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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제자가 무서우십니까? (30/159)


31화. 제자가 무서우십니까?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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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제자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제자가 앞장서서 황제를 욕하더라도, 절대로 같이 황제를 욕할 수 없는 처지였다.

내가 황제를 씹으면 그것만으로 이미 대죄니까. 제자에게 약점 잡히는 거지.

제자가 날 위해 화내주는 척하지만 속지 않는다. 쟤는 ‘나’를 위해 화를 내는 게 아니다. 그냥 ‘자신의’ 스승이 맞았다는 데 화내는 거다.

그렇게 불편한 침묵이 한동안 계속된 후. 나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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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합니다, 전하. 오늘은 제가 정신이 없고 머리도 너무 아파서요. 수업은 다음에 열심히 해도 되겠는지요?”

보충 수업은 안 돼. 그냥 다음 시간에 열심히 하는 거로 하자.

그러나 제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몸이 하늘로 붕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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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가 날 안고 그대로 들어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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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놀라서 끙끙 앓기를 그만두고 외쳤으나, 제자는 그대로 나를 안고 서재 옆에 붙은 작은 방문을 발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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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가 문을 발로 열다니!’

체면은 개한테 줘버린 제자는 곧장 나를 서재에 딸린 방으로 데려가 그곳의 긴 의자에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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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놀라서 벌떡 일어서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제자는 내 어깨를 눌러 다시 눕혀버렸고, 그 바람에 나는 일어서지도, 편하게 눕지도 못하고 어중간하게 얼어서 제자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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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님…….”

나도 모르게 평소와 다른 호칭으로 그를 부르자 제자는 잠시 흠칫했으나, 일어서도 좋단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계속 간절하게 그를 올려다보는 건 부담스러운지, 제자는 아예 자기 손으로 내 눈을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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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따뜻하고 커다란 손에 놀라서 굳어 있자니, 제자는 내 눈꺼풀을 눌러 강제로 눈을 감게 만들고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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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를 불러올 테니 쉬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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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전하께 폐를 끼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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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혼약한 사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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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사주단자도 교환하지 않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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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사주는 이미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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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어떻게? 회귀 전에 난 13황자에게 내 사주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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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벼루 맞고 죽을 사주는 아니니 눈 감고 계세요. 어의를 불러오겠습니다.”

그래. 벼루 맞고 죽을 사주는 아니지. 독 먹고 죽을 사주겠지.

그가 내 사주를 알고 있다는 데 의문을 느껴야 할지, 날 독살한 그가 사주 운운하는 데 분노와 공포를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상반된 감정은 제자가 서재로 걸어가는 걸 보고서 다른 의문에 옆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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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나는 놀라서 상체를 일으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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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감은 어쩌고 직접 가십니까……?”

내 질문에 제자는 잠시 시선을 피하는가 싶더니 평소 같은 말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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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양은 휴가를 갔더군요.”

‘갔습니다’가 아니라 ‘갔더군요’? 말도 안 하고 갔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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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가는 일곱째 형님께 맞은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아 일할 수 없답니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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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가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벼루에 맞은 머리보다 뒷골이 더욱 아파온다.

13황자가 아주 못돼먹은 성품이고, 지금은 몸을 숙이고 있을 뿐이란 건 안다. 알지만 자기 궁의 궁인들에게 개무시 당하는 모습을 코앞에서 보고 있자니 어이없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사이 13황자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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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정말 괜찮습니다!”

나는 그를 말리기 위해 따라나서려 했으나, 침상에서 일어나자마자 두개골이 울리는 통증이 일어나 결국 도로 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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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가는 건 무리구나.’

대신 그가 올 때까지 정자세라도 하고 있으려 했으나, 몇 호흡 쉬기도 전에 이번에는 어지러워서 옆으로 눕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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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할 거 같아…….”

 

* * *

잠시 기절했던 모양이다. 눈을 뜨니 앞에는 어의인 초감이 앉아 내 맥을 짚고 있었다. 13황자가 결국 어의를 불러왔나 보다.

나는 얼결에 ‘초감?’ 하고 부르려다가 가까스로 입을 다물었다.

어의 초감은 13황자가 미래에 총애하는 어의였다. 그러나 회귀 전 기준으로, 이 시기에는 13황자와 별 접점이 없었다. 신입 대신인 나는 당연히 초감에 대해 모르는 척해야 한다.

다행히 말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고서 나는 자연스럽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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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가?”

그러다가 뒤늦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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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보다 13황자는 어떻게 초감을 지금 데려온 거지? 초감이 그를 따르는 건 이 시기의 일이 아닌데?’

등골이 서늘해지다 못해 얼어붙겠다. 월무궁 궁인들이 그를 개무시한다고 동정할 때가 아니었다.

내가 대체 누굴 동정한 거야? 미쳤지.

회귀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13황자는 회귀 전 자기 측근들을 하나하나 다 회유하고 있었다.

유 가주, 6황자의 측근 태감인 운귀, 그리고 훗날 그의 사람이 되는 어의 초감까지. 회귀 전보다 더 빠른 속도였다.

월무궁 궁인들이 13황자를 무시하는 건 13황자가 그들을 통솔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13황자가 그들을 방치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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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무능하다는 걸 다른 황족들에게 보이려고 월무궁 궁인들은 방치하는 건가?’

오싹해 하고 있자니, 어의 초감은 내 손목에서 손을 떼면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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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이국사께 인사드립니다. 신은 어의 초감이라 합니다.”

아직도 두려운 기분이 가시지 않았으나, 나는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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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시오.”

그러고서 일부러 어리둥절한 척 초감의 뒤에 선 제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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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어의를 불러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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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13황자는 사람을 아주 놀라게 해 놓고서는, 자기는 태연자약하게 초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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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상태는 어떤가.”

나도 일단 놀란 마음을 누르고 초감의 대답을 같이 기다렸다.

나도 지금 내 부상 정도가 걱정되긴 했고, 초감은 사람을 쓰는 데 있어 까다로운 13황자가 아낄 만큼 그 실력이 아주 대단하니까.

초감은 읍을 하고 물러서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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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국사께서 벼루에 맞으실 때 반사적으로 머리를 좀 빼신 모양입니다. 벼루에 정통으로 맞은 것치고는 부상이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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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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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드린 탕약을 꾸준히 드시고, 연고도 꾸준히 바르시고 잘 쉬면서 무리하지 않으시면 스무날 뒤쯤엔 쾌차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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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날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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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완전히 쾌차했는지는 그때 다시 상처를 보아야 알 듯합니다.”

부상이 심하지 않은 것치곤 요양 기간이 긴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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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괜찮은 거 맞나?’

나는 떨떠름해서 상처 부위에 손을 올렸다. 이미 치료를 해두었는지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 그 까끌까끌한 부위를 이리저리 더듬고 눌러 보려는데, 상처 부위를 제대로 누르기도 전에 13황자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더니 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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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 마세요. 덧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13황자는 내 손을 그대로 잡고 있기까지 해서, 나는 물론 어의 초감까지 동공이 심하게 흔들리게 만들었다.

13황자는 초감의 그 표정을 보고서야 내 손을 놓아주었으나, 이미 초감은 많이 놀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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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신이 의랑을 시켜 약제와 연고를 이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전하.”

어찌나 놀랐던지, 초감은 그 길로 바로 처방을 마무리 짓고 나가버렸다.

하지만 초감이 갑자기 달아나듯 가 버리는 바람에, 남겨진 나는 졸지에 더욱 어색해지고 말았다.

나는 기절하기 전에는 없던 이불을 두 손으로 붙잡은 채 먼저 말을 걸지도 못하고 그 상태로 굳어 있었다.

그가 내 손을 잡은 일을 농담처럼 흘려 넘겨야 할지, 아니면 사람들 이목을 생각해달라 청해야 할지 머릿속이 그저 뒤죽박죽이었다.

그 상태로 얼마나 멈춰 있었을까. 문 쪽에서 "전하! 전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초감이 보낸 심부름꾼이 약재를 가지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제자가 그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가자, 나는 안도해서 이불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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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만 받아서 얼른 돌아가야지.’

하지만 급하게 일어나자 다시 눈앞이 어지럽더니 균형을 잃고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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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진짜로 내 상태 괜찮은 거 맞아?’

초감의 진단에 의구심이 들 정도로 어지러웠다. 사람이 벼루에 맞으면 상태가 이렇게 안 좋아지는구나. 나는 일어나기 위해 허우적거렸으나, 균형을 잡을 수도 없었다.

그 사이. 밖으로 나갔던 제자는 빨리도 돌아와서는 나를 빤히 내려다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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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십니까?"

헤엄치는 건 아니겠지! 더욱 얼굴에 열이 올라와서 나는 빨리 일어나려 애썼다. 그러나 벼루가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손으로 바닥을 짚고도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나는 바닥을 몇 번이나 헛짚으면서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제자는 내가 이렇게 가엾게 버둥거리는데도 날 일으켜주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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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나?’

처음에는 그의 구경꾼 같은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날 내려다보는 제자의 감정 없는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수치심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공포감이 찾아왔다.

왜 저렇게 쳐다보지? 내가 바닥에 엎어진 걸 보니 죽일 때 생각이 나기라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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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일어나야 해.'

이 구도는 피하는 게 좋다. 제자가 날 죽이던 순간을 떠올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나는 다급히 바닥을 손으로 더듬거리면서 일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긴장하면 할수록 손은 뻣뻣해지고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리는 지끈거렸고 울렁이는 속 탓에 계속 토가 나올 것 같았다.

그때였다. 나를 바라보기만 하던 제자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하지만 날 일으켜주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제자는 나와 거리를 둔 채 나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 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제자는 고개를 기울이더니 인자한 모습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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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제자가 무서우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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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에 가슴이 섬뜩해졌다. 나는 놀라서 제자를 쳐다보았다. 제자는 아예 턱을 괴고서 입가에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다시 눈이 마주치자, 제자는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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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는 스승님께 불온한 적이 없는데. 왜 이리 무서워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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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굴러가라 혀야. 굴러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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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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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말씀드린 적 있지요,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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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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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은 표정 관리를 잘 못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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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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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요? 벼루를 던진 건 부황이고, 뺨을 때린 건 7황자이고, 스승님을 오라 가라 하는 건 다른 형님들인데. 왜 스승님이 절 무서워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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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안, 안 무서워합니다. 제가 전하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노력이 결실을 보았는지 드디어 혀가 매끄럽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제자는 표정에 별 변화가 없었다.

그러기를 한참. 인자해 보이던 그의 눈매가 가늘게 휘어지더니, 제자가 또 내 턱을 잡아 들었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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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혹시…….”

하지만 그가 뒷말을 하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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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내내 울렁이던 속이 결국 사달을 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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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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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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