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연적(戀敵) - 삽화
검후 은설란은 요즘 기분이 좋았다.
용봉지회.
그곳에서 연모하는 상공을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다. 그 사실만으로 경연이 끝난 작년부터 올해까지 내내 용봉지회를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용봉지회 당일.
은설란은 마침내 상공을 만났다. 그래서 기뻤다. 하지만 거기서 안주할 수는 없었다.
항산파가 숙소를 소림 객당으로 정한 이유였다. 어떻게든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상공과 더 자주 만나기 위해서였다.
‘꺄아. 상공. 일 년 사이에 더 멋있어졌어요. 후후.’
게다가 일 년이 지난 이후 다시 만난 상공은 한층 더 늠름하고 듬직해졌다.
소년에서 이제 막 청년으로 성장 도중인 이철수의 모습. 한층 더 탄탄해진, 무복 위로 드러나는 근육의 모습에 검후는 또다시 상공에게 반했다.
이제 용봉지회 동안, 그동안 못다 했던 내조와 해후를 나누면 된다.
앞으로 상공과의 혼인도 일사천리일 것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었다.
일주문 앞에서 능월향과 만나기 전까지는.
능월향과 마주친 순간. 극락에 있는 듯한 검후의 기분은 순식간에 지옥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부들부들.
검후의 손이 떨렸다.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능월향······.’
염희 능월향.
그녀에 대해서는 검후도 원래부터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백화루의 유일한 천(天)급 기녀이자 사천제일기녀. 그 미모가 천하제일미 염왕 적사월과도 버금간다 알려진 경국지색의 미녀.
······그리고 정사지쟁 이후 이철수와 염문이 돌았던 기녀.
그녀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이립도 되지 않는 능월향이 저기 있었다.
게다가 능월향이 있는 기루는 하필 공동산 바로 아랫마을인 화정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상공과의 염문설에 기루의 위치까지······. 그게 과연 전부 우연일까요? 소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절대 우연이 아니다.
필연이다. 물론 상공께서 저 기녀와 정을 통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는 상공은 건실한 사내니까. 오히려 저 기녀, 능월향이 상공에게 계속 꼬리를 쳤을 게 분명하다.
‘가진 건 나이밖에 없는 주제에······!’
검후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
어린 년이 주제도 모르고 감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적사월이 웃었다.
안 그래도 좋지 않던 기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검후가 보내오는 시기와 질투의 시선.
원래라면 질릴 정도로 경험했던, 여인의 질투였지만 오늘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저 어린 년이 지금, 질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와 가가의 사이를.
그 사실이 적사월은 기뻤다. 검후. 그 어린 년은 절대 그녀를 이길 수 없다. 지금도, 앞으로도.
“······감숙제일기녀로 이름 높은 염희 능 소저로군요. 소림에는 어쩐 일이죠?”
검후의 싸늘한 목소리가 적사월의 귓가에 꽂혔다.
그녀의 질문을 들은 적사월이 얼굴에 걸린 면사를 천천히 벗었다.
능월향의 아름다운 미모와 붉은 눈동자가 드러난 순간.
“······허억!”
“······염희 능 소저의 미녀가 천하제일을 다툰다더니······. 그 소문이 과연 틀리지 않았군······.”
“능 소저의 진짜 얼굴을 볼 줄이야······.”
주변의 사내들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천하제일미 적사월만큼은 아니지만 압도적인 미모를 지닌 능월향의 얼굴이었다.
사내들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능월향의 얼굴을 본 검후의 손이 떨렸다.
물론 검후의 미모는 훌륭했다. 정파제일미녀의 호칭은 그냥 붙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능월향의 미모는, 같은 미녀인 검후의 시야로 봐도 아름다웠다.
게다가 능월향은 아직 이십 대의 나이. 48세인 그녀보다 20살은 더 연하였다.
어리고 예쁜 여자가 상공의 곁에 종일 붙어 있다니······.
‘······아, 안 돼요. 상공······.’
검후의 시야가 아득해졌다.
상공의 마음을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와 상공 사이에 놓인 거리는 너무나 멀었다.
감숙의 공동파와 산서의 항산파의 거리였다. 매일 만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게다가 검후 본인은 항산파의 장문인이었다.
아직 공식적인 정인 사이도 아닌데, 장문인이 함부로 본산을 비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용봉지회 같은 명분이 없다면, 상공을 보는 것조차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반면에 능월향은?
그녀는 기녀이며,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기루는 공동파 아랫마을에 있었다.
원한다면 매일 상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검후가 입술을 깨물었다. 매일매일 아랫마을에서 저 불여시가 상공에게 꼬리를 치는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향화(香火)와 함께 불공을 드리러 왔어요.”
“······그렇군요. 정말 그것뿐입니까?”
검후의 질문을 들은 적사월이 옅게 웃었다.
“······물론, 우리 공동괴협 이 가가께서 용봉지회에 출전한다길래, 가가의 활약을 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답니다.”
적사월이 눈웃음을 흘렸다.
지금의 그녀는 62세 사파제일인 염왕 적사월이 아니다. 24세 감숙제일기녀 염희 능월향이다.
그러니······.
‘지금만큼은 본녀가 저 어린 년보다 훨씬 연하인 것이야.’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검후보다 연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적사월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적사월의 자연스러운 도발에 검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하얗게 굳은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가가, 가가라고······? 상공보다 나이도 많은 주제에 가가라니······. 아무리 기녀라지만 염치가 없어도 적당히 없어야지······!’
가가.
여인이 사사로이 정인을 부를 때 쓰는 애칭. 그 애칭이 능월향의 입에서 튀어나온 순간 검후는 끊어질 뻔한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능월향이 말한 가가는 단순한 도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반적인 아녀자들에게 가가는 정인의 애칭이지만, 기녀들에게 가가는 단골 손님을 부르는 여러 호칭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괘씸했다.
이로서 확실해졌다.
‘······능월향도······. 상공을 넘보고 있어······.’
염희 능월향.
그녀가 상공을 넘보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가가라는 애칭을 사용해서 검후를 도발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같은 여인으로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의 기녀가 연적이라는 사실을.
“가가라면, 능 소저께서는 은공과는 어떤 사이입니까?”
검후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검후의 질문을 들은 능월향이 요염하게 웃었다.
“······저와 이 가가가 어떤 사이인지······. 소녀는 그걸 왜 검후 은 여협께서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네요. 지천명이 가까운 검후 님께서 홍안의 소년인 이 가가와 사통하셨을 리는 없을 테고······,”
적사월의 시선이 검후에게 향했다.
‘흥. 은설란. 나이도 어리고 배분도 낮은 주제에 건방지게 감히 본녀와 가가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다니. 백 년은 이른 것이니라.’
검후와 마찬가지로 적사월 역시 은설란과 마주친 순간, 깨달았다.
검후 은설란.
사내에게 관심 없다고 알려진 검후의 평판과는 다르게, 지금의 검후는 이철수를 사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적사월의 마음에 질투심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지금의 너는 본녀의 말을 부정할 수 없겠지. 후후. 아직 너와 가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니 말이다.’
그렇기에 도발했다.
검후는 가가를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항산파의 장문인이라는 대외적인 직위와 배분 때문에 이 자리에서 함부로 연정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능월향은 상관없다. 원래부터 기녀니까.
‘후후후후.’
적사월은 속으로 웃었다.
그런 능월향을 바라보던 검후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 사이도 아니다.
능월향의 말은 검후의 약점을 정확히 찔러 들어왔다.
반박할 수 없었다.
아직은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미 상공이라고, 지아비라고 여기는 분이었다. 저런 기녀 따위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분하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지금만큼은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절한 무공도, 항산파의 장문인이자 검후라는 명예도 전부 거추장스러운 짐처럼만 느껴졌다.
그녀가 검후가 아니었다면, 항산파의 장문인이 아니었다면, 화경의 고수가 아니었더라면, 그런 체면 따위 신경 안 써도 되는 범인이었다면.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당당히 상공에게 연심을 고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범인이 아니라 검후이자 항산파의 장문인.
그럴 수도, 그래서도 안 되었다.
그런 본인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분한 검후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그때.
“······사부님이라면 몰라도, 저는 상관있어요!”
검후와 능월향 사이에 뾰족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곧이어 소림사 앞마당에 흑발 사이에 난 새치 같은 은발이 인상적인 미소녀가 당당한 보무와 함께 나타났다.
소검후 천소빈이었다.
천소빈의 시선이 능월향을 향했다.
“왜냐하면 소녀는······. 이 소협을 연모하고 있으니까요! 연모하는 사내를 함부로 가가라고 부르는 기녀가 나타났는데, 어떤 사이인지 신경 쓰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천소빈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천소빈은 여전히 이철수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중한 사부님이 중인환시리에 고작 기녀 따위에게 농락당하는 꼴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기가 서툴다고 했죠. 두고 보라고요!’
지금 상황만큼, 중인들에게 그녀가 이철수를 연모한다는 사실을 알릴 기회는 흔치 않았다.
체면이 조금 깎이겠지만, 그녀에게는 이제 체면 따위는 상관 없었다.
사부님을 지킬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인환시리에 이리 당당히 연정을 고백하다니, 아무리 천 여협이라지만 이건 너무 남사스럽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난 항산대전에서 이 소협과 천 여협이 서로 정을 통했다는 소문도 진실이었나보군.”
“능 소저는 어떻고. 능 소저가 이 소협한테 가가라고 부른다는 풍문이 사실이라는 걸 내 오늘 알았네.”
“역시 이 소협은 소문대로 공동색협이 맞는 것 같네.”
웅성대는 중인들의 소리가 적사월의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적사월의 뺨이 떨렸다. 소검후 천소빈.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난입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 어린 년은 체면이라는 것도 모른단 말인가?’
기녀인 그녀와는 다르게 소검후 천소빈은 장차 항산파를 물려받을 장문제자.
거기에 산서제일상단의 금지옥엽이기도 했다.
그런 지체 높은 신분을 가진 그녀가 체면도 신경 쓰지 않고 대놓고 당당히 사내에 대한 연정을 고백하다니.
그건 스스로 평판과 체면을 깎아 먹는 짓이었다. 뒤에서 온갖 추문이 나돌아다닐 게 뻔했다.
그걸 전부 감수한다고?
적사월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떤 사이죠? 능 소저와 이 소협의 관계 말이에요. 묻고 싶은데요······.”
소검후가 한 발짝, 능월향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능월향이 이번에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정인이라고 말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또다시 정인이라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다면, 그때처럼······.
‘가가께서 날 찾아주지 않을 거야······.’
그때처럼 이철수는 그녀를 찾지 않을 것이다. 홀로 남겨질 것이다.
혼자가 되었을 때의 끔찍한 기억과 감정은 아직 적사월의 마음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어린 년 둘이서 쌍으로······. 본녀를 농락하다니······.’
적사월이 등을 돌렸다.
“······저와 이 가가의 사이를 제가 왜 천 소저한테 말해줘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흥. 됐습니다. 언쟁은 여기까지 하죠. 이제 불공을 드려야 할 시간이거든요.”
오늘의 굴욕은 잊지 않을 것이다.
흥.
적사월이 콧소리를 내면서, 일주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천소빈의 어깨가 으쓱했다.
그녀가 등을 돌려 사부를 바라봤다.
“사부님! 소녀 잘했죠?”
천소빈의 말을 들은 검후가 어색하게 웃었다.
제자가 연적을 물리쳤다.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검후는 온전히 기뻐할 수 없었다.
‘소빈아······. 정말, 아니겠지?’
천소빈.
그녀가 아직 이철수를 향한 구애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 사실이 계속해서, 검후의 마음에 밟혔다.
“그래, 잘했다.”
검후는 제자를 향한 묘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소검후에게 칭찬을 건넸다.
“이제 숙소로 가자꾸나.”
“네, 사부님!”
찝찝한 마음을 빠르게 지우기 위해서, 화제를 전환한 검후가 일주문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소검후와 항산파 제자들이 따랐다.
그렇게 검후와 적사월의 일차전은 엉뚱하게도 소검후 천소빈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
황상은 내 품에 한참 안겨 있다가 떨어졌다.
그녀는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내게 말했다.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군요.”
그녀가 설정했던 독대 시간이 끝나가는 모양.
덥석.
황상이 내 손목을 잡았다.
“노야와 떨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나는 그런 황상을 보면서 옅게 웃었다.
옛날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황상이 성년이 된 이후, 내가 그녀의 곁을 잠깐 떠나 동창으로 옮긴다고 말했을 때.
그때도 저렇게 울면서 날 붙잡았었지.
나는 황상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소인도 황상의 곁에 있고 싶습니다. 하지만 소인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일이 전부 끝나면······. 짐의 곁에 있어 주시는 겁니까?”
내 말을 들은 주가율이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일이 전부 끝나면.
혈교를 정리하고 삼처사첩을 이룬 다음을 말하는 건가? 그런 거라면······.
“······네, 그리하겠습니다. 황상.”
얼마든지 황상의 곁에 있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그녀는 내 유일한 가족이니까.
가족의 곁을 떠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 말을 들은 주가율이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녀의 뺨에 빨갛게 홍조가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그동안 짐은······. 태화전의 옥좌에서 노야를 도울 것입니다.”
태화전의 옥좌.
자금성의 주인, 황제가 되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주가율.
놀랍지는 않다. 그녀라면 내가 없더라도 더 잘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노야를 위해서······. 동창을 부려 천하의 영약을 모두 궁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주가율이 내게 말했다.
미래 지식을 동원해서 영약을 모으고 있다니. 혈마가 황상을 경계한 건 영약 싹쓸이 때문이었던 모양.
영약이라. 전생에서는 비루한 재능으로 현경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많은 영약을 필요로 했다. 복용뿐만 아니라 근골을 개선하는 역근세수대법에도 영약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생에서는 다르다. 이미 현경의 심득과 경험이 있는 나다. 그 정도로 많은 영약은 필요 없다.
나는 황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소인은 괜찮습니다. 그리 많은 영약은 필요 없습니다. 소인 대신 황상께서 복용하여, 전생보다 더 강해져 옥체를 보존하십시오.”
오히려 걱정되는 건 황상이었다. 혈교가 황상을 적으로 선정한 이상 미리미리 본신의 무력을 키워둘 필요가 있었다. 전생에도 황궁무공을 대성하여 화경까지 올랐던 황상이지만, 상대는 혈교.
미리 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내 말을 들은 황상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알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주섬주섬 품에서 목갑 하나를 꺼냈다. 딸칵.
그녀가 목갑을 열자 청량한 향기가 풍기는, 저릿저릿한 양기가 피부까지 느껴지는 분홍색 돌멩이 비슷한 물건 하나가 보였다.
나는 저 돌멩이의 정체를 알았다.
“만년화리의 내단이군요······. 이 귀한 것을······.”
만년화리(萬年火鯉).
오랜 세월 동안 체내에 양기를 품어 영물로 진화한 황금빛 초대형 잉어의 내단. 만년지극혈보(萬年至極血寶), 만년금구(萬年金龜)의 내단과 함께 극양의 영약 삼대장으로 꼽히는 정력제가 지금 목갑 안에 있었다.
지상 최고의 정력제가 눈앞에 있다.
두근.
심장이 흥분으로 뛰었다. 손이 떨렸다.
“호호호호.”
입에서 기쁨의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