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도움의 손길을 주는 이는 (71/159)


71화. 도움의 손길을 주는 이는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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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당연히 주어야지.”

7황자는 호탕하게 웃고는 태감에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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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이국사가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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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전하.”

태감은 얼른 곁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고의로 휘황찬란한 금색 의복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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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죄하는 의미에서 특히 좋은 옷을 주겠네, 이국사. 만약 자네가 여인이 아니거든 이 옷을 가져가도 좋네.”

7황자는 내게 옷을 내밀며 말했다. 그는 내가 여인이라고 확신에 차 있었다.

나는 옷을 받아 들면서 일부러 미소 지으며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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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가 여인이라면 이런 데서 수치를 당하고 앞으로 어찌 혼인하겠습니까.”

7황자는 태연하게 미소 지으며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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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여인이라면 내가 두말하지 않고 첩으로 삼아주겠네.”

7황자의 태감이 옆에서 이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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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씨 가문의 장녀를 첩으로 삼으시다니요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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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정혼녀를 버릴 수는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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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순애보이십니다.”

두 놈의 뒤통수를 한 대씩 때리고 싶구나. 참으로 말이 잘 통하는 못돼먹은 군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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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옷 갈아입는 걸 돕겠습니다, 대인.”

9황녀의 궁녀가 내게로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나는 옷을 챙기면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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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소. 혼자 갈아입을 수 있네.”

궁녀는 난처한 얼굴로 9황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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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혼자 갈아입으라고 해.”

9황녀는 얼른 내 편을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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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하지만 7황자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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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여인이 아니란 것만 확인해준다면 내가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하지, 요 이국사.”

그는 날 물 먹이기 위해 심지어 절대 지키지도 않을 듯한 조건까지 걸었다. 그러고는 두 팔을 벌리고서 인자한 척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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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냥 갈아입어 버리거라 이국사.”

9황녀도 이쯤 되자 7황자가 절대로 날 놓아주지 않으리라 여겨지는지 호탕하게 외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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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서 갈아입어서 오라버니를 꾹 눌러버려. 그러면 내가 어마마마께 가서 오라버니 행실을 죄다 일러바쳐 주겠다.”

나는 옷을 안고 있기만 하고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갈아입고 끝낼 수 있다면 진작에 그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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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사……?”

그러자 9황녀가 나를 수그러든 목소리로 부르면서 고개를 기웃했다. 이쯤 되자 9황녀도 무언가 이상한 걸 눈치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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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언니. 수상하다니까.”

9황녀가 등장하면서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14황녀는 다시 기가 살아서 앞으로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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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오라버니 말을 믿어봐. 요 이국사 동생이 직접 한 얘기라잖아? 아니면 그냥 아닌 거지! 나라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당장 내가 사내인지 여인인지 확인해주었겠어.”

9황녀는 눈썹을 치켜올리고서 나를 쳐다보았다.

갈증이 심하게 올라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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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마마! 황후마마!”

황후의 궁녀 미양이 후다닥 방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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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황자 전하께서 요 이국사가 여인이란 소문이 진짜인가 확인하시겠다면서, 월무궁 가는 길에 이국사를 잡아다 선한궁으로 데려가셨답니다!”

미양이 호들갑스럽게 전한 말에 황후는 읽던 서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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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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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황녀 전하가 재밌겠다고 거기로 가시고, 9황녀 전하도 그쪽으로 뛰어가셨다고 합니다.”

미양은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리더니 마구 웃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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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려는 거길 왜 간 거냐!”

그러나 황후가 재밌어하기는커녕 호통을 치자 미양은 얼른 손을 내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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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하세요, 마마. 9황녀 전하께선 선안 공자와 정혼 하셨는데, 선안 공자는 요 이국사와 지기가 아닙니까. 게다가 요 이국사는 9황녀 전하를 구해주기도 했으니 도우러 가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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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서.”

황후는 혀를 차고서 다시 서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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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지 않으십니까?”

기양은 조심스럽게 황후에게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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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서 뭘 어쩌겠느냐.”

그러나 황후는 딱 잘라 말하고서 책장을 한 장 넘겼다.

하지만 황후는 속으로는 린화를 향해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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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것.’

자매가 힘을 합칠까 봐 사이를 갈라두려고 하긴 했다. 그러나 친자매인 린화가 이 정도로 나올 줄은 그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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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사이가 안 좋았나?’

어쨌든 황후는 이렇게 된 이상 여기에서 손을 뗄 생각이었다. 그냥 일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모른 척 지켜볼 것이다.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나중에 요요화가 여인이란 게 밝혀진다면, 요요화가 황실을 기만했단 핑계를 대고서 13황자와의 혼담을 깨버리는 일이었다.

* * *

황후가 소식을 듣는 것과 엇비슷한 시각. 화려는 텅 빈 맞은편의 책상을 눈썹을 찌푸리고 쳐다보았다. 이미 올 시간이 지난 듯한데 아직도 스승이 오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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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없느냐.”

기다리다 못한 화려가 밖을 향해 불렀으나 게으른 궁인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자주 그렇듯 오늘도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화려는 결국 직접 밖으로 나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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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전하.”

그런데 그가 문간으로 나서자 누군가 정문에서부터 달려왔다. 달려오는 사람은 월무궁 궁인이 아니라 6황자의 측근 태감인 운귀였다.

운귀는 평소에는 남들의 이목을 신경 쓰느라 직접 여기로 오는 일이 적었다. 오더라도 슬쩍 다녀가지 이렇게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

화려가 문 안으로 들어가자, 곧 운귀가 따라 들어오더니 화려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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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지금 7황자가 요 이국사를 데려갔다 합니다.”

화려는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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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을? 7황자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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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요 이국사가 여인이란 소문이 궁인들 사이에서 돈 모양입니다. 7황자가 그걸 확인하겠다고 이국사를 자기 처소로 데려가 버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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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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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황녀와 9황녀도 그쪽으로 갔다 하고요.”

운귀는 화려의 표정을 살피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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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도 가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운귀는 화려가 요요화에게 보이던 미묘한 관심을 떠올리고서 물었다. 화려는 꽤 스승을 신뢰하는 눈치였다.

게다가 요 이국사가 청양에게 농을 걸었을 때,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정도인데도 날카롭게 면박을 주었다.

화려는 그러나 의외로 바로 나가는 대신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앉기만 했다.

* * *

소식을 들은 린화는 역시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린화는 손을 떨면서 난롯가에 바짝 앉았다. 월미는 손난로를 린화에게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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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소주. 진정하세요.”

월우는 옆에서 초조하게 입술을 씹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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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도련님을 구하러 가지 않아도 될까요? 도련님은 바로 이 옆옆 건물에 계시잖아요!”

린화의 떨림이 더 커지자 월미는 월우에게 입 좀 다물라고 눈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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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지? 가, 가야 하나?”

린화가 떨면서 월미를 올려다보았다.

월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서 차갑게 식어가는 린화의 손만 문질러주었다. 이건 그녀가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서 구하러 가게 해야 할지 아니면 모른 척 제자리를 지킬지, 결국 선택은 윗전인 린화가 해야 했다.

린화는 일어나서 방 안을 서성거리다가 침상 안으로 들어가 이불에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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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개를 쳐줘. 몸이 좋지 않다고 해라.”

린화는 결국 가지 않기로 정했는지 괴로워하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월미는 얼른 가리개를 쳐준 다음 창가에도 발을 쳤다. 창문으로 들어오던 빛이 거의 사라지자 밝던 내부가 어둑해졌다.

월미는 린화의 침상 머리맡으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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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소주. 소주는 이미 폐하의 후궁이에요. 이 일로 도련님이 벌 받는다고 해도 소주까지 말려 들어갈 일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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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랑 어머니는 괜찮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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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소주 스스로를 지키셔야 해요. 요씨 가문이 벌을 받으면 소주의 힘이 되어주지 못할 거예요. 마음 단단히 추스르세요.”

 

* * *

더는 버티기 힘들다. 시간이 지날수록 9황녀의 나를 보는 눈길에 힘이 빠져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9황녀는 복잡한 시선으로 가끔씩 다른 방향을 쳐다보았다. 선안에 대한 신뢰에조차 금이 가는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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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얼른 옷 갈아입으라고오!”

14황녀는 발을 구르면서 외쳤다. 눈을 빛내며 찾아온 호기심 많은 숙녀는 어느새 지위만 높은 떼쟁이 아이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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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버틸 건가.”

7황자가 하품하는 시늉을 하고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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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입기 싫거든 자네 입으로 인정하게. 자네가 여인이라고 말이야.”

나는 옷을 움켜쥐고서 눈을 질끈 감았다. 제자 손에 죽지 않고 무탈하게 살아가려 했는데. 이번 생의 명은 더 짧으려나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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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 납시오!”

그 순간. 태감의 커다란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나는 옷을 움켜쥐고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곧 문이 덜컹 열리더니 안으로 들어오는 여럿의 발이 보였다. 그중 가장 앞의 발은 황제의 금색 신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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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황제의 명령을 받아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두려운 마음에 황제를 보았으나 황제는 내 쪽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턱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황제가 날 모른 척하려나 보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황제는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나와 요씨 가문을 모른 척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황제의 뒤에 있던 3황자만 이 와중에도 나를 보자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넸다.

인사성이 참 밝으시네요 전하. 나도 힘없이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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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마마. 아바마마도 요 이국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7황자는 나와 3황자의 눈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밝은 목소리로 황제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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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이국사가 황실과 사람들과 법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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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황자에게 듣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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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이국사는 여인이 틀림없습니다, 아바마마. 저렇게 옷이 흠뻑 젖었는데 옷조차 갈아입지 않으려 버티고-.”

7황자의 말이 마치기 전이었다. 황제가 용포를 벗더니 내 어깨에 둘러주었다.

나도 놀라고 7황자도 놀라고 심지어 황제의 옆에 있던 송 태감까지 놀랐다.

나는 용포를 일단 받긴 받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입만 벌리고 황제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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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걸릴라.”

황제는 나를 보면서 혀를 차더니 7황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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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이국사가 여인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는 더 할 필요 없다. 요 이국사에게 남장을 허락한 건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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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황자는 입을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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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마마?”

9황녀는 옆에서 멍한 목소리로 황제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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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세요?”

9황녀의 궁녀가 눈이 커다래지더니 다급히 9황녀를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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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황제는 9황녀의 말버릇을 아는지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는 나를 묘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나는 그제야 내가 황제의 용포를 두르고 있단 게 떠올라 얼른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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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 황송 황송. 용포 만세. 용포 만세. 황송합니다.”

얼떨떨해서 빠르게 말하자 황제가 혀를 차더니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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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약한 것이. 혀가 얼었구나. 일어나라.”

송 태감이 얼른 나를 부축해주었다. 그의 팔에 기대어 일어나서 보니, 7황자는 돌처럼 굳어 있었다.

그러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뒤늦게 다시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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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요 이국사의 남장을 아바마마께서 허락하셨다니요?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요 이국사를 편드시는 겁니까?”

나는 용포가 부적이나 되는 것처럼 그 안에 파묻힌 채 황제를 쳐다보았다.

황제는 내 쪽은 보지도 않고서 그대로 7황자의 머리를 내려쳤다.

딱 소리가 나며 7황자는 머리를 부여잡고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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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바마마!”

벼루며 문진을 던져대는 성질머리는 아들이라도 가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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