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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40화 (40/171)

40화 항상 준비된 남자

두근두근.

유진휘는 압박 붕대 속 가슴이 콩닥대는 걸 느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지금부터 사제의 몸을 닦는다.

‘내, 내 손으로······.’

그 사실을 떠올리자 유진휘의 뺨이 더 붉어졌다.

지금 사제를 뒤에서 안고 있어서 그가 상기된 자신의 얼굴을 못 보는 게 다행이다.

유진휘는 그렇게 생각했다.

두근, 두근.

사제의 체온이 느껴지자 유진휘의 심장이 더 거세게 뛰었다.

그녀의 감정이 풍랑을 만난 바다처럼 격렬하게 동요했다.

유진휘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픈 사제를 두고 이게 무슨 꼴이야······!’

입술에서 통증이 올라오자,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과 머리가 어느 정도 식었다.

사제는 사문을 지키기 위해, 사영회가 보낸 흉수와 맞서 싸우다 내상을 입었다.

그런데 자신은 사제를 두고 망측한 생각이나 하고 있지 않은가?

실제로 사제는 아픈 모양인지 얼굴이 창백하고 등에서는 식은땀까지 비 오듯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러니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유진휘는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털어냈다.

그래, 이건 엄연한 간호 행위다.

거동이 불편한 사제를 위해 사형으로서, 같은 사내로서 해줄 수 있는 오직 나만이 가능한 병 수발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유진휘의 심장이 다시 뛰었다.

역시 사내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기를 잘했다.

사제에게 여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면, 지금 이렇게 사제를 간호해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더 의지되는 사형이 될 거야.’

사제에게 이상적인 사형이 되겠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며 사제를 눕혔다.

“자, 사제. 편하게 누워. 내가 닦아줄 테니까.”

“으으······.”

유진휘의 귓가에 사제의 신음이 들려왔다.

‘사제, 많이 아프구나······.’

유진휘의 눈동자에 걱정의 빛이 깃들었다.

‘앞으로는 내가 지켜줄게, 미안해.’

유진휘는 그렇게 속으로 사제에게 사과를 남기면서 물수건을 쭈욱 짠 뒤 사제의 등을 바라보았다.

오밀조밀한 근육이 모인, 조각상처럼 탄탄하면서도 아름다운 조형의 사내다운 등 근육은 보는 것만으로 여심을 홀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특히 허리 부근의 근육은 마보를 통해 단련된 탓인지 선이 굵으면서도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철수가 수행한 색도의 성취가 조금씩 깊어진 덕분이었다.

‘이게······. 사제의 몸······.’

유진휘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녀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사제의 몸을 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1년 전, 살무사의 독혈을 빼낼 때도 사제의 상의를 벗겨서 몸을 보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응급 상황이었기에, 지금처럼 천천히 자세하게 몸을 관찰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유진휘가 이철수의 몸을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 제대로 본 사제의 몸은 아름다우면서도 외공 단련을 통해 쌓은 탄탄한 기초 체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유진휘는 차가운 물수건으로 사제의 몸을 정성스럽게 닦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그의 등 근육을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사제는 범재다. 하지만 재능 때문에 열등감을 드러내지도, 그녀를 질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절세영약도 양보해줬다. 그림자처럼 그녀를 도와줬다. 그것도 모자라 객잔에서는 공동파의 파사현정(破邪顯正) 정신을 일깨우고 사문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사파인 흑룡방과의 결전에 앞장섰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사제는 여전히 사형인 자신을, 사문을 위해서 헌신했다.

객잔에서 흑룡방과의 결전을 주장한 것도, 공동 객잔을 지키고자 나선 것도 전부 사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1년이 지났는데도 사제는 여전히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다.

‘조금은······. 본인을 생각해도 될 텐데······.’

뛰는 심장이 가라앉고, 달아오른 볼이 다시 식었다.

유진휘의 시야가 흐려졌다.

이 아름다운 등 근육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까. 그녀가 품은 천외천의 재능을 쫓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까.

말없이 묵묵하게 불평 하나 없이 범재의 몸으로 그녀의 옆에 서기 위해 사제는 범인의 한계를 뛰어넘은 노력을 감행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떠올리니 그녀의 가슴이 조일 듯 아파왔다.

사제의 고통을 알아주는 사람은 그녀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아니, 이번에는 그녀조차 사제를 지키지 못했다.

그와 함께 있을 때 여인의 마음이 일어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제를 멀리했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야. 다시는······. 너를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유진휘는 입술을 깨물면서 사제의 몸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으윽, 흐윽, 흑흑······.”

그녀의 귓가에 사제의 고통 섞인 신음과 함께 훌쩍이는 사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사제, 괜찮아. 내가 안 아프게 해줄게. 걱정 마.”

그녀의 부드러운 섬섬옥수가 사제의 등을 어루만졌다.

유진휘의 단전에서 한 줄기 내력이 솟구쳐 그녀의 손가락으로 향했다.

오랫동안 누워있던 사제의 몸과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추궁과혈을 해야 했다.

유진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공이 깃든 손가락으로 사제의 등과 혈자리를 꾸욱꾸욱 눌러 자극했다.

추궁과혈이었다.

“헉, 으윽! 으으으으······.”

추궁과혈을 받는 사제의 입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조금만 참아 사제. 금방 시원하게 해줄 테니까······.”

추궁과혈 과정에서 뭉친 근육과 막힌 혈도가 타통되며 동반되는 고통은 자연스러운 것.

사제의 비명도 거기서 나온 것이리라.

그래도 사제의 고통 섞인 신음은 더 이상 듣기 싫다.

그를 더 이상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

유진휘가 비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너를 돌볼 사람은 나뿐이니까······. 그러니까 언제나 영원히 함께야. 사형제로서.’

사제는 이토록 작고 연약하다.

그러니 사제에게는 내가 필요하다.

유진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추궁과혈을 한참 동안 이어갔다.

*

“끝났어, 사제.”

일각이 여삼추와 같던, 영겁처럼 느껴지던 치욕의 시간이 마침내 사형의 선언과 함께 끝났다.

사형이 내 몸에서 떨어졌다.

그는 쓸데없이 내 몸을 구석구석 세심하게 닦았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남자의 손이 내 몸을 닦는 기분이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웠다.

심지어 사형의 손길은 묘하게 여자 손길 같아서 더 기분 나빴다.

‘빌어먹을, 괜히 환자 연기를 했나?’

솔직히 여자애에게 시중받는 것도 좀 그래서 서하린을 물렸다.

하지만 그 여파가 사형이 내 몸을 닦고 추궁과혈을 하는 나비 효과로 이어질 줄이야.

아직도 등골이 서늘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억울하다.

그날의 키스마크 사건 이후 더 이상 사형에게 순정을 빼앗기지 않게 조심 또 조심했건만!

방심했던 사이 이런 빌어먹을 일이 벌어질 줄이야.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중간에 떨쳐 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공식적으로 환자. 그리고 추궁과혈은 엄연한 치료 행위였다.

환자가 치료 행위를 거부하는 건 누가 봐도 수상했다. 잘못하면 내가 꾀병이라는 사실을 들킬 위험도 있었다. 서하린이야 남녀유별로 물리쳤지만, 사형은 같은 남자라서 그런 핑계도 통하지 않았다.

‘내 꾀에 내가 넘어갔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빌어먹을.

이렇게 치욕적인 일을 겪을 줄 알았으면 차라리 환자 연기를 그만둘 걸 그랬다.

“추궁과혈은 어땠어?”

귓가에 사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궁과혈.

그것은 중세 무림 버전 경락 마사지였다.

마사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녀와 몸의 교류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대화수단이었다. 옛 노루표 무협소설에도 주인공이 미녀를 추궁과혈하다 서로 흥분하여 음양의 교류를 나누는 것이 클리셰가 아니었던가?

실제로 나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추궁과혈을 상시 펼칠 수 있게 준비해두고 있었다.

모두 절세미녀와 좋은 분위기를 연출해서 자연스럽게 운우지락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언제 어디서 운우지락 각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니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처럼 항상 준비된 남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마치 남자들이 지갑에 콘돔을 하나씩 넣어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내가 반대로 사형에게 추궁과혈을 당하게 되다니.

이런 끔찍한 상황은 상상조차 한 적 없었다.

게다가 좋냐고 질문까지 들을 줄이야.

운우지락이 끝나고 내가 미녀에게 해야 하는 질문을 역으로 들으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면서, 케겔 운동으로 정신줄을 잡으며 말했다.

“괜찮았습니다. 우제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쨌거나 추궁과혈은 치료 행위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고맙다고 해주는 쪽이 정상적이었다.

나는 마음에도 없는 감사 인사를 능숙하게 연기했다.

내 말을 들은 사형이 웃었다.

“정말? 처음 해 봤는데 괜찮았다니 다행이야!”

뭐? 처음?

누굴 실험 대상으로 쓰나.

설마 내게 추궁과혈을 실험한 뒤, 능숙해지면 미녀들에게 추궁과혈을 해줄 생각은 아니겠지?

정신이 번쩍 든다.

솔직히 사형의 추궁과혈 솜씨는 처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30년 경력의 태국 전통 마사지도 사형의 추궁과혈에는 맥을 못 출 정도.

얼굴도 잘생기고 체형만 빼면 모든 게 완벽한 사형이 추궁과혈까지 여인에게 시술한다?

안 될 일이었다.

“사형. 공맹의 법도에 따라 남녀가 유별한 건 아시지요? 추궁과혈이 아무리 치료라고는 해도 살과 살이 접촉하는 행위이니만큼 외간 여인한테 하는 건 삼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나는 재빨리 사형에게 약을 쳤다.

머리가 굵어지기 전에 재빨리 가드를 쳐야 했다.

사형이 아무 여인에게나 추궁과혈을 못 하게.

내 말에 사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제. 알았어. 엄연히 남녀가 유별한 법이니까 사제의 당부대로 여인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을게.”

사형이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뭐지? 왜 저렇게 좋아하지?

목적은 달성했는데 괜히 찝찝하다.

설마 진짜 게이인 건 아니겠지?

내가 그런 의심을 다시 하던 그때.

내 예민한 후각에 고기 타는 냄새가 감지됐다.

잠깐, 고기라고?

공동파에 고기가 있을 리가 없는데, 설마

“사형, 돼지고기는 어떻게 됐습니까?”

“서 소저한테 맡겼어.”

사형의 말을 들은 순간, 나는 휘청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알기로 백도제일화 서하린의 요리 솜씨는 객잔주 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한테 내 소중한 정력제를 맡겨?

용납할 수 없다.

지금 당장 주방으로 가야 한다.

*

같은 시각.

사천 흑룡방 본타.

사도련을 떠받치는 사도팔문의 일좌를 차지하는 거대 방파.

그 성세를 자랑하듯 담장 너머 흑룡방 본타에는 궁궐 같은 거대 전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흑룡(黑龍)이 새겨진 대문 앞에 면사를 쓴 흑의 무복의 여인이 도착했다.

‘내가 왜······. 그런 말을 내뱉어가지고······.’

화면호검, 아니 화면호검의 신분을 사용하는 사도련주 염왕 적사월.

그녀가 이철수와의 약조를 지키기 위해 흑룡방 본타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과거, 시험을 통과하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내뱉은 것을 후회했다.

화면호검의 시험을 마주한 자들 중에 음담패설하던 인간이 없던 건 아니었다.

화면호검은 화상 입은 얼굴과는 달리 몸매와 자태는 빼어났으니까.

하지만 그들도 차마 흉한 화상으로 반절이 뒤덮인 얼굴을 진심으로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했다.

적사월이 원하는 건 흉한 얼굴도 아름답다 말해주는, 외면이 아닌 내면을 봐주는 사내.

오히려 몸매만 가지고 그녀를 아름답다 평하며 화상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비치던 사내들은 그녀의 의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셈이었다.

그래서 그런 자들도 양물을 베어냈다.

하지만 이철수는 달랐다.

그는 몸매뿐만 아니라 화상으로 흉하게 생긴 얼굴까지 아름답다고 진심으로 말해주었다.

음담패설이 동반된 것이 문제였지만.

그래놓고 정작 합방을 소원으로 내뱉지 않다니.

차라리 시험을 통과한 자를 정인(情人)으로 받아준다고 했더라면.

정인? 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손주뻘 변태 꼬마와? 말도 안 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빌어먹을. 내가 미쳤지.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

적사월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흑룡방 본타 정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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