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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억울한 스승님 (22/159)


23화. 억울한 스승님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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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황자는 무언가 오해한 게 틀림없었다. 그것도 아주 엉터리 오해를 한 게 분명하다. 여기서 왜 내 정숙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단 말인가!

선안이 내게 준 ‘잘생긴 사내 명단’이 혹시 내가 관심을 두는 사내 명단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당황해서 얼른 손을 바쁘게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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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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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이라 하셨지요. 서신도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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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남에게 보일 내용이 아니라…….”

남에게 보일 내용이 절대 아니지. 9황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사람을 찾다 보니 작성한 명단일 뿐.

평소라면 나나 선안도 저런 터무니없는 명단을 작성하고 놀지 않는다. 그러나 13황자는 이미 오해할 데로 오해한 눈빛이었다. 그가 내게 보내는 눈빛은 경멸에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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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렇게 가볍고 가볍고 가벼우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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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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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 좀 반반하다면 스승님은 여인이나 사내나 아무도 상관없으십니까? 참 마음도 넓으시지.”

13황자의 비꼬는 말에 너무 억울해졌다. XX, 진짜 내가 보려고 만든 명단이면 이 정도로 억울하진 않지. 이건 내 생존을 위한 명단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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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오해십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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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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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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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나의 스승님.”

제자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내 앞으로 오더니 내 턱을 들어 올려 자신을 보게 했다.

내가 눈을 내리깔려고 하자, 13황자는 허락하지 않는 듯 턱을 가볍게 흔들었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자, 13황자의 경멸하는 표정이 너무나 잘 보였다.

그 시선이, ‘짜증 나는데 그냥 지금 죽여버릴까’처럼 보여서 더욱 공포가 치밀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를 보기만 했다. 아니라고 거듭 말하고 싶지만, 13황자는 지금은 내 목소리도 듣기 싫어하는 얼굴이었다.

그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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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13황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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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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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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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자가, 지금 많이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게 49번하고 무슨 상관인데……?

제자는 차갑게 미소 짓고서 내 턱을 놓아주며 달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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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게. 정숙하게. 무겁게 구셔야 합니다. 이 제자가 상처받지 않도록요. 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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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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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이 셋째 형님을 진심으로 사모하긴 했을까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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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이 새끼는 내가 3황자를 연모한 걸 알고 있구나! 전에는 그냥 ‘사내’라고만 통칭하더니 지금은 대놓고 3황자라고 까버리네.

혹시 내가 여인이란 것도 아는 거 아니야? ……아니. 그건 아니겠지. 날 대하는 태도가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잖아.

그가 3황자의 이름을 꺼내자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가까스로 마음을 접긴 했지만, 3황자는 회귀 전의 내가 가장 맑고 순수한 마음을 모아 사모했던 상대였다.

어차피 맺어지지도 않았지만, 제자가 내 마음을 가지고 조롱하자 너무 화가 났다.

더욱 화나는 건 여기에 내가 항의할 수 없단 거였다. 내가 뭐라 하겠는가. 3황자는 진심으로 사모한다고 하겠는가, 아니면 사모했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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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형님도 외모가 출중하고 청초하시지요. 스승님의 안목이 참으로 탁월하시군요.”

하지만 제자의 연이은 빈정거림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같이 비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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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그러니 제자인 전하와 혼인까지 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제자의 표정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얼른 납작 엎드려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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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시옵소서!”

한참을 그러고 있었으나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없었다.

나는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머리가 어지러울 즈음 슬며시 머리를 들어 보았다.

제자는 기가 막히단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치자 턱에 힘을 주고 나를 일으켜 세우면서 꽉 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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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제자가 스승님을 협박이라도 한 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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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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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하지 말고. 송구할 짓을 하지 마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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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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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하세요. 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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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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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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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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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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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자는 내가 정숙이를 세 번 외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서 가보라 손짓했다.

가도 되는 거 맞나? 그럼 명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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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자는 내 명단을 쭉쭉 찢어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가까스로 꾸벅 인사를 하고 비틀비틀 월무궁 밖으로 나갔다.

문득 전전생에 내가 13황자를 독살한 건 그가 X새끼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13황자를 독살할 일이 없지 않나?

* * *

명단이 없으니, 당연히 선안이 알려준 출중한 외모를 갖춘 좋은 가문 공자들을 만나러 가보지 못했다.

몇몇은 이름이 기억나긴 했으나 그들을 만나러 갈 의욕도 사라진 상태였다.

명단을 보았으니 어차피 지금은 13황자가 나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명단에 나온 인물을 만나러 간다면, 13황자는 그때는 진짜 분노해서, 황위를 차지하기 전에 미리 나를 죽여버리려 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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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이 내 부탁을 들어주길 바랄 수밖에.’

마침 이틀간은 수업이 없는 날이어서, 나는 방 안에 틀어박힌 채 제발 선안이 내 부탁을 들어주기만을 바라며 지냈다.

그리고 드디어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입궐하면 13황자를 대체 어떻게 보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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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선안 공자께서 오셨습니다.”

하인이 들어오더니 선안이 찾아왔단 소식을 전했다. 그가 드디어 대답을 하러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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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라 하고, 차랑 간식을 가져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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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하인이 나가자 잠시 뒤. 문 너머에서 선안이 걸어왔다.

나는 선안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표정을 편안하게 하려 애썼으나 그리 효과가 없었나 보다. 선안은 날 보자마자 몹시 부담스러워하는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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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쳐다보면 부담되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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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을 안 주려고 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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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상상하는 표정이랑 얼굴에 노출되는 표정이 다른가 보군. 거울 보면서 연습 좀 하게.”

선안이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하인이 얼른 숲과 풀 향이 나는 초솔차와 깨찰떡을 내려놓고 갔다.

나는 하인이 나가자마자 다급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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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떻게 하기로 했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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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씨. 애기씨!”

린화는 긴 의자에 기대어 앉아 관심 없는 서책을 꾸역꾸역 넘기다가 측근 시비인 월미가 들어오며 부르자 뚱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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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무슨 소란이야.”

월미는 꾸중을 들어도 밝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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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 도련님께서 오셨어요.”

그 말에 린화는 대번에 안색이 밝아져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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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 오라버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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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문 넘는 걸 보자마자 여기로 달려왔지요. 아마 지금쯤 도련님과 계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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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화 이 나쁜 놈!”

그 소리에 린화는 이를 갈면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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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라버니가 오면 좀 슬쩍 불러 달라고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매일 씹어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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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씨도 혼인할 나이가 되었으니 다른 사내들을 애기씨 주위에 두기 꺼리시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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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저는!”

린화는 저도 모르게 짜증을 냈다가, 월미가 웃음을 터트리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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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이 도련님 친구분을 뵙는데 내외할 일이 무엇이겠어요? 도련님이 애기씨 친구분을 뵈려 하면 그때 꾸짖으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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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요화가 오라버니가 아니라 언니란 걸 아는 린화는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면 이 일로 경을 치는 건 가족 단위라는 걸 알기에 홧김에 비밀을 털어놓을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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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잘됐다. 오라버니가 왔다니 가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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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이 싫어하시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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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깟 게 싫어해 봤자지.”

일반적인 가문이라면 15세를 넘어 관례와 계례를 치른 뒤에는 가문 웃어른들의 말과 관습에 따라 체면을 지키기 위해 혼인 전까지 적당히 내외하려 들었다.

그러나 린화는 남장한 언니를 두고 살아온 탓에 그놈의 내외에 대해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다.

똑같은 여인인데 언니는 사내의 복색을 입었단 이유로 내외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은 남장하지 않았단 이유로 내외해야 한다니. 그토록 부당한 일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는 시비 월미는 괜히 이 일이 들통나 꾸짖음을 들을까 봐 겁이 났다.

그러나 린화도 기세 좋게 일어나긴 했어도 곧장 방 밖으로 뛰쳐나가진 않았다.

영리한 린화는 내외를 우습게 여겼으나, 혼자서 동떨어지게 굴었다간 사회적 체면이 상한단 것도, 자신과 가문이 영향을 받는단 것도 알고는 있었다.

게다가 선안 역시 막무가내인 사람을 싫어할지도 몰랐다. 선안에겐 남장한 동생 따위 없을 테니까.

이에 린화는 그대로 직진하는 대신, 서랍을 뒤져 옥으로 만든 팔찌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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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빌린 물건을 돌려주겠다고 가면 되지. 그러다 선안 오라버니를 발견하고 놀란 척하면 돼.”

그 물건은 빌린 게 아니라 뺏은 거잖아요. 월미는 속으로 생각했으나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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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치장해줘. 빨리. 너무 꾸민 티가 안 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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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월미가 얼른 린화의 옷매무새를 정돈해 주자, 린화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본 다음 만족해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자신의 처소에서 벗어나 요화의 처소에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일부러 발걸음을 느리게 해서 명문가 규수 같은 자태로 걷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화의 처소가 보였다. 시비도 있긴 했으나 린화의 처소와 달리 하인들의 수가 더 많은 곳이었다.

그리고 방문 주위로 낯선 하인 몇 명이 요화의 하인들과 시시덕거리며 대화 중이었다. 아마 선안이 데려온 하인일 것이다.

린화는 폴짝폴짝 뛰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며 월미에게 슬쩍 눈짓했다.

신호를 받은 월미는 일부러 린화와 다른 쪽으로 발소리를 크게 내어 지나가는 시늉을 했다.

그 틈을 타 린화는 얼른 처소 안으로 들어가 요화의 방을 찾았다.

방문이 닫혀 있지만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린화는 신이 나서 뒤꿈치를 들고 얼른 방문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무작정 열고 들어갔다가 화난 요화가 선안 앞에서 꾸중을 하면 싸움으로 번지리란 걸 알기에 바로 문을 열진 않았다. 평소라면 대놓고 싸우겠지만 선안 앞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

게다가 린화는 자신 앞에서 체면 차리는 선안이 아니라, 언니 앞에서처럼 편하게 대화 나누는 선안의 목소리도 듣고 싶었다.

이에 린화는 문 옆에 서서 들어갈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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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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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많이 놀랐을 거네. 나라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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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도 기회라면 기회 아니겠나. 자네 말처럼 우리가 서로 체면 차리는 사이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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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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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풀린다면 내가 고맙겠지. 그런데 9황녀 전하와 날 어떤 식으로 이어줄 건가? 자네도 잘 알겠지만 난 아직 대과에 통과하지 못해서 자연스럽게 궁궐에서 황녀 전하를 뵐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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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게 맡기게. 황녀 전하를 유혹해달라 부탁하면서 설마 방도를 자네가 스스로 생각하게 떠맡기겠나?”

그런데 들려오는 이야기가 아주 가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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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선안 오라버니를 9황녀와 엮어주려 해?’

린화는 뜻밖의 이야기에 입을 벌리고 멍해졌다. 실수로 팔찌를 떨어뜨릴 뻔하기까지 했다.

린화는 다급히 팔찌를 챙겨 끌어안고서 잠시 숨을 골랐다. 하지만 표정이 관리가 되지 않았다. 분노로 온몸이 떨릴 지경이고 눈가에 열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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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내가 선안 오라버니 좋아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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