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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저렇게 잘생긴 청년이었다고! (85/159)


85화. 저렇게 잘생긴 청년이었다고!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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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주님, 나리와 마님께서 찾으십니다.”

수길 어멈이 딱딱한 얼굴로 찾아왔을 때부터 뭔가 불길한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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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화나셨어?”

슬그머니 나서면서 묻자 수길 어멈은 망설이다가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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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는 게 좋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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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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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정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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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화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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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닙니다.”

소곤거리는 사이 내당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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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 저 왔어요.”

나는 씩씩한 척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반사적으로 도로 닫고 나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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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거라.”

아버지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길 어멈이 얼른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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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예요?”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면서, 탁자에 놓여 있는 긴 두루마리 종이를 눈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 종이가 무엇인지 보자마자 알아차렸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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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혼수품과 예물 목록이다.”

어머니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슬그머니 의자에 앉으면서 종이 끝을 잡아당겨 내 쪽으로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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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한테 뭐 많이 주시네요.”

부모님이 내 혼수품으로 보내리라 써주신 품목은 상당히 많았다. 내가 소가주 자리를 뺏기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최대한 많이 들려 보낼 생각이신 듯했다.

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황후가 13황자의 예물로 내게 보내겠다는 것들은…… 아주 짧고 간소하고 소박했다.

사대부가의 청년들이 약혼녀에게 주려는 것들보다 훨씬 형편없었다.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랄까. 옷 몇 벌에 머리 장신구 몇 벌, 가락지 몇 벌…….

하긴. 황후는 자기 아들이 아니니 부러 많이 챙겨주고 싶지 않을 거고. 13황자에게는 따로 예물을 더해줄 후궁 친모가 없으니까.

이미 품목을 다 읽었지만 좀 더 길게 읽는 시늉을 해야 할 듯해서 나는 계속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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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봤지?”

하지만 어머니는 눈치채고서 대번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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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개를 들면서 종이를 다시 탁자 중앙에 밀자마자 아버지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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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주 자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마당에 시집가는 상대는 이름뿐인 황자라니. 뒷배 없는 황자란 건 알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수준이 아니냐!”

아버지는 속상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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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나는 어색하게 가짜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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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나오니?”

어머니는 그 소리에 더 화가 나는지 차갑게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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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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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한 딸이 돈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권력도 없는 황자한테 시집가느라 예물도 못 받고 가게 생겼구나.”

아버지가 탄식했다.

무어라고 할 말이 없어서 나는 그냥 두 손을 맞잡은 채 웃고만 있었다. 그래도 잘생겼잖아요, 라고 말하면 부모님은 더욱 화내시겠지.

그래도 13황자가 미래에는 황제가 될 거라고 말하면 부모님은 더 싫어할까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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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 전하를 연모하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연모하지도 않는 사람들과 혼인하는데요. 이것도 행운이에요.”

일단 최대한 좋은 소리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혼수품과 예물이 정해지고 혼담이 확정되면, 사위가 될 사람에게 장인어른이 편지를 써서 준다.

인생 당부를 적기도 하고 딸아이를 잘 부탁하기도 하고 딸이랑 같이 보라고 적기도 하고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혼인에 불만이 없는 이상 보통은 준다. 불만이 없어도 귀찮으면 안 주기도 하지만.

하지만 다음날. 아버지는 내게 그 서신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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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 된 몸으로 황자 전하께 사적인 서신을 보내기가 꺼려지는구나. 아직 혼인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지만, 누가 봐도 빈말이었다. 13황자가 마음에 차지 않아서 그러시는 거지.

실제로 권세 높은 황자와 딸을 혼인시킬 때 몸을 사리느라 서신을 안 보내는 사람도 있긴 하다. 하지만 13황자는 권력이 쥐뿔도 없었다.

아버지가 서신을 보내지 않는다고 하면 아무도 몸을 사리느라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13황자 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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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기분 상할 텐데.’

문안을 마치고 내 방에 돌아와 입궐할 채비를 하는 내내 나는 그게 신경 쓰였다. 13황자도 황후에게서 혼담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텐데.

내가 빈손으로 찾아가면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제자는 회귀 전 나만 죽였지 내 가족을 건드리진 않았다. 그가 내 가족을 건드렸다면 나는 제자가 내게 가진 적의를 미리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제자는 내 가족에게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았고, 나는 이 탓에 제자의 적의를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회귀 후 홀로 도주할 계획을 세운 것도, 제자가 회귀 전에 내 가족들은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아버지가 제자를 이렇게 대놓고 괄시했다가 제자가 아버지한테 없던 한이 생기면?

회귀 전과 많은 게 달라졌다. 제자가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한테까지 해코지하려 들면 어쩌지?

가족들까지 다 데리고 도주할 수는 없으니, 가족들은 제자에게 따로 원한을 사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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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 어쩌지?’

고민 끝에 나는 준비를 좀 빨리 마친 다음 책상 앞에 앉아 붓을 꺼냈다. 그리고 평소 내 글씨체가 아닌 다른 글씨체로 장인이 사위에게 보내듯 간단한 서신을 써나갔다.

사위로 맞게 되어서 영광이다, 내 딸이랑 잘 지내라, 내 딸이 부족하지만 잘 챙겨달라, 대충 이런 내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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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색만 맞추면 되니까.’

그리고 입궐해 월무궁에 들어갔을 때. 수업을 마치고 나가기 전 나는 제자에게 그 서신을 건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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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부친께서 전하께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혼담이 마무리 지어져서 주는 서신이라 하셨어요.”

제자가 서신을 읽는 동안 나는 심장이 조마조마해서 그의 얼굴 근육과 미세한 변화를 샅샅이 살폈다.

혹시 내 필체라는 걸 눈치채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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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제자는 평온하게 굴었다. 그는 서신을 그 자리에서 한 눈에 다 읽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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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가주가 스승님 생각을 많이 하나 봅니다.”

그렇지. 나는 내 생각을 많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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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나는 제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목소리만 자신만만하게 해서 대답했다. 그러고서 꾸벅 인사를 올린 뒤 월무궁을 나올 때까지도 제자는 나를 잡지 않았다.

다행이야. 잘 속아 넘어갔나 봐.

* * *

스승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멀어지는 걸 보다가 화려는 코웃음을 쳤다.

화려는 스승의 필체는 물론 스승이 가짜로 만들어낸 필체 아홉 종류를 모두 다 알고 있었다.

* * *

나와 제자 사이의 혼담이 이걸로 완전히 확정되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사람들은 나와 제자의 혼담을 일종의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취급했을 뿐이었다. 13황자는 세력 없는 황자였고, 나는 소가주 자리를 잃을 게 반쯤 확실한 말단 이국사였다.

우리의 혼담은 정치적으로 여파를 줄 만한 부분이 전혀 없었다.

부모님은 내가 린화와는 사이 나쁘게 지내면서 13황자만 두둔하는 걸 싫어했고, 예비 사위인 13황자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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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황자 전하의 장점은 용모뿐이지.”

한번은 어머니가 술김에 대놓고 말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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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가 그 용모를 가장 숭배한다니 어쩌겠니.”

내가 속이고자 하는 제자는 내가 자길 연모한다고 믿지 않는데. 부모님은 내가 13황자에게 완전히 푹 빠져 있다고 확신했다.

나는 착실하게 월무궁에 드나들었고, 제자는 내 수업을 때로는 조금 잘 듣고 때로는 건성으로 들었다.

나는 제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마다 그에게 190쪽 군사부일체를 읽으라고 했다.

선안과 9황녀는 다시 서신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평화로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어느새 2월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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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린화를 만나 볼까 싶어요.”

수업 도중 잠깐 휴식할 때였다. 제자가 턱을 괴고서 나를 계속 쳐다보기에 나는 부담스러워서 아무 말이나 던졌다.

말을 할 때는 그냥 한 거였지만 막상 입 밖으로 내고 나니 그럴 때가 되었다고 실제로도 여겨졌다.

린화를 마지막으로 본 게 1월 2일이었고, 그 애가 용서를 구하는 걸 무시한 게 1월 9일이었다.

거의 두 달 동안 그 애를 못 본 거였고, 그에 가까운 기한 동안 그 애를 무시한 거였다. 부모님은 더이상 내게 린화를 찾아가라고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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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슨 짓을 할지 알고요.”

제자는 ‘요요화 구경하기’를 멈추지 않고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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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화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굳이 원수 사이로 고정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사실이다. 린화에게 아직 화가 나긴 한다. 린화는 회귀 후 내 인생 궤도를 완전히 직각으로 꺾어 버렸다. 나는 안정된 궤도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길을 달려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적은 적게 만드는 게 좋았다. 린화가 혹시라도 황제에게 총애를 받게 되었을 때 날 너무 미워해서 같이 죽자고 나오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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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알고 그러시는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제자가 내 말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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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냥 던진 말인지라 나는 제자의 의견을 구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제자가 바로 반대하자 의아해서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말았다.

제자는 여전히 턱을 괴고 있다가 팔을 내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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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멀어진 사이이니 그냥 계속 멀게 두시지요,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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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가문 사람이고 동생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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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은 저와 혼인하실 거지요. 우리가 부부가 되면 스승님 동생이 아니라 제가 스승님의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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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다고 린화가 제 동생이 아니게 되진 않는데요?”

내가 자기랑 혼인하면 다른 가족은 가족이 아니게 된다는 듯한 그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서 제자를 보았는데, 제자는 웃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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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세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좀 높이자 제자가 고개를 기울이며 아름다운 목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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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자는 스승님 동생이 스승님께 또 해코지를 할까 봐 염려가 됩니다.”

그 말을 듣는데 문득 이전에 떠올린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쟤 은근히 내가 다른 가족들이랑 멀어지길 바라는 것처럼 군단 말이지……?

전에도 부모님이 린화만 챙긴다면서 막 안 좋게 말하지 않았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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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화는 나와 완전히 연이라도 끊으려나 보다.”

린화는 힘없이 중얼거리고서 눈앞에 늘어진 긴 나뭇가지를 손으로 치웠다.

대화원은 겨울에도 아름다웠지만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삐져나와서 옷이나 머리카락이 걸리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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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마음을 푸실 거예요.”

사가 궁녀인 월미는 확신은 없지만 일단 좋은 소리로 주인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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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린화는 중얼거리고서 계속 걸어가다가 앞쪽에 관복을 입지 않은 청년이 두리번거리는 걸 발견했다. 청년은 좀 어리바리하게 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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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인가?’

그게 의아해서 뒤에서 보고 있자니, 청년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탄식하고서 갑자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주머니에 아슬하게 걸쳐 있던 패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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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거라.”

린화는 그자를 부르면서 패가 떨어진 곳으로 다가갔다.

앞서가던 청년이 소리를 듣고 돌아섰다.

린화는 패를 보느라 청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월미가 얼른 패를 주워서 린화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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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떨어뜨렸다.”

린화는 그렇게 말하다가, 청년이 떨어뜨린 패가 자신의 가문 패인 걸 알아차렸다.

이걸 왜 저자가? 눈썹을 찡그린 린화는 고개를 들었다가 청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국색이라 칭해야 할 13황자나 황제처럼 수려한 얼굴은 아니었으나, 청년은 아주 잘생긴 외양이었다. 이슬을 맞은 대나무처럼 꼿꼿하고 푸른 분위기를 풍겼고, 고아한 학자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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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사합니다, 낭자.”

청년이 감사 인사를 하면서 가까이 다가오자 월미가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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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폐하의 후궁이신 요 귀인이십니다.”

청년은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요 귀인?” 하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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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엄하십니다!”

월미가 재차 말하자 청년이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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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 이국사의 누이시군요!”

린화는 눈썹을 찌푸리고서 청년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누이’라고 칭하는 걸 보니 청년은 궁중에 도는 소문에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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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화의 친구인가. 우리 집안 패를 가지고 있는데.”

린화가 가문 패를 잡고 가볍게 흔들자 청년이 좀 쑥스러워하는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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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요 이국사와는 새로 사귄 친구입니다. 난균이라고 합니다. 무례하게 굴어 죄송합니다, 요 귀인.”

린화는 난균이란 이름을 듣자 눈을 커다랗게 떴다. 난균이라면, 요요화가 자신과 혼인시키겠다면서 떠들어대던 그 청년 이름 아닌가!

그 청년이 저렇게 멀끔하고 잘생긴 사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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