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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74화 (57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74화>

청홍의 존재 의의는 명계를 봉인하기 위한 것.

진청개문鎭靑開門은.

청을 거둬들여 명계의 문을 여는 걸 일컬었다.

그리고 청이 완전히 사라진 청홍에는.

붉은 빛만 섬뜩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문을 열겠다.]

빛 안에서 적색의 관리자의 목소리가 덤덤히 울려퍼지고.

파직. 파지직…….

그 안에서 붉은 전류가 피어올랐다.

그러자 거기서 드러난 건 붉은 눈.

적색의 관리자의 심볼이나 다름없는 그 눈은.

가히 측정할 수 없는 힘을 보이고 있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무한하다 할 수 있군.’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무한한 힘.

[빛이여. 사라져라.]

적색의 관리자는 성지한의 뜻에 따라 이 힘을 사용했다.

그가 명멸明滅을 명하자.

번쩍……!

전 세계를 침식했던 이그드라실의 빛이.

순식간에 붉은 눈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뿌리의 빛이 걷혔던 남산이.

몇 번이고 녹색 빛으로 물들었다가 눈 안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지고.

-오!!!

-사, 사라졌다 빛……

-와 죽는 줄 알았네 진짜

-저희 애는 아까 압력 강해졌을 때 쓰러졌어요 ㅠㅠ 응급실 가는 중입니다

-미국 사는데 여기도 이제 녹색 빛 없네요 여기까지 없어질 정도면 다른 나라도 없어진 건지……

이그드라실의 빛에 잠겨있던 사람들은 변화를 즉각적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붉은 눈이 떠오른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한 변화.

이그드라실이 본격적으로 전 인류를 가지고 인질극을 개시하기도 전에.

명계가 현신하여 그녀의 빛을 완전히 사그라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무슨.]

붉은 눈이 뿌리의 빛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걸 보곤.

이그드라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지구 전역을 장악한 우주수의 뿌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빨아들이다니.

그것도 다른 건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우주수의 뿌리만 타겟으로 잡아 깔끔하게 흡수한 건.

모든 걸 빨아들이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가능케 하다니……

[당신. 성지한이 아니라 역시, 적색의 관리자였습니까……?]

압도적인 힘을 보인 붉은 눈을 보며 이그드라실이 그렇게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이게…… 내가 봉인한 명계의 힘인가.’

슈우우욱……!

성지한은 멍하니 녹색 빛을 집어삼키는 눈을 바라보았다.

무한한 힘을 바탕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어준다.

저 명계를 활용하면 정말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힘을.

그저 청홍에 가둬 썩혀 두고 있었다니.

‘이걸 다시 봉인하는 게 맞나?’

명계의 힘을 활용하면 흑색의 관리자도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저 힘과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청을 함께 다룬다면……

성지한은 홀린 듯, 붉은 눈을 바라볼 즈음.

[청색이여. 정신 차려라. 명계에 잡아먹힐 셈인가?]

적색의 관리자가 그에게 다급하게 경고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지금 네 수준으론 명계의 노예가 될 뿐, 주인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청홍을, 다시 만들어라!]

성지한이 여기서 명계에 홀리면, 주도권을 자신이 완전히 쥘 수 있음에도.

적색의 관리자는 필사적으로 그를 말렸다.

그리고.

‘……아.’

성지한도 그런 적색의 관리자의 충고에, 급히 정신을 차렸다.

그래.

지금의 수준으론 아직 명계를 완전히 컨트롤할 수 없다.

이 힘을 탐하다가는 저기에 먹힐 뿐.

성지한은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뿌리의 빛은 사라졌으니, 이제 다시 봉인하자.’

스스스……

그의 몸에서 청이 발현하자.

붉은 눈에서 뿜어져 나오던 적의 기운이 억제되면서.

정신은 더욱 맑아졌다.

명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적에 의해, 어느새 매혹이 되어 있었던 건가.

역시.

‘청홍으로 가둬야겠군.’

스스스……

그의 눈 앞에 청검이 떠오르고.

무극멸신武極滅神

진화봉옥鎭火封獄

청홍靑紅

청홍이 발현하자 붉은 눈이 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봉인을 풀었다가 새롭게 만들어진 청홍은.

기존의 것보다 더 진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한 번 풀린 명계를 가두는 게 쉽지 않군…… 이번에 스탯 청을 얻지 못했다면, 청홍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내부에서 무너졌겠어.’

인류의 청을 흡수하면서 스탯 한계가 올랐기에 망정이지.

예전과 같은 능력으로 명계를 봉인하려 들었다가는.

청홍이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붕괴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한번 세상 맛을 본 명계는.

적색의 관리자가 성지한을 도우고 있음에도, 안에서 난폭하게 날뛰고 있었다.

[이제부턴 이걸 꺼내 쓰는데, 더욱 신중해야 할 거다. 네 능력이 완성되기 전에는, 안 쓰는 걸 추천하지.]

그런 명계의 움직임을 보면서 충고해 오는 적색의 관리자.

‘너 진짜 안에 있고 싶어 하는구나.’

[몇 번이고 말했나. 난 여기서 할 일이 있다.]

‘할 일이 뭔데?’

[일차적으론, 명계의 완성을 위해서고. 그 다음은…… 네가 백광을 얻으면, 구체화될 것이다.]

백광이라면, 백색의 관리자의 능력인데.

이거에 꽤나 집착을 하네.

‘뭐 이번에도 도와줬으니, 일 다 끝내고 백광은 얻도록 하지.’

[그래. 너한테도 그 능력은 도움이 될 거다.]

‘그럼…….’

성지한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명멸로 인해, 정리된 지상.

여기에 우주수의 뿌리는 말끔히 사라진 상태였다.

다만.

‘지구 밖에는, 아직 이그드라실의 흔적이 남아있다.’

하늘 위에 보이는, 녹색 태양.

지금은 힘이 약해져서, 다시 세계수의 문양으로 뒤바뀌어 있었지만.

여전히 저건, 지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저 놈이 또 헛짓거리하기 전에, 가서 제압을 해야겠지.

‘가 볼까.’

지이잉……!

성지한이 포탈을 열어, 세계수의 문양이 최초로 발현된 달로 이동했다.

그러자.

[여기까지, 왔습니까.]

부우우웅……!

달의 표면, 거대하게 빛나던 세계수 문양에서.

일제히 생명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차라리 잘되었습니다. 직접 포획하도록 하죠.]

그러면서, 일제히 성지한을 향해 날아오는 빛의 줄기.

‘이 정도면 본체인 건가. 하나하나가 강력하군…….’

성지한은 청홍을 꺼내, 빛을 베어 냈다.

파아아앗……!

청홍이 번뜩일 때마다, 일제히 갈라지는 녹색의 빛.

그 안에 담긴 생명의 기운이, 갈라지는 빛의 줄기를 빠르게 회복시켰지만.

‘그래도 이거면 상대할 만한데. 명계의 힘은 안 써도 되겠어.’

성지한은 이그드라실의 힘을 가늠하며, 봉인을 또 풀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까는 전 지구를 장악한 뿌리를 없애느라 좀 무리한 거지.

이렇게 이그드라실이랑 1:1 할 거면, 발전된 청의 힘으로도 충분했다.

[성가시긴……! 이럴 땐, 청색의 관리자 같군요…… 당신, 진짜 정체가 뭐죠?]

펑! 펑!

그렇게 몇 번의 격돌이 오갔을까.

이그드라실은 상대가 청으로만 대응을 해오자, 성지한에게 정체를 다시 캐물었다.

아까 명계만 아니었다면 확실히 청색의 관리자라 생각할 텐데.

그 거 때문에 적인지 청인지 헷갈리는 건가.

“마음대로 생각해라.”

성지한은 그리 대답하곤, 달에 자리한 이그드라실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녹색 빛의 세계수.

상대의 공격은, 뿌리 날리는 게 대부분이라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공격은 위협적이지 않은데, 재생력이 미쳤네…….’

이쪽의 공격도 먹히지 않는 게 문제였다.

무극멸신의 모든 무공을 활용하고.

마지막에는,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공.

태극마검太極魔劍의 검흔劍痕까지 사용했지만.

[꽤 아프군요. 이번 건.]

반으로 갈라졌던 우주수는, 금방 빛을 번쩍이더니 다시 달라붙고 있었다.

바퀴벌레 같던 엘프들의 절대자라 그런가.

진짜, 무슨 공격을 퍼부어도 금방 재생했다.

‘청이 SSS급이 됐으면, 공격이 먹혔을 텐데.’

SSS에 근접했단 메시지만 떠오르고, 결국 SS에서 멈춰선 청.

이게 업그레이드 되었으면, 이그드라실도 저렇게 무한정 재생할 순 없었을 것이다.

‘대체 왜…… 안 된 거지?’

이그드라실.

여기서 끝장을 내야 후환이 없는데.

성지한은 검을 계속 휘두르면서.

스탯 청의 등급이 왜 안 올랐는지 고민에 잠겼다.

그렇게, 전투가 진행된 지 수십 분.

[후후…… 이래서야 끝이 안 나겠군요. 근데 아까의 힘은, 안 쓰는 겁니까?]

이그드라실은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채, 성지한을 떠 보았다.

[절 죽이고 싶다면, 여기서 끝을 봐야할 텐데요……? 본성을 떠난 몸이라 이렇게 허약하지. 제가 원래의 별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질 거랍니다?]

원래 본거지에서 떠나와, 달에 있어서 이 정도지.

자기 별로 돌아가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진다는 건가.

확실히.

지구의 위성, 달에는 이그드라실을 백업해 줄 것이 없긴 했다.

몇 배까진 과장일지 몰라도, 어쨌든 여기서 잡는 게 제일 쉬운 건 사실이겠지.

“죽고 싶어서 안달이군 그래.”

[후후…… 허약한 공격만 받으니, 싫증이 나서 말이에요.]

그렇게 성지한을 도발하며, 명계의 힘을 끌어내려는 이그드라실.

그녀가 저러는 데는, 다른 목적이 있어 보였다.

그래도.

‘어디…… 명계를 쓰는 척하면서, 지금의 대치 상황을 흔들어 볼까.’

이제 한 시간 가량, 무한히 재생하는 상대와 끝이 안 보이는 전투를 했으니.

이제 슬슬, 판을 뒤흔들어 볼 때가 되었다.

스스스……

청홍의 테두리에서, 청색 빛이 약해지고.

그 안에서, 붉은빛이 사방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르르륵……!

명계의 불길에 닿아, 순식간에 타오르는 이그드라실의 빛.

[이거, 상당히 강하네요. 이러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어요?]

이그드라실은 자신의 몸이 불타오르는 걸 보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확실히.

무극멸신의 여러 무공에도 크게 피해를 입지 않고, 입어도 금방 재생하던 그녀는.

명계의 불꽃에, 금방 잠식되어갔다.

‘연기는 아닌 거 같군. 확실히 명계의 불이 이그드라실에겐 잘 먹혀.’

봉인을 살짝 풀었는데도 이 정도인데.

더 풀면, 확실히 타격을 입힐 수 있겠지.

이를 보면서 성지한은 조금만 더 명계의 봉인을 풀까 했지만.

스스스스…….

그때.

갑작스레 그의 주변으로, 보랏빛의 공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흑색의 관리자가 또다시 그 힘을 사용하면, 개입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흑색의 관리자의 경고가 담긴,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까 건 봐줬지만, 여기서 또 쓰면 안 된다는 건가.

‘얘는 뭐 나만 감시하나.’

세계수 연합은 별 짓거리 다 해도 은근히 눈감아주면서.

이쪽은 명계 힘 좀 쓴 거 가지고 옆에 튀어나와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네.

성지한이 굳은 얼굴로 그 메시지를 바라볼 즈음.

[흑색의 관리자…… 당신이 여긴 무슨 일이죠?]

달의 표면에 자리잡고 있던 이그드라실은, 성지한 주변에 떠오른 흑색의 관리자를 보며 경계의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관리자의 사소한 다툼까지 상시 관리자께서 개입하시면 안 될 텐데요.]

[얼른,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군요.]

[당신께서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이번 분쟁은.]

성지한과의 전투를 사소한 다툼이라고 하면서.

얼른 돌아가라고 종용하는 이그드라실.

정작 경고는 성지한 쪽이 받았는데.

노이로제 반응을 보이는 건, 저 쪽이었다.

‘흠. 흑색의 관리자를 생각보다 더 경계하는군…… 왜 저러지?’

그리고 그런 이그드라실의 반응을 보며, 성지한은 눈을 빛냈다.

짙은 공허가 피어오르긴 했지만.

흑색의 관리자가 직접 강림한 거도 아니고, 경고 메시지도 이쪽만 받았는데.

저 정도로 격하게 반응하는 게, 확실히 이상했다.

그리고 그는 곧.

번쩍. 번쩍……!

이그드라실의 빛 공격이, 공허 쪽을 피해서 들어오는 걸 발견했다.

‘물론 이건, 흑색의 관리자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저런 거겠지만…….’

어째 그거 외에도.

‘이그드라실…… 공허에 닿고 싶어하지 않는 거 같군.’

그녀의 움직임은 공허에 닿는걸 확실하게 경계하고 있었다.

‘공허가 약점인가.’

예전에 공허 덕에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까진, 청을 쓰지 굳이 사용하지 않았던 공허.

하나, 성지한에겐 공허 스탯이 나름 존재하고 있었다.

바로.

이그드라실이 그렇게 끼고 돌던, 울드에게서 떠넘겨 받은 공허가.

‘그걸 여기서 써야겠군.’

스스스……

성지한의 청홍에 보랏빛의 공허가 피어오르자.

[……흑색의 관리자! 왜 여기서 개입합니까?]

그걸 본 이그드라실이, 격한 반응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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