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579화>
‘청의 등급이, SSS로 올랐다고……?’
성지한은 두 눈을 크게 떴다.
100만 남은 청.
이거로 청홍을 유지하기도 힘들 줄 알았는데.
이게, 여기서 등급이 올라 주다니…….
타이밍 한 번 절묘하네.
[음…… 무슨 일인가? 청홍의 봉인, 다시 강해지는군…….]
그리고 자기 일처럼.
아니 성지한보다도 청을 날린 것에 대해 더 흥분하던 적색의 관리자는.
청홍의 봉인이 급격히 안정되자, 냉정을 되찾았다.
‘청의 등급이 올랐다. 울드의 권능을 파훼했다고.’
[등급이…… 지금 올랐다고? 허. 운도 참 좋구나.]
‘그러게 말이다.’
인류의 청을 흡수했을 때도, 뚫지 못했던 SSS급.
하나 이번에 결국 SSS급을 쟁취하고 나니.
이게 지금껏 왜 이리 안 올랐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최소 기존의 5배다.’
아직 SSS급에 익숙하지 않은 지금도.
예전의 청 500과 비슷한, 스탯 100.
성지한은 지금의 청에 익숙해지면, 여기서 더 강력한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 보았다.
이러니까, 스탯이 100밖에 안 되는데 청홍도 안전히 유지되는 거겠지.
‘거기에, 한계도 사라졌어.’
999에서 성장이 멈췄었던, 스탯 청.
청색의 대기를 얻으며, 일시적으로 이 한계를 늘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능력 성장에는 한계치가 존재했다.
하나 SSS급으로 오른 청은.
이제 기존의 한계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물론.
‘현재 100이라 999까지 도달하기도 쉽지 않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성장이 막히는 일은 없겠지.
성지한은,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금륜을 되돌렸다.
드륵.
드르르륵……
금륜이, 수레바퀴를 돌리기 시작하자.
[……끝까지 돌리는군요. 그걸.]
화면 속의 울드가, 이를 악물더니.
빛의 시계를, 자신의 몸에 발동시켰다.
째깍. 째각.
수레바퀴의 움직임과 함께, 같이 돌아가는 시계.
[이번 일은, 잊지 않겠습니다. 청색의 관리자.]
그 말을 마지막으로, 꺼지는 화면.
성지한은 처음에 울드가 자신의 몸에 시계를 설치하자, 또 저 여자가 방해를 하는 건가 싶었지만.
‘금륜은 별 탈 없이 돌아가는군…….’
다행히, 청색으로 변한 금륜은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드르륵……
그리고 그가 시간을 되돌리자.
쿠르르르,!
무너졌던 건물의 잔해가 둥둥 뜨더니.
건축물이 역으로 조립되고.
슈우우우……
사방에서 일어났던 불길은, 진원지로 모였다가 사라졌으며.
“어…….”
“뭐, 뭐지?”
“난, 분명…… 엘프의 폭격에 죽었는데.”
“꿈…… 꾼 건가? 거리도 그대로야.”
“으. 으으……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는데.”
죽었던 사람들이, 하나둘 씩 살아나면서.
거리에는 생존자들로 인한, 혼란상이 펼쳐졌다.
모두가 죽었던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고통스러워했지만.
“유진아! 유진…… 아. 사, 살았구나!”
“어, 엄마…….”
“와…… 대체 어떻게 산 거지 나……?”
“맨날 죽고 싶다고 했는데, 죽어 보니 역시 살아 있는 게 최고네…….”
그럼에도 살아난 현재를 안도하고 있었다.
‘어디.’
휙!
성지한은 복구된 소드 팰리스의 옥상으로 나와, 거리를 바라보았다.
2시간 전으로, 모든 것이 회복되었지만.
침공자인 엘프들은,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는 동안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성지한은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울드가 마지막에 했던 행동을 떠올렸다.
‘울드가, 자신의 몸에 빛의 시계를 사용한 이유가…… 갇힌 엘프들을 이리로 역소환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나.’
왜, 빛의 시계를 자신의 몸에 썼나 했더니.
그녀의 몸속에 들어온 엘프를 이리로 되돌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울드의 힘, 처음 상대할 땐 답이 없어 보였는데…….’
울드와 싸웠을 때.
그녀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엘프를 자신의 몸에 편입시켰다.
거기에 빛의 시계는 모든 공격의 궤도를 비틀어서.
지금껏 상대한 모든 적 중, 가장 답이 안 나오는 상대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힘도 무한정하진 않나 보군. 체내의 엘프를 굳이 풀어 두지 않고, 지킨 걸 보면.’
울드가 자유자재로 세계수 엘프들을 흡수할 수 있었다면, 굳이 빛의 시계를 자신의 몸에 사용하지 않았겠지.
우주 전역에 흩어진 엘프를 단번에 흡수한 그 초월적인 권능은.
어쩌면 1회용일지도 모르겠다.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복구된 소드 팰리스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거기선.
“앗……! 오너님!”
살아난 임가영을 부둥켜 안고 울고 있던 이하연이.
성지한을 보고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가영이를 살려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해요.”
“오너님…… 죄송합니다. 이제야, 기억이 되돌아왔습니다. 제 목숨을 구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하연의 뒤에 서 있던 임가영도.
성지한에게 다가오더니, 똑같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뭘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 그것보다, 기억은 되돌아왔나요?”
“아…… 네. 엘프가 침공했을 때, 기록말살형으로 지워졌던 기억이 다 되살아났습니다.”
“침공 전에, ‘식민지’ 상태에서 해방되었다고 메시지가 뜨긴 했어요. 혹시 그거랑 연관이 있는 것 아닐까요?”
성지한은 이하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말살형의 자세한 기전까지는 모르지만.
‘식민지’ 상태를 포기하고, 인류의 대학살을 감행한 시점에.
저것도 자동으로 폐기된 건가 싶었다.
“죽었을 때의 기억은, 아무래도 생생한가요?”
“예…… 그래도, 엘프들이 너무 강해서. 그다지 고통스럽진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죽어 버렸으니…….”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죽여 준 건가.
실력 차이가 압도적으로 난 게, 이런 데에서는 순기능을 발휘했네.
“오너님…… 지금, 초토화된 전 세계의 도시가 모두 복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현재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채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렇겠지.
엘프 군단에 의해 1시간 반 만에 세계가 초토화되더니.
갑자기 시간이 2시간 전으로 되돌아가며, 세계가 멀쩡하게 복구되었으니.
다들 이게 꿈인가 하는 심정일 거다.
“그래서 말인데…….”
지이이잉.
이하연이 자신의 배틀튜브를 열어,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그 영상 안에는.
성지한이 금륜을 소환하는 장면이 녹화되어 있었다.
몇 번이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전력을 다해 청색으로 변한 금륜을 되돌리는 성지한.
수레바퀴가 돌아갈 때마다.
무너진 세계가 급격하게 되돌아오는 광경이.
영상 안에는 모두 담겨 있었다.
“……이건 또 언제 찍었어요?”
“오너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신 걸, 모두가 알아야죠. 적잖은 힘을 쓰신 것 같은데…… 이런 공로는, 숨기지 말고 널리 널리 알려야 해요!”
공로라.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윤세아가 안 쳐들어왔다고 거짓 정보를 알려 줘서, 생겨난 문젠데.
이걸 공이라고 볼 수 있나.
그냥 집안에서 일으킨 문제, 결자해지를 한 거지.
성지한이 그렇게 이하연의 제안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을 때.
“지한아…… 진짜, 성공했구나.”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거실로, 윤세아를 안고 있는 성지아와.
윤세진이 걸어왔다.
김지훈에게 스탯 ‘청’을 대부분 흡수당하여, 남자 하프 엘프의 모습이 매우 옅어진 윤세진.
하나 귀가 튀어나오고 성지한과 미묘하게 닮은 얼굴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몸은 어때요? 그리고 죽었을 때, 기억은…….”
“몸은 덕분에 쌩쌩해. 그리고 트라우마는…… 크게 남지 않을 거 같아. 검왕 시절의 힘이 다 사라져서, 순식간에 엘프들한테 죽어 버렸거든.”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게, 이럴 땐 다행인가.
윤세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성지한은.
“…….”
아직도 의식을 잃은 상태인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혹시나 공허의 대기가 시간회귀로 복구되나 했더니…… 그렇진 않군.’
하긴.
공허의 대기가 복구될 거였으면, 청색의 대기도 다시 복구되었겠지.
‘그래도 공허는 좀 돌아왔네.’
복구가 안 된 건, 공허의 대기와.
흑색의 관리자가 회수한, 아레나의 주인의 모자 정도인가.
성지한은 윤세아의 체내에 있는 공허까지 다 흡수해 버릴까 하다가.
‘……아니. 이건 깨어나서 얘기할 문제다.’
일단은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했다.
윤세아를 변화시킨, ‘코스모스’종으로의 변화는 사라졌으니.
저 정도 공허 스탯은, 남겨 놔도 당분간은 큰 탈이 없을 터다.
그렇게 윤세아를 살핀 성지한은.
윤세진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세진 형은 인간화가 되질 않았네요. 분명 청을 다 흡수당했을 텐데.”
스탯 청이 사라지면, 인간화가 되는 남자 하프 엘프.
검의 전당에서, 김지훈이 청을 끌어모았을 때.
마지막 순간엔, 수많은 청검이 청을 죄다 흡수당하고.
남자 하프 엘프들도 많은 수가 인간화되었다.
그러나 윤세진은, 김지훈에게 가장 먼저 청을 흡수당했음에도.
남자 하프 엘프의 모습을, 어설프게나마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다.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은데…… 내 외모가 지한이 너랑 어설프게 닮으니. 지아도 질색을 하더군. 식민지 시절엔 왜 그렇게 남자 하프 엘프가 되고 싶었는지 참…….”
한숨을 푹 쉬면서, 거울을 바라보는 윤세진.
성지한 본인이랑 이렇게 옆에서 나란히 서보니, 미묘하게 닮은 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불쾌감을 유발하고 있었다.
‘엘프의 식민지에선 벗어났지만, 앞으로 하프 엘프들이 꽤 문제가 되겠는데.’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윤세진을 바라볼 즈음.
‘음?’
그의 눈에, 윤세진의 몸 안에서 미세하게 반짝이는 푸른빛이 눈에 들어왔다.
‘저거…… 설마 청인가?’
성지한이 청을 인지하고 손을 뻗자.
스스스스……
윤세진의 몸에서, 푸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더니.
성지한 쪽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어……?”
순식간에, 남자 하프 엘프의 모습이 사라져 가는 윤세진.
성지한과 닮았던 외모가 빠르게 변화하더니.
곧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 이게 무슨…….”
순식간에 생긴 변화에 눈만 껌뻑거리던 윤세진은, 급히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아. 레벨은 떨어진 상태 그대로군.”
“2레벨입니까?”
“남자 하프 엘프 시절 조금 올려서, 그래도 레벨 40이긴 하네.”
외모는 검왕 시절로 돌아왔지만.
레벨까지 돌아온 건 아닌 건가.
그래도.
“후우…… 되돌아 온 게 어딘가. 레벨이야 다시 올리면 되지.”
윤세진은 에전의 모습을 되찾은 거 자체가 만족스러운지.
안도의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리고 성지한은.
‘세진 형한테 흡수한 청…… 한 0.01 정도 되겠는데?’
윤세진에게서 흡수한 청을 측정하며, 눈을 번뜩였다.
스탯 100으로 떨어진 스탯 청.
SSS급이 되면서 효율이 5배 이상으로 올라갔다지만.
어쨌거나 예전보다 스탯 총량은 확실히 줄어 있는 상태였다.
이걸 어떻게 복구해야 하나, 슬슬 고민이 되는 시점이었는데……
“남자 하프 엘프…… 혹시 최후의 순간엔 얼마나 남았죠?”
“아. 한…… 1~2만 명 정도 남았을 거예요. 마지막엔 1백만이란 숫자가 무색하게, 남자 하프 엘프들 대부분이 인간화되었으니까요.”
“1~2만이라.”
그들도 윤세진처럼 청을 보태 준다고 가정하면.
청을 한 1~200은 올릴 수 있는 건가.
성지한은 이하연 쪽을 바라보았다.
“하연 씨, 아까 영상 배포할 때, 하나를 더 추가하죠.”
“하나 더 추가라면…… 아. 혹시 남자 하프 엘프의 인간화를 추가하실 생각이신가요?”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하연이 아쉬워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장면도 미리 찍어 둘 걸 그랬어요. 검왕님께서 순식간에 인간화되셔서, 찍을 생각을 못 했네요.”
“괜찮아요. 하나 데려와서 찍죠. 뭐.”
“데려…… 와요?”
남자 하프 엘프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고?
이하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의문을 드러냈지만.
성지한은 잠시 눈을 감더니.
“마침 근처에 한 명 있네요. 바로 데려올 테니, 영상 준비해 주세요.”
번쩍!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가.
슉!
금방 남자 하프 엘프 한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어? 어!? 뭐야. 당신들……! 아, 아니. 성지한 님……!?”
가만히 있다가 납치당한 남자 하프 엘프는 주변을 보고 당황하다가.
성지한을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저기요. 그 얼굴로 계속 살 생각, 아니시죠?”
성지한이 웃는 낯으로 남자 하프엘프에게 묻자.
“아…… 네…… 그, 그렇죠?”
남자 하프 엘프는, 얼빠진 얼굴로 그리 대답했다.
남자 하프 엘프의 ‘원본’인 성지한이 그렇게 물어보는데.
‘아뇨, 그냥 이대로 살래요’라고 말할 만큼, 그는 간이 크지 못했다.
“잘됐네요.”
씨익.
성지한은 입꼬리를 올린 채.
“그럼 인간으로 되돌아가는 김에, 영상 하나만 찍죠.”
서서히 남자 하프 엘프에게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