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581화>
뉴욕의 하프 엘프 센터.
성지한이 포탈을 열어,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오오. 성지한 님!”
미국의 대통령이 그를 직접 마중 나왔다.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성지한 님 덕분에 인류가 구원받았습니다……!”
통역 관련된 아이템을 쓰는지, 유창한 한국어를 쓰는 미 대통령.
성지한은 대통령이 자신에게 찬사를 보내는 걸 한 귀로 흘린 채, 주위를 바라보았다.
‘6515명 다 서 있네.’
단상 아래로 오와 열을 맞추어 서 있는 남자 하프 엘프.
그리고 그 뒤편에는.
여성 하프 엘프들이 모여 있었다.
하프 엘프 센터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저들까지 다 수용하기엔 역부족이어서 그런지.
밖에까지, 줄이 쭉 늘어서 있었지.
‘저 중에, 대통령 딸도 있는 건가.’
미국 대통령의 일행 중에선, 모습이 보이지 않던 여자 하프 엘프.
자기 딸을 대놓고 데려오는 것보단, 그냥 저기에 묻어가기로 한 거 같았다.
기록말살형 때, 찬성을 주도한 거 때문에 그런가?
‘뭐, 공과 사는 구분하네.’
성지한은 자신을 계속 찬양하는 대통령에게, 손을 들었다.
“덕담은 그 정도면 되었습니다. 일처리부터 하죠.”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단은 남자들 먼저 해결하고, 여자를 봐보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여자 하프 엘프도 봐준다는 이야기에 얼굴이 밝아진 대통령.
단상 아래.
긴장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 하프 엘프를 향해.
성지한은 가볍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스스스스…….
6천여 명의 남자 하프 엘프에게서 푸른 기운이 빠져나오더니.
일제히 성지한에게로 흡수되었다.
[스탯 ‘청’이 66 오릅니다.]
‘0.01보다 조금 더 되는 사람도 있었나보군.’
65가 오를 줄 알았더니, 1 더 오른 청.
청이 100에서 166으로 훌쩍 뛰어오른 성지한은.
예전보다 능력 상승의 효과를 확실히 더 체감하고 있었다.
SS급 시절보다, 효율이 5배로 뛰어올랐으니.
지금 이 하프 엘프들에게 한번 손짓하고 올라간 능력은 예전으로 따지면 330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이렇게만 가면, 예전의 힘에 근접해 가겠군.’
청색의 대기가 SSS급일 시절, 2549까지 도달했던 스탯 청.
이걸 현재의 청에 대입해 보면 5로 나눠 510이었다.
남자 하프 엘프가 2만여 명이라 했으니, 한 300까지는 무리 없이 도달하겠네.
‘그 이후가 문제긴 하다만…….’
예전 수준에 도달하려면, 200은 더 올려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군.
성지한이 올라간 능력을 보며 다음 스텝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즈음.
“오…….”
“도, 돌아왔다.”
“내 몸 되찾았어……!”
“근데 레벨은 하프 엘프 시절 레벨이네.”
“그때 좀 열심히 할걸…….”
사람으로 돌아온 6천여 명의 미국인.
일부는 거울을 꺼내 보고.
일부는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레벨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몸이 완전히 되돌아온 걸 확인하곤 크게 놀라워했다.
“그런데 역시 성. 손짓 한 번에 모두를 되돌리네…….”
“전 세계의 시간마저 되돌렸는데, 이 정도는 당연하지 않겠어?”
“사인 받고 싶은데, 안 되겠지?”
“뒤에서 지금 여자들 대기하고 있는 거 안 보여? 빨리 자리 비워 줘야지.”
“폰 제출만 안 했어도 사진 찍었을 텐데…….”
성지한을 보며, 선망의 눈빛을 보이던 남자들은.
[상태 확인이 끝나는 대로, 모든 남성분께서는 3번 출구로 나와 주십시오.]
센터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자, 이 자리를 뜨는 걸 아쉬워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들이 나간 빈자리를 금방 채우기 시작하는 여성 하프 엘프들.
‘여자들이 확실히 남자보다 많긴 하네.’
원래도 될 확률이 높았던 데다가.
스탯 청이 다 흡수되면 인간화되었던 남자 하프 엘프와는 달리, 인간화 된 적이 없어서 그런가.
여자 하프 엘프의 숫자는 남자보다 훨씬 많았다.
“여자 하프 엘프는 몇 명이나 됩니까?”
“미국에는 총 10만 명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3만 명이 모였습니다.”
“3만이라.”
3만도 많아 보이는데, 원래는 20만이나 있다고?
‘전 세계로 따지면 숫자가 엄청나겠는데.’
성지한은 여자 하프 엘프 쪽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거, 남자들처럼 손짓 한 번에 인간으로 되돌리긴 힘들겠는데…….’
오히려 이들에겐 능력을 흡수하기보단, 청을 적극적으로 써야 할 거 같았다.
“이거. 한 분에게 먼저 테스트를 해야겠군요. 혹시 자원하실 분 있으십니까?”
성지한이 단상 아래를 둘러보며 그리 묻자.
맨 앞에 서 있던 여자 하프 엘프가 번쩍 손을 들었다.
“레, 레이첼…….”
자원자를 보고는 뒤편에서 말을 더듬는 미 대통령.
어째 반응 보니, 저 사람이 딸인가?
다 똑같이 생겼는데, 옷차림으로 알아봤나 보네.
“올라오세요.”
성지한이 손짓하자, 그녀가 금방 강당 위로 올라왔다.
[여자 하프 엘프는 남자와는 구성 원리 자체가 다르다. 뇌만 남기고 나머지 신체는 소각하고, 인간 육체를 재구성해서 만들어 줘야 할 거 같은데.]
‘그건 너무 극단적이지 않냐?’
[걱정 마라. 이 작업에 별로 큰 힘이 들진 않으니까. 네가 해결책을 못 찾으면, 이 방법을 추천하지. 혹여나 괜히 여자 하프 엘프 되돌린다고, 스탯 청을 소모할 생각은 절대 하지 마라.]
‘당연하지.’
언제 울드가 또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여자 하프 엘프를 인간으로 만든다고 이쪽에서 스탯을 소모할 필요는 없지.
“음. 이렇게 다 모인 걸 보니, 엘프 군단이 떠오르는군요…….”
“어제도 꿈에서 죽었을 때의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여자 하프 엘프들 보니, 오늘도 재현될 거 같군요.”
“확실히, 혐오감이 없다가도 생길 거 같습니다.”
뒤에서는 대통령을 따라온 의원들이 그렇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래도 청의 보존이 가장 큰 우선 순위다.’
여자 하프 엘프에게 청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다가.
스탯 날려서 울드를 못 막으면 그게 더 인류에겐 재앙이겠지.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대통령 딸을 살피다가.
‘생명의 기운이 아주 미세하게 있군.’
여성 하프 엘프만이 지닌 특색을 발견했다.
엘프 재생력의 근간이 되는 생명의 기운.
그게 여성 하프 엘프에겐 아주 미세한 양이 존재했다.
그리고.
‘청도…… 여기에 먼지 크기로 결합이 되어 있네?’
보통 인류는.
검의 전당에서 청이 모조리 빨려서 남아 있는 게 없었지만.
여자 하프 엘프는 생명의 기운에, 청이 거의 먼지만 한 크기로 붙어 있었다.
스탯 청 수치로 따지면, 거의 만분의 1에 달하는 양.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지.’
성지한은 눈을 번뜩였다.
스탯 청의 회복이 시급한 이때.
0.00001 이건.
여기서 0이 몇 개가 더 붙든 상관없이, 이런 건 죄다 회수를 해야 했다.
‘생명의 기운까지 결합된 건…… 역시 그 무공을 써야겠군.’
스스스…….
성지한의 등 뒤로, 붉은 사슬이 튀어나오고.
무극멸신武極滅神
멸신결滅神訣
천수강신天樹降神
그게 레이첼의 몸에 닿자.
쩌저적…….
그녀의 몸이 일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레, 레이첼!!!”
그걸 본 대통령이 놀라 눈을 부릅떴을 때.
‘청과의 결합을 떼어내고, 생명의 기운은 원래 육체를 회복하는 데 쓰면……’
스스스…….
천수강신의 속에서, 결합되었던 두 힘이 분리되고.
무너져 내릴 거 같던 레이첼의 육신이, 새로운 형태로 재생되었다.
통통한 체구의, 백인 여성의 모습으로.
“오. 오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미국 대통령은 감격했지만.
“아…….”
“완전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구나…….”
“몸도 완전히 그대로네?”
단상 아래에선 원래대로 돌아온 레이첼의 변화를 보고는.
실망한 기색이 적잖이 드러났다.
완벽한 미를 보였던 엘프의 모습에서.
예전의 불완전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였으니까.
[흠. 인간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걸 꺼려하는 건가. 그럼 뇌만 남기고 소각하는 게 어떻겠나? 저들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줄 수도 있는데.]
그놈 참 태우는 거 좋아하네.
‘됐어, 청 수집해야 해.’
성지한은 적색의 관리자의 제안을 즉각 거절하곤.
“성공했으니 이제 모두에게 적용하겠습니다.”
파아아앗……!
천수강신을 사방에 뿌렸다.
그러자, 빠르게 엘프에서 인간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하는 사람들.
성지한이 그렇게, 3만에게 천수강신을 뿌리며 ‘인간화’ 작업을 끝내자.
[스탯 ‘청’이 3 오릅니다.]
스탯 청이 3 오르며.
[레벨이 1 오릅니다.]
레벨이 올랐다.
* * *
[하프 엘프 센터에서 발생한 기적. 여자 하프 엘프까지 인간이 되다!]
[성지한, 남성 하프 엘프 뿐만 아니라 여성까지 모으라고 지시]
[인간이 돌아가고 싶지 않아? 소집령에 불응하고 잠적을 선택한 하프 엘프들]
미국에서 대거 인간화된 하프 엘프들.
하나 정말 인간 시절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돌아간 걸 보곤.
엘프의 육신을 되돌리는 걸 아까워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완벽에 가까운 육체를 예전의 몸뚱아리로 되돌려야 했으니.
아무래도 아쉬움이 생겨났던 것이다.
-인간화되면 진짜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가네…… 살도 그대로
-그래서 소집령 거부하는 거임?;
-아니 좀 시키면 해라 ㅡㅡ
-엘프가 이쁘긴 하지……
-ㅅㅂ 암만 이뻐도 저번에 그렇게 죽어 놓고도 엘프 못 놓겠다니…… 진짜 돌았나????
-남자 하프 엘프 중에서도 몇몇 있더라 뭔 종교 만들려고 하던데 ㅡㅡ 성지한은 유일신이고 자기들은 신의 대행자라고
-아니 그럼 유일신 말을 들어야지 왜 소집에 불응하는 거야 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이거, 착한 ‘혐오’를 시작해야 할 듯싶네요……
사람들은 대부분, 제발 말 좀 들으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에서의 기적 이후에, 하프 엘프 소집은.
오히려 조금씩 난항을 겪고 있었다.
한편.
일단 한국으로 돌아온 성지한은.
상태창을 살펴보고 있었다.
‘레벨 업이라…… 지금까진 굳이 안 올렸었지.’
적색의 관리자가 상태창을 개조한 이후.
성지한은 레벨 업을 자신이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레벨 업을 하면 명계가 확장될 거라며, 적색의 관리자가 이를 말렸지만.
‘이젠 레벨 업 해도 상관 없지 않나?’
[그래. 네 능력이 발전하며, 청홍의 봉인은 오히려 견고해졌다. 명계가 확장되어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SSS급에 도달한 청은, 청홍의 봉인을 질적으로 강화한 상태였다.
‘잔여 포인트로 청 올릴 수 있나 봐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레벨 상태를 바라보았다.
레벨 : 2 (101로 레벨업 가능)
관리자가 돼서 그런지, 세계수 태워도 1 오를까 말까 했던 레벨.
하나 이그드라실을 제압한 게 주효했는지, 현재 올릴 수 있는 레벨은 세 자릿수에 도달해 있었다.
‘이건 울드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안 올랐겠어.’
명계의 불이 궁금하다고, 이그드라실에게 굳이 그걸 맞게 했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이그드라실을 제압한 공로는 울드에게 갔었겠지.
성지한은 막타를 치게 해 준 그녀에게 감사해하며.
레벨을 101까지 스트레이트로 찍었다.
그러자 적색의 관리자가 바로 말했다.
[레벨 대체 몇까지 올린 거지? 명계가 너무 빠르게 확장하는데……]
‘101.’
[……좀 천천히 올리지 그랬나? 청홍의 봉인이 견고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 급속히 성장했는데.]
‘기다려 봐. 청도 잔여 포인트로 올리면 되니까.’
청도 +99 하면, 봉인도 금방 안정을 되찾겠지.
성지한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하자.
적색의 관리자가 이를 듣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거 말인데…… 잔여 포인트, 조금 남길 수 있겠나?]
‘왜?’
[백광 스탯에. 포인트를 투자해야 할 수도 있지 않나.]
‘아. 백광.’
적색의 관리자가 명계 봉인 협조할 테니, 꼭 좀 얻어달라던 백광.
지금까진 일이 워낙 긴급하게 돌아가, 거기까지 신경 쓰지 못했는데.
‘흠…… 말 나온 김에 얻어 볼까.’
지금은 약간 여유를 되찾았으니.
이 스탯, 올려 봐도 될 거 같았다.
[좋은 생각이다. 청색의 관리자여.]
‘근데 넌 그거, 왜 그렇게 얻으려고 하지?’
[그건……]
‘백광 얻기 전에, 이유는 들어봐야겠군.’
성지한의 물음에.
[……아직 확실하진 않다만. 그래도 듣겠나?]
‘어.’
적색의 관리자는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백광이…… 내가 꼭두각시에서 벗어날, 단서가 될 것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