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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161화 (161/171)

161화 색마(色魔)

색마?

색마가 왜 나를 부른단 말인가?

“저만요?”

“그렇습니다.”

흑의 무사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내 말에 답했다.

색마가 초대장을 보낸 건 흑백양도 후기지수 넷 중에서 나밖에 없는 모양.

그러니 거꾸로 말하면 사형은 나와 함께 갈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사형의 입이 댓 발 나왔다.

‘이거 안 갈수도 없고. 난감하군.’

아까 마교 총단 저잣거리에서 색마가 내게 관심이 있다는 풍문은 들었다.

하지만 설마 날 초대할 줄은 몰랐다.

정파 무림 같았으면 에둘러 거절하겠지만, 여기는 정파 무림이 아니었다.

마교 총단이다.

마교에서 색마의 초대를 거절하는 건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어차피 나에게는 교주가 준 흑옥패와 절대 안전 보장이 있는데다, 색마 놈이 어떤 수작을 부리건 전부 상대가 가능했으니.

일단은 가는 것이 맞았다.

“사형.”

나는 사형을 바라봤다. 사형이 애꿎은 돌멩이를 툭툭 차댔다.

슈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사형이 차올린 돌멩이가 하늘의 별이 되어 사라졌다.

아니 왜 저래?

“으응, 사제.”

“아무래도 우제를 찾는 사람이 있어서, 잠깐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들은 사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잠깐의 침묵 끝에 그녀가 말했다.

“으응······. 알았어.”

[사제, 오늘 안에 반드시 숙소로 와야 해. 그리고 거기서 내, 내가 안 본다고······. 이, 이상한 일 하면 절대 안 돼······. 나, 전부 알아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전음도 함께 보냈다.

이상한 일이라니.

설마 색마라는 이름을 듣고 엄한 상상을 한 건가? 사형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원래라면 기피했을 사형의 모습이지만, 진짜 성별을 알고 나니 쓸데없이 귀엽게 보였다.

나는 잠깐 넋을 잃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우제를 믿고 기다리고 계십시오. 사형.”

나를 믿으라는 말에 사형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응! 사제를 믿을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기다릴게! 사제! 다녀와서 사형제 간의 우애 같이 다지는 거야!”

“알겠습니다.”

대체 우애를 어떻게 다지자는 건지 알 수 없다.

나는 사형의 배웅을 들으면서 흑의 무사와 함께 별원을 나섰다.

*

정파에 오정(五正), 사파에 오사(五邪)가 있다면 마교에는 오마(五魔)가 있었다.

강자존의 철혈율이 지배하는 마교에서 천마 다음가는 화경의 고수 모임인 오마(五魔)는 그야말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 할 만했다.

그런 막대한 권력이 부여되는 자리이니만큼, 오마의 거주지는 천마전보다는 작지만, 하나의 성채를 방불케하는 거대한 규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내가 흑의 무사의 인도로 도착한 색마의 거주지, 환희궁(歡喜宮) 역시 그러한 장소였다.

거기에 색마의 환희궁은 마교를 지배하는 일곱 마도 명문, 칠대마종 중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마도 무맥이었다.

환희궁이라는 이름대로 벽에 음란한 춘화가 그려진 건 물론, 뜰에는 성관계하는 남녀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거기에 귀를 자세히 기울여 보니 궁 이곳저곳에서 달뜬 교성(嬌聲)이 울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섹스 그 자체였다.

흑의 무사를 따라 조금 더 걷자, 대놓고 복도 전체에서 난교를 펼치고 있는 무리들이 보였다.

분 냄새, 남녀의 체취가 섞인 냄새가 코 끝을 스쳤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색마의 환희궁에서는 어디서나 짐승처럼 관계를 해댄다는 기록을 얼핏 읽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딜 가나 관계하는 천박한 모습이 시야에 담겼다.

이건 내가 추구하는 색도가 아니다.

“색마님께서는 주지육림(酒池肉林)에서 괴룡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런 광경이 익숙한 모양인지, 흑의 무사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나를 계속 안내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흑의 무사를 따라 궁을 가로질러 주지육림이라 불리는 환희궁 후원에 도착했다.탁.

나를 안내한 흑의 무사가 공손하게 후원 문을 닫았다.

나는 주지육림의 전경을 살펴봤다.

‘진짜 주지육림을 재현해놨을 줄이야.’

기록으로는 본 적 있었다.

색마가 환희궁의 후원을 주지육림으로 꾸몄다고 말이다.

여기서 주지육림은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진짜 문자 그대로 옛 하걸은주(夏桀殷紂)가 만들었다는 주지육림을 재현했다는 의미였다.

솔직히 그런 비효율적인 짓을 정말 했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걸 진짜 하는 놈이 있었다.

코 끝을 찌르는 지독한 알코올 향기가 감각을 어지럽혔다.

쫄쫄쫄쫄.

알코올의 강, 술로 가득 채워진 연못이 시야에 보였다. 술로 돌아가는 물레방아의 모습도 보였다.

시야를 돌려 나무를 보자, 나무에는 피가 뚝뚝 흐르는 생고기가 걸려 있었다.

그야말로 주지육림의 재현이었다.

어이가 없네. 비위생과 돈지랄의 끝판왕이 따로 없다. 저 아까운 술을. 쯧쯧.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괴룡 님, 이리로 오시어요.]

귓가에 간드러지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색마의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술로 만들어진 거대한 연못가에 세워진 정자가 나를 반겼다.

그 위에 색마가 있었다.

풍만한 가슴과 둔부, 폭발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나삼(羅衫)을 입은 절세미녀가 거기 있었다.

앞에는 산해진미와 함께 술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렇다.

저 여자가 바로 오마(五魔)의 일좌를 차지하는 색마(色魔).

아니.

‘여자라고 해줘야 하나?’

지금은 완벽한 여자의 신체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색마가 원래 여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색마는 본래 환희궁에서도 손꼽히는 후기지수로, 남자였다. 그는 그야말로 섹스의 천재였다. 완벽한 외모와 정력, 테크닉으로 이립의 나이 때 사내가 누릴 수 있는 쾌락은 전부 누리고 신교의 모든 미녀를 섭렵한 색마는 따분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사내의 쾌락을 전부 누렸으니, 여인의 몸이 되어 여인으로서의 쾌락을 누려보겠다고.

천하의 모든 쾌락을 누려보기 위해 TS를 결심한 사내 시절의 색마는 천마비고에서 불완전한 규화보전과 환희궁의 절학과 술법을 섞어 천변환음공(天變換廕功)이라는 이름의 TS절학을 창조한 건 물론, TS를 위해 천하에 하나뿐인 영약인 음양반선과(陰陽返仙果)를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양물과 불알을 제거해서 TS 준비를 끝냈다.

그렇게 음양반선과를 복용하고 화경의 경지에 올라 환골탈태를 통해 여인의 신체로 TS한 정신 나간 고수가 눈앞의 색마였다.

‘전생에 색마한테 비밀리에 자문을 구했을 때가 떠오르는군.’

무림사에 전무후무한 TS를 성공시킨 색마였다.

그렇기에 나는 돌팔이의 처방대로 환골탈태를 하고도 양물이 자라나지 않자, 마지막으로 동창의 힘을 총동원해 색마와 비밀리에 접촉, 그에게 양물 복원의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TS를 성공한 색마조차 잘린 양물을 복원하는 건 TS와는 다른 분야이며, 성공할 가능성도 없다고 단언했다.

더불어 고자보다는 차라리 여자로 사는 게 어떻냐고, 여인의 쾌락이 더 좋다고 내게 쓸데없는 헛소리까지 지껄였다.

그때 생각을 하니 아직도 화가 치밀어오른다. 뭐 여인의 쾌락을 누리자고? 그야말로 미친놈이 따로 없다.

나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가라앉히면서 정자 위로 올라섰다.

“처음 뵙겠어요. 괴룡 님.”

다소곳하게 앉은 색마가 얼굴을 붉힌 채로, 내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이 미친 놈은 대체 무슨 꿍꿍이지?

“소녀는 신교에서 색마라는 과분한 별호로 불리고 있는 나연비라고 해요.”

청순한 미녀의 모습을 한 색마가 요염하게 웃었다.

쪼르르.

색마가 내 앞 술잔에 술을 따랐다.

“미안하지만, 나는 술을 먹지 않는다.”

“······어머, 왜죠?”

“정력에 좋지 않으니까.”

알코올은 발기에 지장을 준다. 현대 의학으로 밝혀진 진실이다. 거기에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는 발기부전을 야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나는 술을 먹지 않았다.

내 말을 들은 색마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색마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웃었다.

“어머. 그렇군요. 소녀의 실례예요. 괴룡 소협. 부디 용서를.”

색마의 말과 함께 눈앞의 술주전자와 술잔이 허공섭물로 두둥실 떠올라 바로 옆 술 연못에 풍덩 하고 빠졌다.

곧이어 다른 쪽에서 찻주전자와 찻잔이 날아왔다.

탁.

허공에 둥둥 떠서 날아온 찻주전자가 색마의 손에 잡혔다.

색마가 허공에 뜬 찻잔에 차를 따랐다. 쪼르르르. 독특한 차향이 코 끝에 스쳤다.

‘보이차로군.’

운남성의 특산물인 보이차 향기였다. 그것도 최상품으로 치는, 30년 넘게 숙성시킨 골동차가 틀림없었다.

허공에 뜬 찻잔이 두둥실 날아 내 앞에 얌전히 착륙했다.

“차를 우려냈어요. 드셔보시어요.”

얌전한 말투와 청순한 인상과는 달리, 알몸이 거의 다 비쳐보이는 나삼을 입은 색마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색마의 입가에는 계속 요염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구 부인처럼 춘약을 탄 건 아니겠지?

나는 살짝 의심하면서 차를 살폈다. 다행히 춘약을 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뭐, 타 놨어도 상관 없다.

나는 차를 쭈욱 들이켰다. 색마가 그런 나를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차 맛은 제법 괜찮았다.

의외로 춘약도 안 들어 있었고 말이다.

“제법 괜찮군.”

“어머. 후후후후후. 소녀가 직접 끓인 차가 괴룡 님의 입맛에 맞았다니 다행이어요.”

부채를 살랑거리면서 눈웃음을 짓는 색마. 색마의 진면목을 모르는 사내라면 한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섹시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색마가 본래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지.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뭐지? 그리고 난 괴룡이 아니라 검룡이다.”

왜 자꾸 거슬리게 괴룡이라고 부르는 건지 모르겠다.

내 말을 들은 색마가 눈웃음을 흘렸다.

“소녀, 중원에서 활약하는 검룡 님의 소문을 신강 땅에서 항상 귀 기울여 들어왔어요. 수많은 정파 소녀들의 몸과 마음을 빼앗고, 매일 밤 동침하는 소녀를 갈아치운 건 물론, 고고한 청루의 기녀들의 몸과 마음도 훔치고, 검후 같은 중년 미부의 마음까지 홀린 사내라는 소문 말이어요!”

반짝반짝.

색마의 눈이 부담스럽게 반짝였다.

탁.

그녀가 이제는 다과상이 된 술상을 양팔로 짚고, 상반신을 쭈욱 빼서 나와 눈을 마주했다. 색마의 풍만한 가슴이 흔들렸다.

“그래서 소녀, 검룡 님이 보고 싶었어요. 그런 대단한 사내가 어떤 인물일지, 직접 소녀의 두 눈으로 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 헛소문을 믿나? 난 아직 누구와도 함께 밤을 보낸 적이 없다.”

나는 남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색마에게 말했다.

아니 이 빌어먹을 소문은 대체 언제 진화되는 건지.

어이가 없다.

“후후. 그렇게 겸손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여긴 정파 무림이 아니라 신교니까요. 위선의 가면을 쓸 필요가 없답니다.”

소근.

색마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위선의 가면? 대체 뭘 어떻게 착각하고 있는 거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주제로 더 이야기해봤자, 이 미친 년, 아니 놈을 설득시키는 건 요원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됐고. 그래서, 직접 보니 어떻지?”

내 말을 들은 색마가 웃었다. 그녀의 몸에서 달콤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그녀의 눈동자가 황홀로 물들었다. 색마의 양쪽 뺨에 홍조가 수줍게 피었다.

“정말이지······. 소녀가 들은 소문, 그 이상의 사내예요. 후후후후······.”

색마가 입술을 혀로 핥았다.

그녀가 내 뺨을 쓰다듬으면서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 당장, 검룡 님과 구름과 비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을 정도로······. 검룡 님은 매력적이어요. 어때요. 소녀와 함께······. 주지육림에서 조운모우(朝雲暮雨)를 즐겨보는 것은?”

뭐?

이게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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