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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6화 (6/171)

6화 아침에 건강한 남자

공동파 입문 후 첫째 날이 밝았다.

나는 아침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새벽 5시쯤에 일어났다.

불끈.

고개를 들자 이불 가운데에 에베레스트 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렇다. 건강한 남자의 상징이라는 아침 발기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감격스럽다.

나는 찔끔찔끔 흐르기 시작한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이제 더 이상 아침에 허전한 아랫도리로 안 일어나도 된다.

지난 50년 간의 내시 생활이 눈앞에 빠르게 지나갔다. 빌어먹을 고자 생활이여 안녕.

굳게 선 양물은 그대로 내버려뒀다.

건강하게 꼿꼿이 선 불기둥을 굳이 애국가로 지금 당장 가라앉힐 필요는 없다.

양물을 자주, 오래 세울수록 지속력이 강화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꼿꼿이 선 양물의 묵직함을 느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옷을 입었다.

오늘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아침에 발기하는 건강한 남자가 된 내 진짜 인생이.

‘후후.’

입꼬리가 움찔거리는 걸 간신히 참으면서 나는 문을 열었다.

구성원이 고작 3명 밖에 없는 공동파였지만, 어쨌건 여기서 배분은 내가 제일 낮으니 청소, 빨래, 식사 준비 같은 허드렛일은 전부 막내인 내가 해야 했다.

이세계 중원 무림에는 현대 같은 선진병영도, 마음의 편지도 없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전각을 간단히 청소한 뒤에 아침 준비를 위해 미리 봐둔 부엌으로 향했다.

물론 양물은 아직도 묵직해진 상태였다.

부엌에는 불씨가 남아 있는 화덕과 장작들, 그리고 식재료를 담은 자루들이 가득 있었다.

자루를 열어보니 묵은쌀과 산에서 캐온 걸로 추정되는 산채나물이 보였다.

‘예상은 했지만 아주 찢어지게 가난하군.’

원래 명문대파라면 자고로 곳간에 산해진미가 넘쳐흐르는 법.

하지만 공동파는 다 망한 문파답게 먹을 거라고는 풀떼기밖에 없었다.

모름지기 피지컬을 키우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

고고한 무당의 도사들도 식사 때마다 고기를 먹으며 피지컬을 키우지 않던가?

오히려 채식만 하고도 근육을 키우는 소림사 땡중들이 더 특이한 것이다.

그런데 풀떼기만 먹고 무공 단련이라니.

내가 땡중이냐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화섭자로 아궁이에 불을 붙인 뒤 쌀자루와 나무 대야를 들고 근처 냇가로 가서 쌀을 씻었다.

밥을 짓기 위해서였다.

퍽, 퍽퍽.

나는 화려한 손놀림으로 쌀을 씻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침부터 내 짬에 이게 뭐 하는 꼴인 건지.’

새끼 환관 시절 대한민국 군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만 희한하고 미개한 전근대 중국의 각종 황궁 부조리와 내리갈굼을 전부 당해본 나였다.

당연히 허드렛일도 익숙했다.

원래 황궁의 허드렛일 자체가 환관의 몫이니까.

물론 궁녀들도 허드렛일을 맡기도 했지만, 어쨌건 힘쓰는 일에는 남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멀쩡한 남자라면 안 된다.

자고로 황궁의 모든 여인은 전부 황제의 소유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궁녀와 후궁들에게 엄한 짓을 못 하게 그곳이 잘린 남자를 환관으로 쓰는 거다.

거기가 잘려서 고자가 된다면 황제의 여인과 함부로 부정을 저지를 수 없으니까.

고자가 된다고 해서 성욕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환관들은 양물이 없으니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들끓는 욕망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 끔찍함이란!

스스로 위로조차 할 수 없다는 비참함이란!

멀쩡한 남자의 거기를 잘라서 일꾼으로 써먹는다니, 정말 전근대 중국다운 미개한 풍습이 아닐 수 없다.

고자여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던, 욕망을 홀로 위로할 권리조차 박탈당했던 전생의 내 비참한 삶을 생각하니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졌다.

나는 남몰래 바지춤 안에 손을 넣었다.

다행히 내 양물은 튼실하게 아직 선 채로 아랫도리에 잘 붙어 있었다.

주륵.

양물이 무사하다는 당연하지만, 아직 실감이 잘 안 나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내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제 위대한 현대 의학의 정수이자 비수술적 음경 확대법인 젤크 운동을 행한 덕분인지 내 양물이 조금은 커지고 굵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 내 크기도 평균 이상이었지만, 자고로 양물은 크면 클수록 좋은 법.

앞으로도 나는 젤크 운동을 계속 자기 전에 행하리라 다짐했다.

아무튼 나는 동창에도 몸을 담았던 내시였다.

동창은 기본적으로 황제 직속 첩보 기구.

말단 요원의 신분으로 현장 업무를 볼 때는 잠복도 하고 출장도 나가고 하는데, 출장을 나가서 매번 객잔에서 잘 수는 없으니 야숙을 해야 했고, 야숙을 하려면 당연히 요리도 할 줄 알아야 했다.

그래서 아침밥 만드는 것 정도야 오랜 야숙 경험을 가진 내게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쨌건 공동파에 입문한 이상, 나는 장문인인 전영과 빌어먹을 사형에게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장차 강호 무림의 영웅이 되어 무명(武名)을 날리고, 절세가인 일곱을 모아 삼처사첩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우선 장문인과 사형에게 차근차근 호감작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미래에 사형이 재건할 백도제일문파 공동파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받고, 공동파의 제자라는 간판을 내세워 강호의 미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이 따뜻한 아침밥 한 그릇인 거다.

남이 차려주는 밥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건 사형과 장문인도 마찬가지일 터.

그렇기에 나는 이 꼭두새벽에 야숙 경험을 살려 알뜰살뜰하게 쌀을 씻은 뒤에 양동이에 물까지 길고는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후우, 후우.”

물론 토납법과 케겔 운동도 잊지 않았다.

케겔 운동을 할 때마다 치골미골근이 자극되어 건강하게 선 양물이 더 꼿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과연 현대 의학의 신공절학. 케겔 운동을 개발한 산부인과의 일대종사(一代宗師) 아놀드 케겔 선생님에게 새삼스럽게 경외감이 든다.

부엌에서 냇가까지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

하지만 나는 아직 내공심법조차 배우지 않은 어린아이의 몸.

그런 작은 몸으로 무거운 물과 쌀을 양손에 들고 걸으려니 다리가 휘청거리고 땀이 흘렀다

하지만 삼처사첩을 위해서, 운우지락을 위해서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그렇게 내가 땀을 비 오듯 뻘뻘 흘리면서 어기적어기적 걸어 부엌에 도착했을 때.

“사, 사제?!”

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형 유진휘.

그가 낡고 해진 옷을 입고 부엌에 서서 나를 커진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재투성이에 어두운 부엌에다 입은 옷도 가난뱅이처럼 누덕누덕 기운 흔적이 역력했지만, 그런 환경이 사형의 빛나는 미모를 가릴 수는 없었다.

신이 직접 깎은 듯한 사형 유진휘의 얼굴은 이 극악의 환경 속에서도 처염상정(處染常淨)처럼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남자답지 않게 긴 속눈썹과 우수에 젖은 눈동자는 또 어떻고.

누가 봐도 낡고 추레한 옷이 오히려 저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얼굴 덕분에 빈티지스러운 멋이 흘러나온다면 믿겠는가?

내가 저런 옷을 입으면 개방 거지로 착각이나 안 당하면 다행일 거다.

아니, 이미 감숙성까지 오는 동안 거지 취급을 당한지 오래다.

‘장동건, 강동원, 차은우가 입으면 청자켓에 청바지도 패셔니스타라더니.’

아니, 현대의 배우들은 그래도 화장도 하고 로션, 샴푸, 스킨 같은 걸로 관리라도 하지.

제대로 관리도 안 했는데 저 정도라니.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건가.

보면 볼수록 꼬움이 마음속에 가득 차올랐다.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아직 양물이 안 가라앉은 상황이잖아?

나는 묵직한 아랫도리를 사형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황급히 등을 돌렸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 그것도 남색가가 의심되는 남자에게 내 양물을 보여준다?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자칫했다가 동류로 오해한다면······.

그 이상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다행히 사형은 아직 내 아랫도리를 보지 못한 상황인 모양.

나는 마음속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다행히 우뚝 섰던 내 양물은 애국가에 반응해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룩했던 내 바지춤이 거의 완전히 평평해진 그때.

“아침에 일어나서 사제를 아무리 찾아도 없었는데, 여기 있었구나. 걱정했었어.”

유진휘가 한 치의 사심도 없는, 순진하면서도 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다가와 손을 덥석 잡았다.

그의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체온이 내 손을 휘감았다.

어제 어깨동무에 이어 이번에는 손잡기라고?

순간 섬찟한 기분이 들었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엉덩이에 서늘한 감각이 감돌았다.

미치겠네.

양물이 잠잠해져서 다행이다. 안 그랬더라면······.

끔찍하다.

나는 그대로 그의 손아귀에서 내 손을 빼냈다.

“이제 정식으로 본 파에 입문했으니, 막내인 제가 응당 잡일을 담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가장 먼저 일어나 사부님과 사형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여기로 왔습니다. 사형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나는 그에게서 안전거리를 확보하면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예의바르고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진휘와 너무 가까워져서는 안 되지만, 너무 멀어져서도 안 된다.

현대식으로 표현하자면 비즈니스 파트너.

그래, 그 정도 관계가 딱 좋다.

그래야 나중에 검성의 사제라는 점을 내세워 여인들을 유혹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야, 내가 공동파의 천하제일검 검성의 사제인데! 내가 검성이랑! 사우나도 가고! 밥도 먹고! 목욕도 하고! 다했어!

이렇게 말이다.

너무 엉덩이가 위험해지지 않는 선에서, 나는 유진휘와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어려운 일이었겠지만, 나는 불알 두 쪽도 없는 아랫도리로 황궁에서 산전수전 공중전 전부 겪고 권력의 정점에 오른 사례태감 이철수.

구밀복검과 표리부동이야말로 내 전문 분야였다.

나는 능숙하게 속내와 엉덩이의 위험을 숨기면서 예의 바른 사제를 연기했다.

“아니, 아니야. 나야말로 미안해. 사제. 사제는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운 면이 있구나?”

유진휘가 대견하다는 듯 웃었다.

천 개의 꽃이 활짝 피는 듯한 웃음에 어두운 부엌이 순간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빌어먹게도 잘생겼다.

어떻게 된 게, 전생에서 경국지색의 미녀로 소문이 자자했던 사도련주보다 더 예쁜 미소였다.

예쁘다고?

‘내가 정말 미쳐버렸나 보군.’

남자를 보고 그런 미친 생각을 하다니.

나는 게이가 아니다.

나는 케겔 운동으로 정신줄을 다시 붙잡으면서 예의 바른 사제 연기를 이어나갔다.

“불민한 사제가 조실부모한 뒤에 천하를 주유하면서 어린 몸으로 온갖 평지풍파를 전부 겪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사형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나는 사연 있는 고아를 연기하면서 찔끔 흘린 눈물을 살짝 훔쳐 보였다.

여기서는 많이가 아닌 살짝 우는 게 포인트다.

너무 펑펑 울면 오히려 상대가 의심하거나 급발진한다고 내게 비호감을 적립할 수가 있었다.

구중궁궐에서 살아남기 위해 갈고닦은 연기력이다.

아무리 미래에 일대영웅으로 이름을 날리는 검성이라고 한들, 지금은 꼬마에 불과할 터.

황제마저 속여넘긴 내 연기를 간파할 수 있을 리 없다.

“아, 아니야. 오해하지 마! 조실부모라니! 내, 내 말은 그런 의도가 아니야.”

유진휘가 허둥지둥하면서 손을 내젓는다.

당황한 그가 머리를 긁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나는 그런 사제의 어른스러운 면이 조, 조······. 좋다는 의미에서 말한 거였어!”

왜 하필 거기서 얼굴을 붉히고 말을 더듬는 거지?

설마 아까 내 묵직한 아랫도리를 본 건가? 그건 아니다. 그의 시선이 아래쪽으로 향하는 건 못 느꼈으니.

사형이 여자라면 그린라이트라고 좋아했겠지만, 아쉽게도 그는 남자.

남자 놈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더듬어봤자 불쾌함만 더해질 뿐이다.

심지어 정력 증진을 위해 원래 자연스럽게 가라앉게 내버려뒀어야 할 양물도 사형의 급습 때문에 애국가를 불러 강제로 가라앉히지 않았는가?

내 정력 손실 어떡할 거냐고.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노련한 정치인답게 불쾌함과 분노를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오갈데없던 고아에 거지 출신인걸······. 사부님이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아무튼, 사제도 나랑 같은 처지니까 뭔가 동병상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사형. 사형이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불민한 사제는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군요.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사소한 일로 사과하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우리는 사형제지간이니까요.”

“으, 응!”

사형제지간이라는 말을 들은 유진휘의 눈동자가 살짝 커지더니, 곧이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사형제라는 말이 그렇게 좋은가?

하긴 원래 전생에서 검성에게 사매는 있었지만 남자 사제는 없었다.

그것도 단순한 사매가 아닌, 장차 백도제일화라고 불리는 절세미녀가 그의 사매였다.

백도제일화.

그녀도 내가 다른 문파가 아닌 다 망해가는 공동파에 굳이 입문한 이유 중 하나다.

아무튼 어린 나이에 사제라고는 하지만 또래 동성 친구가 생긴 거다.

그런 관점에서 보니 좋아할 만도 하다.

당장 나 같아도 어릴 때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노는 걸 좋아했으니까.

‘그래도 내 엉덩이는 안 돼.’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면서 가마솥에 씻은 쌀과 물을 넣으려고 하던 그때.

“저기, 사제.”

사형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지?

진짜 아까 본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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