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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82화 (58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82화>

‘꼭두각시라고? 네가?’

성지한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반문했다.

적색의 관리자.

관리자 임기가 끝나갈 무렵 탈출해서 자신의 일족을 통해 인간에게 적을 부여하고.

무신을 간접적으로 조종하기까지 하지 않았나.

이런 놈이 무슨 꼭두각시야.

하지만.

[내가 왜 이 안에 있는 것 같나?]

‘왜지?’

[이 안에서는 적에 끌려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적에 끌려다닌다고?

‘적은 네 권능 아니냐? 근데 왜 거기에 끌려다녀?’

[너도 겪어보지 않았나. 네가 컨트롤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적을 얻었을 때, 그 힘에 취하는 것을.]

성지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청이 컨트롤할 수 있는 적, 그 이상을 얻게 되었을 때.

제정신 차리느라고 고생했었지.

그때마다 적색의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다면.

적의 힘에 취해서 청홍의 봉인을 제 손으로 풀었을지도 몰랐다

[밖에 있을 때, 난 항상 그 상태였다.]

‘……? 거기선 안 그러고? 그 안이 적은 훨씬 넘쳐흐르잖아.’

[그래. 외부랑 차단된 명계에서는. 스탯 적이 날 힘에 미치게 하지 않더군…… 오히려, 차분히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스탯 적 자체에 힘에 몰두하는 특성이 있는 줄 알았더니, 그런게 아니었나?

청에 의해 외부와 봉쇄당한 안쪽에 있다면, 아무리 적이 많이 생성되도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군.’

[나도 봉인되기 전까진, 이게 문제인 줄도 몰랐다. 난 적을 얻은 이후부터 항상 힘을 추구해 왔으니까. 헌데 이 안에 들어오니, 뭔가가 달랐지……]

‘그래서 그렇게 안 나가려고 했던 거냐?’

[그렇다. 저번에도 봉인이 풀렸을 때, 강렬한 충동이 찾아왔다. 이 안에서 탈출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명계에 담자는 충동이. 청홍의 재봉인이 좀만 늦었어도, 난 여기 없었겠지.]

청홍 안에서는 괜찮은데.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훼까닥 돈다 이거지.

마치 성지한이 예전에 스탯 적을 초과해서 얻었을 때처럼.

‘흠…… 네가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대강 알겠다. 근데 그거랑 백광은 무슨 상관이지?’

[이 안에서, 나는 꽤나 많은 능력을 분석해 보았다. 하나 그렇다 할 단서를 찾지는 못했지. 다만, 배틀넷의 0번째 스탯. 백광만큼은 분석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백광을 분석해서, 적의 광화와 연관이 있는 지 살펴보겠다는 거군.’

[그렇다.]

성지한은 그 대답에 곰곰이 생각했다.

예전에 인류의 적일 시절보다는, 청홍 안에 있으며 신뢰 관계를 형성한 적색의 관리자였지만.

그래도 그는 어디까지나 성지한의 봉인대상이었다.

저 말도, 일단은 다 믿진 말아야겠지.

‘흠…… 하나 백광을 분석하는 건, 나한테도 필요한 일이긴 하다.’

백색 시계로 성지한의 공격을 모두 막아 냈던 울드.

그녀가 쓴 힘은 분명 백광과 관련되어 있을 터였다.

나중에 이를 파훼하기 위해서라도 백광에 대해선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그럼…….’

성지한은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지금 레벨이 99 오르며, 잔여 포인트도 똑같이 99가 주어진 상태.

‘일단 90을 투자해야겠네.’

레벨 업을 하면서 명계의 영향력도 강해졌으니 청을 올리는 건 필수.

백광이 아무리 분석해야 할 능력이라 해도.

일단은 청이 중심을 잡고 있어야 했다.

‘청이 SSS급으로 올랐으니, 스탯이 바로 오르진 않겠지.’

SSS급에 오른 관리자의 스탯.

이거 1개 올리려면, 잔여 포인트가 얼마나 소모될까.

성지한은 적어도 1당 5포인트는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능력치를 투자했지만.

[스탯 ‘청’이 90 오릅니다.]

‘오.’

청은 투자하는 족족 정직하게 올라 주었다.

‘효율이 뭐 이리 좋아?’

이렇게 잘 올라 줄 줄은 몰랐는데.

성지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청홍을 소환했다.

명계의 영역이 확장된다 싶더니, 강력해진 청에 의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청홍.

‘봉인 풀릴 걱정은 없겠군.’

성지한은 청홍을 다시 역소환하고는.

본격적으로 백광을 얻을 채비에 들어갔다.

그가 백색의 관리자가 메시지를 보내놓았던 배틀튜브 채널로 로그인하자.

예전처럼, 적색의 관리자를 향해 도배하던 메시지가 싹 다 사라지고.

[청색의 관리자여. 울드와 관련된 일이다. 지금 즉시 대화하자.]

[나와 소통하고 싶다면 백광을 얻어라.]

대화하기 위해 백광을 얻으라는 말과 함께.

[‘백색의 관리자’가 스탯 백광白光을 부여하려 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시스템 메시지가 떠 있었다.

‘거참 사방에서 백광 좀 얻으라고 독촉이네.’

대체 저 능력에 뭐가 있기에 이러는 건지.

성지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일단 얻자.’

울드를 대비하기 위해, 예를 눌렀다.

그러자.

[스탯 백광白光을 1 얻습니다.]

스탯창에 백광이 1 추가되면서.

[관리자 업적, ‘최초의 스탯 수집’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달성 보상으로 임기제 관리자로 승급할 수 있습니다.]

[임시 관리자입니다. 승급 조건을 충족합니다.]

관리자 업적이 달성되었다.

* * *

‘관리자 스탯 다 모으면 뭔가 업적이 있나 했더니…….’

백광, 공허, 청, 적, 영원.

현재 성지한의 상태창에는, 다섯 관리자의 능력이 모두 들어 있었다.

이 능력들을 다 가지게 되면 숨겨진 업적이 깨지나 싶었는데.

‘5개의 스탯이 아니라. 그저 백광을 얻은 것만으로도, 임기제 관리자가 될 수가 있네.’

임기제 관리자라면.

적색의 관리자나, 녹색의 관리자와 같은 급.

이제 배틀넷에서 성지한 위에 존재할 수 있는 건 상시 관리자 둘밖에 없었다.

‘최초의 스탯이란 게 그렇게나 중요했나?’

성지한은 백광 스탯을 얻고 변한 게 있나 스스로를 살펴보았다.

‘별거 없는데.’

적색이고 백색이고 그렇게 얻으라고 닦달해서.

스탯 1이라도 얻으면 변화가 있나 싶더니, 전혀 아무렇지 않은 몸뚱아리.

[혹시, 백광을 얻은 건가……?]

‘어. 근데 별 거 없는데.’

[그래 보인다. 백광의 존재감이 너무 희박하군. 이건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다.]

백광 분석에 많은 기대를 지니고 있었는지.

적색의 관리자는 상당히 실망한 기색이었다.

[혹시 남은 잔여 포인트로 올릴 수는 없나?]

‘백광은 투자가 안 되는데. 다른 스탯과는 달리.’

다른 스탯은 다 잔여 포인트를 투자하기 위한, + 마크가 있었는데.

백광만은, 옆에 그런 게 뜨질 않았다.

‘대신 임기제 관리자로 승급할 수 있다고 하는군.’

[임기제로……? 왜?]

‘백광을 얻어 관리자 업적을 달성했다고 하네.’

[흠. 나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성지한의 말에,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적색의 관리자.

그때.

지이이잉…….

성지한의 눈 앞에, 백색의 화면이 떠올랐다.

[청색의 관리자여. 현명한 선택을 했구나.]

화면 속에는 새하얀 빛무리가 반짝이며.

성지한을 치하하고 있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거만한 느낌이 드는 백색의 관리자.

‘같은 상시 관리자라도 흑색이랑은 확실히 다르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백색의 관리자에게 물었다.

“백광 이거 어떻게 쓰는 거지? 잔여 포인트로 스탯 올라가지도 않던데.”

[지금의 너에겐, 배틀튜브 활동을 열심히 하란 말 밖에는 못하겠군.]

“배틀튜브?”

[그래. 배틀튜브는 백색의 관할이니. 거기서 활동하다보면 백광의 쓰임새를 알게 될 것이다.]

“뭔 이제와서 배틀튜브냐.”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배틀튜브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백광의 능력치도 자동으로 오를 것이다.]

“그럼 해야겠네.”

스탯이 저절로 오른단 이야기에, 금방 수긍했다.

공짜로 능력 올릴 수 있는 기회는, 놓칠 수 없지.

“흠…… 그럼 내 예전 계정 쓸 수 있나?”

[내가 널 추방시키면서 정지시켰다만, 지금 바로 풀어주지.]

“역시 날 추방시킨 주체는 너였군.”

[옛날엔 그랬지. 하나 어쨌거나 네 추방 상태, 풀어주지 않았느냐?]

“내 추방을 풀어줬다고? 언제?”

[백광을 주었으니, 임기제 관리자가 되었을 터. 그럼 추방 상태는 자동으로 풀리지 않느냐.]

“아직 승급 안 했는데?”

그 말에 빛무리가 더욱 강렬하게 번뜩였다.

[당장 승급해라. 봉인당한 나 대신, 네가 관리자 회의에 참석해야 하니까.]

“관리자 회의?”

[그래. 상시 관리자와 임기제 관리자가 같이 참여하는 회의다.]

임기제 관리자가 되어서 회의에 참석하라고 백광을 준 거였나?

성지한은 그의 말에 눈을 깜빡였다.

“거기서 뭐 하는데?”

[여기선 배틀넷의 주요 안건이 결정되지…… 회의에서 통과한 안건은, 그 즉시 배틀넷에 적용된다. 그런데 지금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존재는, 둘밖에 없지.]

“둘이라면…… 흑색의 관리자랑. 설마 울드냐?”

[그렇다. 그녀는 벌써 녹색의 관리자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그드라실을 잡아먹더니, 금방 녹색의 관리자가 되었네.

행동 참 잽싸다고 생각하고 있을 즈음.

백색의 관리자가 말을 이었다.

[내가 봉인되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니, 관리자 회의에 참석하는 건 둘.]

“흑색의 관리자랑, 녹색의 관리자가 된 울드군.”

[그래…… 헌데 흑색의 관리자는 울드에게 큰 빚이 있으니 그녀가 어떤 안건을 내던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그냥 기권하겠지.]

회의에 둘만 참석하는데, 그중 한 명이 기권하면……

“울드가 내는 안건은, 그냥 프리패스네?”

[그렇다. 그 여자가 최종적으로 노리는 건 내 자리일 터…… 그 시도를 막아야 한다.]

“아하. 그러니 내가 임기제 관리자가 돼서 회의에 참석하라는 거군.”

울드에게 반대표를 던질 관리자를 한 명 넣겠다 이거네.

‘이 제안은 내게도 나쁘지 않군.’

성지한의 능력을 노리는 울드.

그녀가 관리자 회의에서 혼자 자기가 유리한 안건을 다 통과시키면 아주 피곤해질 터였다.

여기선 백색의 관리자가 하지 말라고 말려도, 회의에 참석해야 할 상황.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

“회의 참석 건에 대해선 협조하지. 근데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하라. 대답할 수 있는 건에 대해선 대답해 주겠다.]

“흑색의 관리자는 왜 그렇게 그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흠. 원래 이 건은, 우리의 치부나 다름없지만…… 네가 협조적으로 나오니, 특별히 알려 주지.]

성지한의 물음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백색의 관리자는.

[흑색의 관리자를 상시 관리자로 만든 게 울드였다.]

성지한에게 배틀넷의 비사를 알려 주었다.

“……울드가 흑색을 상시 관리자로 만들었다고? 흑백은 같은 급 아니었나?”

[아니. 과거에, 상시 관리자는 백색밖에 없었다. 헌데 그 여자가 흑색에게 자유를 주는 미친 짓을 저질렀지……]

“그녀가 흑색에게 자유를 주었다고?”

[흑색은 원래 백색의 관할. 그래…… 너희 기준으로 보면, 쓰레기장에 지나지 않았다. 헌데 그 미친 여자가 거기에 ‘자율’을 부여하곤, 더 나아가 상시 관리자에 임명했지.]

그럼 원래 배틀넷의 절대자는 백색의 관리자 한 명 뿐이었는데.

울드가 흑색을 현재의 지위로 끌어 올린 건가.

“……대체 왜?”

[왜 그랬는지는 내가 더 알고 싶군.]

“근데 울드는 공허의 인장도 찍혀 있던데. 흑색의 관리자에게 당한 거 아니냐 그럼?”

[아니. 자기가 일부러 인장에 찍힌 거다. 절대적인 신의 자리에서 내려오기 위해…… 미쳐도 한참 미쳤지. 그녀는 백색이 지배하던 배틀넷의 판도를 뒤바꾼, 대역죄인이다.]

이빨이 있었으면, 부득부득 이를 갈 거 같은 백색의 관리자.

그는 울드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며, 성지한에게 말했다.

[관리자 회의는 5일 후에 시작될 것이다. 그 전에 임기제 관리자로 오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래. 나도 그 여자한테 빚이 있으니까.”

[좋은 태도로군…… 그러면, 그 여자가 쓰러질 때까지 협력하도록 하자.]

삑!

그 말을 끝으로, 꺼지는 백색 화면.

[……놀랍군. 흑색의 관리자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다니.]

“그러게. 지금 상황으로 보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데?”

[그래도 그 정도면, 과거에 ‘빚’이 있다고 할 만 하군……]

울드가 깽판칠 때, 옆에서 구경만 하던 이유가 있었네.

아니.

오히려 자유를 준 울드를 돕겠다고 성지한 공격 안 한게 다행이다.

‘이거…… 회의에 무조건 참석해야겠는데.’

흑색이 기권하고, 녹색의 관리자가 된 울드가 낸 안건이 내는 족족 통과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성지한은 업적 달성 후, 띄워져 있던 메시지창을 다시 열었다.

[‘임기제 관리자’로 승급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떠오르는, 승급 메시지.

“승급한다.”

그가 그리 말하자.

번쩍……!

성지한의 전신이, 금방 푸른빛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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