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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들으면 기겁할 이야기 (15/159)


16화. 들으면 기겁할 이야기
2022.04.25.


혹시라도 제자가 날 피해서 바닥에 낙하하면 어쩌나 염려했는데. 다행히 제자는 날 붙들어 주긴 했다.

그래. 생각해보니 이 새끼는 내게 독을 먹이고서도 부축만큼은 찰떡같이 해주었지. 옆에서 넘어질 때 잘 잡아주는 게 스승을 향한 이 제자 새끼의 마지막 양심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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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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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겁이…… 피가 무서워서요…….”

어쨌든 중요한 건 제자가 날 죽이던 순간을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거다.

이 자식이 그때를 떠올리고 화가 치솟아서 날 또 죽이려 하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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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무섭습니다.”

나는 들릴 듯 말 듯 희미하게 속삭이고서 제자에게 딱 붙어섰다.

그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그런데 이 제자가 워낙 반응이 없었다. 왜지?

내가 갑자기 연약한 모습을 보이니까 상처 입은 연약한 초식동물처럼 보이기라도 하나? 토끼 같은 거. 새라거나.

나는 기대를 품고서 슬그머니 제자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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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제자는 동정은커녕 ‘이 스승이 왜 이러지?’ 이런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를 보는 시선은 상처 입은 토끼를 보는 시선이 아니라, 발로 등을 긁는 원숭이를 보는 시선이었다.

이 새끼. 나쁜 새끼.

나는 속으로 욕을 뱉었다. 하지만 여기서 갑자기 멀쩡해지면 그거야말로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꾀병 부린 티가 나잖아.

결국,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계속 제자에게 딱 달라붙어서 가쁘게 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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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호흡이…….”

그러자 제자도 마지못해 나를 부축해 밖으로 내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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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가시지요. 공간이 좁아서 피 냄새가 더 강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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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좋겠습니다. 아……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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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공기를 맡으면 괜찮으실 겁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서도 나는 일부러 제자에게 꽉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 연기한 효과가 드디어 나타나는 걸까. 제자는 근처의 커다란 바위에 나를 앉히려다가, 내가 옆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자 처음으로 호흡이 흐트러졌다.

그러더니 잠깐 내 어깨를 짚을 듯 말 듯 가볍게 두드리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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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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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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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멱살을 잡으면 피가 좀 덜 무서우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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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급하게 매달리느라 손 위치는 생각을 못 했네. 바보같이!

그런데 여기서 손을 치우면 더 이상하지 않나? 안 치우는 게 더 이상한가? 이제 슬슬 손을 치우고 저 태감이 왜 저러고 있나 물어볼까?

그런데 내가 슬슬 손을 치울까 말까 망설이면서 손을 쥐었다가 펴길 반복하고 있을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잘됐다 싶어서 놀란 척 얼른 손을 내리고서 돌아보니, 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황후의 상궁이 서 있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지, 고 상궁은 입을 벌리고 이쪽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그러다 13황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제야 황급히 미소를 띠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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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황자 전하께 인사 올립니다.”

다른 황자와 황녀들은 무시 받던 시절의 13황자를 거의 없는 사람 취급했지만, 황후는 가끔 상궁을 보내 13황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살피고는 했다.

13황자를 예뻐해서는 아니다. 어쨌든 일단은 내명부의 수장이자 황실의 어른이며 서출들의 큰어머니이기 때문이겠지.

그러니 황후의 상궁이 여기에 나타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상한 건 황후의 상궁이 평소보다 좀 당혹스러워 보인단 점이었다.

내가 너무 격의 없이 13황자에게 붙어 있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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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냐.”

하지만 황후의 상궁은 사회생활의 고수다웠다. 그녀는 13황자가 질문하자 바로 표정을 관리하고 친근한 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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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마마께서 전하가 병이 났단 이야기를 들으시고, 걱정되어 소인을 보내셨지요. 혹여 필요한 게 있다면 개의치 말고 말하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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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후께선 참으로 친절하시군.”

나는 13황자의 저 말이 거짓말이라는 데 그의 지갑을 걸 수 있다. 왜냐. 13황자가 회귀 전에 그랬거든. 자기는 황후가 세상에서 세 번째로 싫다고.

하지만 고 상궁도 황후가 13황자를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저렇게 상냥한 시늉을 하고 있으니, 13황자가 가식적이라고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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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후 덕에 늘 평안히 지내고 있다고 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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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전하.”

예기치 못한 고 상궁의 방문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그녀가 나가자마자 나와 제자 사이에는 갑작스러운 어색함이 찾아왔다.

무서운 척 연기하던 게 중간에 어색하게 끊어져 버려서 그렇다.

그렇다고 여기서 무서운 척을 이어 가기도 좀 이상해서, 나는 결국 연기를 그만두고 옷매무새를 정리한 다음 침착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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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전하. 아까 창고에 쓰러져 있던 자는 전하의 태감이 아니옵니까. 전하께서 그 태감에게 벌을 내리셨는지요?”

그런데 내가 나름대로 신경 써서 한 질문이 그에게 어색하게 보였을까?

제자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옆으로 돌아섰는데, 순간 한쪽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간 듯 보였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신속히 돌아서던지, 그의 입꼬리 올라가던 모습을 본 게 잘못 본 건지 제대로 본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래 놓고서 제자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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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한 게 아닙니다.”

그 말에 나는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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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하긴. 아직 이 시기에 내숭을 부리고 있는 제자가 자기 밑의 태감을 저렇게 호되게 매질할 리가…… 뭐?

아니, 그런 거라면 ‘아 그렇군요’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잖아? 나는 뒤늦게 놀라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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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른 사람이 전하의 태감을 저 꼴로 만들었단 겁니까?”

내 말에 제자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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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봅니다.”

뭐? 그런가 봅니다? 나는 더 놀라 입을 벌렸다. 제자가 저리 태연하게 구는 게 황당했다.

소속 태감과 궁녀들은 그 주인의 체면과도 같았다. 누군가 13황자의 태감을 저 꼴로 만들었다는 건 13황자의 체면을 저 꼴로 만든 거나 다름없었다.

비록 저 태감이 13황자에게 별 도움도 안 되는 게으름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저렇게 태연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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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가요?”

나는 ‘화도 안 나십니까?’라고 묻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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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물어보지요.”

그러나 창고로 돌아가 태감에게 그를 매질한 사람이 누구인지 듣는 순간. 나는 13황자를 의심스럽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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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하옵니다, 전하. 하지만 소인도 소인이 왜 맞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하의 심부름으로 운화원에 꽃을 구하러 가는데, 갑자기 7황자님이 소인을 부르시더니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아 때리시지 뭡니까.”

운화원은 7황자가 머무르는 선한궁 바로 옆에 있는 화원이었다. 7황자는 말을 빌리는 문제로 13황자와 사이가 좋지 않지.

그리고 어제 저 태감은 13황자의 심부름을 하면서 몹시 불만에 차 있었다. 예리한 13황자가 과연 그걸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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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의심이 솟구쳐서 13황자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건지 13황자도 무표정한 얼굴로 태감을 내려다보다가 바로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나는 꾹 누르고서 얼른 걱정스러운 표정을 꾸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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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황자 전하께서 왜 그러셨을까요?”

 

* * *

황후는 긴 의자에 기대어 앉아 느긋하게 서책을 읽다가 고 상궁이 앞으로 와서자 쳐다보지 않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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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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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황후마마.”

황후는 어제 9황녀가 한 이야기가 신경 쓰여서 13황자의 꾀병을 덩달아 핑계 삼아 고 상궁을 그에게 보냈다.

13황자가 여전히 멍청하게 지내고 있는지, 주위에는 사람이 없는지, 진짜로 꾀병이었던지 등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만약 여전히 13황자가 멍청하게 지내고 있다면 황후는 다시 반년 정도는 안심한 채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 황후는 의아해졌다. 황후는 책을 한 장 넘기다가 고 상궁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평소라면 음식이나 차를 가져다주면서 가벼운 분위기로 자신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할 고 상궁이,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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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는 책을 덮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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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무궁에는 재미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지. 한데 너는 거기서 재밌는 걸 보고 온 모양이구나.”

황후가 말을 먼저 꺼내주자, 고 상궁은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나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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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황후마마. 제가 거기서 아주 묘한 장면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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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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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요 대인이, 그러니까 요요화 말입니다. 13황자의 품에 달라붙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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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후는 느긋하게 이야기를 듣다가 눈이 톡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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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겨 있다니? 그만큼 가깝게 붙어 있었단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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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말 그대로 안겨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오니까 놀라서 떨어지더군요. 나이가 비슷해 서로를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이좋은 사제 간 같았습니다.”

고 상궁은 그 이상의 상상은 하지 않는 듯,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저 웃고만 있었다.

그러나 황후는 그 말을 듣자마자 요요화가 여인이란 걸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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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황자는 꾀병을 부려 한밤에 요요화를 데려가고. 요요화는 13황자의 품에 안겨 있다……? 혹시 13황자가 요요화가 여인이라는 걸 아나?’

황후는 잠시 생각에 잠겨서 요요화의 평소 행실을 떠올렸으나, 곧 그럴 리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요요화는 성장한 후 사정이 생겨 남장한 게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남장을 하고 자랐다. 당연히 13황자도 요요화가 여인인 걸 알 리 없었다. 그런데도 둘이 그 정도로 가깝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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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화가 13황자를 사모하나?’

그때 고 상궁이 한 가지 이야기를 더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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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 오가는 길에 들었는데요, 황후마마. 7황자 전하께서 13황자의 태감에게 시비를 걸어 매질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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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황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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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어찌할까요?”

황후는 모른 척하고 있으라 말하려다가 순간 흠칫하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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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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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마마.”

거기에 고 상궁이 대답하자 황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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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황자가 13황자를 싫어해 벼르고 있단 건 모르는 사람이 없지. 그런데 그 7황자가 13황자의 태감을 매질했다? 하필 그 매질 당한 태감이 13황자를 배신한 태감이고? 꼭 13황자가 7황자의 손을 이용해 자기를 배신한 태감을 처리한 것 같군.”

황후의 말에 고 상궁은 놀란 표정을 잠깐 지었다가 웃으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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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무궁엔 궁인이 많이 없으니까요. 우연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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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우연이라…….”

그러나 황후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황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아까 내내 읽던 병법서를 내려놓았다.

황후의 머릿속에 황제 앞에서 아둔한 시늉을 하던 어린 시절의 13황자가 지나갔다.

그리고 어젯밤, 그토록 혼이 나면서도 요요화와 혼인하게 해달라고 칭얼거리던 막무가내인 9황녀까지.

9황녀는 어릴 때부터 고집이 세서 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든 손에 넣으려 애썼다.

그러다 처음으로 사람에게 반했으니 아마 9황녀는 요요화와 혼인하기 위해 앞으로 온갖 애를 다 쓰려 할 것이다.

그렇게 한 자세로 생각에 잠겨 있기를 한참. 마침내 황후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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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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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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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황자를 약혼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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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고 상궁은 어리둥절 해졌다. 13황자가 영특함을 숨기고 있는 건지, 진짜로 가소로운 인물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약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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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미한 가문의 여식과 13황자를 약혼시키려 하시는지요? 그것도 괜찮지요. 13황자는 외가의 힘도 기대할 수 없는데, 아내까지 힘없는 집안에서 들이면 아무리 영특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러나 황후가 한 말은 고 상궁의 예상보다 훨씬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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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황자와 요요화를 정혼 시키면 어떨까.”

고 상궁은 너무 놀라 턱을 떨어뜨린 채 한동안 멍하게 황후를 바라보기만 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녀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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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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