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570화>
“1등은, 33%였지.”
“네. 이 속도면, 1주일이 지나기 전에 순위가 갱신될 것 같습니다.”
“흠…….”
윤세아가 협조 모드에 들어가면서 성장하기 시작한 김지훈의 청검.
이그드라실은 검이 예상보다도 너무 빠르게 적합도를 올리자, 결과에 대한 기쁨보다는 의아함이 앞섰다.
‘아무리 쌍검의 청을 가져갔다고 해도, 이렇게 30%의 벽을 며칠 만에 넘어 버리다니.’
이번에 청검이 백만 자루 생겼다고 해도.
적합도 30%의 벽은 상당히 넘기 힘든 허들이었다.
당연히 김지훈의 청검도 이 부근에서 꽤나 성장이 느려질 거라 보았는데.
이건 쉬워도 너무 쉽잖아.
‘아레나의 주인이 알고 있는 방법이, 그렇게 효과적이었나?’
이그드라실은 개운치 않은 얼굴로, 검사 결과를 보다가.
그녀에게 보고를 올리는 고엘프를 바라보았다.
“이 청검…… 이리로 데려와.”
“네. 알겠습니다.”
이그드라실의 지시가 떨어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총독실 안에서 포탈이 열리고.
거기서 정신을 잃은 김지훈이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어디.”
이그드라실이 그런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파아아앗……!
김지훈의 몸이 일제히 해체되더니,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저벅. 저벅.
그녀는 허공에 떠 있는 김지훈의 신체 장기를 유심히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걸리는 점은…… 딱히 없단 말이지.”
그나마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는 게 하나 있다면.
심장 부근에서 맴돌고 있는 보랏빛의 공허뿐.
저걸 제외하면 김지훈은 일반 남자 하프 엘프와 그리 다르지 않은 육체 조건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저 공허를 해체하여 분석할 순 없어.’
이그드라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청검을 통해 인류의 청을 모두 흡수하는 것.
김지훈의 초고속 성장세를 분석하기 위해, 심장 부근에 위치한 저 공허의 기운을 건드렸다가.
지금껏 발전시킨 적합도가 무너지면, 그녀 입장에선 쓸 만한 검을 잃는 셈이 된다.
“……그래. 일단은, 성장시켜야지.”
김지훈의 심장을 석연치 않은 얼굴로 매만지던 그녀는.
탁.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순식간에 원래대로 되돌아오는 김지훈.
자신의 몸이 조각나서 허공에 떠 있다, 다시 재조립되었다곤 전혀 모른 채로.
그는 계속 의식을 잃은 채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저 검. 아레나의 주인이 공허를 주입할 때를 제외하곤. 주로 레벨 업을 한다고 했나?”
“네. 같은 건물 내 길드에 출퇴근하는 게, 그의 하루 루틴입니다.”
“길드?”
“예. 대기 길드라고…… 예전에 청색의 관리자가 만든 길드입니다.”
“청색이 만든 길드라. 그리고, 아레나의 주인이 사는 곳도 공교롭게 여기라 이거지…….”
이그드라실은 대기 길드에 대한 정보를 보고받은 후, 입꼬리를 올렸다.
“내 직접, 여기에 축복을 내리지.”
“대기 길드에…… 말입니까?”
“그래. 이왕 성장시키기로 한 거, 제대로 밀어줘야지. 거기부터 뿌리내리겠어.”
“뿌리를…… 말입니까?”
“어.”
그녀가 그러며, 손바닥을 피자.
지이이잉……!
녹색의 빛이 강렬히 피어오른다 싶더니, 하늘 위로 치솟았다.
“그러면, 다음 안건 보고해.”
“……예. 다음 안건은…….”
길드 하나에 내려진, 이그드라실의 축복.
축복을 내린 당사자는 대수롭지 않게, 계속해서 업무를 진행했지만.
막상 축복을 받은 쪽은 달랐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소드 팰리스 빌딩.
그곳의 하늘에서 갑자기 녹색의 빛이 강렬하게 퍼져나가더니.
슈우우우……!
하늘에서 은은히 보이던, 세계수 문양에서.
뿌리 한 줄기가 급격하게 커지며, 소드 팰리스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어…….”
“뭐, 뭐야?”
“하, 하늘 좀 봐……!”
사람들이 갑자기 강해진 녹색의 빛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지둥하고 있을 때.
파아앗……!
하늘에서 내려온, 뿌리 한 줄기가.
소드 팰리스 건물을 그대로 관통했다.
“아니. 건물이…….”
“거, 검왕 때문에 세계수께 처벌받은 건가?”
“아니. 그렇다기엔…… 멀쩡한데?”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녹색 빛의 뿌리.
하나 이건 빛으로 구성되어 실체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뿌리에 직격당한 소드 팰리스 건물은.
손상 자체는 전혀 없는 상태로, 녹색 빛에 은은히 잠겨 있었다.
“뭔가…….”
“별 문제는, 없는 건가?”
“세계수 연합에서 하는 일인데, 그렇겠지……?”
찰칵. 찰칵.
처음에는 깜짝 놀란 사람들도.
소드 팰리스 건물이 그 후로 잠잠하자, 이 신기한 광경을 담고자 일제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렇게 지나가던 행인들에 의해, 뿌리와 연결된 소드 팰리스 건물에 대한 소식이 SNS에 널리 퍼져나가고 있을 때.
“에엑?! 뭐야 이거……?”
건물 안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길드 마스터 이하연은.
눈 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면서, 경악했다.
[녹색의 관리자 ‘이그드라실’이 축복을 내립니다.]
이그드라실이 직접 내린 축복의 효과가, 상식을 한참 뛰어넘었으니까.
* * *
며칠 후.
-??? 김지훈 레벨 뭐임?
-아니…… 저기, 왜 다이아에 계세요?
시청자들은 그가 며칠 새에 다이아리거가 되어 가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었다.
-와 뭔 하루에 레벨이 20 넘게 올라 ㅋㅋㅋㅋ 같은 게임 하는 거 맞아?
-이런 성장세면 올해 안에 인류 최고 레벨 달성하겠는데;
-미쳤다 진짜……
-남자 하프 엘프 배틀튜브 여기만 흥하는 중 ㅋㅋㅋㅋ
안 그래도, 레벨 업 속도가 빠른 김지훈이었지만.
소드 팰리스에 우주수의 뿌리가 한 가닥 내려온 이후부터는.
성장 속도가,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주수께서 좋게 봐주신 게, 감사할 따름이죠. 이 성장 속도는 오롯이 그분의 덕입니다.”
그런 채팅창 반응을 보며, 겸손하게 대답하는 김지훈.
-대기 길드도 길드 랭킹 1위 됐던데 ㅋㅋㅋ
-김지훈이랑 계약했다고 몰락하던 길드가 단숨에 1등……
-대기 길드 성장 버프 미쳤대 몇십 배 뛰어올랐다나;
-우주 제일의 후원자를 뒀네…… 부럽다 진짜
-적합도 1위도 김지훈이 갱신할 거라는 소문이 돌던데
-ㅎㄷㄷ 벌써? 하긴 그 정도는 되야 저렇게 우주수께 뿌리를 받지
며칠 전, 소드 팰리스에 우주수의 뿌리가 한 가닥 내려앉았던 사건.
이를 총독부에선, ‘김지훈과 그를 육성하는 대기 길드에 우주수께서 직접 축복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축복에 있어서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김지훈이고, 대기 길드는 서포트 역할을 하다가 같이 덕을 본 것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절대자의 총애를 받는 김지훈을 모두 부러워하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는, 생각이 달랐지만.
‘뿌리…… 이거 꽤나 거슬리네.’
성지한은 김지훈의 눈으로, 커넥터 룸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새하얀 조명이 깔렸던 룸 안은, 이그드라실의 축복 이후 녹색의 빛에 은은히 잠겨 있었다.
그리고 이 빛은 커넥터 룸뿐만 아니라.
소드 팰리스 빌딩 전체를 완전히 감싼 상태였다.
이는 건물 전체가 이그드라실의 영역 안에 들어선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
‘이럼 김지훈의 몸에서 나가서 활동하는 게 더 힘들어진단 말이지.’
어차피 지금은 ‘적색의 관리자’ 행세를 멈추고, 얌전히 여기서 적합도나 올릴 생각이긴 했지만.
이그드라실의 뿌리 안에 있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영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3주밖에 안 남아서 다행이군. 아니. 이 속도면 더 빠르게 끝이 나겠어…….’
백만 청검을 양성하고, 한 달 정도 걸릴 거라던 인류의 ‘청’ 흡수.
하나, 검의 전당에서의 흡수는 당초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애초에 한 달이라는 시간은, 적색의 관리자가 침공하는 걸 방어하는 것도 다 계산해서 잡은 거겠지.’
적색의 관리자가 쳐들어오면, 엘프 군단이 일제히 청검을 들고 요격에 나서야 하니까.
그런 과정이 야기되면, 아무래도 인류의 청을 흡수하는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 정작 백만 자루의 청검이 생성된 이후, 성지한은 적색의 관리자로 활동하지 않았기에.
청검은 모두 흡수에만 쓰이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내가 적합도 50%쯤 도달했을 때, 청이 다 모이겠는데.’
그럼 이제 정말로 얼마 안 남은 상황.
“수고하셨습니다~”
성지한은 겉으론 김지훈 행세를 이어 가면서.
본격적으로 청이 다 모였을 때를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이그드라실이 청을 자신에게로 흡수하는 과정은, 김지훈의 청검을 매개로 해서 진행되겠지…….’
흡수하는 중간에, 탈취하는 게 낫나.
아니면 그전에 미리 청을 다 가져가 놓고, 싸우는 게 낫나.
‘두 방법 다, 각기 장단점이 있군.’
흡수하는 중간에 치면 기습 효과가 크겠지만, 청을 좀 놓칠 테고.
그전에 먼저 흡수해 버리면 청을 온전히 흡수는 하겠지만, 저쪽도 성지한을 보고 대비하겠지.
성지한은 김지훈의 눈으로, 뿌리의 빛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지구에 강림한다는 이그드라실의 본신.
그 중, 그녀가 하늘에서 내린 이 뿌리 한 줄기는.
그에게 상당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이야 축복을 주는 거라며, 이런 저런 혜택을 소드 팰리스에 내리고 있었지만…….
‘저게 실체화되어 공격용으로 바뀌면 확실히 만만치 않겠어…….’
청을 탈취한다고 해도, 확실히 쉬워 보이진 않는 이그드라실.
특히, 그에겐 걸리는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거기에 인류의 청을 탈취한다고, 이게 SSS급이 될지 확신을 못 하겠군…….’
그동안은, 당연히 SSS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여기까지 왔지만.
막상 인류의 청을 흡수할 때가 다가오자, 성지한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단순히 스탯만 많아진다고, SSS가 될까.’
물론 인류의 청을 흡수하는 건, 스탯이 좀 많아지는 게 아니긴 했지만.
길가메시에게서 얻었던 청색의 대기도 SS에 머물러 있는 그로서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최악의 상황도 상정해 보기로 했다.
‘만약 저 청을 빼앗아도 SS에 머물러 있다면…… 청홍을 본격적으로 사용해야겠지. 적과 청, 모두 동원해야 이그드라실의 본체를 이길 수 있을 테니까.’
그러려면, 청홍의 봉인을 풀어야 할 테고.
그럼 자연스럽게, 청홍을 쓰지 말라던 흑색의 관리자도 간섭할 명분이 생기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스탯 청이 SSS급에 오르냐 마느냐가 상당히 중대한 분기점이 되겠는데.
‘흠…….’
성지한이 결전의 때를 앞두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생각이 복잡한가 보군. 청색이여. 잠시, 머리를 환기하겠나?]
그간 ‘원형의 엘프’에 대해 조사한다고 조용하던 적색의 관리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환기라…… 그래. 뭐 좀 알아냈냐?’
[원형의 엘프, 이름을 알아내었다.]
‘이름을?’
[그래. 울드라고 하는군.]
‘울드라…….’
울드.
원형의 엘프는, 그런 이름이었나.
성지한이 그 이름을 기억해 두고 있을 때.
적색의 관리자는 그에게 반문했다.
[울드에 대해 모르나? 그 이름은 너희의 신화에 나오는 이름이건만.]
‘……? 나 무교야. 뭐 하는 얜데?’
[……그런가. 내가 인류의 신화를 인간에게 설명하게 될 줄은 몰랐군. 그녀는 운명을 다루는 세 여신 중, 과거를 담당하는 여신이라고 알려져 있다.]
과거를 담당하는 여신인가.
성지한이 가만히 이를 듣고 있을 때.
[그리고 그녀를 비롯한 세 여신은, 생명의 샘으로부터 물을 길어 이그드라실을 보살핀다고 하지.]
‘이그드라실을?’
[그래. 신기하지 않나?]
‘……뭐가?’
[너희 신화 속에서의 관계와 현재의 상황이 묘하게 연결되는 것이……]
그러면서, 적색의 관리자는.
[거기에 이그드라실은…… 왜 너희 신화 속 세계수와 똑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을까?]
성지한에게 그리 물음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