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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19화 (19/171)

19화 매력의 기본

홍양태를 복용한 나는 그대로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운기행공에 집중했다.

우웅.

홍양태는 양기를 품은 영약. 따라서 양기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양강기공인 소양심법을 운용해야했다.

소양심법의 구결을 읊으면서 체내에 흡수된 홍양태의 양기를 혈도로 인도했다.

쿠콰콰콰콰콰!

홍양태의 뜨거운 양기가 혈도를 타고 파도처럼 흘렀다.

움찔.

몸이 떨렸다.

체온 상승으로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자칫 한 치라도 잘못하면 기경팔맥이 영약의 양기에 침식되어 폐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나는 여유로웠다.

전생처럼 막대한 내력은 없었지만, 대신 내게는 현경의 경지에 오른 지고한 깨달음이 고스란히 뇌리에 남아 있었다.

거기에.

‘양기다! 드디어 양기를 받아들였다!’

회귀 이후 찔끔찔끔, 약초나 나물을 통해 받아들이던 미량의 양기가 아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양기를 만난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양기는 곧 남자의 힘, 정력으로 치환이 가능한 에너지.

당연히 양기를 받아들이는 건 중요했다.

물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치게 양기만 축기하는 것도 몸에 좋지는 않았다.

순수한 극양지기는 도리어 남성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경맥 아홉 군데가 막힌 곳에 양기가 쌓여 단명하는 천형인 태양절맥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태양절맥을 타고난 남자는 너무나 강한 양기 때문에 도리어 성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기부전이 된다.

뭐든 적당히, 음과 양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법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 균형이 깨질 정도의 양기가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 양기라면 충분히 정력으로 전환해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흐으읍······.”

천천히 호흡하면서 기경팔맥을 헤집고 다니는 홍양태의 양기를 소양심법의 경로로 운기했다.

혈도 안에 용암이 든 것처럼 뜨겁다.

온 몸에 화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작열통이 느껴졌다.

아프다.

작열통이 인간이 느끼는 고통 중에서 가장 끔찍하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아팠다.

하지만 동시에 기뻤다.

이 아픔이, 이 고통이야말로 내가 양기를 받아들여 정력으로 전환한다는 생생한 증거이자 성장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아픔이 지나가면 나는 한층 더 강력한 정력과 남자답게 바뀐 근골을 가지게 되리라.

콰콰콰콰콰콰콰!

홍양태의 타오르는 양기가 사지백해로 흘러들어 전신세맥의 탁기를 태워 없앴다.

비록 사형처럼 생사현관을 타통해서 골수를 세척하고 체내의 모든 노폐물을 배출하는 벌모세수를 이룰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라면서 쌓인 탁기의 절반 정도는 홍양태의 양기가 불살라버렸다.

홍양태의 양기가 지나간 혈도는 열기와 함께 한층 강화되어 튼튼하게 변했다.

그와 함께 잔여 노폐물이 피부 모공을 통해 배출되는 게 느껴졌다.

사형만큼은 아니더라도, 운기행공을 끝내면 내 몸에서도 냄새가 조금은 날 것 같았다.

체내 탁기의 상당수를 불태웠으니 앞으로 내력의 수발이 좀 더 자유로워지리라.

하지만 그런 효과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벌모세수만큼은 아니지만, 체내 노폐물 일부 배출에 성공했으니 피부가 좋아졌겠군.’

흐흐흐.

나는 속으로 웃었다.

비록 기대하던 벌모세수는 이룩하지 못하였으나, 탁기 일부를 체외로 배출하였기 때문에 피부 미백의 상승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면 사춘기 때 여드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춘기 여드름 흉터는 비싼 레이저 시술로도 완벽한 치료가 힘들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후천적으로 건강한 피부를 만드는 영약이야말로 현대 피부과 의학으로도 재현 불가능한 중원 무림의 신비였다.

물론 영약 흡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후우.”

나는 뜨거운 한숨을 내뱉으면서 양기를 계속해서 인도했다.

삐질.

양기로 인해 달아오른 체온 때문에 이마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우웅.

소양심법의 양기를 품은 내 단전이 그에 호응했다.

탁기를 태워 없애고, 혈도를 세척하면서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한 양기가 단전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전신세맥으로 영약의 정기가 퍼지면서 영기가 체내로 흡수됐다.

정기의 손실을 최소화하여 온전히 내공으로 바꾸려면 지금처럼 전신세맥으로 영기가 퍼지게 두어서는 안 된다.

모든 약효를 남김없이 단전으로 모아서 심법을 통해 내력으로 전환해야 했다.

복용한 영약이 품은 영기의 몇 퍼센트를 내력으로 전환하느냐가 영약 복용의 핵심이었다.

영기 손실률은 낮으면 낮을수록, 내공 전환율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것이 강호 무림의 상식.

하지만 나는 지금 반대로 행하고 있었다.

‘영약의 기운을 단전으로 모으지 않고 전신세맥으로 퍼뜨려서 흡수시키면 신체가 건강해진다.’

가끔 무림인이 아닌 일반 민초들이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영약을 주워서 복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민간인들이 배운 내가기공이라고 해봐야 토납법이 전부고, 보통은 그마저도 안 배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민간인이 영약을 복용한다면 내가기공을 운용하지 않으니 당연히 영기는 단전으로 모이지 않고 전신으로 퍼져 근골과 전신세맥에 깃들었다.

그 경우 내력 대신 얻는 건 무병장수(無病長壽)가 보장되는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몸이었다.

무병장수할 정도로 활력이 넘친다?

활력이 넘친다는 건, 곧 기초 체력이 좋다는 뜻이다.

기초 체력이 좋다는 건, 정력이 좋다는 뜻이다.

그렇다. 영약의 기운을 전신세맥으로 퍼뜨려 흡수시키는 건, 곧 정력이 좋아진다는 말과도 같았다.

이것은 이론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미 실증 사례가 버젓이 존재했다.

‘영약을 주워 먹은 심마니 중에서는 아흔이 넘어 아이를 본 남자도, 소변을 눌 때 요강이 뒤집힐 정도로 거센 물줄기를 뿜어내는 남자도 있었지.’

모두 전생에 실제로 검증을 끝낸 사례들이었다.

아흔 살이 넘어서도 남성 호르몬을 넘치게 생산할 정도로 튼튼한 정력!

그 비결은 바로 영약의 양기를 전신세맥과 근골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게다가 체력뿐만이 아니었다.

양기가 깃든 근골은 보다 남자다운 모습으로 변했다.

즉, 내가 그토록 바라던 궁극의 육체미, 몸짱 알파남에 한 걸음 성큼 다가설 수 있다는 소리였다.

‘역시 내공보다는 정력이 훨씬 중요하지.’

내공과 정력,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그에 대해서는 고민할 가치조차 없다.

당연히 정력이 훨씬 중요하다.

아무튼 이렇게 영기를 근골에 흡수하면 부가 효과로 전신세맥에 더해진 영기 때문에 내 몸의 잠력이 한층 더 상승하는 효능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운기행공이 끝나면 범재에 불과했던 내 잠재적인 무재(武才)도 덩달아 상승해서 상승절학을 익히기 용이한 근골로 변하리라.

영약 복용 전이 범재라면, 영약 복용 후는 범재와 수재 사이 정도의 재능으로 잠재 재능이 한 단계 올라간 정도라고 해야 할까.

물론 정력 상승에 비하면 그깟 잠재력 증대 따위, 신경 쓸 필요도 없을 정도로 하찮은 효능일 뿐이다.

나는 그렇게 전신세맥과 근골에 한계까지 영기를 밀어 넣은 뒤에 남은 정기를 단전으로 인도했다.

우웅.

소양심법의 묘리에 따라 단전으로 인도된 영기가 온전히 내력으로 전환되었다.

“후우.”

영약 흡수를 마친 나는 마지막으로 뜨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단전에 가득 들어찬 뜨거운 양(陽)의 내력이 느껴졌다.

내가 측정해본 단전에 잠든 내력의 양은 십오년.

일년내공도 안 되던 영약 복용 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나는 남은 기운을 갈무리하며 눈을 떴다.

“흐흐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가물가물했던 시야가 점차 또렷해졌다.

그와 함께 옷을 적신 노폐물과 거기에서 올라오는 악취가 코 끝을 스쳤다.

벌모세수 했을 때만큼 코를 찌르는 악취는 아니었지만, 예민한 후각을 가진 내게는 충분히 심한 악취였다.

그리고 나는 이 악취를 방치할 생각이 없었다.

‘청결이야말로 매력의 기본이지.’

중세 무림에서 얼굴은 천형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얼굴 이외의 부분은 얼마든지 노력 여하에 따라 바꿀 수 있었다.

그러니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남자의 매력을 길러야 했다.

그리고 매력의 첫걸음은 청결에서 온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현대에서도 여자들이 남자를 볼 때 제일 먼저 보고, 민감하게 여기는 것이 청결이었다.

더러운 남자보다는 당연히 깨끗한 남자 쪽이 첫인상에서 점수를 더 받고 들어간다.

송옥과 반안을 합친 정도의 미남자가 아닌 이상, 떡진 머리에 냄새까지 나는 사내를 좋아할 여인은 아무도 없었다.

‘빌어먹을 사형은 안 씻어도 항상 들꽃 향기가 나지만.’

사형이 꼬운 이유가 그거였다.

완벽한 얼굴에, 안 씻어도 들꽃 향기가 나는 몸이라니.

여유증만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사기 캐릭터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형 같은 사기캐가 아니었으니, 항상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여심을 사로잡는 기초이며 나아가 절세미녀를 침상 위에 눕혀 운우지락(雲雨之樂)까지 인도할 수 있게 물꼬를 터주는 색도의 묘리(妙理)인 것이다.

거기다가 여기는 위생 관념이 현대보다 떨어지는 중세 무림.

현대인의 위생 관념으로 청결을 유지하기만 해도 여심 사로잡기에 보너스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항상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건조 허브를 주머니에 넣어 향낭을 만들고, 재와 기름으로 수제 비누를 만들어서 매일 냇가에서 목욕했다.

‘아무튼 씻어야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공동파가 배출한 전대 천하제일인인 혼원검제가 말년에 은거했던 비동.

전설에 따르면 혼원검제의 무위는 현경을 넘어 생사경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사경의 무인이라 하더라도 사람인 만큼 당연히 똥도 싸고 몸도 씻어야 할 터.

그러니 이 비동 어딘가에 혼원검제가 만들어둔 목욕탕 비슷한 시설이 있을 거다.

사형이 자리에 없는 걸 보면, 사형은 벌써 벌모세수를 끝내고 노폐물을 씻어내기 위해 목욕탕을 찾아 떠난 것이 분명했다.

나는 내력을 귀로 보내 천리지청술의 묘리를 이용, 청력을 증폭했다.

졸졸졸.

저 멀리 탁자 옆에 뚫린 통로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에 욕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봇짐에서 비누가 담긴 죽통과 수건으로 쓰는 천을 챙겨서 통로로 향했다.

야명주가 희미하게 밝히는 어두운 통로 앞에 서자, 물소리가 더 세게 들려왔다.

아무래도 저기가 목욕탕 비슷한 장소가 맞는 모양.

하지만 나는 섣불리 목욕탕에 진입하는 타초경사의 우를 범하지 않았다.

‘사형의 발자국이군.’

통로 입구에서 사형의 족적이 발견되었기 때문.

나온 흔적은 없으니, 사형은 저 안에서 몸을 씻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이대로 목욕탕에 진입한다면 목욕하는 알몸의 사형과 마주치게 될 텐데······.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걸 느꼈다.

‘남자 따위와 알몸을 보면서 같이 목욕이라고? 그럴 수는 없지.’

남자와 알몸으로 목욕을 한다.

그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운 발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벌써 등골과 엉덩이가 서늘해지고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이미 순정은 충분히 빼앗겼다.

그런 상황에서 남자 사형과 함께 목욕하는 자살행위를 할 정도로 나는 멍청하지 않았다.

나는 목욕탕에서 비누를 줍다가 변고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

“사형! 지금 목욕 중이십니까?”

내력을 담아 외친 내 목소리가 통로 안에 메아리쳤다.

“으, 응! 사제! 지금 나 목욕 중이야! 그러니까 드, 들어오면 안 돼! 절대로!”

곧바로 안쪽에서 사형의 부끄러운 듯한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왔다.

동성끼리 목욕하는데 들어오지 말라니.

처음에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아까 나한테 여유증을 들켰었지.’

현대에도 여유증은 남 보여주기 부끄러운 증상이었다.

하물며 여기는 남녀유별(男女有別)이 당연한 중세 무림, 여유증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을 리 없었다.

극음지기를 품은 미타성수로 벌모세수를 행한 탓에 근골이 여인처럼 변화하여 여유증이 더 심화되었을 지금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뭐 그렇게 말 안 해도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사형! 우제(愚弟)는 입구에서 기다릴 테니 먼저 목욕하고 나오십시오!”

“알았어! 사제! 고마워!”

나는 사형의 대답을 들으면서 입구 근처 벽에 기댔다.

쏴아아아.

철썩, 철썩.

입구 너머에 물소리와 함께 사형이 씻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가 씻는 소리라니, 끔찍하다. 내 청각이 더럽혀지는 기분이다.

나는 즉시 청각을 내력으로 차단했다.

기분 좋은 고요함이 나를 덮쳤다.

그래.

이제 좀 살맛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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