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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연모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10/159)


11화. 연모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2022.04.07.


6황자의 호의는 말에서 그치지 않았다.

첫날에는 그냥 고맙단 말만 하고 돌아가더니, 다음날에는 월무궁으로 태감을 보내 진짜 초대장을 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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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대인께 인사 올립니다. 6황자님께서 아흐레 뒤 유시 초에 성환궁에서 보자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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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찌 이런…….”

황망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받아 들고 쳐다보자, 태감은 아주 좋은 일을 대신 자랑하듯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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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황자님께서도 오실 겁니다, 요 대인. 사냥 대회의 일로 두 분 황자님께서 요 대인을 아주 좋게 보셨지요. 경하드립니다.”

태감은 아무 죄가 없단 걸 알지만, 안 좋은 소식을 전하면서 생글생글 웃어대니 화가 나서 표정 관리가 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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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소.”

그래도 억지로 미소 지으며 인사하자, 태감이 꾸벅 인사를 하고서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이 가느다란 종이가 천근만근으로 느껴지네. 나는 한숨을 내쉬고서 초대장을 품 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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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없던 일이 내게 좋은 쪽으로 생겨나는 걸 보면 제자가 분명 의심스럽게 여길 텐데.’

두 황자에게 호의를 받게 되었는데도 속은 갑갑하기만 했다. 최후의 승자가 누구인지 결국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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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형님의 신뢰를 얻었으니 좋으시겠습니다.”

그러다 뒤에서 툭 튀어나온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돌아섰다. 기척도 없이 나타난 제자가 문틀에 기대어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약간 허리를 숙였다 펴며 인사한 다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투로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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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들어가시지요. 수업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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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스승님이 오지 않으셔서 나와본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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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실책입니다. 송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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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습니까. 형님이 태감을 보내 초대장을 전하는데 스승님이 뿌리칠 순 없는걸요.”

제자는 다 이해한다는 듯 말했으나, 나는 여전히 속을 펴지 못하고 서둘러 서재로 들어가 내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고서 어제까지 수업한 서책을 찾아 펴고 있자니, 제자가 나와 달리 느긋하게 자기 자리로 걸어가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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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밤에 시간 되십니까?”

책장을 넘기다가 너무 놀라는 바람에 책을 그대로 뜯어버릴 뻔했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쳐다보자, 제자가 온화해 보이기까지 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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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는 아직 스승님과 한 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요. 형님들이 스승님을 대접하기 전에 제자가 먼저 대접하고 싶습니다. 스승님은 제 스승님이 아니십니까.”

혹시 내가 2황자나 6황자와 결탁할지 모르니 미리 죽여버리겠단 뜻인가?

그렇게밖에는 해석되지 않는 제안에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쩔쩔매다가, 가까스로 미소 지으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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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하오나 전하. 선약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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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 밤에 보면 되겠군요. 꽃은 쉽게 져버리니 시간을 오래 끌 순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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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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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 겨울 국화가 피었습니다. 꽃놀이하며 술이나 마시지요.”

회귀 전에는 제자가 야욕을 드러내기 전엔 나를 따로 초대해서 대접하는 일이 없었다.

야욕을 드러낸 뒤에는 은밀히 이것저것 일을 의논해야 하니까 자주 부르긴 했는데. 그렇게 만날 땐 대부분 여럿이 함께 보는 것이었고, 둘이서 보더라도 대접이니 초대니 하고 이름 붙일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밤에 꽃놀이를 하자니.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내가 회귀했나 아닌가 의심할 것 없이 그냥 죽여버리려는 걸까? 그게 가장 안전하고 간단한 길이니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제자의 의도가 좋을 것 같지 않았다.

어쨌든…… 제자가 저렇게 나온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 발버둥을 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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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와도 되겠습니까,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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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간에 꽃놀이하는 데 남을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왜 이래. 우리도 남이야.

순간 내 표정이 흐트러졌는지 제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놀리는 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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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꽃놀이하기 싫으십니까?”

당연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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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약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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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밤도 선약이 있다더니. 오늘도 선약이 있습니까? 스승님께선 밤마다 약조를 잡아 두시나 보군요?”

그렇다고 말해서라도 약속을 취소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제자가 낮에 만나자고 할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한번 만나기는 해야 할 듯해서 결국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린 다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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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약이 있지만 전하께서 한번 물러 주셨는데 또 물릴 수야 없지요. 선약한 상대에겐 전하를 봬야 한다고 양해를 구해두겠습니다.”

이렇게 내가 제자와 만날 거란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해둘 거란 걸 알리면, 제자도 쉬운 마음으로 밤에 날 죽이려 들진 않겠지……?

제자가 전생 행보를 그대로 걸어갈 생각이라면, 이렇게만 해두어도 당장 내일 밤 날 죽이지는 않을 거다. 아직은 제자도 세력이 거의 없을 때니까.

제자는 상관없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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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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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화. 언니 부탁 하나 들어줘.”

집에 돌아가자마자 나는 동생 린화부터 찾았다.

린화는 그네를 타면서 자수를 놓는 괴이한 재주를 부리다가, 내가 나타나자마자 열심히 놓던 자수를 팽개치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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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은 무슨 부탁! 꺼져!”

부모님은 린화가 하늘에서 내려준 기적이라던데. 내 생각엔 하늘에서 내쫓긴 망아지가 아닌가 싶다. 왜 쟤는 내가 말만 걸어도 신경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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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밤에 궁전에 들어갈 거야. 13황자 전하가 불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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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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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다음날에 내가 안 돌아오면 선안한테 이 얘기 좀 전해줘.”

선안 이야기가 나오자 대번에 린화의 얼굴에 평화가 찾아온다.

사이가 나쁜데도 내가 린화한테 굳이 이 이야기를 한 이유가 저거다.

부모님한테 이런 부탁을 하면, 부모님은 놀라서 과하게 행동할 거다. 13황자와 사이가 안 좋은 거냐, 궁전에서 무슨 일이 있냐, 왜 그런 부탁을 하는 거냐 등등.

하지만 린화는 아니다. 린화는 부모님만큼 날 걱정하지 않으니 꼬치꼬치 캐묻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선안 만날 일을 늘 호시탐탐 노려대니, 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새벽같이 선안을 보러 나설 것이다.

린화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 별로지만, 이래저래 얘가 이런 부탁을 하기엔 제일 적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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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갑자기 그런 부탁을 해? 전하랑 싸웠어? 위험하면 안 가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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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걱정하는 척이야. 그 지렁이나 마저 수놓아. 말굽으로 제대로 수 놓을 순 있는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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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거든?! 저리 꺼져!”

 

* * *

시간이 좀 느리게 가기를 바랐으나,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꾸물꾸물 다가온 까만 구름은 하늘을 다 덮었고 어느새 해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최대한 연약하고 만만해 보이도록 연하고 부드러운 녹색 옷을 입었다. 이런 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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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네가 참 좋으신가 보다.”

준비하고 방을 나서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흐뭇하게 말했으나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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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전하가 아주 저한테 확 홀리셔야 할 텐데요.”

나는 시무룩하게 중얼거리고서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런데 그러고서 보니 어머니가 당혹스러워하는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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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오해하셨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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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화야. 너 혹시 전하를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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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어머니는 내가 여자인 걸 알지. 모를 수가 없지. 그렇다 보니 내가 좀 괜찮게 생긴 사내를 칭찬하기만 하면 저런 표정을 지으신다니까.

미안하신 거다. 가문 때문에 남장을 하고 지내는 몸으로는 좋아하는 사내와 평범하게 혼인할 수 없는 처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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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화야. 혹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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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아니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13황자가 절대 아닌걸요. 오히려 13황자는 싫어하는 쪽이라고요…… 싫고 무섭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지만, 그 사람에 대한 건 엄마가 염려하는 바로 그 이유로 이미 회귀 전에 포기했다.

이번 삶에는 절대로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을 생각하고.

젠장. 생각하니 기분이 허탈해져. 안 그래도 13황자 만날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나는 얼른 미소를 띠고서 엄마에게 밝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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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올게요.”

 

* * *

밤의 월무궁은 낮보다 더욱 음산하구나. 궁 주인 때문에 그런가.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자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황자인데. 호위를 위해 대기하는 태감까지 없다니. 참 너무하구나.

아주 잠깐 제자를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이 올라오려 했으나, 나는 억지로 그 동정심을 도로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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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처로운 제자가 커서 형제자매들을 상당수 죽이고 황제 자리에 오르잖아. 즉위식 날 내 목숨까지 가져간다고. 가엾어할 거 하나 없어.’

그보다 제자는 어디 있는 거야? 사람이 없으니 찾기도 어렵네.

일단 후원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긴 해서, 나는 평소 들어가는 서재를 지나쳐 돌길을 따라 걸어갔다.

하도 고요한 탓에 돌 밟는 소리와 시든 나뭇잎 바스러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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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까지 쓸쓸하냐.’

그렇게 얼마나 걸어갔을까. 마침내 제자가 보인다.

꽃놀이하기엔 터무니없이 작은 겨울 국화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홀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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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은 황금으로 된 용포를 입고 황금으로 된 길을 걸어가던 즉위식 날 그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생각해보면 쟤도 참 그래. 나야 죽고 나서 회귀했다지만, 제자는 기껏 황제 자리에 올라 복수에 성공해 놓고서 회귀하다니.

그것도 참 안된 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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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러고보니 제자는 여러 번 회귀한 거잖아? 왜? 나야 죽어서 회귀한 거라지만, 제자는 살아 있는데도 왜 회귀한 거지? 내가 죽여서? 하지만 저번 삶에선 내가 죽고 자기는 살았는데 그래도 또 회귀한 거잖아? 아, 혹시 내가 죽고 바로 연이어 죽었나?’

그 생각에 멍하게 서 있자니, 제자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게 보인다.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니지. 당장은 현실에 집중하자. 내가 온 걸 발견한 제자가 어느새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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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군요.”

바로 앞으로 다가온 제자는 나를 위아래로 사냥감 살피듯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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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오실 줄 알았습니다.”

네가 오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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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부르시는데 당연히 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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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고는 계셨다니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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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비꼬는 건가? 책 읽듯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자니, 제자가 어디론가 걸어간다.

그를 따라가자 겨울 국화가 한눈에 보이는 조그만 정자에 술상이 차려진 게 보였다.

생각보다 작은 국화 더미와 그 앞에 너무 쓸쓸히 선 제자에 정신이 팔려서 술상은 아예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국화도 초라하지만 술상도 초라하네. 미래의 황제가 먹을 술상은커녕 평범한 황자가 받을 술상도 아니잖아?

내가 먹는 술상도 이보단 화려하겠다.

생각한 것보다 소박한 차림에 당황하면서도 나는 예의 바르게 황자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워낙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와서일까.

무릎을 꿇고 앉았는데, 옷자락이 생각처럼 잘 펼쳐지지 않았다. 예절을 따지려면 옷을 다 펼쳐놓고 앉아야 하는데.

이에 내가 슬금슬금 옷자락을 옆으로 펼칠 때였다. 제자가 허리를 조금 숙이는가 싶더니, 구겨진 내 옷을 같이 펼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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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보았으나, 제자는 무표정하게 내 옷을 정돈해 주고서 다시 허리를 폈다.

얼마나 태연하게 굴던지, 제자의 행동에 놀란 내가 이상해 보일 지경이었다.

당황해서 바보같이 그를 쳐다보기를 한참. 가까스로 입꼬리를 올리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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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전하.”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그의 행동보다 더욱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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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십니까?”

나는 머쓱한 기분을 감추려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려 기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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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는 거야?’

목을 감싸고서 쳐다보니, 제자는 이 와중에도 여전히 덤덤했다.

그냥…… 가벼운 화젯거리로 꺼낸 말인가? 그런 거겠지? 생각해보니 선안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긴 해.

그래. 화제는 놀랍지 않지. 제자와 내가 이런 이야기 나눌 사이가 아닌 게 이상할 뿐.

어쨌든 나는 이렇게 과하게 놀랄 화제가 아닌 걸 인지하자마자, 나는 얼른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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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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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자는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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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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