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화. 요 대인과 혼인하고 싶어요 (13/159)


14화. 요 대인과 혼인하고 싶어요
2022.04.18.


수치심에 얼굴에 열이 올라왔다. 이럴 수가 있나! 미래 13황자의 측근이 6황자 처소에 있었다니!

저자 이름이 분명 운귀였지. 머리가 다 혼란스럽다. 그럼 운귀는 6황자의 태감으로 있다가 나중에 13황자에게 가나? 아니면 이미 13황자의 측근인가?

전자이길 바라지만, 아까 13황자 이야기가 나오고 내가 그의 외모를 찬양할 때 운귀가 날 바라보던 눈빛이 신경 쓰였다.

날 마땅치 않게 바라보던 그 시선…… 이미 13황자의 측근이니까 그런 시선을 보내는 게 아닐까?

부끄러움에 젓가락을 쥔 손이 다 떨린다. 젠장. 운귀가 13황자의 측근이라면 분명 이 이야기를 다 전하겠지?

6황자랑 2황자가 13황자를 흉본 일이랑, 내가 13황자의 외모를 찬양한 일을 다 전할 거야! 아아 젠장!

하지만 뭐. 부끄럽단 걸 제외하면, 욕하다가 걸린 것보다는 칭찬하다가 걸린 게 낫긴 하지.

어쩌면 13황자는 운귀에게 내 얘기를 전해 듣고서 내가 진짜로 자기의 얼굴을 연모하나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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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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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쉽지 않구나.’

그런데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밖에서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아까 날 안내해 준 그 태감이 급히 다가와 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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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황자 전하. 9황녀께서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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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황녀?’

얘기된 일이 아닌지 2황자가 6황자를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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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초대하였느냐?”

6황자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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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대체 이게 무슨 난장판이지? 13황자의 측근이 알고 보니 6황자의 태감이었단 것도 당혹스러운데, 이 와중에 난데없이 9황녀?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나는 여기서 가장 직급이 낮은지라 입을 열 권한이 없었다.

2황자와 6황자도 자기들끼리나 시선을 주고받을 뿐 내게 뭘 묻진 않았다.

두 황자는 난처한 기색이었지만, 황후 소생의 황녀를 문전 박대할 용기는 없는지 결국 6황자가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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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모시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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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잠시 기다리자 오만한 기색을 풍기는 9황녀가 들어왔다. 동그랗고 작은 국화 같은 얼굴이 조금 불그스름한 것이, 들어오면서부터 그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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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대인!”

그러더니 역시나. 9황녀는 들어오자마자 두 오라버니는 내팽개치더니, 나에게 먼저 아는 척을 했다.

2황자와 6황자는 동시에 내 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일부러 민망한 듯 웃었으나, 9황녀는 개의치 않고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코앞에 와서야 쑥스러운 척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리며 눈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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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연회가 벌어진단 이야기를 듣고 왔다. 이국사가 여기 올 줄 알았더라면 나도 당장 왔을 것을!”

아니, 충분히 당장 오셨습니다요. 아직 음식을 몇 숟가락 먹지도 못했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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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입을 놀리지만, 황녀에게 이런 식으로 농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9황녀는 전혀 그런 걸 개의치 않는지 힐긋 자기 태감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9황녀의 태감은 얼른 의자를 가져오더니 6황자의 옆에 놓아주었다.

말이 좋아 6황자의 옆이지 거의 내 앞이나 마찬가지였다.

혼인하지 않은 사이에 내 옆에 불쑥 앉을 수는 없으니, 각도를 조정해 6황자의 옆으로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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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 이런 자리가 있으면 저도 불러 주셔야지요.”

눈에 훤히 보이는 수를 쓴 9황녀가 발랄하게 말하며 자리에 앉자, 파도에 휩쓸려 가듯 멍하게 사태를 지켜보던 6황자도 마침내 상황을 눈치채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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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눈치가 없었구나.”

하지만 황녀의 혼인을 두고 농을 할 수는 없는지라, 6황자는 대놓고 아는 척하는 대신 나를 보며 짓궂게 웃기만 했다.

2황자 역시 나와 9황녀를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뼈 있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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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대인과 지기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지기가 아니라 식구가 될지도 모르겠어.”

9황녀는 그 말에 씩 웃더니, 투정 부리는 말투로 괜히 2황자를 타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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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 하지 마세요, 둘째 오라버니.”

2황자는 어린 동생이 귀엽다는 듯 웃고서 술잔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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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 사이에서 내 의견은 묻지 않네.’

나는 9황녀의 귀여운 눈짓에 오한이 들어서 얼른 숟가락을 들고 고개를 숙였다.

9황녀는 내 동생보다 객관적으로 훨씬 귀엽다. 내가 진짜 사내라면 황후 소생 9황녀의 관심에 몹시 감격하겠지.

몇몇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 화음에서는 황녀의 남편이라고 해서 정치에 나서면 안 된단 법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내가 아니라 여인이었다. 남장을 하고 있지만, 여인과는 절대로 혼인할 수 없었다. 당연히 9황녀의 관심은 내게는 독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9황녀는 화사하게 웃으면서 내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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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사는 황실 연회에는 잘 다니지 않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어쩐 일로 온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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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같은 소인배가 고귀한 뜻이 있어서 황실 연회를 피했을 리가 있겠습니까. 아직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니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도 힘들어 허덕이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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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사는 참으로 겸손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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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보아주시니 영광입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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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도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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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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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자주 다니라. 그 칙칙한 월무궁에만 박혀 있지 말고. 응?”

나는 도움을 청하기 위해 6황자를 바라보았으나 6황자는 재밌단 얼굴로 웃기만 했다.

그렇게 불편하고 난감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은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9황녀는 나를 보느라, 나는 9황녀의 눈빛을 받느라, 2황자와 6황자는 우리를 구경하느라.

상황이 여의치 않자, 나는 운귀에게 도움을 청할까 하는 멍청한 생각까지 하고 말았다.

정말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들구나. 너무 잘나도 문제야. 남장했는데도 이렇게 잘났다니. 원래대로 여인의 몸으로 있었다면 아주 사내들이 줄지어 연모를 쏟아냈겠어.

그런데 한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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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문밖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 주어가 불분명한 부름에 전하 세 사람이 전부 다 고개를 들었다. 나도 전하는 아니었으나 눈치껏 같이 돌아보았다.

그러자 문이 조금 열리더니, 그 사이로 태감이 총총걸음으로 들어와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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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13황자님께서 몸이 안 좋으시다고 요 대인을 찾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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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셋째가?”

6황자는 눈살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걱정보다는 불쾌하단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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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안 좋은데 요 이국사는 왜 찾는단 말이냐. 어의를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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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서 간호해주실 분이 스승님인 요 대인뿐이시라고…… 합니다.”

태감이 눈치를 보면서 말하자, 6황자가 힐긋 9황녀와 2황자를 보았다. 2황자가 날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와주었고, 9황녀도 몸소 찾아와 내게 관심을 보이는데 날 보내도 될지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9황녀는 대번에 눈살을 찌푸렸다. 싫은 기색이었다.

다행히 2황자가 잠시 묘한 표정을 짓더니, 웃으면서 먼저 나서서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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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셋째가 스승을 많이 의지하는군. 열셋째는 친하게 지내는 형제자매도 없고 의지할 어머니도 없으니 어쩔 수 없겠지, 누이, 요 대인을 보내도 되겠지?”

9황녀는 2황자가 선수 쳐서 13황자의 볼품없는 처지를 줄줄이 읊자 어쩔 수 없는지 토라진 목소리지만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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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어쨌든 지금은 요 대인이 열셋째의 스승이니까요.”

2황자를 쳐다보자 그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13황자를 비웃듯 말하긴 했지만, 일부러 날 보내주기 위해 그렇게 말해둔 눈치였다.

나는 가볍게 묵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서 일어나 세 전하에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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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어남을 용서하십시오, 9황녀 전하, 2황자 전하, 6황자 전하.”

나는 안타깝다는 듯 말하고서 얼른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뜰로 나가자 하도 땡땡이를 많이 부리는 탓에,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13황자의 태감이 불편한 듯 발을 동동거리며 서 있었다. 그러다 날 보더니 살았단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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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합니다, 요 대인. 한참 재미있으셨을 텐데요. 얼른 가시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태감을 따라 걸어갔다.

처음에는 그 자리에서 벗어난 데 안도하면서 따라갔다. 하지만 어두운 밤길을 계속 걸어가다 보니 슬슬 심장이 술렁였다.

제자가 이 시기에 크게 아픈 적이 있나? 모르겠다. 아픈지 아닌진 모르겠고, 하여튼 그놈이 아프다고 날 부르는 작자가 아닌 건 안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아프기에 날 부르는 거지? 1할의 미약한 걱정과 9할의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제자가 이번 생에서 병약해지면 날 죽이는 일도 없지 않을까?

하지만 긴 궁궐 길을 걸어가기를 한참. 월무궁 근처에 다 닿기도 전에 13황자의 태감이 멈춰서더니 내게 미안하단 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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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대인. 실은 13황자 전하께서 요 대인이 성환궁 밖으로 나와 멀어지시거든 사가로 돌려보내라 하셨습니다.”

그 뜻밖의 이야기에, 나는 안도해야 할지 13황자가 멋대로 군 데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그가 병약해지지 않는데 실망해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잠시 멍하게 바라보자, 태감은 내가 화난 줄 알았던지 더욱 머리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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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합니다, 대인. 저도 이러고 싶은 게 아닌데요. 전하께서 막무가내로 지시하시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태감의 그 사과를 듣자, 실망과 안도, 분노를 누르고 허탈한 마음이 쓸고 갔다.

이보세요. 당신은 13황자의 태감이에요. 13황자가 무슨 멍청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렇게 표현하면 안 되지! 물론 그가 멍청한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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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네. 괜찮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서 돌아섰다.

가까스로 잠재운 분노는 집에 도착할 즈음 다시 끓어올랐다.

이 미친 제자놈, 대체 뭘 하잔 거야? 왜 사람을 가지고 놀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척하더니. 사실은 내가 6황자나 2황자와 친해지는 걸 경계하나?

* * *

9황녀는 기껏 찾아간 요 이국사가 쏙 사라져 버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심드렁하게 성환궁을 나가 버렸다.

하지만 황후궁에 도착하기 전. 한 태감이 서 있다가 슬그머니 다가와 한 말에 더욱 기분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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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13황자 전하께선 전혀 편찮으신 데가 없습니다, 황녀 전하. 명을 받아 어쩔 수 없이 거짓을 전했지만, 소신이 차마 황녀 전하를 기만할 수 없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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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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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무궁의 태감, 상하가라 합니다.”

태감은 간신 같은 태도로 9황녀를 바라보았다. 9황녀는 이후로 기분이 대번에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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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씸한 놈! 출신도 천한 놈이 감히 날 속여?!”

안 그래도 용기 내 찾아가자마자 요요화를 빼앗겨서 화가 나는데. 심지어 꾀병이었다고 하니 더욱 분노가 일어났다.

자신이 거처하는 화중전에 들어섰는데, 어머니의 호된 외침이 들려오자 9황녀의 인상은 더욱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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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늦은 시간에 어딜 싸돌아다니는 게야!”

9황녀가 얼른 침전으로 뛰어가자, 황후가 꼿꼿한 자세로 화중전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9황녀는 발끈해서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유모 상궁이 황후의 뒤에서 몰래 고개를 젓자 입을 다물었다.

황후는 그런 9황녀를 보며 고개를 가로젓더니 돌아서며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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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들어오거라!”

9황녀는 황후의 목소리에 서린 냉엄한 분위기에, 어머니가 단단히 화가 났구나 짐작하고서 얼른 뒤를 따라갔다.

황후가 화가 난 이유는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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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미쳤구나. 아무리 황녀라지만 다 큰 여인이 사내들만 모인 곳에 초대받지도 않고 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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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들인걸요!”

9황녀는 얼른 반박했으나 전혀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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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라비들을 보러 갔느냐? 그 자리엔 요요화도 있었어!”

9황녀는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었다.

화음에서는 15세 이상의 혼인하지 않은 사대부 여인과 사내는 서로 부딪힐 일을 최대한 피해야 했다.

정말 우연히 어쩔 수 없이 마주친 경우에까지 손가락질을 받는 꽉 막힌 분위기는 아니었으나, 사가에서 혼인하지 않은 여인이나 사내가 초대도 받지 않고 다른 이성들만 모인 곳으로 달려갔다면 쓴소리를 듣기 마련이었다.

이런 일에서 자유로운 건 일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마주칠 수밖에 없는 평민과 노비들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황후 소생 황녀이니, 감히 이 일로 수군거릴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저 난리시라니! 9황녀는 입술을 내밀고서 괜히 발을 굴렀다.

그걸 본 황후가 더욱 도끼눈을 떴으나, 9황녀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계속해서 소심한 반발심을 표현하기만 했다.

하지만 곧 9황녀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9황녀는 그 생각을 하자마자 해맑게 웃더니, 황후의 팔을 덥석 끌어안고서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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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마마, 사람들이 소녀가 요 대인을 보러 체면을 잃고 뛰어간 걸 알고 수군거리면 어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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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 그딴 짓을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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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마마, 소녀가 요 대인과 혼인하면 그 일로 수군거리는 이들은 없어지지 않을까요?”

9황녀는 자신이 한 제안에 스스로 뿌듯해졌다.

그녀는 요요화가 구름에서 나온 신선처럼, 신화 속의 영웅처럼 자신을 구해주었을 때. 그리고 이슬 품은 눈길로 그녀를 올려다보았을 때. 이미 마음을 다 빼앗겨 버렸다.

9황녀는 태어나서 그토록 아름다운 사내는 13황자 외에는 처음 보았다.

하지만 9황녀에게 13황자는 그냥 동생, 그것도 안 친한 동생이었기에 아무리 잘생겨도 감흥이 없었다.

그러니 사실상 9황녀에게 요요화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절세 미남인 셈이었다.

게다가 요요화의 신교 요 씨 가문은 최고 명문가 중 하나가 아니던가. 황후 소생 황녀의 배우자가 되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9황녀의 말을 듣자마자, 요요화가 여인인 걸 아는 황후는 낯빛이 하얗게 질려서 대번에 뺨을 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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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도 반성하질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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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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