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화. 황자비가 되기엔 아까워 (35/159)


36화. 황자비가 되기엔 아까워
2022.07.04.



 
아니 이 영감님이 지금 뭐라는 거지? 은신처 위치를 13황자에게 비밀로 해 준다고? 전에는 되게 자연스럽게 내 은신처 위치를 제자에게 알려줘 놓고서?

유 가주가 왜 갑자기 선심 쓰듯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의심스럽다.

나는 유 가주를 빤히 쳐다보았다. 유 가주는 눈치 좋게도, 그런 내 생각을 바로 짐작해 냈는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실은 이국사께서 은신처 위치를 혼자만 알고 싶어 한단 건 이전에도 알았습니다. 얼굴에 다 쓰여 있었거든요.”

뭐야?


“하지만 열 집 살림 운운하던 모양새가 영 별로라서. 일부러 13황자 전하께도 은신처 위치를 같이 알려 드렸지요.”

나는 허탈하게 유 가주를 쳐다보다가 가까스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과 지금의 행동이 다르신 걸 보니, 그래도 이전보단 제가 어르신께 좋은 평가를 받은 모양입니다.”

“예. 이국사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다르게 했습니다.”

예전에 나쁘게 평가했단 건 별로지만 지금 좋게 평가했다고 하니 됐다.

지난 일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서 살면 머리만 아프다.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란 결론을 내리고서 대꾸했다.


“잘됐네요.”

유 가주는 씩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장으로 걸어갔다. 서랍 안을 뒤적거린 유 가주는 잠시 뒤, 내게 다가와 서랍에서 꺼낸 종이 두 장을 건넸다.


“이건 땅문서가 아닙니까?”

유 가주가 건넨 종이 두 장은 땅문서였다. 매매를 위한 문서가 아니라 몇 년간 빌리는 내용의 계약서.

내가 놀라 쳐다보자, 유 가주가 시원스레 설명했다.


“은신처 위치들입니다. 전에 말했다시피, 제가 괜찮다고 여길 만큼 안전한 은신처는 찾기가 쉽지 않답니다. 다른 은신처들도 구해지는 데로 드리도록 하지요.”

 

* * *

일이 해결된 뒤.

나는 집으로 곧장 돌아가는 대신, 선안을 찾아가서 유 가주가 내게 은신처를 구해준 일을 이야기했다. 선안에게도 돌아가는 상황을 이야기해 주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사실 난 벼루 맞은 것 외엔 적극적으로 한 일이 없네. 본격적인 일은 자네 외형인 유동백이 했지. 그런데 칭찬은 내가 받으니 참으로 쑥스럽구먼.”

선안은 자신이 혐의를 벗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일들에 대해 듣다가, 내 이야기가 끝나자 바로 날 추켜세워주었다.


“그런 소리 말게. 자네가 아니었으면 동백 형님은 아예 나서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한 일이 없다니.”

“안 나섰을 거라고? 자기는 네가 9황녀랑 혼인하는 게 더 좋다고 그러던데.”

아. 유동백이 한 말이 아니라 13황자가 한 말인가. 말한 사람이 조금 섞여버렸다. 하지만 선안은 모를 테니 가만히 있어야지.

다행히 선안은 이상한 걸 느끼지 못하고 바로 코웃음 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기야 하겠지. 그래도 날 돕진 않았을 거야. 내가 9황녀와 혼인해 후계자가 못 되는 것보단 신상에 문제가 생겨서 후계자가 못 되는 편이 더 기쁠 테니까.”

“자네 집안 정말 꼬였군.”

선안은 내가 좋아하는 자기 집 감자 과자를 한 보따리 챙겨주었다.


“자. 들고 가서 먹으면서 집에서 좀 푹 쉬게. 자네 얼굴이 좀 창백해.”

선안의 우려는 딱 적절했다.

일이 잘 풀려가는 걸 확인한 그 날 저녁부터 열이 오르더니 다시 속이 메슥거려지고 머리가 지끈거리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놀라서 의원을 불러왔고, 의원은 나더러 미쳤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듣자 어의 초감이 내게 한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탕약을 꾸준히 드시고 연고도 꾸준히 바르시고 잘 쉬면서 무리하지 않으시면 스무날 뒤쯤엔 쾌차하실 겁니다.

그런데 나는 집에 돌아온 후로 며칠간 탕약도 안 먹고 연고도 안 바르고 쉬지도 않고 무리를 했으니. 쓰러질 만도 했다.

의원이 돌아간 뒤. 어머니는 극단의 처방을 내렸다.


“아버지께 예궐할 때 네 몸 상태를 전하고 오라 하마. 너는 쾌차할 때까지 집에서 정양하도록 해라.”

“쉬엄쉬엄 활동하면 괜찮아요.”

“활동하기 시작하면 쉬엄쉬엄 굴지 않잖니.”

어머니가 너무 걱정하는 기색인 데다 나 역시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기에, 결국 나는 어머니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이후 나는 나흘 정도 내 방에 틀어박힌 채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고 침상에서 굴러다니다가 심심하면 서책을 보았다.

선안이 챙겨준 감자 과자는 무슨 수를 쓴 건지 린화가 그새 가져가 버려서 딱 하나밖에 먹지 못했지만, 회귀한 이후 가장 느긋한 시간이었다.


‘회귀했다면 응당 회귀 전 정보로 온갖 업적을 쌓아야 할 거 같은데 말이지. 이렇게 지내도 되나?’

하지만 이 시기는 오히려 회귀 전이 더 평화로워서…… 딱히 쓸만한 정보도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제자에게 들키면 안 되니 적극적으로 나서서 뭘 하기도 힘들지.

참. 기껏 회귀해 놓고서 다른 회귀자의 눈치나 살피고 있어야 한다니.


‘그래도 목숨이 중하지. 암. 죽으면 국사가 돼도 다 소용없다고!’

 

* * *

속 편하게 간만의 여유를 즐기는 요화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요화의 어머니 사흠은 초조해지고 있었다.


“부인. 왜 그럽니까?”

하루는 제대로 잠들지도 못하고 자꾸 이불 안에서 이리저리 자세만 바꾸어대자, 보다 못한 요씨 가주가 물어보았다.

사흠은 상체를 일으키고서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털어놓았다.


“우리 요화는 13황자 전하와 혼담이 오갔잖아요. 9황녀 전하 일로 잠시 멈추었지만, 그 일이 마무리되면 우리 쪽 혼담도 다시 진행되겠지요.”

“그렇지요.”

“설령 혼담이 아니어도 우리 요화는 전하의 스승입니다.”

“그렇지요?”

요 가주는 아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나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이 아파서 며칠을 집에만 있는데 괜찮은지 물어보지도 않으시잖아요. 약재 한 첩 보내주지 않고요. 우리가 약을 못 살 형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성이란 게 있는데……. 선안은 요화가 아프단 얘기를 듣자마자 귀한 약재를 몇 첩이나 보냈는지 모릅니다.”

사흠이 재차 한숨을 내쉬며 말한 뒤에야 요 가주는 아내의 무얼 염려하는지 알아차렸다.

사흠은 이불보를 움켜잡고서 내내 걱정만 할 뿐 입 밖으로 내지 못하던 말을 드디어 털어놓았다.


“여보. 요화가 일방적으로 13황자 전하를 짝사랑하고, 13황자 전하는 요화에게 전혀 관심이 없나 봐요. 이래도 괜찮을까요? 혼인한 후에 전하가 요화를 두고 첩을 들인다거나 하면…….”

사흠은 겁이 났다. 평생 사내로 살아온 요화가 13황자가 어디서 선녀같이 아리땁고 행동거지가 부드러운 첩을 데려오기라도 한다면 완전히 밀려나는 건 아닐까?

그런 일이 벌어지면 요화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아는 요화라면 필시 그랬다. 요화는…….


“참지 못하고 전하를 때릴지도 몰라요. 여보, 13황자가 첩을 데려온 걸 보고 요화가 분노를 못 참고 전하를 때렸다가 체포되어 끌려가면 어쩌지요?”

“거 너무 구체적으로 불안해하는 거 아니요?”

하지만 요 가주 역시 요화가 그러고도 남을 힘이 있단 걸 아는지라, 아내의 말을 듣자 덩달아 불안해졌다.

남장한 딸이 체구나 키, 힘이 또래 사내아이들보다 작아서 친구들 틈에서 기죽을까 봐, 요 가주는 예전에 특단의 조처를 했다.

적에게서 몸을 숨겨야 한다는 어느 무림인에게 저택에 숨겨줄 테니 딸의 스승이 되어 달라 청한 것이다.

정식으로 구배를 올리고 제자로 입문한 건 아니었으나, 그 무림인은 몇 년간 저택에 숨어 지내며 요화를 가르친 뒤에야 떠났다.

학문하는 사대부는 무림인을 우습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기에 굳이 그 일을 남들에게 알리진 않았으나, 요화는 제 앞가림을 할 정도로는 강했다.

요 가주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빙그레 웃으면서 아내의 어깨를 쓸었다.


“지금 전하가 요화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건 요화가 여인인 걸 몰라서겠지. 요화를 사내라 아는데 억지로 혼인하게 되었으니 그게 불만스러워 그럴 거요. 나중에 여인인 걸 알게 되면 아내로 존중해줄 테니 염려 말아요.”

 

* * *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닷새째 되는 날. 어머니의 측근인 수길 어멈이 밤과 콩을 넣고 만든 죽을 가져다주며 물었다.


“이제 슬슬 돌아다녀도 될 거 같다. 푹 쉬었더니 오히려 몸이 갑갑할 지경이야.”

수길 어멈은 그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전했고, 어머니는 의원을 데려와 내 말의 진위를 파악하게 했다.

초감이 스무날을 딱 집어준 탓에 좀 불안했으나, 의원은 날 진맥한 다음 고개를 끄덕이고서 허락했다.


“무리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누워만 계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덕택에 나는 드디어 방에서 나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입궐 시간이 지났기에, 제자를 가르치는 건 하루 더 쉬고 내일부터 하기로 했다. 반쪽짜리 자유를 찾은 것이다!

나는 의원이 주고 간 쓴 탕약을 먹고 설탕 부스러기를 입에 털어놓은 뒤, 그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처소 밖으로 나갔다.

신경 쓰면 안 된단 이유로 그간 나는 바깥 돌아가는 이야기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어머니의 측근인 수길 어멈은 물론 내가 자주 데리고 다니는 사내종 월강, 내 시비 월섬 역시도 내 눈치를 보면서도 바깥일을 전해주지 않았다.

아마 어머니나 아버지가 단단히 함구시킨 거겠지.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내가 몸져누운 사이 선안과 9황녀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나 궁금했다.


“요요화!”

하지만 린화의 호통을 듣는 순간. 나는 내 결정을 후회했다. 그냥 방에 있을걸.

힘없이 몸을 돌리자마자 소처럼 내게 돌진해오는 린화가 보였다.

린화는 순식간에 내 코앞까지 다가와서는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9황녀와 선안 오라버니가 혼담이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졌어. 위의 다른 형제자매들이 혼인하는 대로 바로 길일을 잡아서 혼례 하기로 했다고! 이제 어떡할 거야?!”

궁금했던 선안 소식을 여기서 듣는구나. 나는 한숨을 내쉬고서 린화에게 솔직하게 되물었다.


 


“뭘 어떡하란 거야. 그럼 혼인하겠지.”

“그걸 말이라고 해?”

“글로 적어주랴.”

“일부러 그런 거지? 내가 선안 오라버니와 혼인하는 게 싫어서 일부러 9황녀랑 혼인하게 한 거지?!”

“이 얘기 며칠 전에도 한 거 같은데. 너는 생각 안 나니, 동생아?”

“닥쳐!”

린화의 시비인 월미와 내 시비인 월섬이 서로를 쳐다보며 끙끙거렸다. 나는 폭주 상태에 들어선 린화를 말릴만한 말을 속으로 떠올렸으나 떠오르는 게 없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네가 닥치라며.”

“내 말 듣는 척하지 마!”

“아 어쩌란 거야.”

나는 린화를 짜증 나서 쳐다보았고 린화는 분노한 표정으로 빈정거렸다.


“넌 개 이기적이야 요요화. 내가 선안 오라버니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결국 일을 이렇게 만들다니. 넌 그냥 내가 잘되는 꼴이 보기 싫은 거야. 그렇지?”

“내가 전에 왜 선안을 9황녀 전하와 이어준 건지 이유를 조목조목 알려줬을 텐데.”

“하지만 이후에 선안과 9황녀 전하가 틀어지게 됐을 때도 굳이 이어 붙였잖아. 그건 네가 나서지 않아도 됐어. 인제 와서 새삼 9황녀 전하가 널 다시 찾을 일은 없으니 네가 내버려 뒀으면 선안 오라버니는 9황녀와 혼인하지 않아도 됐다고!”

“그 대가로 선안과 내가 황제 폐하께 단단히 찍혔겠지.”

“거봐. 이 이기주의자. 넌 널 위해서 또 선안 오라버니를 팔아치운 거잖아.”

“그럼 넌 선안이 폐하께 찍혀서 관직에도 못 나서고 평생 그러고 살길 바라는 거냐?”

“선안 오라버니 핑계 대지 마. 넌 널 위해 나섰을 뿐이잖아. 의리 없는 새끼가 왜 자꾸 선안 오라버니 핑계를 대?”

가까스로 회복한 머리가 다시 아파온다. 며칠 더 요양해야 할 거 같다. 아니면 저 망아지를 방에 가둬두거나.

나는 부글거리는 속을 누르느라 이마를 짚었다.

회귀 전, 나와 린화가 화해하는 건 선안이 사라지고 저 애가 다른 사내와 혼인한 뒤였다. 이후로 우리는 살뜰한 자매가 된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선안이 선씨 가문의 계략에 걸릴 뻔한 걸 막았으니, 어쩌면 그는 계속 이 근방에서 살지도 모른다.

그러면 린화와 내 사이도 회귀 전과는 달라지는 게 아닐까? 선안을 구하면서 우리가 화해하는 미래는 사라진 건가?

더 말을 섞다간 진짜로 린화를 한 대 쥐어박아 버릴 것 같아서, 나는 그냥 돌아서 버렸다.

하지만 린화는 미친 사냥개처럼 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어디 가는 거야. 야 개요화! 당장 사과해! 사과하라고! 선안 오라버니랑 내가 이어지는 게 싫어서 그런 거라고 인정하고 사과해!”

“이 미친 망아지가 진짜 돌았나? 선안이 너랑 혼인하기 싫다는데 나보고 뭘 사과하란 거야?”

오가는 말이 험해질 즈음, 소란을 전해 듣고 온 어머니가 비명을 질러버렸다.


“또 싸워 또 싸워! 이것들이 또 싸우고 있어!”

거기서 싸움은 멈추었지만 린화가 날 보는 증오에 찬 눈길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 차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처소로 돌아가서, 나는 귀를 막고 침상에 엎어졌다.

젠장. 차라리 조용하고 사람 없는 월무궁에서 지내는 게 더 낫겠어!


‘……아니야. 그건 아니야.’

 

* * *

다음날.

나는 린화와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신경 써서 재빨리 집 밖으로 나와 궁전으로 갔다.

하지만 월무궁으로 가기 전. 그새 내 입궐 소식을 듣고 온 황제의 송 태감이 먼저 다가와 말했다.


“요 대인. 폐하께서 요 대인을 부르십니다.”

내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 쳐다보자, 송 태감은 작게 미소 짓고서 슬쩍 알려주었다.


“오늘은 화나 있지 않으시니 염려 놓으시지요.”

“알려줘서 고맙소.”

그 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안도해서 황제의 집무실로 찾아갔다. 9황녀 건을 잘 처리했다고 황제가 칭찬이라도 해 주려는 걸까? 그런 거라면 좋겠다.

칭찬한 다음 나를 저어어어기 먼 지방으로 파견해주면 더 좋고.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기에, 이제는 살짝 익숙해진 황제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며 나는 전에 벼루를 맞은 위치를 가늠한 다음 그 뒤쪽으로 섰다.

황제가 벼루를 던지더라도 힘이 빠져서 날아올 자리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황제는 이번엔 정말로 화나 있지 않았다. 그는 기분 좋은 얼굴로 친구를 향한 내 우정과 의리, 신뢰, 빠른 행동 등에 대해 온갖 칭찬을 늘어놓았다.

황제는 13황자가 이 일에 나선 걸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나는 나서서 알려줄까 말까 잠시 고민했으나, 13황자가 자신의 존재감을 굽히고 지내는 데다 그를 만난 게 도박장이기에 침묵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러기를 반 각 정도. 슬슬 칭찬이 끝났으면 보내주길 바라는데, 황제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이번에 보니 요 이국사가 아주 진국이더군. 머리 좋은 것들은 많아. 하지만 충성스럽고 의리 있는 자들은 적지. 요요화. 너는 황자비가 되어 가문 일만 보기엔 너무 아깝다. 차라리 혼례 하지 말고 보직을 옮겨 짐의 측근이 되면 어떠하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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