨! 아니, 아빠 왜 왔어요?”

큼직한 눈이 호기심으로 일렁였다. 정혁은 피식 웃었다.


“뭘 물어? 유시우 보고 싶어서 왔겠지.”

짧게 아침 인사를 마친 그는 손을 흔들어 주는 아들을 향해 살며시 웃어 보였다. 그리고 아들이 교실 안으로 완전히 사라졌을 때 발끝을 돌려세웠다.

그가 향한 곳은 원장실이었다. 노크 따윈 필요 없었다. 다소 굳은 얼굴로 원장실 문을 열어젖혔을 때 안에서 뭔가를 수군거리던 사람들은 기함한 얼굴로 얼어붙고 말았다.


“차, 차 서방…….”

버벅거리던 선영이 애써 당혹감을 감추며 함께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손님이 왔네. 체육 선생은 그만 나가서 일 봐요.”

그녀가 자리를 정리하자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의논하던 영준이 곧장 일어나 고개를 까딱 숙여 보인 뒤 원장실을 나섰다.

침착함을 되돌린 선영이 웃음 띤 얼굴로 정혁을 맞았다.


“차 서방.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야?”

“…….”

냉담한 시선이 선영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 어째선지 불편한 시선이 계속되자 선영은 더 눈을 맞추지 못한 채 시선을 외면했다.


“오빠!”

그 틈에 분위기 파악과는 거리가 먼 현아가 사뿐사뿐 다가와 그에게 팔짱을 끼웠다. 정혁은 눈만 내려 세상 순진한 척 웃고 있는 현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가 없다. 유다정의 집에 들이닥쳐 머리끄덩이를 뜯은 게 불과 어제다.

고소도 합의도 모두 쌍방이라, 피곤한 절차를 생략하고자 합의로 마무리를 지었다지만, 그렇다고 저지른 일들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근데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어쩜 이렇게 해맑기만 할까. 하긴, 오현아가 얼마나 꿋꿋한 애인지를 되새기면 새삼 기막힐 일도 아니었다.


“오빠, 유치원엔 어쩐 일이야?”

“뭘 물어? 너 보러왔겠지.”

불쑥 다가온 긴 손가락이 현아의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 넘겼다. 다정한 손길에 순간 현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현아의 눈꼬리가 뒤로 쭉 딸려 올라갔다.


“악!”

현아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정혁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어 위로 잡아당긴 거였다.


“오빠악!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아파! 아프다고!”

상상도 못 할 황망한 광경에 선영도 놀라 발을 굴렀다.


“차 서방! 뭐 하는 건가?”

잠시 후 그가 이리저리 끌어당기던 머리카락을 놓았다. 현아는 화끈거리는 두피를 움켜쥔 채 충격에 울먹거렸다.

한바탕 현아의 머리끄덩이를 대차게 뜯어 놓은 뒤 정혁은 소파 중앙에 느긋한 태도로 몸을 묻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따져 묻는 말에 정혁의 눈길이 곧장 선영에게 향했다. 그가 의아하다는 듯 눈을 키웠다.


“왜요? 갑자기 찾아와서 이러면 안 됩니까? 어제 두 사람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그랬다기에, 나도 그래도 되는 줄 알았지.”

“이보게…….”

“어젠 내 사정이 녹록지 않아서 긴말 못했는데, 이사장님도 계시니 마침 잘됐네요. 말 안 통하는 애한테 백날 말해 봤자 소귀에 경 읽기라, 하는 수 없이 한송그룹 회장실을 찾아가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수고를 덜었네요.”

“우, 우리 회장님을 만나겠다고?”

선영은 긴장했다. 지금까지는 오철중 회장의 눈과 귀를 잘 가려 왔지만, 현아가 최근에 친 사고들에 대해 알게 된다면 오 회장이 자신의 딸을 어떻게 조치할지 뻔했다.


“아니, 따님 상태가 조금 심각한 것 같아서요. 망상장애에 분노조절장애까지 있는 것 같은데, 아프면 병원엘 가야지, 부모가 돼서 방치하면 쓰겠어요?”

“이, 이봐. 지금 협박하는 건가?”

“협박으로 들리면 그렇게 들어도 좋고요. 오현아 정신과 병력까지 있는데, 내 쪽에선 오히려 쉽죠.”

“정신과 병력이라니! 애먼 사람 잡지 말게. 그, 그건 그러니까! 그러니까 학업 스트레스가 쌓여서 잠깐 상담을……. 차 서방, 자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래?”

“그런 두 사람은 뒷감당 어떻게 하시려고? 내 팔이 이렇게 된 게 과연 사고였을까요?”

“사, 사고가 아니면…….”

선영의 목소리가 흠칫 떨렸다. 정혁의 무던한 음성이 이어졌다.


“됐고, 망둥이 뛴다고 같이 뛰면 어쩝니까? 따님 단속은 엄마가 해야지, 내가 하면 피차 피곤해져요.”

“차, 차 서방.”

“그 호칭 좀…….”

정혁이 눈살을 일그러트렸다.


“어쨌든. 또 이런 일 있으면 그땐 오 회장님하고 얘기할 겁니다. 새겨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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