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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72화 (57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72화>

다음 날.

소드 팰리스 빌딩에 가장 먼저 내려앉았던, 우주수의 뿌리는.

전 세계 국가의 대도시에, 일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오? 우리 미국에도 드디어 세계수의 은총이……!

-베이징에도 하늘에서 뿌리가 내려왔어!

-이제 우주수께서 한국만 총애하는 게 아니라, 넓게 보살피시려는 건가?

우주수의 뿌리는 실체가 없이, 은은히 빛나는 녹색 빛무리 형태.

소드 팰리스 건물만 축복을 받던 것이, 전 세계의 도시로 일제히 뻗어나가자.

사람들은 처음에 이것이 우주수의 보살핌이라며 환호했다.

하지만.

-오…… 또, 또 내려온다

-우주수의 뿌리, 미국이 더 많습니까, 중국이 더 많습니까?

-그냥 나라 따질 거 없이, 사방에 뿌리가 내려오는 느낌인데……

-아 근데 좀…… 많긴 하네요 ㅎ

-서귀포시에도 뿌리 내려올 줄은 몰랐네 서울 가서 구경하려 했는데 ㅋㅋ

하루가 더 지나자.

각 나라 대도시 한 군데에만 내려앉던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부터 최남단의 도시 서귀포까지.

우주수의 뿌리는, 하늘에서 셀 수 없이 뻗어오며 지상을 감싸고 있었다.

-어…… 시골 마을까지, 우주수의 은총이 퍼졌네

-온 세상이 죄다 녹색 조명에 잠겨있는 듯 ㅋㅋ;

-그래도 뭔가 건강해진 느낌 들지 않음?

-ㅇㅇ 나 저번에 넘어졌는데, 상처도 엘프님들처럼 금방 낫더라고

-우주수께서 인류를 모두 굽어살피시나 보다……

그렇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인간이 사는 영역은 우주수의 뿌리가 내뿜는 빛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달에 뜨던 세계수의 문양은.

어느새 사방으로 빛을 내뿜어, 하늘에서 마치 녹색의 태양처럼 보이고 있었다.

‘……미쳤나? 대체 무슨 생각이지?’

김지훈의 몸으로, 얌전히 적합도를 올리고 있던 성지한은.

요 일주일 동안, 이그드라실이 행한 일을 보고는 의문을 가졌다.

‘청을 흡수하는 일은, 이제 끝난 거나 다름없다. 인류란 종은 이제 그녀에게 무가치…… 헌데 이렇게 직접 강림하여, 전 지구에 뿌리를 내리는 건 어마어마한 힘 낭비인데.’

아무리 그녀가 세계수 연합의 주인이고, 지닌 저력이 대단하다 해도.

이런 방식으로 지구에 강림하는 건, 효율이 완전히 꽝이었다.

특히 청의 흡수가 문제없이 끝나가는 현재로선.

굳이 이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지금은 우주수의 뿌리가 빛에 불과하지만. 그녀가 여기서 더 나아가 실체화를 하면…… 전 인류는, 단번에 터져 나간다.’

이미 녹색 빛무리에 잠겨 버린 인류.

만약 이 빛이 실제 뿌리로 실체화한다면, 사람들의 몸은 손쉽게 붕괴가 될 터였다.

물론 지금 빛으로 전 지구를 잠식한 것도 힘을 쓸데없이 쓴 편인데.

실체화까지 하는 건 더 미친 짓이긴 했지만.

‘지금의 이그드라실은, 예측이 안 돼.’

총독에게 강림해서, 효율적으로 청검을 양산했던 ‘이성’적인 이그드라실과는 달리.

지금의 우주수는 상식선에서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뿌리의 실체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는 상대에 대응해야 했다.

‘……저걸 막으려면, 청만으로는 안 될 거 같은데.’

스탯 청을 모두 흡수하여, SSS등급을 달성했다고 해도.

전세계를 잠식한 뿌리를 단칼에 없애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

‘청’만으로는, 저 미친 짓을 막을 수가 없다.

‘청홍을, 완전히 개방해야 하나.’

성지한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대를 보며, 그 대책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쓰고 있는 몸, 김지훈은 윤세아의 시술을 받고 있었다.

푹!

윤세진의 청검에선 청을 모두 흡수했기에.

그다음 등수의 청검을 가지고, 김지훈의 가슴에 검을 꽂은 윤세아는.

스스스…….

[삼촌. 요즘 인터넷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더라?]

‘뭔 소문?’

성지한에게 공허를 불어넣으며, 소통을 시작했다.

[인류가 기록말살형 당하기 전, 기억 있잖아.]

[뭐, 성지한이란 사람이 있었고, 네가 원래 세계 랭킹 1등이었다는 거?]

[어어.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어. 마치 기억을 되찾은 사람이 있는 거처럼……]

기록말살형을 이기고, 기억을 되찾은 사람이 있다니.

‘이그드라실이 뿌리를 내린 부작용인가.’

성지한은 식민지가 되고부터, 하늘에 떠 있던 세계수의 문양을 떠올렸다.

은은하게 빛나던 그 세계수 문양은, 기록말살형을 계속 유지시키는 역할도 했다.

근데 지금은 이그드라실이 뿌리를 죄다 내린 덕에, 세계수 모양이 아니라 녹색 태양처럼 변해 버렸으니.

그렇게 이그드라실이 힘을 과용하는 과정에서, 기록말살형에도 뭔가 변화가 온 것 같았다.

[이그드라실이 요즘 과격하게 행동하는 거와 연관이 있는 거 같군.]

[응. 진짜 미쳤던데? 소드 팰리스에서 강남 시내 보는데, 죄다 초록빛에 잠겨 있더라. 저거 실체화하면, 사람들 엄청 피해 많이 입겠던데?]

[그러니까. 청을 탈취한 후에도, 저거 대응하기 쉽지 않겠어. 적색의 힘까지 모두 끌어와야 할 거 같은데.]

성지한이 진지한 어조로 대응방안에 대해 고민하자.

[……응? 삼촌. 그럼 안 되지 않아?]

윤세아는 그에게 그리 반문했다.

* * *

[왜? 이그드라실 막아야지.]

[아니. 근데 적색의 힘까지 다 쓰면 흑색의 관리자께서 개입할 수도 있잖아. 그럼 삼촌 큰일 나는 거 아니야?]

확실히, 윤세아의 말은 정론이었다.

청홍의 힘을 완전히 사용한다면, 지금까진 성지한의 활동을 눈감아 주고 있던 흑색의 관리자도 개입할지 모르니까.

흑색의 관리자는, 모두가 인정하는 배틀넷의 최강자.

괜히 청홍 썼다가, 그를 적으로 돌릴 수야 없었다.

[봉인을 모두 풀 정도로 힘을 써선 안 되겠지. 흑색의 관리자가 개입하지 않는 선에서, 대응하면 돼.]

[아니. 왜 굳이 그래? 저거 뿌리, 실체화하면 오히려 좋지 않아?]

[……좋다고?]

[응. 실체화해 봤자 이그드라실이 힘만 낭비하는 꼴이잖아? 지금 뿌리 내린 것도 엄청 무리하는 거 같은데. 실체화까지 하면…… 우주수의 본체를 사냥할 수 있지 않겠어?]

실체화하면, 저쪽이 힘을 쓸데없이 낭비할 테니 이쪽이 득을 볼 거라 이건가.

힘의 움직임으로만 따지면, 윤세아의 논리가 맞긴 맞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람들? 에이…… 뭐 다 죽겠어? 그냥 일부의 희생은 무시해~ 어차피 기록말살형 받아들인 거도 쟤네들이고, 우주수 신처럼 떠받드는 것도 쟤네들이잖아.]

일부의 희생은, 무시하라니.

성지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윤세아를 보며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물론 기록말살형 이후, 그녀가 인류에 실망했다곤 했지만……

[……일부라. 이그드라실이 실체화하면, 70억이 한 번에 터져 나갈 수도 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난 70억보다 삼촌이 무사한 게 더 중요한걸? 아무리 봐도 실체화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격하는 게 최고 같은데.]

인류가 전멸할 수 있단 이야기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오히려 실체화를 기다리자 할 줄은 몰랐다.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코스모스가 된 것이, 영향을 준 건가.’

성지한은 그러면서, 이그드라실이 윤세아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직 코스모스화가 덜 되었네요. 혈육의 정이 남아있는 걸 보면.

아버지를 살리려는 윤세아를 보고, 코스모스화가 덜 되었다던 이그드라실.

혈육의 정은 그래도 남아있다 해도, 인류에 대한 마음은 아예 사라진 건가.

‘나라고 뭐, 그렇게 인류애가 넘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하면 막을 수 있는 대학살을.

단지 효율을 위해, 못 본 체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물론 인류가, 자신들 살기 위해 기록말살형을 받아들이고.

엘프의 식민지를 자처하긴 했다지만…….

‘거기서 서운한 감정이 좀 있다고, 인류가 몰살당하는 걸 지켜볼 수는 없지.’

그냥.

내가 조금 더 수고하면, 인류도 살고 깔끔하게 끝나는 일이다.

성지한은 그리 결심했지만.

[글쎄. 조금이, 아닐 텐데.]

그의 안에서 대화를 듣던, 적색의 관리자가 토를 달았다.

‘조금이 아니라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이그드라실은 지금 광기에 젖은 상태…… 네 조카의 조언은 미친 관리자를 상대하기에 매우 효율적이다. 인류종이야, 다시 만들어내면 되지 않나. 안전한 승리의 길을 택하는 게 나을 것이다.]

‘너도 실체화까지 기다린 후, 치라는 의견이냐?’

[그래. 나는 계속 이 안에 있고 싶거든.]

이그드라실의 실체화를 막기 위해선, 결국 청홍까지 써야 할 테고.

그러면 자신도 풀려날 수 있다 이건가.

‘그럴 일은 없을 거니 걱정 마라.’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 나는 청홍에, 꼭 있어야 하니 말이다.]

당사자보다 청홍의 봉인을 더 신경 쓰는 적색의 관리자.

[그래서, 어떤 대책이 있느냐?]

‘지금부터 생각해야지.’

[……쯧. 그러다가, 결국 청홍의 봉인을 풀겠군.]

그는 거기서 더 나아가.

[아무리 봐도 네가 생각을 굳이 바꿀 거 같진 않으니…… 한 번은 재봉인을 도와주겠다.]

청홍의 봉인이 풀리는 상황이 오면, 한 번 도와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오. 너 진짜 거기가 좋나 보네? 자기 발로 봉인에 다시 들어간다고?’

[대신, 나중에 내게 백광을 분석할 기회를 다오.]

스탯 백광.

울드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었나.

‘뭐…… 알겠어. 이그드라실 제압에 협조한다면야, 나도 네게 보답을 해야겠지.’

적색의 관리자가 이렇게까지 협조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아직도 알 수 없었지만.

성지한은, 일단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거래 성립이다.]

* * *

4일 후, 검의 전당.

“청…… 다 모았네.”

“예.”

“김지훈의 적합도도, 50%라 했지?”

“그렇습니다.”

이그드라실은 검의 전당 중심부에 꽂혀있는, 거대한 청검을 바라보았다.

기어코 적합도 50%를 달성한 김지훈.

이제 이 검은, 이그드라실에게 인류의 청을 흡수할 매개체가 될 터였다.

“후후……”

그녀는 입가에 웃음을 띤 채, 허공에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지이이이잉……

전 인류의 눈앞에, 이그드라실을 포커싱하고 있는 녹색 화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스으윽.

그녀는 고개를 들어, 화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적색의 관리자. 슬슬 나오지 그래요?”

인류를 향해, 적색의 관리자를 호출한 그녀는.

“아니…… 역시 그냥 인간들 다 죽이는 게 낫나?”

해맑게 인류의 죽음을 거론하며.

김지훈의 청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뭐, 뭐야?

-갑자기 우주수께서 왜 저러시지……?

-뭔 우주수께서야 미친 놈아 성지한 기억 안 나?

-성지한이 누군데 왜 맨날 인터넷에서 지랄임 ㅡㅡ

-와 진짜 배은망덕한 새끼들……

-그, 근데 인간 다 죽인다는 게 뭔 소리야?

갑자기 떠오른 화면.

그 안에서, 인류의 죽음을 거론하는 절대자.

사람들 중 일부는 성지한을 기억하고, 일부는 기록말살형이 유지되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역시 그냥은 나올 생각이 없군요……? 그럼, 그분 말씀대로, 숨을 곳을 없애 줄게요.”

이그드라실의 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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