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11화 (11/171)

11화 무아지경(無我之境)

공동파 대연무장.

오전의 햇빛이 비치는 이곳에서 나는 사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가 내 손목을 짚어서 진맥을 했다.

요즘 들어 남자랑 너무 많이 스킨십을 하는 것 같아서 끔찍했지만, 내공 입문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나는 사부의 진맥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휘아의 말대로 철수, 네 근골의 기초는 이미 충분히 완성된 상태로군. 지금부터는 외공 수련을 줄이고 내공을 가르쳐도 되겠어.”

전영이 무심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등 뒤로 빌어먹을 정도로 잘생긴 사형이 입 모양으로 ‘사제, 잘됐네. 힘내.’라고 말하면서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사형의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였다.

어제 쓸데없이 끈적하고 남색 같은 스킨십을 끝낸 뒤부터 사형의 정신이 이상해졌다.

아까 주방에서 아침밥을 할 때도 쓸데없이 나를 서툰 솜씨로 도와주려고 야단법석을 벌였을 정도.

대체 왜 저래.

설마 진짜······. 아니겠지?

아닐 거다. 원래 저 또래에는 다들 그러고 노는 법이니까.

그래, 괜한 생각 하지 말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움찔하고 케겔 운동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회귀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면 시간을 빼고는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했던 케겔 운동은 이제는 완전히 몸 버릇이 되어 의식하지 않고도 계속해서 신체가 알아서 치골미골근을 움찔하는 무아지경(無我之境)에 이르러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하지만 저는 외공 수행을 줄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마보를 푼 뒤에 사부를 향해 공손히 포권하면서 말했다.

내공에 입문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외공 수련을 그만둘 수는 없다.

물론 사부의 말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외공은 무공의 기초고 중요하지만, 외공만으로 고수가 될 수는 없다.

강호 무림에서 외공은 어디까지나 보조며 내공이 주력이었다.

그러니 내공 입문 이후에는 외공 수련의 비중을 최소화하고 내공 수련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당연한 커리큘럼이었다.

외공은 피지컬을 유지할 정도로만 수련하고, 나머지는 내공과 검술, 보법 등의 무공 수련에 힘을 쏟는다.

이것이야말로 강호 무림의 모든 문파가 채택하고 있는, 삼류부터 절정을 거쳐 화경의 절대고수까지 모두 인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무공 수련법이었다.

일명 ‘무공의 정석’이라고 봐도 좋으리라.

‘하지만 그래서는 안 돼.’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외공 수련이야말로 여심을 사로잡을 궁극의 육체미를 완성할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남들처럼 외공 수련을 최소화하라니.

인정할 수 없다.

꿈틀.

내 말에 사부의 눈썹이 휘어졌다.

“외공 수련을 줄이고 싶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그가 살짝 엄한 말투로 말했다.

사부의 말에 반기를 드는 건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외공 수련이 중요했다.

강호의 영웅이 되면 뭘 하는가?

내 옆에는 궁극의 미남, 차은우와 강동원, 원빈과 장동건을 합친 것보다 더 잘생긴 얼굴을 자랑하는 사형이 있다.

그런 사형과의 여심 쟁탈전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궁극의 육체를 완성해야 했다.

얼굴이 완벽한 사형의 유일한 단점은 상대적으로 부실한 피지컬이니까.

나는 그 틈을 파고들어야 했다.

그래서 필요했다.

그냥 육체미가 아닌, 여인들이 근육 라인을 한 번 보고 바로 반할 정도로 궁극의 경지에 오른 육체미가.

게다가 효율적인 하체 트레이닝인 마보 수련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

궁극의 색도를 위해서라도, 마보를 통한 하체와 허리 단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나는 입에 살짝 침을 바른 채로, 약간 위축되었지만 그래도 당당함을 잃지 않은 치기 어린 어린아이의 눈빛과 얼굴을 연기하면서 사부를 향해 말했다.

“저는 기재인 사형과 달리 둔재입니다. 그런 제가 사형을 보좌하고 사문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노력만으로는 안 됩니다.”

외공이 내공의 보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공 입문 이후 외공 수련이 마냥 뻘짓은 아니었다.

효율이 극악이라서 그렇지, 내공 입문 이후의 외공 수련도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같은 검법이라도 내공만 실어서 휘두르는 검법과 상대보다 조금 더 우월한 육체의 힘까지 더해서 휘두르는 검법은 미세하더라도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치열한 생사결에서 미세한 차이는 때때로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찬스가 되기도 했다.

물론 효율이 극도로 저조하기 때문에, 외공 수련으로 미세한 차이를 만들 시간에 다른 수련을 해서 경지를 높여 상대를 압도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라 알아도 안 하는 것뿐이다.

무림인도 사람이다.

당연히 24시간 수련만 반복할 수는 없다.

내공 수련에 외공 수련까지 더한다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다.

물론 그건 일반적인 무림인의 경우고.

나에게는 해당 사항 없다.

외공도 내공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삼처사첩(三妻四妾)과 운우지락(雲雨之樂)을 즐길 수 있다.

오늘의 땀방울 하나가 모이고 모여 미래의 주지육림(酒池肉林)이 될 것이다.

나는 원대한 야망으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들어서 사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타고난 자질의 간극을 메울 정도의 압도적인 노력이 제게는 필요합니다. 남들처럼 해서는 사형의 곁에 설 수도, 몰락한 본 파를 재건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외공 수련을 줄일 수 없습니다.”

나는 사부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 정도 하면 이제 사부에게 나는 ‘사문을 사랑하며 뒤떨어지는 재능을 오기로 메울 정도로 노력하는 독종 제자’로 충분히 인식되었을 것이다.

“흐음······.”

내 말을 들은 전영이 턱 밑에 자라난 수염을 쓰다듬었다.

*

전영의 시선이 이철수에게 향했다.

‘유난히 어른스러운 아이라서 설마 했더니, 이미 알고 있었던가.’

이철수의 자질은 범재다.

두 달 동안 그의 노력은 범인의 수준을 뛰어넘었지만, 그런데도 전영은 그의 최종 성취를 일반적으로는 일류, 천운(天運)이 따라야 절정의 수준이라고만 판단했다.

‘강호 무림은 재능이 없는 자에게 무정(無情)하지.’

범재와 둔재가 노력과 일반적인 무공으로 도달이 가능한 경지는 일류까지.

절정 이상부터는 수재의 영역, 재능 있는 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범재와 둔재는 기연, 영약 같은 천운과 상승절학이 없는 한 절대 절정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었다.

수재조차 초절정부터는 문파의 도움이 없다면 천운과 기연이 따르지 않는 이상 도달이 불가능했다.

명문대파가 명문대파인 이유도 초절정 이상의 경지를 보장하는 상승절학과 기연을 대체할 영단 제조법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수한 경험을 보유한 문파의 구성원들이 베푸는 가르침과 체계적인 수련법, 무공 수련에 맞는 요리법과 벽곡단 제조법부터 수행에 집중이 가능한 폐관 비동과 우수한 연무장, 비무장 시설까지.

이런 유무형의 자산들이 모여 만들어진 우수한 수련 환경만으로, 기연 같은 운적 요소의 개입 없이 문파에 입문한 기재를 자체적으로 초절정으로 키워낼 수 있기에 명문대파였다.

그래서 명문대파에 인재가 몰리는 거다.

명문대파는 안정적인 지원을 통해 수재는 초절정을, 범재는 일류까지의 경지를 보장해준다.

하지만 공동파는 이제 명문대파가 아닌 몰락한 문파.

상승절학과 영단 제조법은 이미 실전되었고, 폐관 비동, 연무장, 비무장 같은 수련 환경과 체계적인 수련법과 제자 교육법도 본산이 초토화되면서 전부 불타서 한 줌 재가 되어버렸다.

‘원래라면 내공 입문 이후 지나친 외공 수련은 비효율적이기에 지양해야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공동파가 처한 상황에서는 아니었다.

우수한 수련 환경도, 질 좋은 영단도, 절정 이상의 경지를 보장하는 상승절학도 없는 공동파에서 범재인 이철수가 사형 유진휘의 곁에 설 정도로 고수가 되려면 이철수의 말처럼 범인(凡人)의 경지를 뛰어넘은 압도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즉, 이철수의 치기 어린 말이야말로 모순적이게도 지금 상황에서는 정답이었다.

몰락한 문파인 공동파에서 그가 일류의 경지에 이르려면 평범한 노력이 아닌, 한계를 초월한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론적인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범인이 그 정도의 수련량을 소화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어쩌면 철수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두 달 동안 지켜본 결과, 철수는 범재(凡才)지만 범인(凡人)은 아니었다.

혹독한 외공 수련도 웃으면서 즐길 정도의 집념을 보유한 그라면.

어쩌면 한계를 넘어선 수련량을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원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

허락해주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공동파가 처한 특수한 상황과 그동안 보아온 이철수의 악착같은 의지와 집념이 전영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영의 눈동자가 이철수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눈은 마음을 비추는 창이라고 했던가?

이철수의 눈동자 너머에는 그 나이대의 소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뜨겁고 정열적인 열망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직 어린 제자건만, 벌써 사문의 재건과 무(武)를 생각할 줄이야.’

전영은 마음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철수의 나이는 어렸다.

어른스럽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사형과의 압도적인 재능 차이에 좌절하고, 사형의 천부적인 자질을 시기하여 열등감을 품고 해코지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내공에 입문했으니 힘든 외공 수련은 줄여도 된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 나이대의 소년이라면 좋아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철수는 보통이 아니었다.

철수는 오히려 사형을 보좌해서 사문을 재건하겠다고, 그러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해서 강해지겠다고 그에게 말했다.

‘어린 나이부터 벌써 스스로가 아닌 사형과 사문을 위하는 결정을 내리다니. 철수는 마음이 올곧고 강하구나. 이 의협심(義俠心)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란다면 장차 정파 무림에서 공동파의 이름을 널리 떨칠 일대협객(一代俠客)이 될 수도 있을 것이야.’

전영은 철수에 대한 판단을 수정했다.

그는 범재였지만 범인이 아니었으며, 협객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유서 깊은 정파의 장문인으로서 전영은 철수의 마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자가 사문의 재건을 위해서 무에 열중하겠다는데, 사부로서 이를 제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이철수의 눈동자 속 이글이글 타오르는 열의는 무(武)가 아닌 색(色)을 향하고 있었지만, 전영은 거기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의 열의와 협객의 자질을 확인한 순간, 전영은 마음을 결정했다.

“좋다.”

전영의 말에 이철수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전영은 이철수의 향상심을 느끼면서 속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럼 특별히 외공과 내공을 병행해서 수행하는 것을 허하겠다. 허나 못할 것 같으면 언제건 내게 말하고 그만둘 수 있도록. 알겠느냐?”

“네, 알겠습니다! 사부님!”

이철수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답했다.

‘허허, 녀석. 저 정도 향상심과 열의라니······. 기특하구나. 내가 다 부끄러워지는구만.’

그가 어렸을 때도 철수처럼 강한 의협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철수를 반드시 협객으로 키우리라.

전영이 그렇게 다짐하던 그때.

“사부님! 저도 사제와 함께 외공 수련을 하고 싶습니다.”

이철수의 뒤에 있던 유진휘가 손을 들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말했다.

“흠. 휘아야. 너는 왜 철수와 함께 외공 수련을 하려고 하느냐? 너는 그럴 필요가 없는데.”

“사부님. 저 또한 사제의 말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본 파의 재건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노력으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제 자질이 뛰어나다고 한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보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 이상의 뼈를 깎는 고련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유진휘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조리 있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범재가 아닌 천재에게도 노력이 필요했다.

아니 천재였기에 더더욱 초절정을 넘어 절대의 경지인 화경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악착같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유진휘가 해낼 수 있다면 외공 수행을 허락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외공 수련은 힘든 일입니다. 사제 혼자서 수행하게 내버려 둘수는 없습니다. 저는 사형으로서······. 사제를 이끌어주고 싶습니다.”

유진휘가 헤실헤실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철수는 또 빌어먹을 남자 사형과 땀내 나는 수련을 같이해야 하냐면서 속을 부글부글 끓였지만, 초인적인 인내력과 연기력으로 참아내면서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을 유지했다.

이철수가 속에서 천불이 나거나 말거나, 전영은 유진휘의 말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휘아는 남장하기는 했지만, 여인이고 철수는 사내라서 둘이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거늘, 휘아가 이리 제 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다니······. 사형제 간의 우애(友愛)가 이토록 빨리 깊어질 줄은 몰랐구나.’

장차 두 사람이 강호에 이름을 떨쳐 공동파의 명성을 드높이는 모습이 전영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제야 선사(先師)의 소망을 이룰 수 있겠구나.’

그의 눈앞에 돌아가신 사부인 천뢰검 임백선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50년 전의 마교 침공, 공동혈사(崆峒血史)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임백선.

사문의 규율을 어기고 몰래 야간에 외출했다가 들킨 뒤에 가벼운 징계를 받아 홀로 면벽동에 들어간 사이 마교가 침공해서 본산을 불태웠던 그 날의 기억을 전영의 사부인 임백선은 평생 잊지 못했다.

비록 우리는 마교에 맞서 협의를 지키기 위해 산화하지만 면벽동 안에 있던 너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사문의 명맥을 이어야 한다며 면벽동을 봉인했던, 면벽동 앞을 지키던 선배 고수의 말을 그는 평생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살아남았다.

마교의 침공이 끝나고도 숨어서 벽곡단과 동굴에 흐르는 물을 마셔가며 1주일을 더 버티고 나온 임백선을 맞이한 건 불타버린 본산과 죽은 선배 고수들의 참혹한 시신들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평생 그를 괴롭혔고, 공동혈사 이후 입문한 그의 제자인 전영 역시 그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사문을 재건하라.

그것이 임백선이 남긴 유지이자, 평생의 소망이었고 전영은 기꺼이 사부의 소망을 짊어졌다.

전영은 과거의 일을 떠올리면서 눈을 감았다 떴다.

천고의 기재이자 일대종사의 자질을 지닌 유진휘와 평범하지만, 의지와 집념만은 초인의 경지이며 의협심(義俠心)을 지닌 이철수.

두 사람의 깊어진 우애로 유진휘가 앞에 서고 이철수가 뒤에서 밀어준다면, 선사께서 그토록 바라셨던 사문의 재건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전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흐뭇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휘아야. 네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라.”

“감사합니다. 사부님!”

허락받아 좋아하는 유진휘와 그런 유진휘를 보면서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는 이철수.

그 둘을 보면서 사형제의 우애에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감탄한 전영이 두 제자를 보면서 말했다.

“그럼 둘 다 외공 수련은 추후에 하도록 하고. 휘아 너는 내가 철수에게 내공을 가르치는 동안 소양검법을 마저 수련하거라. 철수야. 이제 네게 내공을 가르치겠다.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아라.”

*

나는 전영이 시키는 대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지금부터 본 파의 기초 심법인 소양심법(少陽心法)을 네게 전수하겠다. 내가 불러주는 구결을 외우면서 마음속으로 읊어라.”

전영이 소양심법의 구결을 읊어줬다.

기초 심법답게 구결은 단순했기에 외우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둔재를 연기해야 했기에, 외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척을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난 뒤.

“다 외웠느냐?”

이쯤 되면 보통 사람들은 전부 구결을 외울 시간.

사실 기초 심법이라 구결이 그리 길거나 어렵지도 않고 단순했다.

“네.”

“좋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네 체내에 내공을 불어넣어 소양심법의 구결대로 진기를 도인(導引)하겠다. 그동안 구결을 계속 마음속으로 읊으면서 내공이 지나가는 경로를 잘 기억할 수 있도록 해라.”

전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가 등 뒤, 척추 부근에 자리한 명문혈(命門穴)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혈도를 타고 전영의 뜨거운 진기가 주입되었다.

그의 진기가 소양심법의 구결을 따라 체내를 질주했다.

규화보전의 차갑고 게이 같은 극음의 진기가 아닌, 따뜻한 양(陽)의 진기가 마침내 몸에 들어온 것이다.

등골이 짜릿했다.

온몸에 쾌감이 올라왔다.

더 이상 빌어먹을 규화보전을 운용하다가 극음(極陰)의 진기에 온몸을 차갑게 부들부들 안 떨어도 된다.

성취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체형도 여성적으로 변하고 목소리도 가늘어져서 내시를 내시답게 바꾸는 개 같은 부작용이 있는 쓰레기 병신 고자 전용 무공인 규화보전은 이제 영원히 안녕이다.

규화보전 꺼져, 이제 나도 남자다.

드디어 나도 정상적인 무공을 익힐 수 있다.

그 사실이 사부의 뜨거운 내력을 주입 당한 순간, 마침내 실감이 났다.

주륵.

내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것은 감동과 후회, 한(恨)과 환희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깃든 눈물이었다.

나는 오늘 마침내 비로소 내시가 아닌 진정한 남자 고수로 재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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