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567화>
[플레이어 윤세진은 세계수 연합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반역자입니다. 그에 대한 모든 기록을 말소하며, 앞으로 그에 대한 언론 보도는 전면금지합니다.]
성지한은 총독부의 성명을 다루는 속보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총독부에서 직접 나서서, 반역자라고 찍어 놓다니…….
‘반역을 할 게 없을 텐데. 설마 그때 검이 멈춘 거 때문에 그런가?’
원형의 엘프에게 인질극을 하다 풀어줄 때, 날아왔던 쌍검.
그 기세가 상당히 강력해서, 하마터면 스탯 청을 사용할 뻔했다.
검이 중간에 멈추지 않았다면, 적색의 관리자가 성지한을 장악하고 있다는 현재의 컨셉이 들통났을 수도 있었지.
하나 타이밍 좋게 멈춰서,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흠…… 확실히 그때. 이그드라실이 눈 돌아가긴 했어.’
세계수 연합이 하는 행태나, 이그드라실의 분노를 보면.
사실 검왕은 진작에 처형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나 총독부의 성명에 그런 내용은 없는 걸 보니까.
적합도 35%짜리 청검이 아까워서, 살려는 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기존의 신기록보다 무려 10%나 갱신된 수치니까.
‘그리고 세진 형을 살려뒀으면, 검의 전당에서 계속 청을 빨아들이는 데 써먹고 있겠지……. 김지훈의 몸으로 가서 상황을 살펴봐야겠는데.’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즈음.
총독부의 성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추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남자 하프 엘프에 대해서 전원 정밀 검사가 시행됩니다. 남자 하프 엘프들은 모두 안전한 곳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전원 정밀 검사라니.
‘안전한 곳에 대기하라는 걸 보면, 총독부로 직접 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검의 전당에서 일을 처리하려나 보군.’
100만의 남자 하프 엘프, 청검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으니.
동시기에 정밀 검사를 하려면, 잘 때 검의 전당에 소환하는 수밖에 없겠지.
성지한이 그렇게 추측을 할 즈음.
-아놔 검왕 뭔 짓을 했기에 ㅡㅡ 남자 하프 엘프 모습으로 클럽 가려고 했는데 망했네
-축제 분위기 제대로 망쳤네 검왕…… 우주수께서 식민지를 케어해 주시는 데 어떻게 반역을 저지를 수가 있지?
-아니. 애초에 적합도 35% 돌파해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되었는데…… 뭐가 아쉬워서?-이럴 거면 그냥 인간으로 있지 그랬어요 진짜
-원래 한번 배신한 놈이 또 배신함 ㅋㅋ
기사 아래에선, 검왕을 탓하는 리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가 주류였지만.
나중에는 예전에 배신했던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원색적인 욕을 듣기 시작하는 검왕.
“흠…….”
성지한이 작게 한숨을 쉬곤, 댓글 창을 꺼버렸을 때.
[주인. 왔군. 세아가 찾는다.]
‘바로 갈게.’
김지훈의 안에서, 아리엘이 말을 걸었다.
스스스…….
성지한이 펜트 하우스 위로 올라가자.
“세아야.”
“아. 삼촌……!”
심각한 얼굴로 TV 화면을 보고 있던 윤세아의 표정이 잠시 밝아졌다.
“아빠 반역했다는 게…… 그 영상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지?”
“영상 봤어?”
“어. 적색의 관리자 채널, 순식간에 화제가 돼서 말이야. 인류의 플레이어들은 식민지 상태라 그런지, 시청하지 못했지만.”
그러면서 윤세아의 얼굴색이 어둡게 변했다.
“아빠…… 살아 있겠지?”
“그럴 거야. 적합도 35% 짜리 검을 저쪽에서 포기할 리도 없고. 저놈들, 죽였으면 죽였다고 공표했을 테니까.”
“아. 진짜! 내가 그러니까 남자 하프 엘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딸 말은 절대 안 듣는다고 한숨 쉬는 그녀를 보며.
성지한이 말했다.
“총독부에 연락해 보는 게 어때? 지금은 너도 협업 관계잖아.”
“아…… 연락은 이미 했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근데 그쪽에서 답이 없네.”
예전엔 뭐 얼굴 좀 빌려달라, 공허 운용해달라면서 총독이 직접 요청을 하더니.
이미 윤세아는 잡은 물고기가 이건가.
그때.
부르르르…….
윤세아의 눈 앞에 메시지 창이 떴다.
[아레나의 주인이 될 분이여.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이그드라실께서 지구에 직접 강림하실 예정이라…… 이를 준비하느라 메시지를 늦게 확인했습니다.]
연합의 총독 미아에게서 직접 온 메시지.
거기 담긴 내용을 보곤, 윤세아가 화들짝 놀랐다.
이그드라실이 직접 강림한다니.
저번 일이 크긴 컸구나.
[죄인 윤세진이 저지른 죄는 즉결처형이 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습니다만…… 그가 윤세아님의 혈족임이 참작되어, 즉결처형은 보류되었습니다. 그에 대해선 자세한 심문 후, 이에 걸맞은 처벌이 있을 겁니다.]
[걸맞은 처벌이라니……. 어디까지 생각하고 계신거죠?]
[윤세진의 청검을 추천했던, 원로원 부의장님께서도 이그드라실님에게 돌아가셨습니다. 아마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하셔야 할 겁니다.]
엘프 원로원의 부의장이면, 그 안에서도 상당한 고위직일 텐데.
그런 고엘프까지 처형할 정도면 검왕도 지금 안 죽은 게 ‘심문’을 위해서일 뿐.
그게 끝나면 언제든 죽어도 이상하질 않았다.
‘이거, 세진 형 살리려면 저들에게 쌍검의 필요성을 더 인식시켜 줘야겠는데.’
총독 이야기를 들어보니.
적합도 35% 청검인 것만으론, 어째 목숨을 부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여기선 이 외에도, 저들에게 윤세진을 살려 둘 만한 유인책이 있어야 했다.
성지한은 잠시 방법을 생각할 즈음.
[심문 대상이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아레나의 주인께서 어디 한번, 직접 그를 만나 보시겠습니까? 그가 어떤 대답을 하냐에 따라, 선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총독에게서 그런 메시지가 도착했다.
“……가 봐야겠네.”
탁. 탁.
윤세아가 가겠다고 답 메시지를 보내자.
[그럼, 총독부로 오십시오. 그는 검의 전당에 있습니다.]
총독은 장소를 알려주었다.
“……하. 미치겠다. 진짜 별 일이 다 있네.”
“일단 나도 김지훈의 청검을 통해, 검의 전당에서 합류할게.”
“응.”
파지지직……!
포탈을 연 윤세아가, 먼저 총독부로 떠나고.
‘나도 빨리 가야겠네.’
성지한도 김지훈의 몸에 다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김지훈에게 붙어 있던 엘프 호위가 입을 열었다.
“아직, 총독부에서 고지한 정밀 검사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습니다.”
“아. 그냥 졸려서요. 낮잠이나 자려고…….”
“그렇습니까. 이번에 수면을 취하시면, 꽤 오랜 시간 자게 될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꽤 오랜 시간 잘 거라니.
백만 청검이 정밀 검사를 해야 하니까, 꽤나 오래 걸리는 건가.
“괜찮아요.”
김지훈의 확답에, 엘프 호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수면 마법을 사용하겠습니다.”
엘프 호위는 그러며 김지훈에게 슬립을 사용했다.
‘평소보다 훨씬 강한데.’
예전에 검의 전당으로 보낼 때보다, 몇 배는 강력한 수면 마법.
얼마나 오래 재우려고 이러는 건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곧.
‘왔군.’
청검의 형상으로, 검의 전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청검 백만 자루 양성한다더니, 실제로 보니까 장관이군.’
남산 총독부 자리에 위치한 검의 전당.
예전과 비교하면, 전당의 영역이 압도적으로 커져 있었다.
그리고 청검 김지훈의 자리는.
‘중앙 자리에서 약간 밀려났네.’
정중앙에서, 살짝 바깥쪽으로 빠져 있었다.
이번에 청검이 다량 양산되면서, 적합도 높은 검이 다수 등장한 건가.
‘그래도 성장하는 검인데, 센터에서 밀리네.’
하긴, 김지훈이 아무리 적합도가 오른다 해도 지금 23%인데.
저 정중앙에 위치한 이들은, 대략 살펴보니 30%가 넘어 보였다.
아무리 김지훈이 성장을 한다해도.
성능 차이가 5% 이상 나니, 중앙에서 밀려 버렸네.
‘김지훈이 마지막엔 1등을 해야 하는데 말이야.’
예전엔 1등이 25%라서 천천히 성장을 시켰었는데.
이젠 속도조절을 하면 안 되겠어.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윤세진이 있는 곳을 찾았다.
‘심문하는 곳은…… 저기네. 센터 중에 센터.’
압도적으로 1등을 차지해, 검의 전당 정중앙에 꽂히게 된 검왕 윤세진.
그 자리엔, 고엘프 여럿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꽤 강한 이들이군. 기척을 잘 숨겨야겠어.’
성지한이 그렇게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여 도착한 심문 장소에선.
전신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 있는 남자 하프 엘프가, 땅바닥에 피를 계속 흘리고 있었다.
윤세진의 원래 모습은 사라지고, 성지한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인 남자 하프 엘프가 된 그는.
전신에서 피가 콸콸 흐르는 게, 어째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하나.
“치료해라.”
스스스…….
고엘프가 손가락을 뻗자.
윤세진의 몸에서 피가 멎고, 전신이 금방 재생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번쩍……!
그의 몸뚱아리에서 작은 꽃봉오리가 무지개빛으로 피어오르자.
그의 몸에는 금방, 아까와 똑같은 상처가 생겨났다.
“우주수께서 보내신 꽃은, 역시 명불허전이군요.”
“이건 그분께서 힘을 아끼신 겁니다. 원래는 저희의 치료마법 따위, 통하지 않으니까요.”
“아. 하긴…… 심문을 위해, 특별히 치료를 허락하셨죠.”
저 꽃이, 몸을 계속 터뜨리는 원인인가.
성지한은 가라앉은 눈으로 윤세진을 살펴보았다.
이그드라실의 저 권능, 좀 성가시겠는데.
“다시 묻지. 무얼, 보았나.”
“하아…… 하아…….”
“왜 검을 멈추었나.”
“…….”
퉷!
그 말에, 윤세진이 고엘프를 향해 침을 퉤 뱉었다.
두 눈엔 독기를 가득 품은 그는.
“연합의 쓰레기들에게, 해 줄 말은 없다.”
강한 저항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면에 침을 맞은 고엘프는.
오히려 흥미롭단 얼굴로, 심문 대상을 바라보았다.
“흠…… 연합의 쓰레기라.”
“인류는 세계수 연합을 숭상하도록 뒤바꿔 놨는데.”
“이 자. 아무래도 기억을 되찾은 모양이군.”
“…….”
그 말에, 대꾸하지 않는 윤세진.
하나 두 눈 가득 살기가 가득한 것이, 표정으로 이를 긍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를 베지 않았지?”
“기억을 되찾았으면, 오히려 그때 네가 더 나서서 그를 공격해야 했을 텐데.”
“대체 왜 멈춰서, 일을 그르쳤느냐?”
“…….”
펑……!
대답하지 않자, 또 다시 폭발하는 윤세진의 몸.
고엘프들은 익숙한 얼굴로, 그런 상대를 치료해 주고 있었다.
‘얘네 이제 보니까 치유 전문이네.’
어째 고문은 이그드라실의 꽃이 다 하고.
고엘프들은 그냥 힐 쓰기에도 바쁜 상황.
그들은 윤세진의 몸을 다시 치료해주고 있을 때.
“아빠!”
윤세아가 총독 미아와 함께 심문 장소에 도착했다.
“세, 세아야……? 어, 어떻게 여기에…….”
“……제가 왔으니. 고문은 잠시 멈춰 주시죠?”
윤세진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 윤세아가 그리 말하자.
“알겠습니다.”
총독 미아는 잔잔히 웃음을 지으며, 윤세진의 몸에 손을 댔다.
그러자.
슈우우우…….
윤세진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사라지던, 무지갯빛의 꽃봉오리가.
그녀의 손에 흡수되었다.
‘저 꽃을……. 멈췄다고?’
고엘프들도 치료하기 바쁜 우주수의 꽃을.
아무리 총독이라고 해도, 하이 엘프에 불과한 미아가 회수하다니.
‘……석연찮군.’
성지한이 총독 미아를 주시하고 있을 때.
“음?”
스윽.
그녀가 시선을, 성지한이 있는 쪽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