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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속내를 알 수가 없어 (14/159)


15화. 속내를 알 수가 없어
2022.04.21.


방 안의 심복들은 다급히 고개를 숙이거나 돌려서 방금 본 광경을 못 본 것처럼 굴었다.

그러나 9황녀는 이미 큰 충격에 빠졌다. 그녀는 맞은 뺨에 손을 대고 있다가 뒤늦게 화가 나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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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마마!”

황후는 화끈거리는 손을 차가운 돌걸상 위에 올리며 단호하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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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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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요?”

그러나 9황녀는 어머니의 말에 바로 순종하는 대신 즉각 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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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대인은 가문도 좋고 머리도 좋잖아요. 어마마마 사윗감으로 부족한 게 없는데, 어째서 꿈도 못 꾸는 건가요?”

말을 마친 9황녀의 눈이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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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요 대인을 언니들과 맺어줄 생각이라 그러세요?”

황후는 사람의 속내도 모르고 이따위로 나오는 딸에게 화가 나서, 돌에 손을 대고 있는데도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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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하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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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라니요. 어마마마는 늘 좋은 건 언니들에게만 주고, 남은 찌꺼기는 나와 위려에게 주잖아요.”

황후는 철부지 같은 딸의 반항에 더욱 화가 났으나, 차마 뺨을 두 번 치진 못하고 이를 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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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두 언니, 너, 막내, 그중 누구도 요요화와 맺어줄 생각이 없다. 되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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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요?”

그래도 9황녀가 쉬이 물러나지 않자 황후는 정말로 그녀를 한 대 더 쥐어박고 싶어졌다.

상궁이 얼른 부채를 꺼내 황후에게 부쳐주었다.

황후는 긴 의자에 앉아 탁상에 팔을 올리고 머리를 괸 다음 애써 누른 목소리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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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화는 추문이 너무 많아. 네 말마따나 가문도 좋고 능력도 좋은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혼담이 오가지 못하는 걸 보면 모르겠느냐? 그자는 호색한이다. 그자와 연분이 난 여인들이 몇인 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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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전부 오해예요. 요 대인이 모두에게 상냥하고 다정한 성품이라 그런 오해를 자주 사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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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다정하고 상냥한 성품인데 왜 유독 여인들에게만 그런 오해를 사겠느냐? 여인들에게만 다정하게 굴어서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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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어마마마가 모르시나 본데, 요 대인은 여섯째 오라버니랑 둘째 오라버니와도 친해요. 그리고 열셋째 동생과도 얼마나 친한데요? 열셋째는 몸이 좀 안 좋아지자마자 바로 요 대인에게 간호해달라 불렀다고요!”

요요화를 두둔하기 위해 9황녀가 억지로 쥐어짠 말에, 뜻밖에도 황후가 호기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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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황자가 몸이 안 좋다고 요요화를 불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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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다니까요! 요 대인이 간호해주어야 자기가 나을 수 있다고 그러던걸요!”

9황녀는 얼른 말을 받은 다음 머리를 굴리고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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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심지어 꾀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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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

황후가 더 호기심을 보이자 9황녀는 신이 나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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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13황자의 측근 태감이 내게 와서 살짝 알려주더라고요. 13황자가 꾀병을 부려서 요 대인을 부른 거래요. 이게 다 요 대인이 다정하고 살뜰하고 착하니까, 13황자가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거지요.”

황후의 눈에 웃음이 스며들며 가느스름해졌다. 하지만 9황녀의 기대처럼 요요화가 호색한이란 편견이 사라져서는 아니었다.

황후가 웃음기를 띤 건 요요화가 여인인 걸 알기 때문이었다. 황후에게는 13황자가 요요화에게 간호해달라며 꾀병을 부린 일이 흥미롭게 들렸다.

정말로 13황자가 요요화를 스승으로 인정해 의지하는 것일까. 아니면…… 황자는 요요화가 여인임을 느끼고 끌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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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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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미려가 한 말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딸에게 한 차례 더 잔소리한 후.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는 길에 황후는 고 상궁에게 물어보았다.

조용히 황후를 뒤따르던 고 상궁은 상사의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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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이 어리석어 황후마마의 뜻을 읽지 못하겠습니다. 소인이 보기에도 요 대인은 퍽 빼어난 사윗감 같아서요.”

황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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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을 텐데? 그자는 호색한인 데다 여색을 밝히니 안 된다고?”

날카로워진 목소리에 고 상궁은 조금 목소리를 낮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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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그렇지만 부마가 되면 그런 버릇은 저절로 고쳐지기 마련이지요. 목숨을 부지하려면 혼인 후에도 감히 그러고 살겠습니까.”

그러나 황후는 코웃음을 치고서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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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그자는 안 되네. 본궁이 물어본 건 미려가 13황자에 대해 한 말이야.”

고 상궁은 처음만 말귀를 못 알아들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황후가 그렇게 말하자 바로 요지를 이해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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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마마께선 아직 13황자를 의심하고 계십니까?”

13황자가 네다섯 살일 무렵. 황후는 내키지는 않지만, 보호자가 없는 어린 황자가 잘 살아는 있나 보러 갔다가 뜻밖의 광경을 보았다. 어린 13황자가 배우지도 못한 서책을 술술 읽는 모습이었다.

여기까지만 보았더라면 황후는 머리가 좋은 황자라 여기고 끝냈을 것이다. 드물지만 그 정도로 영특한 이가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황후는 더욱더 놀라운 걸 보고 말았다.

황후가 ‘누구에게 글을 배웠느냐’고 13황자를 다그친 다음 날. 황후가 황제 앞에 13황자를 불러 책을 읽게 하자, 그 아이가 갑자기 바보처럼 굴기 시작한 것이다.

13황자는 형님들이 읽는 걸 보고 따라 읽었을 뿐이라며 돌연 아둔한 시늉을 했다.

원래도 13황자에게 관심이 없던 황제는 그 일로 13황자에게 더욱 흥미를 잃었으나, 황후는 그 일로 13황자를 눈여겨보고 경계하게 되었다.

이후로도 13황자가 돋보일 구석이 없이 조용히 살아가자 차츰 황후의 경계심도 낮아졌으나, 여전히 한 번씩 그때 일이 떠오르면 황후는 꺼림칙해졌다.

고 상궁은 그 일을 황후와 함께 겪었기에 황후가 어떤 마음인지 알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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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염려하지 마시지요, 황후마마. 황녀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13황자의 측근 태감마저 자기 주군을 배신하고 있다고요. 자기 아랫것들조차 통솔하지 못하는 황자를 뭘 그리 경계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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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지.”

고 상궁의 말에 황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 * *

다음날.

나는 입궐하기 싫어서 이불 안에 파고 들어가 최대한 버텼다.

어젯밤 13황자는 멀쩡히 연회장에 있는 나를 꾀병을 부려 불러냈다. 무슨 의도로 그런 짓을 했는지 짐작은 가지만 이걸 따져 물을 수도 없으니, 아무 일 없었던 척 13황자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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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화야.”

하지만 내가 미적거리자 어머니가 직접 자신의 처소에서 찾아와 문을 열고는 경고의 시선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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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13황자 전하와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그래서 대문을 나설 때가 지났는데도 이러고 있는 거 아니지?”

아무래도 어머니는 린화의 고자질 이후 아직 나와 13황자 사이를 의심하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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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라니까요!”

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빠릿빠릿하게 씻고 의복을 차려입은 다음 궁으로 들어갔다.

궁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9황녀가 내게 보이는 관심이 부담스러워 치가 떨렸다.

물론 황후는 내가 여자인 걸 아니 본인이 나서서라도 9황녀의 관심을 차단해 주겠지만…….

왜 가기 싫은 곳에 갈 땐 이렇게 발이 빨리 움직일까. 잡념에 가득 차 혼자 생각하고 있자니 어느새 월무궁 앞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서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평소에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던 월무궁이 오늘따라 분위기가 이상했다.

아니, 안 조용한 건 아닌데. 너무 불길하게 조용하다 해야 하나. 그래도 평소에는 내가 걸어가고 있으면 궁녀가 다가와서 아는 척도 해주고 하는데 왜 이렇게 아무 소리도 없지?

나는 의아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희미하고 작은 비명을 듣고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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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세상에 황자가 사는 처소에서 비명 들릴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물론 13황자가 황위를 노린 후에는 그의 처소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

나는 기척을 죽이고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러나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자니, 어느 순간부터 비명이 들려오지 않아서 더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나는 잠시 제자리에 서서 전생에 이런 일이 있던가 떠올려 보았다. 딱히 떠오르는 건 없는데……

나중에 떠오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여기 계속 있을 수도 없었다. 나는 주저하다가 우선 수업하는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막 방 안에 들어가려는 순간. 뒤에서 13황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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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날 스승이라 부를 사람은 하나뿐이었다.

얼른 고개를 돌리자, 제자가 장식 하나 없는 깨끗하고 하얀 의복을 입고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얼른 인사를 올리자 제자는 다가오더니 내가 걸어온 방향을 힐긋 한 번 보고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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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방향에서 걸어오십니까?”

방금 나타난 게 아니라 내가 비명이 들린 안쪽으로 갔다가 다시 오는 걸 본 게 분명한 질문이었다.

나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비명이 무언가 사고 같은 게 벌어져 난 소리라면 말하는 게 낫다.

그러나 제자가 미래의 성질머리를 지금 발휘해서 창고에 사람을 가둔 거라면 아무것도 못 보고 못 들은 시늉을 해야 한다.

나는 주저하다가 이 시기의 제자가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단 걸 떠올리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어차피 제자는 내가 저쪽에 다녀오는 걸 본 눈치인데 아무것도 아니라 둘러대는 게 더 수상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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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하옵니다, 전하. 무슨 소리가 나서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최대한 고상한 표정을 띠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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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소리가 도중에 멈추어서 돌아왔습니다. 전하의 처소를 함부로 뒤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고서 얼른 수업하러 가자고 방을 손으로 가리켰는데, 제자는 묘한 미소를 띠는가 싶더니 몸을 반쯤 틀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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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하면 함께 가시지요. 스승님이 뭘 잘못 들었는지, 정말 무슨 소리가 났는지 확인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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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럴 필요는…….”

제자는 이미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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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러면 전하. 태감을 보내서 보고 오게 하시면?”

뒤에서 멍하게 바라보다가 소심하게 이의를 제기해 보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작게 발을 구르다가 나도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어갔을까. 제자는 정확히 아까 내가 멈춰선 부근까지 오더니 나를 보며 눈매가 휘게 웃었다.

이 새끼, 아무리 봐도 내가 들어올 때부터 날 지켜보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런데도 아는 척하지 않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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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꾀병 사건도 그렇고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네.’

하지만 나는 이런 속내를 누르고서 순진한 척 제자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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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소신도 딱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전하. 하지만 이후 소리가 끊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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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그러면 하나하나 안을 다 확인해보면 되지요.”

제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정말로 거침없이 하나하나 문을 열어 확인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그걸 보니, 제자도 자기가 사람을 가두어 놓고서 모른 척 저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같이 문을 열지는 못하고 뒤에서 초조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창고 같은 곳의 문을 여는가 싶던 제자가 돌연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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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러더니 제자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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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이걸 좀 보시지요.”

나는 그 안에 뭐가 있든 보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다가갔다.

그러고서 제자와 문간에 나란히 서서 안을 보니, 처음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게 곧 눈에 들어왔다.

하반신에서 피를 철철 쏟으며 쓰러져 있는 태감이었다. 제자의 태감.

그걸 보는 순간. 나는 밀실 안에서 제자의 품에 안겨 죽은 일이 떠올라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옆을 보았다.

제자는 태감이 아니라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그 표정을 인식하자마자, 제자가 왜 웃는지도 모른 채 ‘X 됐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다리에 힘이 풀린 척 얼른 그에게 쓰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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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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