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그의 웃음
내 손이 떨렸다.
저 정도 극양의 영약이라면, 어쩌면······. 칠주야 동안 지치지 않고 삼처사첩과 운우지락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강철 같은 정력을 수중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영약은 필요가 없다.
영약에도 내성이라는 게 있어서, 같은 종류의 영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화경의 경지부터는 내공의 절대량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게 된다.
중단전을 개방하여 의념을 자유자재로 사용 가능한 화경의 경지부터는 내공 제어의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적은 양의 내공이라도 화경의 고수는 공력에 의념을 실어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높은 경지로 갈수록 영약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다. 물론 영약이 단순히 내공을 늘리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건 아니니,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여전히 필요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정력제는 말이 다르다. 정력을 함양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 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고의 정력제를 눈앞에 둔 내가 손을 뻗으려던 그때.
움찔.
나는 손을 떨었다.
뒤늦게 내가 상남자가 아닌 하남자 고자 내시의 호호호 웃음소리를 흘렸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른 상대도 아닌, 딸 같은 황상 앞에서 말이다. 얼굴에 피가 쏠려 뜨거워졌다.
쪽팔렸다.
난 더 이상 내시가 아닌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런 빌어먹을 실수를 할 줄이야. 여기가 용봉지회 현장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용봉지회에서 이랬다면 전 강호 무림에 내가 하남자라고 소문이 쫙 퍼졌을 것이다.
용봉지회를 이겼더라도 별호가 검룡이 아닌 괴룡 따위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또르륵.
황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화, 황상······. 어찌해서······. 눈물을······.”
나는 당황해서 황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말을 들은 황상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그녀가 빨간색 소매로 눈가를 닦아내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오랜만에 듣는 노야의 웃음소리에······. 기뻐서 흘리는 눈물입니다. 노야께서는 염려하지 마세요.”
황상이 웃었다.
하긴, 전생에서는 고자 내시였으니 호호호 같은 사극 내시 웃음소리가 입에 붙을 수밖에 없었다.
황상이 그에 익숙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
“감사합니다. 황상. 하지만 이제 ‘호호호’는 잊어주시옵소서. 저는 이제 고자가 아닌 당당한 사내이니, 앞으로 사내답게 흐흐흐하고 웃을 것이옵니다.”
남자는 역시 흐흐흐지.
내 말을 들은 황상이 웃었다. 그녀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노야. 기억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내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황상이 내게 목갑을 내밀었다.
“······아무튼 받아주세요. 노야. 재회를 기념한 소녀의 작은 선물입니다.”
만년화리의 내단이 다시 시야에 보였다.
영롱한 핑크색, 피부까지 느껴지는 뜨거운 양기.
원래 하사품은 한두 번 정도 사양하다 받는 것이 예의지만, 우리 사이에 그런 허례를 차릴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나는 이 정력제가 너무나 갖고 싶었다.
“황상께서 소인을 위해서 이런 귀환 선물을 준비하셨다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나는 그 자리에서 황상께 큰절을 올린 뒤에 황상에게 만년화리의 내단이 담긴 목갑을 받아들었다.
좋아.
만남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가면 대환단이랑 같이 복용해야겠다.
흐흐흐.
정력왕의 길에 한 걸음 크게 성큼 더 다가간 기분.
나는 목갑을 재빨리 품 안에 넣었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노야······. 부디 용봉지회 본선까지 무탈하게, 별일 없기를 부처께 기원하겠습니다.”
“황상도 옥체 보중하시길.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나는 황상께 마지막으로 큰절로 예를 표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대웅보전 밖으로 나갔다.
어린 황상을 두고 가자니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은 가야 했다.
대웅보전을 지키는 동창 요원들이 보였다.
나는 그들을 지나쳐 다시 소림사 객당으로 향했다.
다른 대문파의 접객당처럼 소림사의 접객당도 투숙객의 지위, 배분, 신분에 따라 클래스를 나눠놨다.
우리가 배정받은 숙소는 마당과 연무장이 딸린 별채. 소림사 객당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의 숙소였다.
우리가 오기 전부터 신승이 제법 신경 쓴 모양. 별채에 들어선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사형이었다.
“사제!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어. 물건은 잘 찾았어?”
마당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있던 사형이 눈을 뜨며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찾았습니다.”
나는 품 속에서 동백기름이 담긴 통을 꺼내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동백기름 통을 본 사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사제가 달마동에 간 동안, 나도 방장대사님을 뵙고 동맹 약조와 함께 영단을 받아왔어.”
부스럭.
사형이 품에서 목갑을 꺼냈다. 딸깍. 목갑이 열리자 청량한 향기와 함께 비단에 곱게 싸인 고동색의 갈색 영단 다섯 개가 보였다.
두 개는 크기가 크고, 나머지 세 개는 크기가 작다.
신승이 내게 약조했던 대환단 두 알과 소환단 세 알이다.
“······사제가 받은 영단이니까, 분배도 사제한테 맡길게. 아직 사매랑 서문 소저랑 당 선배님한테는 안 알렸어.”
스윽.
사형이 내게 목갑을 밀어줬다.
영단 분배는 이미 머릿속에 결정이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나는 사형에게 말해 즉시 공동파 일행 전원을 마당에 소집했다.
“부르셨습니까? 이 사형.”
가장 먼저 도착한, 여전히 무표정한 서하린을 시작으로.
“······무슨 일로 부른 거죠? 흥. 설마 또 심부름을 시키려는 건······!!”
쓸데없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서문청하에.
“오빠. 영령이는 왜 불렀어?”
“······당 선배는 안 불렀습니다.”
부르지도 않은 불청객까지.
아니, 저 돌팔이는 왜 자꾸 신성한 사문의 일에 끼어드는 거야.
“흥. 설마 영령이만 빼놓고 모여서 몰래 맛있는 거 먹으려던 거야? 영령이 삐질 거야!”
내 말을 들은 당영령이 볼을 부풀렸다. 나이를 반백 년이나 먹은 주제에 왜 저러는 거야.
속이 메스껍다.
나는 당영령을 무시한 채로, 목갑을 딸깍하고 열었다.
대환단 둘과 소환단 셋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대환단이랑 소환단?”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당영령. 돌팔이기는 하지만 의원답게 영단을 바로 알아보는 모습이었다.
제법 놀란 기색. 하긴 한 알에 일 갑자의 공력을 보장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영단 중에서 최고라 불리는 물건이 대환단이다.
만년화리의 내단이 다시 시야에 보였다.
영롱한 핑크색, 피부까지 느껴지는 뜨거운 양기.
원래 하사품은 한두 번 정도 사양하다 받는 것이 예의지만, 우리 사이에 그런 허례를 차릴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나는 이 정력제가 너무나 갖고 싶었다.
“황상께서 소인을 위해서 이런 귀환 선물을 준비하셨다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나는 그 자리에서 황상께 큰절을 올린 뒤에 황상에게 만년화리의 내단이 담긴 목갑을 받아들었다.
좋아.
만남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가면 대환단이랑 같이 복용해야겠다.
흐흐흐.
정력왕의 길에 한 걸음 크게 성큼 더 다가간 기분.
나는 목갑을 재빨리 품 안에 넣었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노야······. 부디 용봉지회 본선까지 무탈하게, 별일 없기를 부처께 기원하겠습니다.”
“황상도 옥체 보중하시길.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나는 황상께 마지막으로 큰절로 예를 표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대웅보전 밖으로 나갔다.
어린 황상을 두고 가자니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은 가야 했다.
대웅보전을 지키는 동창 요원들이 보였다.
나는 그들을 지나쳐 다시 소림사 객당으로 향했다.
다른 대문파의 접객당처럼 소림사의 접객당도 투숙객의 지위, 배분, 신분에 따라 클래스를 나눠놨다.
우리가 배정받은 숙소는 마당과 연무장이 딸린 별채. 소림사 객당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의 숙소였다.
우리가 오기 전부터 신승이 제법 신경 쓴 모양. 별채에 들어선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사형이었다.
“사제!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어. 물건은 잘 찾았어?”
마당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있던 사형이 눈을 뜨며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찾았습니다.”
나는 품 속에서 동백기름이 담긴 통을 꺼내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동백기름 통을 본 사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사제가 달마동에 간 동안, 나도 방장대사님을 뵙고 동맹 약조와 함께 영단을 받아왔어.”
부스럭.
사형이 품에서 목갑을 꺼냈다. 딸깍. 목갑이 열리자 청량한 향기와 함께 비단에 곱게 싸인 고동색의 갈색 영단 다섯 개가 보였다.
두 개는 크기가 크고, 나머지 세 개는 크기가 작다.
신승이 내게 약조했던 대환단 두 알과 소환단 세 알이다.
“······사제가 받은 영단이니까, 분배도 사제한테 맡길게. 아직 사매랑 서문 소저랑 당 선배님한테는 안 알렸어.”
스윽.
사형이 내게 목갑을 밀어줬다.
영단 분배는 이미 머릿속에 결정이 모두 끝난 상황이었다. 나는 사형에게 말해 즉시 공동파 일행 전원을 마당에 소집했다.
“부르셨습니까? 이 사형.”
가장 먼저 도착한, 여전히 무표정한 서하린을 시작으로.
“······무슨 일로 부른 거죠? 흥. 설마 또 심부름을 시키려는 건······!!”
쓸데없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서문청하에.
“오빠. 영령이는 왜 불렀어?”
“······당 선배는 안 불렀습니다.”
부르지도 않은 불청객까지.
아니, 저 돌팔이는 왜 자꾸 신성한 사문의 일에 끼어드는 거야.
“흥. 설마 영령이만 빼놓고 모여서 몰래 맛있는 거 먹으려던 거야? 영령이 삐질 거야!”
내 말을 들은 당영령이 볼을 부풀렸다. 나이를 반백 년이나 먹은 주제에 왜 저러는 거야.
속이 메스껍다.
나는 당영령을 무시한 채로, 목갑을 딸깍하고 열었다.
대환단 둘과 소환단 셋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대환단이랑 소환단?”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당영령. 돌팔이기는 하지만 의원답게 영단을 바로 알아보는 모습이었다.
제법 놀란 기색. 하긴 한 알에 일 갑자의 공력을 보장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영단 중에서 최고라 불리는 물건이 대환단이다.
그런 대환단을 내가 얻어왔으니.
당영령이라도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귀물을 어디서······.”
“······.”
놀라는 서문청하와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살짝 눈동자가 흔들리는 서하린.
“원극대사께서 이 사제한테 하사한 영단이다.”
유진휘가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당영령의 눈빛이 바뀌었다.
“오, 우리 이 오빠. 제법 수완이 좋은데? 땡중들이 보물처럼 아끼는 물건을 이렇게 많이 얻어오고 말이야. 영령이, 오빠 조금 다시 봤어.”
당영령이 나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다시 보기는 개뿔이.
에휴, 돌팔이를 상대해봤자 입만 아프지.
“분배는 사제가 직접 할 거다.”
유진휘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망설임 없이 가장 먼저 사형을 불렀다.
“사형.”
“불렀어, 사제?”
아까 모두에게 말하던,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와는 다르게 한결 살가워진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 사형.
나는 사형에게 소환단 한 알을 건넸다.
이미 미타성수를 취하여 일 갑자의 공력을 얻고 생사현관을 타통한 건 물론 화경의 경지까지 이른 사형에게 대환단은 크게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소환단은 다르다. 소환단에는 내공 증강 말고 다른 공능이 있었다. 중상에 이르는 내상도 단번에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내상 치료제가 소환단이다. 저 괴물 같은 사형이 상처받을 일은 거의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사형에게는 소환단을 분배하는 것이 맞다.
사형이 잘못되면 내가 제일 곤란하니까.
“이거 가지십쇼.”
“고마워!”
사형이 품에서 헝겊 하나를 꺼내 소환단 한 알을 소중히 감쌌다. 저 헝겊,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설마 옛날에 내가 혼원비동에서 줬던 그 헝겊은 아니겠지? 아직도 안 버린 건가?
“사매.”
“부르셨습니까. 이 사형.”
다음으로는 서하린을 불렀다. 내 말에 서하린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공손히 고개를 숙여 예를 취했다.
“사매는 대환단을 받아가.”
나는 그녀에게 대환단 한 알을 건넸다. 서하린은 미래에 화경의 경지에 도달할 정도로 무재가 뛰어나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 제일 부족한 건 내력이다.
지금 공동파가 보유한 내가기공으로는 심후한 내력을 쌓기 어렵다. 그러니 대환단을 복용해서 임독양맥을 개통시켜야 했다.
내가 대환단을 건네자 서하린의 뺨이 살짝 떨렸다.
“감사합니다.”
서하린이 살짝 상기된 얼굴로 내게 대환단을 받아갔다. 그녀가 꾸벅하면서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복용할 때는 날 부르도록. 진기도인이 필요하니까 말이야.”
사형에게는 말로 해줬지만, 사매는 다르다.
사형처럼 천재 중의 천재가 아니니 직접 진기도인이 필요했다. 그래야 대환단의 약효를 온전히 흡수하여 임독양맥을 타통할 수 있다.
거기에 사형처럼 사내도 아니니, 직접 명문혈에 손을 얹고 진기도인을 해줘도 무방하다.
내 말을 들은 서하린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에 홍조가 올라왔다.
붉게 물든 얼굴로 서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사형.”
거듭 감사 인사를 하는 서하린을 물린 내가 다음으로 부른 사람은 서문청하.
“서문청하.”
“······왜 부르는 거죠?”
“너도 이거 받아가라.”
나는 서문청하에게 소환단 한 알을 건넸다.
서문청하는 서문세가의 금지옥엽. 걸음마를 뗐을 때부터 개정대법으로 전신세맥의 탁기와 노폐물을 씻어내고 어려서부터 영약을 밥 먹듯 먹은 그녀였다. 대환단은 필요 없었다.
사형과 마찬가지로 소환단을 건네주기로 했다. 어쨌거나 미워도 그녀 역시 우리 공동파의 전력이니까.
내 손 위에 올려진 소환단을 본 서문청하의 눈동자가 떨렸다.
“대체 왜······. 외인인 저한테 이런······. 귀물을 건네주는 거죠? 공자님 바보죠? 그렇죠?”
서문청하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녀의 귀가 붉어졌다. 뭐, 서문청하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전속 시비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녀는 나와 동문(同門)도, 우리 공동파의 식객도 아닌 인질 겸 시비라는 어중간한 위치.
게다가 서문세가는 감숙성의 패권을 놓고 우리 공동파와 대립하는 무림세가다. 같은 정파지만 서문청하는 아군이 아닌 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내게는 아무 상관 없었다. 소환단은 서문세가에게는 아주 좋은 내상 치료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뿐더러, 소환단 정도로 서문청하의 신뢰를 살 수 있다면 내가 훨씬 이득이다.
“외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니. 넌 내 전속 시비잖아. 그리고.”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 손이 닿자 서문청하의 얼굴이 빨개졌다. 명문 호족 아가씨답게 외간 남자의 손이 닿는 것조차 부끄러운 모양.
나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 위에 소환단을 올려놓으면서 수없이 연습했던 멋진 대사를 상남자의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넌, 내가 책임지기로 했으니까. 주는 거야.”
내 말을 들은 서문청하의 몸이 번개라도 맞은 듯 찌릿찌릿 떨렸다. 그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나는 소환단을 쥔 그녀의 손을 툭툭 치고는 그녀의 곁에서 떨어졌다.
“흐, 흥······. 저, 저한테 소환단을 준 거, 어, 언젠가는 후회할 거예요! 이 멍청이 공자님!”
서문청하가 얼굴을 붉히며 마당을 뛰쳐나갔다.
후후.
이거 서문청하도 반해버린 건가? 이 내게서 풍기는 알파 메일의 매력에? 곤란한데.
46세 검후도, 16세 서문청하도 홀리는 내 매력이란!
내가 이렇게 옴므 파탈(Homme fatale)인 사내다.
“흐흐흐흐흐······.”
입에서 상남자의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앞으로 더 정진하여 궁극의 알파 메일이 되겠어.
내가 그렇게 다짐하던 그때.
“이 오빠!”
내 옆에 불쑥 당영령의 얼굴이 나타났다.
“······음침한 웃음 그만 흘리고, 영령이 거는? 영령이 건 없어?”
돌팔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애교를 떨면서 말했다.
뭐? 음침한 웃음? 이 년이 돌았나? 나는 그녀의 뒤통수를 때리고 싶은 감정을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으며 말했다.
“······당 선배 건 여기 있습니다.”
부스럭.
나는 품에서 아까 저잣거리 노점에서 산 당과를 꺼낸 뒤 당영령의 입에 하나 물리고는, 종이에 싸인 나머지 당과를 그녀의 품에 안겼다.
안 그래도 처치 곤란인데 잘 됐다.
“오빠! 너무한 거 아니야? 영령이 혼자 당과라니! 영령이는 애 아니거든?!”
그러면서도 입 안에 당과를 우물우물 굴리는 당영령.
양심을 어디에다 두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남는 영단은 우리 사부님 드릴 거니까, 그렇게 아십쇼. 당 선배.”
나는 대환단이 든 목갑을 닫아 품 안에 넣으면서 말했다.
원래 대환단 하나는 내가 정력제로 먹으려 했지만, 황상이 내게 만년화리의 내단을 건네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정력제로서는 대환단보다 만년화리의 내단이 훨씬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은 대환단 한 알은 우리 사부님에게 건네기로 결정했다. 사부님이 일류의 경지에 머무르는 것도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 대환단을 먹으면 단번에 절정의 벽을 뚫을 것이다.
공동파 전력 강화는 중요하지. 그래야 나중에 공동파가 천하제일문파가 되고, 내가 그 천하제일문파의 제자라는 타이틀을 내세워서 정파 무림의 미녀들을 유혹할 것 아닌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항의하는 당영령을 무시하면서 자리를 뜨며 웃었다.
품 안에서 느껴지는 만년화리의 내단이 담긴 목갑의 감촉이 나를 즐겁게 했다.
“흐흐흐흐······.”
좋아.
이제 분배도 다 끝났으니, 이제 영약······.
아니 정력제를 복용해서 정력도 증진하고 겸사겸사 경지에 비해서 모자랐던 내 내공 총량도 늘릴 차례다.
그래야 더 화려하게, 압도적으로, 남궁세가의 대공자를 정파 무림의 미녀들이 보는 앞에서 이겨서 실추된 내 평판도 올리고, 나아가 검룡의 별호를 얻을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옥기린 남궁청.
내게 비무를 신청한 건 네 큰 실수다.
넌 곱게 내 일 승 제물이 되어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