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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전하와 혼인해도 괜찮습니다 (18/159)


19화. 전하와 혼인해도 괜찮습니다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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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제자는 왜 문 옆에 서 있던 거야? 설마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나?

방 안에서 기다리면 어차피 알아서 내가 범 굴로 들어올 텐데. 거기 오길 기다리기조차 싫단 건가.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서 13황자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13황자는 내게 선택지를 준 게 아니었다는 듯 뒷짐을 지고서 바로 뒤돌아서 걸어가 버렸다.

결국, 나는 보이지 않는 포승줄에 묶인 것처럼 그를 졸졸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앞뒤로 서서 황량한 월무궁의 뜰을 걷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도 주위에 오가면 덜 무서울 텐데. 월무궁의 궁인들은 안 그래도 수가 적고 게으른데, 하나가 7황자에게 매질을 당해 누워 있다 보니, 평소에도 썰렁한 처소 안에 오늘은 정말 사람의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13황자는 여러 번 회귀를 해서일까. 그다지 이런 데 신경 쓰지 않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걸어가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전에 둘이서 술을 마셨던 곳 근처에 오자, 13황자는 이제야 멈추어 서더니 내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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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빠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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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뒤에서 따라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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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의 일 진행 솜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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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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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를 연모해보시겠다 말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혼담을 넣으시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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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3황자는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림으로 그려도 이렇게는 못 그릴 듯 수려한 얼굴이지만 그가 이렇게 쳐다보면 무섭다.

하지만 내가 눈길을 피하느라 고개를 숙이자마자, 13황자는 바로 턱을 잡아 자기를 보게 하고서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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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꿍꿍입니까.”

그를 안 보고 있을 때는 ‘13황자를 연모하는 척해야지’ 하고 잘 생각이 되는데. 그를 마주하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쏙 사라지고 만다.

나는 다급히 눈꺼풀을 내려 시선을 피하며 억울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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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제 오후에나 갑자기 들은 이야기입니다, 전하. 한데 소신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시면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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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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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십시오, 전하. 신이 무슨 수로 폐하와 황후마마를 움직여 전하께 혼담을 넣겠습니까?”

13황자는 내 말이 그럴듯하다고 여겨지는지 다행히 턱을 놓아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산처럼 내 앞을 가로막고 서서 나는 멀뚱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13황자는 그 상태로 내게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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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의 뜻이 아니라면 잘 되었군요. 혼담을 거절하시지요.”

그럴 수 있으면 그랬지. 하지만 황제에게 약점을 잡힌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혼담을 거절하란 말이야? 무슨 핑계를 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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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으십니까?”

내가 대답 없이 서 있자, 13황자가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 웃음기가 더 무서웠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지나치게 뚱하게 들리지 않도록 애쓰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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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어찌 폐하의 명령을 거부하겠습니까. 아드님이신 전하께서 거절하십시오.”

물론 너도 거부하지 못하겠지. 혼사의 주체는 부모이고 그쪽은 아직 힘도 없는 뒷방 황자일 뿐이니까.

말하고 나니 어조를 어떻게 신경 쓰든 아주 시건방지게 들리는 말 같구나.

뒤늦게 무서워져서, 나는 슬그머니 눈을 들어 13황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13황자가 한 대 쥐어박고 싶단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어서 다시 시선을 내렸다.

그 상태로 다리에 쥐가 날 만큼 꿋꿋이 서 있자 머리 위로 작게 바람이 느껴졌다. 13황자가 한숨을 쉰 것 같다.

그러더니 13황자가 돌아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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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습니다. 이 일은 제가 해결하지요. 이 일은 스승님의 의지가 아니라 여기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러고는 13황자가 어딘가로 가려 했다. 그 순간. 나는 얼결에 그의 허리춤을 붙잡고 말았다.

13황자는 걷다가 돌아서더니 황당하단 눈으로 내 손과 자기 허리춤을 번갈아 보았다.

나는 얼른 그의 옷에서 손을 떼고서 한쪽 무릎을 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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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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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십시오.”

나는 13황자가 그를 붙잡은 걸 용서해 주자마자 얼른 일어나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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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혼인해도 됩니다.”

13황자는 내가 다 일어나기도 전에 돌아서다가 우뚝 멈추어 섰다. 그러더니 못 들을 소리를 들었단 것처럼 천천히 나를 돌아보았다.

날 보는 그의 시선은 물구나무를 서서 발바닥에 사과를 얹고 묘기를 부리는 원숭이를 보는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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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하셨습니까?”

한참 만에야 13황자가 차갑게 물었다. 나는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서 최대한 예의 바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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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혼인해도 됩니다, 전하.”

13황자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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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 ‘하’ 하는 한숨에 수많은 감정이 함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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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는 스승님이 원하는 혼담이 아니라 하셨는데요?”

그러다 13황자는 서늘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어디서 한 입으로 두말을 하느냐고 은근히 질책하는 투였다.

13황자가 어떤 기분인지 안다. 나도 어제 그런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제 고민하고 고민해서 그와 혼인할 경우의 장점을 찾아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와 혼인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나도 혼인하고 싶지 않다. 어제 찾은 장점들은 어디까지나 혼인을 거부하지 못해서 찾아낸 것들일 뿐이니까.

내가 13황자를 붙든 건 좀 더 현실적인 이유였다.

나는 혼담을 거부할 수 없다. 13황자도 거부할 수 없다. 그런데도 13황자는 자기가 일을 해결하겠다고 나선다. 이게 무슨 뜻일까.

13황자가 과연 내 처지를 염려해 황제에게 혼담을 거두어달라 청할까? 개X끼가?

아니다. 13황자는 말재주가 좋으니 혼담을 거두어달라 청할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보나 마나 나를 팔아먹을 게 뻔하다.

그러면 황제와 황후는 내게 분노하겠지. 자기들한테는 혼담을 받아들이겠다 말해 놓고 뒤에서는 13황자를 보채서 혼담을 거부하게 시켰다고 괘씸해 할지도 모른다.

13황자가 얼마나 대가리가 비상한데. 저 인간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그러니 혼자 죽진 않겠단 거다.

나는 표정을 관리하고서 최대한 진지해 보이도록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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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청한 혼담이 아니었단 거지요. 하지만 전하와 혼인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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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제자는 괜찮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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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내여서요?”

내가 사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13황자의 입꼬리가 의미심장하게 비틀려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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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큰 문제가 아니지요.”

그러더니 13황자는 다시 내 앞으로 걸어와서는 내 턱을 들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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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고우신데.”

그 말에 이번에는 내 등골이 오싹해졌다. 뭐야. 무슨 뜻이야? 꼭 뭘 아는 것처럼……?

놀라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으나, 13황자가 턱을 안 놓아주는 바람에 자세가 괴이해져서 나는 도로 앞으로 돌아와야 했다.

13황자는 그러고서도 계속 내 턱을 잡은 채 빤히 내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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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해 보시지요,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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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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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원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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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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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나는 최대한 눈을 내리깔고 있으려 하지만 너무 13황자가 뚫어져라 쳐다보자 결국 참지 못하고 슬그머니 시선을 들어 그와 눈을 마주하고 말았다.

13황자의 표정은……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아까는 서늘하기만 하던 그의 눈동자가 지금은 이질적인 열기로 가득했다.

그게 무서워서 뒤로 몸을 빼버리자, 13황자는 이번에는 턱을 놓아주면서 다정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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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자를 이번에도 휘둘러 보실 생각이십니까?”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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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언제 전하를 흔들었다고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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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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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전하. 이번 혼담도 신이 기쁘게 받아들이긴 하지만, 절대로 먼저 나서서 주선한 게 아닌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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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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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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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황께서 형님들을 불러 담소하셨답니다. 스승님. 다시 생각해 보시지요. 정말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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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럼요. 신은 참으로 떳떳합니다.”

당당하게 어깨를 펼치고 가슴을 내밀려니, 문득 6황자의 측근 태감 운귀가 13황자의 비밀 심복이란 게 떠올라 도로 의기소침해지네.

운귀는 내가 13황자에 대해 한 말을 그에게 다 전했겠지?

혹시 13황자는 내가 6황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이런 혼담이 진행되었다고 여기는 걸까?

13황자가 이후 갑자기 입을 다무는 바람에 나도 더 변명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우리는 우두커니 서서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생각해 보니 기겁할 일이기는 하다. 전생에 그는 나를 죽였고, 그 전전생들에는 내가 그를 죽였다는데 이제는 혼담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나는 밤에 꽃놀이를 하자며 그가 불렀을 때 본 앙상한 국화를 바라보았다. 국화는 여전히 앙상하고 처량하게 피어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 찬바람에 예기치 못하게 재채기가 나왔다.

콧물까지 나올 듯해서 당황해 손수건을 찾고 있으려니, 그제야 13황자가 돌아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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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몸이 좋지 않군요. 수업은-.”

안 해도 된단 건가? 나야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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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하지요. 따라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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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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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마마, 생각해 보셨어요?”

평소에는 귀찮아서 문안 인사도 잘 생략하던 9황녀가 요 며칠 내내처럼 오늘도 오전 일찍 황후를 찾아와서는 인사는 생략하고 질문부터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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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이국사의 혼사요.”

고 상궁은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 발랄한 9황녀를 보고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고서 9황녀의 앞에 녹차만 놓아주었다.

9황녀는 웃으면서 찻잔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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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알아보았는데요 어마마마. 이국사가 호색한이긴 하지만 그래도 선은 지킨답니다. 기방에 다니지도 않고요, 입만 나풀거리지 누구와 선을 넘은 적도 없대요. 그 정도면 소녀가 혼인해서 잘 관리할 수 있어요.”

황후는 해맑은 9황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차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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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요요화의 바람기를 단속할 사람은 네가 아니니 마음을 접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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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이국사는 아직 정혼한 사람도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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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요요화를 13황자와 맺어주려 하신다. 그러니 앞으론 그런 이야기는 일절 하지 말거라.”

황후는 그러고서 읽던 서책을 마저 보려 했으나 찻잔 깨지는 소리가 나자 고개를 들어야 했다.

9황녀가 차를 마시다가 놀라서 손이 미끄러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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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려야!”

황후가 화가 나서 엄하게 외쳤으나, 9황녀는 그 상태로 멍하게 있다가 큰소리로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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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예요? 열셋째는 사내잖아요!”

고 상궁은 얼른 두꺼운 천을 가져와 깨진 찻잔을 담기 시작했다.

황후는 냉랭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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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요화는 13황자를 사모하고 있다. 13황자는 황위에 오를 일도 없으니 요씨 가문에 장가가면 좋은 일이지. 정식으로 인정되는 혼인이 아니더라도 황자이니 소박맞을 일은 없을 테고.”

그러나 9황녀는 불같이 또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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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마세요! 황자들을 다 치워버리면 언니를 후계자로 만들 수 있으니 요 대인 핑계를 대고 열셋째를 치우려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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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려!”

황후는 더 참지 못하고 탁자를 쾅 내려치고 무섭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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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조심하라!”

고 상궁이 눈치껏 궁녀와 태감들을 모두 내보내자, 황후는 9황녀의 이마를 짚고 무섭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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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네 언니가 잘되는 게 너도 잘되는 거야. 너와 이 어미, 네 자매들은 모두 한 핏줄이고 한 운명이다. 네 언니가 황제가 되지 못하면 우리 모두 곤경에 빠져. 그러니 함부로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지 마라. 알았느냐?”

9황녀는 입술을 움찔거리더니 눈가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가련한 모습으로 황후를 노려보던 9황녀는 씩씩 어깨를 들썩였다.

9황녀는 어머니가 5황녀와 8황녀 중에 하나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 늘 황자들을 탐색하는 걸 알았다.

그러다 이번에 자신이 요요화와 혼인하고 싶어 하자, 요요화와 13황자를 묶어서 쳐내려는 게 분명했다.

9황녀가 보기에, 어머니는 자신이 요씨 가문의 적장자를 남편으로 맞이하면 언니들보다 더 좋은 신랑을 가지게 되니까 일부러 저러는 것 같았다.

생각하니 분해서, 9황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 배를 감싸 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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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전 이국사와 혼인할 거예요! 아니면 안 돼요! 저는 요 대인의 아이를 가졌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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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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