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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요 대인, 왜 말이 없나? (40/159)


41화. 요 대인, 왜 말이 없나?
2022.07.21.


뭐지.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옳다구나! 잘됐네!’ 싶은 건가. 이대로 내가 죽으면 자기가 귀찮게 손을 쓸 필요가 없어서 더 좋은 건가.

제자의 당혹스러운 반응에 나는 입을 벌리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제자는 필요 이상으로 서글픈 표정을 짓고서 내 양손을 꼭 잡아주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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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이 저와 혼인하지 못할 바에야 죽는 게 낫다면 죽으셔야지요. 하지만 스승님이 그렇게 돌아가시게 된다면-.”

견디기 어렵단 거지? 그러니 죽지 말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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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자는 스승님과 영혼 혼례식을 올리겠습니다.”

이 자식이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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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수절하면서 스승님을 그리워하며 지내겠습니다.”

썩을 놈!

그의 눈가에 눈웃음이 어렸다. 제자놈이 나를 완전히 가지고 논 것이다. 내가 분노해 쳐다보자 제자는 내 손을 툭 도로 내려놓고서 빙그레 웃으며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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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은 자신의 목숨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시지요. 스승님은 누굴 위해 절대로 자결할 분이 아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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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당황한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는가 싶던 제자는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등을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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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승님은 누굴 가르치실 여유가 없어 보이십니다. 돌아가서 쉬도록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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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핑 고였다. 저 새끼는 정말 나를 끔찍하게 싫어하는구나 싶어서.

물론 그렇겠지. 그의 말에 따르자면 나는 제자를 여러 번 독살했다니까. 한 번 독살당해도 이렇게 제자가 무섭고 꺼려지는데. 자기는 여러 번 독살당했다니 그런 마음도 더하겠지.

하지만 내 기억엔 제자에게 당한 일만 가득한지라, 제자가 저렇게 나오니 너무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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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십니까?”

그러다 힐긋 나를 본 제자가 의외라는 듯 묻는 순간. 나는 제자에게 펑펑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얼른 뒤돌아 달아났다.

뛰면서 돌아보니 다행히 제자는 쫓아오진 않았다. 내가 우는 게 의외이긴 해도 놀라서 쫓아올 정도로 관심이 가진 않나 보다.

나는 그 길로 곧장 대화원의 구석진 자리를 찾아가 커다란 나무 아래에 쪼그리고 앉았다.

대화원은 궁에서 가장 커다란 화원이지만, 너무 커다랗기 때문에 오히려 구석지고 발길이 안 닿는 곳도 많았다.

월무궁에서 대화원으로 가는 길목 역시 마찬가지여서 이곳은 거의 드나드는 사람이 없다. 굳이 여기를 고른 건 그 때문이었다.

거기서 얼마나 펑펑 울었을까. 위에서 나뭇잎 몇 개가 팔랑팔랑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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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서 고개를 들자, 나무 위에 3황자가 난감한 얼굴로 숨죽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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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하? 왜 또 여기 계세요?”

놀라서 묻자, 3황자는 난처한 목소리로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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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주 오는 곳이어서. 나무 크기가 커서 모습을 가리기도 좋고. 갑자기 나타나서 서럽게 울기에 아는 척할 수가 없었네.”

다급히 얼른 손수건을 꺼내서 눈가를 닦고 있자니, 3황자가 나무 아래에서 떨어지듯 내려왔다. 여전히 착지 실력이 엉성하시구나.

그가 휘청이는 걸 보니 펑펑 나오던 눈물이 쏙 들어간다. 넘어질까 봐 얼른 손을 뻗자 3황자가 내 손을 잡고 균형을 잡으면서 쑥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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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군. 올라가는 건 쉬운데 내려오는 게 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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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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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답을 들으면서도 걱정이 되어 살피고 있자니, 3황자가 조심스럽게 내 손에서 자기 손을 빼내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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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합니다!”

나는 다급히 그의 손을 놓고서 사과했다. 3황자는 내가 여인인 걸 알지. 그는 나를 여인이라 의식하고 있을 테니 조심해서 행동해야 했다. 다행히 3황자는 바로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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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네.”

조금도 날 여인으로 의식하지 않는 미소였다. 여인인 걸 알긴 하지만 별로 의식되진 않으신가 보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아쉽다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치자. 어차피 3황자 전하와 맺어질 일은 아예 없는 걸 뭐.

3황자는 내 쪽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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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나? 이국사는 볼 때마다 슬퍼하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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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조금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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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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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닙니다.”

말하고 나니 말이 안 맞네. 별일 아니라면 내가 펑펑 울고 있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3황자는 더 캐묻는 대신 내게 자기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내 손수건이 축축해진 걸 봤나 보다.

나는 얼른 두 손을 내밀어 그의 손수건을 소중하게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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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합니다.”

3황자의 손수건, 3황자의 손수건! 그러고서 손수건을 얼른 품 안에 챙겨 넣다가, 다 넣은 뒤에야 나는 스스로의 멍텅구리 같은 행동에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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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닦으라고 준 손수건을 왜 챙기는 거야! 3황자가 이상하게 볼 거잖아!’

다급히 쳐다보니 역시나. 3황자는 난처한 얼굴로 자기 볼을 문지르고 있었다.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나 보다. 이 멍청이 요요화!

그렇다고 도로 손수건을 꺼내는 것도 이상해서 나는 얼른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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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집에 가서 잘 빤 다음 돌려드리겠습니다. 3황자 전하의 손수건은 귀한 물품이라 여기서 막 사용하면 안 될 거 같아서요. 조심히 사용하고 잘 빤 다음 돌려드리려 합니다.”

내 입아 제발 닥쳐줘! 가까스로 입을 다물고서 두 손을 모아쥐고 있으려니 다행히 3황자가 가볍게 미소 짓는다. 날 멍청하고 한심한 이국사라 생각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는 우리 집에 손수건이 모자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제발 그렇게 생각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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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 우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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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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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말이야. 이제 울고 있지 않잖아.”

수치심이 슬픔보다 앞섰으니까요……. 속으로만 진실을 대답하면서 나는 괜히 그의 어깨 너머를 쳐다보았다.

3황자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얼굴을 마주하면 부끄러울 것 같았다. 3황자 앞에서 좀 의젓하게 굴고 싶은데. 이렇게 펑펑 우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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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런데 저기 보이는 저 빨간 건 뭐지? 착각인가? 힐긋 본 먼 길 너머로 얼핏 제자가 입고 있던 불그스름한 옷자락이 보인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려고 했을 땐 이미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붉은 단풍나무가 사방에 가득해서 내가 본 게 낙엽인지 제자의 옷이었는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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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사?”

그쪽을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3황자가 의아한 듯 나를 불렀다.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13황자가 저기 왔을 리가 없지. 내가 눈앞에서 평평 울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작자인걸.

* * *

집으로 돌아간 뒤. 나는 13황자에게 예고한 것처럼 사직서를 적었다.

그의 말이 맞다. 나는 13황자가 린화와 혼인한다고 해서 죽을 생각은 전혀 없다. 애초에 이러고 다니는 이유가 뭔데. 죽지 않고 내 명대로 살다 가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죽다니. 절대로 안 되지.

사직서를 내자. 사직서를 낸 다음, 일전에 유 가주에게 받은 은거지로 달아나자. 거기서 상황을 엿보다가 13황자가 이후로 나에 대해서 별 관심을 안 보인단 말이 들리면 그때 집으로 돌아가자.

관직에 나가지 못하면 가산으로라도 먹고살아야 할 테니까.

그리고 이틀 뒤. 나는 어제 적어 창가에 말려둔 사직서를 잘 챙긴 다음 고급스러운 봉투에 담아 품에 잘 챙겼다.

그러고서 입궐해 걸어갈 때였다. 평소라면 월무궁으로 가는 동안 아는 척할 사람이 거의 없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이상했다. 모든 사람이 다 이상한 건 아니고. 날 알아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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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의아하지만 일단 월무궁으로 갔는데. 웬걸. 늘 한적하던 월무궁 안이 오늘은 아주 시끌벅적했다.

수많은 황족이 자기 궁인들을 데리고 모여 있어서, 넓어 보였던 공터가 아주 북적북적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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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일이야?’

의아해서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모여 있던 황족 중 9황녀가 내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 잠시 따로 보자는 신호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괜찮겠지? 나는 9황녀가 눈으로 가리킨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서 기다리자 9황녀가 다른 길로 돌아왔다. 뒤에는 궁녀를 데리고 있었다. 안도하면서 인사를 올리자, 9황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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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사. 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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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입니까 황녀 전하? 우리 전하께 무슨 일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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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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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문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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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사가 실은 여인이어서 열셋째와 혼담이 오가고 있단 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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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당황해서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런 소문이 났다고? 이틀 전에 입궁했을 땐 그런 말이 없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지금 그런 소문이 났단 건데?

말문이 막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내게 9황녀가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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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오라버니는 열셋째에 시비를 걸고 싶어서 골이 나 있어. 지금 여기에 황자 황녀들이 모인 것도 일곱째 오라버니가 괜히 사달을 벌여서야. 열셋째엔 안됐지만, 이국사는 잠시 여기서 빠져 있는 게 낫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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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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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오라버니가 지금 얼마나 단단히 벼르고 있는지 몰라. 무슨 말을 하든 꼬투리를 잡을 텐데. 힘이 없다 해도 열셋째는 황자이니 어떻게든 빠져나오겠지만 잘못하면 이국사에게 불똥이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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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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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로 해서 빠져나가. 얼른.”

9황녀 전하…… 전에는 내 아이를 회임했다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기에 원망스러웠는데. 이럴 땐 믿음직스럽구나.

날 도우려는 걸 보니 대리로 들이민 선안이 정말로 마음에 드시나 보다.

하지만 9황녀의 배려만큼 7황자의 눈치도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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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여기 또 다른 주인공이 있군.”

뒤에서 큰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어 돌아보자, 7황자가 의기양양하게 큰 목소리를 내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마지못해 따라온 거로 보이는 몇몇 황족들이 있고, 호기심을 느끼고서 자발적으로 온 것 같은 황족들도 있었다.

3황자 역시 곤란한 얼굴로 뒤쪽에 있는 걸 보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나 싶어서 우선 온 모양이었다.

9황녀가 작게 혀를 찼다. 나는 9황녀가 곤란하지 않도록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 7황자에게 인사를 올리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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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전하를 뵙습니다. 그런데 무슨 소리십니까? 또 다른 주인공이라니요?”

7황자는 턱을 치켜올리더니 득의양양하게 다가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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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째 누이에게 말을 다 들은 거 같은데. 못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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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못하였습니다, 전하. 왜 그러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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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이국사가 실은 여인이고, 열셋째와 혼담이 오간단 소문이 돌아서 말이야. 진짜라면 너무 재미있는 일 아닌가. 정말인가 알고 싶어서 찾아왔지. 어떤가? 정말인가?”

머리가 하얘졌다. 젠장. 대체 누가 그런 소문을 낸 거지?

9황녀의 말이 옳다. 지금 상황은 내게 더 불리했다.

아니라고 말하면 나중에 여인인 걸 드러냈을 때 7황자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되고, 맞다고 말하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니까. 썩을!

지금 여인이라는 게 들통나면 큰일이었다. 황제의 허락을 받았으니 이 일로 내가 죄인이 되진 않겠지만, 결국 요씨 가문과 가산은 먼 방계 친척에게 빼앗기게 될 게 뻔했다.

게다가 죄인이 되지 않는 것도 황제가 내 남장이 자기의 허락하에 이루어진 일이라 인정해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황제의 지시대로 13황자와 혼인한다면 나는 그의 며느리가 되는 셈이니 황제도 인정해주겠지.

하지만 이렇게 불시에 요란스럽게 들통나 버리면, 최악의 경우 황제가 자기는 모르는 일이었다고 발뺌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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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어느 썩을 새끼가 범인이야?’

제자는…… 아닐 거다. 이 일로 곤혹스러워지는 건 제자 역시 마찬가지니까.

이 일에 대해 아는 게 누구누구지? 부모님? 부모님도 아닐 거야. 날 남장시킨 사람이 부모님이니 내가 무슨 죄로 몰리든 같이 몰릴 테니.

린화 역시 아닐 거다. 가주 자리와 가산 때문이 아니다. 부모님과 자기 자신 때문이다.

아직 시집가기 전이니, 이 일로 나와 부모님이 곤혹스러워지면 자기 역시 덩달아 휩쓸리게 되니까.

그러면 황제? 황후? 황제……는 아닐 거야. 황제는 린화와 13황자의 혼인을 밀어붙이는 중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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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황후인가? 린화와 13황자가 혼인하는 게 싫어서?’

심증이 황후를 가리킨다. 하지만 당장은 원망보다 지금 상황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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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대인. 왜 말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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