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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만남 (6/85)


6. 만남
2022.02.19.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놈들은 총을 갖고 있었다.

무기를 먼저 무력화시켜야 한다.

제하는 주먹이 부서진 놈의 허리에 찬 총을 꺼내 바닥에 내리꽂아 부쉈다. 잡고 있던 주먹을 놓고 놈의 배를 찼다.

놈이 날아가 넘어져서 부서진 손을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제하는 움직였다. 팔꿈치로 옆에 있던 놈의 턱을 가격했다.

빠직-!

턱 부서지는 소리.

동시에 총을 뽑는 성진의 손목을 쳤다.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발로 밟아 총을 부수며, 몸을 숙여 어깨로 성진의 복부를 들이받았다.

콰앙-!

성진의 등이 벽에 부딪히며 굉음을 냈다.

뒤통수를 벽에 부딪친 성진이 쿨럭거리며 무너져내렸다.

턱 부서진 놈이 덜덜 떨며 총을 들어 올렸지만, 하루의 오랏줄이 스르륵 움직여 놈의 손목을 묶었다.

하루가 놈이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며 말했다.

“불길한 물건이로고.”

이런 와중에도 저 꾸며낸 듯한 말투를 바꾸지 않는 하루 때문에, 제하는 피식 웃었다.

웃겨서 웃었을 뿐인데, 성진의 눈에는 그게 다른 의미로 비쳤나 보다.

“사, 사, 살려줘.”

제하는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한 주제에 살려달라고 비는 성진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나, 나는 범이 아니니까……. 날 죽이면…… 날 죽이면 넌 범죄자가 되는 거야.”

“그런 호랑나비 팀도 범이 아닌 일반인을 많이 죽이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저번에는 날 범 잡는 미끼로 쓰려고도 했고.”

“그, 그거야 서로 상부상조해서…… 하하하. 내가 설마 진짜로 널 죽이려고 했겠어? 당연히 마지막에 구해주려고 했지. 실제로도 넌 지금 이렇게 살아 있잖아. 하하하하.”

제하는 손바닥으로 성진의 머리를 후려쳤다.

“말이 짧네?”

“미, 미안…… 아니, 죄송합니다. 사, 살려주세요. 앞으로는…… 앞으로는 다시는 그쪽이 사냥하는 걸 건드리지 않을게요.”

약속을 지키지 않으리라는 걸, 제하는 알았다. 아마 살려주면, 자기편을 데리고 복수하러 올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인간이야.’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범을 잡는 것도 꺼림칙한데, 인간을 죽일 수 있을 리 없다.

제하는 범 사냥꾼이지, 인간 사냥꾼이 아니었다.

그래도 겁을 주기 위해 하루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쩔까?”

“우리는 인간을 사냥하는 게 아니니, 적당히 하고 보내주거라.”

“그래, 그럼. 앞으로 눈에 띄지 마.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나도 인간 사냥을 해버릴 거니까.”

“가, 감사합니다. 절대, 절대로 안 마주칠게요.”

성진이 벌떡 일어났다. 현기증을 느낀 듯 비틀거리던 그는, 황급히 자기 동료들을 챙겨서 도망쳤다.

그들이 떠난 후, 제하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범의 머리를 집어 들었다. 이빨을 드러내고 죽은 범의 머리를 보는 게,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걸 들고 이살 타워의 범 사냥 담당처로 가면, 돈을 받을 수 있다. 그 돈은 앞으로 활동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가자, 하루야.”

몸통까지 가져갈 필요는 없었다.

하루와 함께 자리를 뜨려고 할 때였다.

“이야, 멋진걸.”

지붕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하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올려다봤다.

해를 등지고 있어서 검은 덩어리로만 보였는데, 체구가 상당히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보다 키가 커 보이는데. 누구지?’

그가 지붕에서 탁, 내려왔다. 거대한 체구에 비해 날렵했다.

그제야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갈색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 짙은 눈썹 아래로 보이는 눈은 깊고 신중했으며, 조각한 것처럼 날카로운 콧날을 지닌 잘생긴 남자였다. 목과 가슴 쪽에 새긴 현란한 문신과 화려한 코트가 인상적이었다.

나이는 제하와 비슷한 것 같았다.

“누구야?”

“이런 상황에서 이름을 밝히는 게 의미가 있나 싶지만…… 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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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왜일까?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뛰었다.

아니, 심장이 뛴다기보다는 몸의 피가 들끓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생전 처음 느끼는 기묘한 것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만 같았다.

‘왜 이래? 미쳤나?’

그때, 도건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음……?”

도건이 고개를 숙여 자기 가슴을 내려다보더니 다시 제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도건이 미간을 좁히고 제하를 빤히 응시했다.

“방금 심장이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제하가 눈을 부릅떴다. 도건도 자신과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는 게 놀라웠다.

“뭐지, 이건?”

“어쨌든.”

도건이 총을 들어 올리는 바람에, 제하는 화들짝 놀라 검 손잡이에 손을 댔다.

도건의 총은 제하가 들고 있는 범의 머리를 향해 있었다.

“그건 내 거야.”

“내가 잡았어.”

“내가 발견하고 내가 상처 입혔어. 그 덕에 네가 잡을 수 있었던 거지. 확인해봐.”

도건은 호랑나비 팀 놈들처럼 막무가내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제하는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도건이 싫지 않았다. 마치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범의 몸통을 살펴보니, 정말로 총상이 두 군데 있었다. 아마도 허리 부근에 난 총상이 치명상이었던 것 같다.

도건이 말했다.

“봤지? 아니면 나도 아까 그놈들처럼 본보기를 보여줄 거야?”

“아니.”

제하는 도건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순순히 범의 머리를 넘겨주자, 도건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미련 없이 돌아서려는 도건에게, 제하가 말했다.

“나는 제하야. 얘는 하루고.”

“그래서?”

“팀이 필요해. 호랑나비처럼 강한 팀. 우리랑 같이 싸우자.”

“싫어.”

“왜? 너도 혼자 활동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하는 게 좋지 않아? 만약 돈을 나눠야 해서 그런 거라면…….”

“돈 때문이 아냐.”

도건의 눈동자가 차게 가라앉았다. 일순 그의 눈동자를 채우는 슬픔과 고통을, 제하는 눈치챘다.

넘치도록 채워져 제하에게까지 흘러든 슬픔은, 차오를 때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건은 다시 서늘해진 눈으로 제하를 응시하며 말했다.

“나는 이제 팀 같은 거 안 만들어.”

“이제……?”

“간다.”

도건이 다시 돌아섰다.

제하는 얼른 다가가 도건의 팔을 잡았다.

도건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애원해도…….”

“그럼 연락처라도 알려줘. 혹시 모르잖아. 너도 혼자 활동하다가 우리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고…….”

“흐음.”

도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제하와 하루를 살펴봤다.

순둥이처럼 생겼지만 덩치가 크고 의외로 날렵한 제하.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이상한 옷을 입은 비실비실한 하루.

큰 도움이 될까 싶긴 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팀은 만들고 싶지 않아도, 여차하는 순간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두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도건은 제하와 하루가 싫지 않았다. 말 몇 마디 주고받았을 뿐인데도,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도건은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번호.”

+++

“1억.”

제하는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이것 봐, 하루야. 1억이야.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1억 12만 1520원.”

통장 잔고가 떠 있는 휴대폰을, 제하는 마치 신성한 물건이라도 된다는 듯 두 손으로 받쳐 올렸다.

하루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리모컨으로 틱, 틱, 틱, 채널을 바꾸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래봐야 검 하나 사기 힘든 돈 아니냐.”

범 한 마리 목에 걸린 현상금은 5천만 원.

제하와 하루는 처음 범 사냥에 성공한 돈으로 신나서 거래소를 찾아갔다.

범 사냥꾼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범 사냥에 필요한 무기나 방어구를 파는 거래소가 생겼다.

장비를 조달할 수 있지만, 싸울 용기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은 거래소에서 장비를 팔았다. 손재주 좋은 사람들이 개조한 무기 중에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것들도 있어서, 비싼 값에 거래되었다.

보육원 출신으로 근근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던 제하에게 5천만 원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큰돈이었다.

당연히 쓸 만한 무기 하나에, 방어구 하나 정도는 사고도 남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거래소에서 파는 무기는 기본 2억부터 시작했다.

좀 쓸 만하다 싶으면 4, 5억이 훌쩍 넘었고, 정말 좋은 무기는 경매가 붙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결국 제하는 범 사냥을 시작한 초보들이나 사용할 법한 환도 하나를 간신히 구해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무기 자체에 기묘한 힘이 담겨서 사냥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제하는 그게 하루의 오랏줄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범이라는 기이한 존재가 나타나면서, 기이한 힘을 가진 무기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이러다가 기이한 힘을 가진 인간도 생겨나는 게 아닐까?

“그래도 1억이라니…… 내 인생에 1억을 실제로 보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 와, 0이 몇 개야? 믿어져?”

“에잉. 그 정도 돈에 눈이 돌아가서야 큰일이나 하겠느냐. 부서지지 않을 검이 필요하다. 지금 네 검은 한 번 더 범을 만나면 부러질 게다.”

“하아, 그거야 그렇지.”

제하는 벽에 세워둔 자신의 검을 확인했다.

지금껏 고작 3마리의 범을 상대했을 뿐인데도, 검날은 다 상하고 미세한 금까지 생겼다.

제하가 힘만 살짝 줘서 움켜쥐어도 부러질 것 같은 상태였다.

하루의 오랏줄과 제하 자신의 힘이 아니었다면, 저번 싸움 때 검은 부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어? 1억으로도 이 정도 수준의 검밖에…….”

“저거다!”

하루가 제하의 말을 끊었다.

내내 심드렁하던 하루가 두 눈을 부릅뜨고 TV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하도 고개를 돌려 TV를 봤다.

TV에는 뉴스 앵커가 박물관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저걸 얻어야 해.”

“……저 뉴스 앵커를? 사람을 납치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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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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