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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101화 (101/171)

101화 너무 귀여워

검후는 오늘 기분이 좋았다.

상공께서 비동 앞에서 서성일 때만 해도 긴장했던 검후였다

혹시 상공께서 뭔가 그녀도 모르게 숨기는 비밀이 있던 건 아닐까, 그녀도 모르는 암중세력에 소속되어 있어 남몰래 공작을 저지르는 건 아닐까 불안했었다.

하지만 상공께서 직접 말씀하신 진실에 검후의 불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상공께서 혼원검제 님의 전인이셨다니······!’

검후는 상공의 해명을 전적으로 믿었다.

‘상공과 소첩, 둘만의 비밀이라니······. 제가 상공의 비밀을 처음으로 안 외인(外人)이라니······. 상공, 소첩을 그렇게 신뢰하고 계셨군요. 소첩이 상공의 뒤를 밟은 것도 넘어가주시고······. 상공의 하해와 같은 넓은 마음씨에 소첩은 그저 부끄러울 뿐이에요······.’

아니, 오히려 상공께서 혼원검제의 전인이라는 사실에 운명까지 느꼈다.

‘전대 검후님께서도 혼원검제 님과 정인이셨다는 소문이 있었지······.’

전대 검후 백추설과 혼원검제 무극자가 서로 정을 통하는 사이였다는 소문이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니었다.

원래는 그저 정사가 아닌 야사로만 남은, 항산파로서도 진위를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소문이 사실이었어. 두 분은 정인이셨던 게 틀림없어!’

하지만 검후는 확신했다.

두 사람은 연인이 맞았다. 상공께서 말씀하신, 혼원비동에 혼원검제가 직접 남겼다는 검후비동의 장보도가 그 증거였다.

아무리 교분을 나눈 전우라더라도 사문의 기밀을 공유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연인이라면? 사랑하는 사이였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검후 본인이 사랑을 하고 있기에 알 수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이 어디까지 무모해질 수 있는지.

검후는 사랑하는 상공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해와 달을 따는 건 물론, 천하를 전부 바칠 수 있었다.

필시 선조이자 전대 검후셨던 백추설도 그녀와 같은 심정으로 정인이었던 혼원검제에게 검후비동의 위치를 알려줬으리라.

‘전대 검후께서는 정인이셨던 혼원검제 님께만 검후비동의 정보를 알려주신 게 틀림없어.’

그래.

분명 그랬을 것이다.

혼원검제 무극자와 전대 검후 백추설.

두 사람의 단단하고 뜨거운 사랑이 삼백 년의 세월을 거슬러 지금, 그녀와 이철수에게 이어지고 있다.

그 사실을 자각한 순간 검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얼굴이 붉어졌다. 부끄럽게도 상공 앞에서 홍조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상공. 이건 운명이에요. 소첩과 상공은 처음부터 맺어질 수밖에 없는, 하늘이 점지한 인연이었던 거예요.’

이건 운명이었다.

그녀와 이철수는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었다.

혼원검제와 전대 검후로부터 이어진 운명이었다.

그분들이 못다이룬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이어진 운명이었다.

운명의 붉은 실은 처음부터 상공과 그녀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전대 검후로부터 내려오는 안배였다.

두근.

검후의 심장이 뛰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드디어 상공을 공자님이 아닌 은공으로 부를 수 있어. 공식적으로 존대할 수 있어.’

드디어.

공자님에서 은공이라고 한 단계 호칭을 더 높여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사문의 숙원을 해결해준 사람이 상공이니, 그분을 존대해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주변 시선을 신경 써서 억지로 상공을 차갑게 대하지 않아도 된다.

은공이니까.

은혜를 입었으니까.

이제 그분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상냥하게 말해도 괜찮다.

아직 상공이라고는 부를 수 없었지만, 검후는 그것만으로도 뛸 듯이 좋았다.

‘역시 제 지아비는 오직 상공밖에 없어요. 꺄아.’

검후는 속으로 기쁨의 비명을 터뜨렸다.

선조께서 점지해준 운명의 상대다. 두 분 선조 님이 못 이룬 사랑을 후대인 지금에라도 이뤄야만 했다. 그러니까······.

‘······상대가 누구라도 상공을 내어줄 수는 없어요. 설령 소빈이라도······.’

제자라도 하나뿐인 운명의 상대인 상공을 내어줄 수는 없다.

‘흉수 놈들도 용서할 수 없어. 감히 선조께서 남긴 상공과 소첩의 사랑을 증명하는 유산을, 사문의 비원을 강탈하려 하다니······!’

그렇게 다짐하면서 상공과 함께 비동에 들어간 검후였다.

아찔할 정도의 낙하감이 그녀의 몸을 감싸는 순간, 검후가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상공이었다.

이만큼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중이다. 아무리 상공께서 무공의 성취가 나이에 맞지 않게 제법 깊은 상황이라지만, 이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부상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공중에서 움직여 그분을 안았다.

상공께서 다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니까.

풍덩.

그렇게 연못으로 떨어진 순간, 그녀는 기막을 펼쳐 상공의 몸에 물이 닿지 않도록 보호했다.

덕분에 그녀의 몸과 머리카락이 흠뻑 젖었지만, 검후는 상관없었다.

“은공, 괜찮으세요?”

다행히 상공은 무사했지만, 그녀는 부인으로서 예를 차리기 위해 상공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느꼈다.

품 안에서 뜨겁게 단단해지는 그분의 대물을.

‘어머!’

화악.

차가운 물 속에서 검후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두근두근.

그녀의 심장이 다시 터질 듯이 뛰었다. 새삼스럽게 그녀의 품 안에 안겨 있는 상공의 체온이 느껴졌다. 젖어버린, 이제는 의복의 역할을 상실한 옷 너머로 전해지는 상공의 탄탄한 근육 감촉이 느껴졌다.

직접, 가까이서 본 그분의 대물은 거대했다.

‘이, 이렇게 클 줄이야.’

상공의 물건이 거대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상공의 그것은······. 멀리서 본 것과는 다른 생생한 현장감이 있었다.

검후의 손이 스윽 물 아래로 내려갔다.

화경의 경지에 이른 그녀의 안목이 빠르게 이철수의 대물 크기를 측정했다. 그녀는 아랫배에 손을 대서 그분의 크기만큼 재어 보였다.

‘이, 이렇게 큰 걸······. 바, 받아내야 하는 거야?’

그분과 혼인하면 매일 밤 그분의 물건을 몸으로 받아내야 할 터.

저 거대한 물건을 받아내면 어떻게 되는 걸까.

검후의 머릿속에 부끄럽고 망측한 상상이 떠올랐다.

‘꺄아, 어떡해!’

그녀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왠지 아랫배 쪽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싫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설렜다.

‘소첩, 빨리 상공의 품에 안기고 싶어요.’

상공께서 빨리 장성하셔서 그녀의 몸을 취해주셨으면 좋겠다.

‘후후. 소첩의 몸을 보고 사내로서 흥분한 것이로군요. 소첩. 기뻐요. 아직 상공께서 불혹이 넘어 지천명에 가까워지는 소첩을 여인으로 생각해준다는 사실이······.’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내가 하물을 세웠다는 사실은, 곧 상대에게 여인의 매력을 느꼈다는 이야기.

사내와는 손도 제대로 잡아본 적 없는 처녀인 검후였지만, 사내가 마음에 드는 여인에게 욕망을 드러낸다는 걸 모를 정도로 순진무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기뻤다.

어린 소검후가 아닌, 나이도 많고 배분도 항렬도 높은 그녀를 어른이 아닌 여인으로 여겨준다는 사실이 좋았다.

상공께서는 정말로, 그녀를 한 명의 여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서 은설란은 사랑을 느꼈다.

은설란의 몸이 기쁨과 환희로 떨렸다.

은설란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철수와 눈을 마주했다.

이철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솟아오른 대물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철수가 은설란의 시선을 피했다.

‘상공. 후후. 얼굴을 붉힌 모습, 귀여워요. 상공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소첩. 또 반하고 말았어요.’

그 모습을 본 은설란은 속으로 웃었다.

나이답지 않게 언제나 어른처럼 성숙하고 침착한 모습만 보여주던 상공이었다.

그런 상공이 지금, 또래 소년처럼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참을 수 없이 귀엽다. 은설란은 상공의 뺨에 입을 맞추고 깨물어 주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 이건······. 양기를 수행하는 공동파의 절학 특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하초가······.”

곧이어 이철수가 시선을 피하며 더듬더듬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철수의 귀가 붉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검후가 속으로 웃었다.

‘나의 상공. 어찌 이렇게 귀여우실 수 있을까요? 후후. 소첩 말고 다른 여인한테 그러면 안 돼요. 소첩한테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셔야 해요.’

귀엽다.

미치도록 귀엽다. 사랑스럽다. 상공이 제일 사랑스럽다. 이렇게 귀여운 사내가 그녀의 상공이다. 운명의 상대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검후는 상공을 소중하게, 꼬옥 부드럽게 끌어안아 상공의 얼굴을 풍만한 가슴에 품었다.

그래. 상공은 지금 불안해 하고 있다.

아직 혼인은 하지 않은, 하지만 마음에 품은 상대에게 하물이 솟은 광경을 보여준 것이다.

아직 15세의 소년인 상공이었다. 불안하지 않을 리 없었다. 혹시 그녀에게 미움받을까 걱정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아내로서 상공의 불안을 해소해 줘야 했다.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가 달콤한 목소리로 이철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은공. 저는 괜찮아요.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그러니 부끄러워할 필요도, 불안에 떨 필요도 없어요. 저는 은공의 전부를 이해하니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이철수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거칠었던 숨소리가 고르게 변했다.

‘상공. 안심해주셨군요. 다행이에요.’

두근.

그녀의 심장이 뛰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계속 이렇게 안고 있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비동에 감히 선조의 유산을 탈취하려 침입한 흉수를 잡아야 했다.

상공의 말처럼 한시가 바빴다.

원망스럽다.

검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빠르게 연못에서 가까운 육지로 헤엄쳐갔다.

*

연못에서 육지, 그러니까 진짜 비동 입구로 올라온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돌겠군.’

머리가 지끈거렸다.

대체 왜 거기서 그게 서서 난리야.

내 변명을 검후가 믿어준 덕분에 나쁘지 않게 끝나서 망정이지, 자칫했다가는 공든 탑이 송두리째 무너질 뻔했다.

후.

정력이 너무 좋아도 탈이다. 시도 때도 없이 그곳이 서버리니 말이다.

‘그래도······.’

검후의 품은 제법 좋았다.

특히 마지막에 그녀가 내 얼굴을 풍만한 가슴에 파묻었을 때는 필사적으로 아래쪽으로 몰리는 혈류를 통제해서 발기를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억눌러야 할 정도였다.

풍만한 가슴이 내 얼굴을 감쌀 때의 충격이란, 살결의 푹신함과 여인의 향기가 오감을 자극할 때의 쇼크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지금도 아직 얼굴이 뜨거울 정도.

단순한 스킨십도 이렇게 황홀한데, 운우지락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기대를 넘어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흐흐.

생각만 해도 두근대는군.

나는 다시 발기하려는 양물을 제어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그때.

“다 끝났어요. 은공.”

등 뒤에서 검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내력으로 의복의 물기를 전부 말려 뽀송뽀송해진 검후가 있었다.

물에 젖은 섹시한 모습에서 평소의 신비로운 미녀로 돌아온 검후를 보면서, 나는 붉어진 뺨을 쓸데없이 긁적이면서 헛기침하며 말했다.

“흠흠. 그럼 출발하도록 하겠소.”

“알겠어요.”

검후의 대답을 들은 나는 기감을 활성화한 채로 비동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동 공략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같은 시각.

검후비동 안쪽.

철커덕!

푸슈슈슈슉.

푸푹!

기관장치를 작동시킨 강시 하나가 독화살을 전신에 얻어맞고 고슴도치로 변했다.

그 뒤에는 검붉은 피풍의를 입은 사내 한 명이 서 있었다.

이번 임무를 담당한 혈교의 주교였다.

함정을 하나 해제한 주교가 발걸음을 옮긴 그때.

그의 기감에 침입자의 기척이 걸려들었다.

번쩍.

어두운 비동 안에 한 쌍의 혈광이 타올랐다.

“쥐새끼가 두 마리 숨어들었군.”

비동 안에 음산한 목소리가 울렸다

혈마지존의 재림을 위한 대업을 수행 중이다.

방해는 용납할 수 없었다.

주교가 품에서 종 하나를 꺼내 들었다.

딸랑.

사이한 종소리가 울리자, 그의 등 뒤에 시체처럼 서 있던 강시의 눈에 혈광이 피어올랐다.

딸랑.

주교가 다시 한번 종을 울리자 강시 다섯이 빠르게 뒤쪽 심연으로 몸을 던졌다.

그 모습을 본 주교의 입가에 뒤틀린 미소가 떠올랐다.

혈강시 다섯.

도굴꾼에게는 차고 넘치는 전력이다.

감히 혈교의 소유물을 넘본 자들에게 내리는 천벌이 될 것이다.

잠깐의 침묵을 끝낸 주교가 다시 움직였다.

저벅.

그의 발걸음이 비동 안쪽으로 향했다.

주교의 등을 독화살이 꽂힌 혈강시가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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