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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76화 (57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76화>

[울드가 꺼낸 것…… 공허의 인장이군.]

청홍의 내부에서, 적색의 관리자는 울드가 꺼낸 보랏빛 문양을 보고는 그리 말했다.

공허의 인장.

관리자의 임기가 끝날 때, 흑색의 관리자가 와서 찍는 문장이라 했던가.

‘찍히면 천년 내에 죽는다는 인장…… 저걸, 설마 이그드라실한테 넘기는 건가?’

그렇게 넘길 수 있었으면, 왜 지금까진 안 했던 거지?

이런 의문은 성지한만 지닌 게 아닌지.

인장을 건네받은 이그드라실이 말했다.

[저한테 이걸 넘기실 수 있었으면…… 진작 하시지 그러셨어요. 울드님. 왜 계속 가지고 계셔서, 그 고생을……]

인장을 받으면 무사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왜 진작 이걸 안 건넸냐고 울드를 타박하는 이그드라실.

스스스…….

울드는 보랏빛으로 물드는 우주수의 형상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지금까진, 널 희생하면서까지 살 필요성을 못 느꼈어.”

[그럼……]

“하지만, 살면서 처음 접하는 권능을 보니…… 다시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스으윽.

그러면서 성지한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울드.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원래는 얌전히 우주수 안에 갇혀 있을 생각이었는데, 내 힘을 보고 마음을 바꾼 건가.’

스탯 청과 적.

둘 중에 뭘 노리는지.

아니면 둘 다 노리는 건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이그드라실을 제물 삼아 부활하려는 그녀는 우주수 이상의 난적이 될 게 분명해 보였다.

‘공격은 저 빛의 시계 때문에 통하지 않으니…….’

성지한은 흑색의 관리자가 띄운 공허를 바라보았다.

“흑색의 관리자여. 공허의 인장…… 저렇게 넘기는 건 네 뜻에 위배되는 행위 아닌가? 나한테만 들러붙지 말고, 저거부터 바로잡지?”

이쪽은 명계의 힘 좀 썼다고 밀착 마크하더니.

왜 저놈은 봐주냐?

성지한이 그렇게 공허에 대고 묻자.

스스스스…….

그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흑색의 관리자가 전대 ‘백색의 관리자’에게는 빚이 있어, 이번 문제는 개입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전대 백색의 관리자라고? 울드가?”

백색의 관리자라니.

뭔가 빛이 번쩍 번쩍 거리긴 했는데, 저게 백색의 권능이었나?

‘대처가 쉽지 않은 것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네.’

빛의 시계도, 상시 관리자의 힘 ‘백색’의 권능이라고 본다면.

강력한 게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저쪽은 눈감아 주고, 나만 마크하시겠다? 흑색의 관리자께서 이렇게 불공정하신 줄은 몰랐군.”

성지한이 그렇게 공허를 향해 한 마디를 더 내뱉자.

[흑색의 관리자가 이번 건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흑색의 관리자의 메시지가 뜬 이후.

스스스…….

성지한의 옆에서 피어올랐던 공허가 사라졌다.

이건.

‘명계를 사용해도 터치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울드를 봐준 대신, 성지한이 권능을 사용하는 것도 눈감아주겠다 이거군.

‘관리자 중 최강이라더니, 참 하는 게 없군. 흑색의 관리자는. 힘도 마음대로 못 쓰고.’

[그는 예전부터 그랬다. 최소한의 개입만 했지…… 그래도 한 번 내뱉은 말은 지켰는데, 명계를 이번 일에 한해서 눈감아 준 건 의외군. 그만큼, 전대 백색의 관리자가 성가시단 건가.]

‘흠. 근데 저 여자가 복귀하면, 지금 백색의 관리자는 어떻게 되는 거지?’

[글쎄…… 현재의 백색의 관리자는, 분명 그녀를 배틀넷의 대역죄인이라 칭했다. 워딩만 따져 보면, 그렇게 우호적인 관계 같지는 않다만. 실제로 그녀가 활동을 시작하면 또 모르지. 협력 관계가 될지도.]

‘그래…… 역시, 여기서 처리해야겠군.’

명계의 힘.

웬만하면 안 쓰려 했지만, 울드라는 변수가 튀어나온 이상.

모든 걸 총동원해야 했다.

슈우우우……

청홍의 겉면, 푸른 테두리가 거둬지고.

그 안에서 붉은 눈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 직접 보니 신기하네!”

이를 보고, 눈을 크게 뜨는 울드.

“어쩜…… 이런 사람이 다 나왔을까?”

반으로 갈라진 그녀는, 반 토막난 혀로 자신의 입술을 햝았다.

그러더니.

스스스스…….

방어를 위해, 띄워 놓았던 빛의 시계를.

역으로 거둬들였다.

그러곤.

“이그드라실. 부탁이 있어.”

[무, 무엇이든 말씀하세요……!]

공허의 인장을 건네받아 급격히 소멸되어 가고 있던 이그드라실을 향해.

“저거, 대신 좀 맞아 줄 수 있겠니?”

자신의 방패가 되라고 부탁했다.

[네……!]

파아앗!

울드의 부탁에 순식간에 해체되는 우주수의 형상.

달의 표면에 거대하게 자리하던 빛의 나무는 어디 가고.

울드의 앞에 작은 무지갯빛 나무가 처량하게 떠올라 있었다.

‘죽기 직전, 마지막 힘을 짜낸 건가.’

이그드라실과는 꽤나 긴 악연 관계인데.

이렇게 끝이 날 줄은 몰랐군.

성지한은 중간 중간, 공허로 인해 파먹혀 있는 무지갯빛 나무를 향해.

명계의 힘을 쏟아 냈다.

화르르륵……!

이그드라실의 나무가, 순식간에 타오르고.

[울드님…… 이거 오래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피하셔야……!]

그녀는 최대한 명계의 힘을 막아서다가.

더 이상 안 되곘는지, 울드에게 필사적으로 도망치라고 외쳤다.

공허의 인장을 받아서 그런지, 확실히 오래는 못 버티는 이그드라실.

‘어딜 가려고.’

성지한은 울드가 도주하기 전에, 제압하기 위해 힘을 더 집중시켰지만.

“아.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째각. 째각.

빛의 시계가 다시 나타나자, 명계의 불길도 여타의 권능과 마찬가지로.

궤도가 꺾여 나갔다.

‘……이것도 막는다고?’

검흔이 막혔던 것과 동일하게 튕겨나가는 명계의 힘.

무한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상대에게 적중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이러면 왜 이그드라실을 방패로 쓴 거지?

성지한이 의구심이 섞인 눈으로 울드를 바라보자.

그녀가 싱긋 웃으며 불타는 무지갯빛 나무에서 가지를 떼어냈다.

“난 그냥…… 저 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했거든.”

[아……]

스윽.

그러면서, 가지에 붙어 있는 명계의 불길을 만져보는 울드.

“으음…… 불은 이 정돈가? 청보단 조금 실망스럽네.”

그녀는 손바닥을 쥐어 명계의 불꽃을 끄고는.

자신의 눈앞에서 타오른 이그드라실을 툭툭 쳤다.

“고마워. 이그드라실. 마지막까지 날 위해 살아 줘서.”

[앗…… 아니에요…… 이게 제, 존재 의의니……]

“이제 그럼, 쉬렴.”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파아앗……!

나무에서 공허가 급속도로 증식하더니.

이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자기가 막을 수 있었는데 명계의 불 보려고 저렇게 죽인 거군.’

성지한의 모든 공격을 빛의 시계로 방어할 수 있음에도.

명계의 불을 관찰하겠다는 목적을 위해, 이그드라실을 불쏘시개로 써 버린 울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면서 입을 털더니, 하는 행동은 철처히 계산적이군.

‘하. 저걸 어쩐다…….’

성지한이 가라앉은 눈으로 울드를 바라볼 무렵.

[흑색의 관리자! 대체 뭐 하는 건가?!]

콰르르르!

허공에서, 새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이번 사태는 일찍이 없었던 긴급 상황. 네가 개입하지 않으니, 내 봉인을 잠시 해제하겠다……!]

울드의 시계를, 일제히 감싸기 시작했다.

* * *

‘이 힘은…… 백색의 관리자인가.’

예전에 투성에서 빛의 장막에 갇혔을 때 보았던 것과 흡사한 힘.

저게, 최초의 스탯.

백광의 힘인 것 같았다.

‘아주 오늘 관리자들 다 튀어나오는군.’

녹색이랑만 분쟁이 날 줄 알았더니.

흑색이 옆에 등장하더니 전대 백색의 관리자가 튀어나오고.

마지막엔 봉인 상태에 놓였던 현대의 백색의 관리자까지.

현재 달 위엔, 관리자들만 존재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백광…… 시계를 녹이는군.’

지금까지 모든 힘을 튕기고, 왜곡시키던 빛의 시계는.

백광에는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서서히 새하얀 빛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시계의 뒤편에서 이를 바라보던 울드는.

“이런…… 오늘은 여기서 끝을 내야겠네.”

성지한 쪽을 못내 아쉬운 듯 바라보다가 후퇴를 결정했다.

[하. 어딜 가려고!]

파아아앗……!

허공에서 빛이 터져나오더니.

거대한 빛의 장막이 주변에 쳐졌지만.

“흐응…… 별로 발전이 없네. 이건.”

울드는 시큰둥한 얼굴로 장막을 바라보았다.

청이나 적의 권능을 보았을 때랑은, 180도 다른 반응.

그녀는 빛의 장막이 빠르게 좁혀지며, 자신을 가두려 함에도 별 신경 쓰지 않은 채.

“청색의 관리자님!”

오히려 성지한에게 말을 걸었다.

“……뭐지?”

“아까 말이에요. 진심이었어요?”

“뭘 말하는 건가?”

“제가 보여 준 영상, 환상이라고 하셨잖아요.”

지이이잉…….

그러면서 사방에 화면을 다시 띄우는 울드.

거기선.

엘프 군단이 인류를 학살 장면이 떠오르고 있었다.

인간의 군대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든 엘프 군단에게 저항하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현격한 힘의 차이에 의해 학살당하는 인간들.

그녀는 자신이 띄운 화면을 클로즈업하면서 싱긋 웃었다.

“사실 인간들, 필요 없어서 그렇게 이야기한 거 아니구요? 사실 이들, 짐밖에 안 되잖아요. 당신에겐.”

“아직도 그 블러핑을 지속할 생각인가? 지구에서 이미 연락이 왔다. 네가 보여 준 영상은, 모두 가짜라고.”

그래.

윤세아가 그러지 않았나.

지구엔 아직 엘프가 소환되지 않았다고.

이건, 다 울드가 만들어 낸 환상이라고.

저 여자가 보여 준 환상보다는, 윤세아의 말이 맞겠지.

“어머…… 꽤나 충신을 두셨네요. 청색의 관리자께서는.”

하지만.

상대가 저리 말하면서, 짙게 미소를 짓자.

성지한은 까닭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설마.’

그래.

윤세아가, 이런 중요한 문제를 속일 리 없다.

“그럼…… 짐덩이들은. 좀 남겨둘까요. 다 죽이면, 당신이 너무 자유로워지니.”

짝. 짝.

그러면서 울드가 박수를 두 번 치자.

[아. 아아악……!]

[뭐, 뭐야!]

[왜 몸이……!]

인류를 학살하던 엘프 군단의 몸이.

일제히 부풀더니, 빛으로 번쩍이며 사라졌다.

‘……이것도 환상인가?’

성지한을 뒤흔들 거면.

엘프가 자폭하는 걸 보여 줄 필요는 없을 텐데……?

그가 두 눈을 부릅떴을 때.

“얘네. 왜 저랑 똑같이 생긴 줄 아세요?”

울드는 웃음을 지으며 엘프가 빛으로 화하는 걸 지켜보았다.

“제 몸을 완성하기 위해 그런 거랍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스스스…….

성지한의 검흔에 의해 갈라졌던 흔적이.

위에서부터 회복되기 시작했다.

공허의 인장을 이그드라실에게 넘겼어도.

백색 시계를 빼면, 별 힘이 느껴지지 않던 울드였지만.

‘……생명의 기운이, 급격하게 차오르고 있다.’

화면 속, 엘프들이 빛으로 변한 이후부터는.

생명의 기운을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엘프가 다 똑같이 생긴 게.

사실은 울드의 자원으로 쓰기 위해서였던 건가……?

“음. 이 정도면 일단 됐네……”

그렇게 이그드라실의 분신 급으로 생명의 기운을 충전한 울드는.

툭. 툭.

빛의 장막에 다가가 가볍게 노크를 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구멍이 뚫리는 장막.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우리, 다음엔 더 좋은데서 봐요~”

울드는 성지한을 향해 손을 흔들더니,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아니. 어떻게 나의 장막을……!]

울드의 노크에 손쉽게 뚫리는 모습을 보고 경악하는 백색의 관리자.

‘저놈은 뭐 하루 종일 뚫리네.’

성지한은 구멍 뚫린 빛의 장막을 바라보다가.

‘……일단, 빨리 지구로 가자.’

귀환을 위해 포탈을 열었다.

울드로 인해 빛의 장막이 뚫려서 그런지 쉽게 열리는 포탈.

[잠깐! 청색의 관리자여. 내 긴히 할 말이 있다.]

백색의 관리자는 그런 성지한을, 급히 붙잡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급한 일이 있어서. 다음에 하자.”

그는 그리 대답하곤, 얼른 포탈에 몸을 맡겼다.

번쩍……!

그리고 드러난 포탈 너머.

“……아니.”

눈앞에 보이는 참혹한 풍경에, 성지한은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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