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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65화 (56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65화>

‘이러니까 더 얻기 싫어지는데.’

성지한은 백광을 얻으라는 메시지를 싹 다 지우며 생각했다.

이렇게 저쪽에서 능력 가져가라고 강요하는 거 보니까, 이거 얻으면 확실히 불이익이 있을 거 같았다.

‘올스탯 수집은 이그드라실을 베고 나서도 충분하지.’

그는 그리 생각하며, 아까의 영상을 재생해 업로드를 진행해 보았다.

그러자 처음에는.

[하. 적색의 관리자여. 뭐 하나 했더니 영상을 올려? 그걸 내가 허락할 거 같으냐?]

[그래. 배틀튜브를 사용하고 싶다면, 백광을 받아들여라. 빛의 힘을 이용하면, 너는 배틀튜브를 완벽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

[아니면 나와 다시 협력하는 게 어떻겠나? 그러면……]

백색의 관리자가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업로드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건……]

[이건. 이건. 이건. 이건.]

[살아, 있었다고? 그녀가?]

[이 영상, 진짜냐? 아니. 진짜군. 진짜야. 이그드라실. 이미 죽은 주인을 세계수 엘프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살리려 했는가.]

백색의 관리자가 영상을 보았는지.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혼란스럽게 떠올랐다.

그중, 성지한은 맨 마지막에 떠오른 메시지에 주목했다.

‘주인이라고?’

그 원형의 엘프가, 이그드라실의 주인이었나?

이그드라실의 주인이 될 정도면, 이 엘프도 관리자 급이었을 거 같은데.

‘전대의 임기제 관리자였나.’

[내가 알기로 전대에 저런 관리자는 없었다. 물론, 내가 알아본 기록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나도 임기제에 저항하려고 한 몸. 알아볼 수 있는 모든 케이스를 살펴봤었지.]

‘흠. 그래? 전대 관리자들은 다 어떻게 됐나?’

[모두가 은퇴 후 천년 안에 실종되었지…… 아마 공허에 파묻혔을 것이다.]

은퇴 후, 남은 수명은 천 년까지만 보장된 건가.

‘넌 그럼 예전에 죽었어야 했는데, 잘도 도망쳤네.’

[후후……. 선배들이 그렇게 죽는 걸 보았는데, 어찌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겠나? 당연히 살아날 방도를 찾아 나섰지.]

그래서 명계 같은 거 만들다가 청홍에 갇히게 된 거군.

성지한이 그렇게 임기제 관리자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듣고 있을 때.

스스스…….

그의 눈앞에서, 메시지가 다시 바뀌었다.

[쓸모없는 짓이로구나.]

[공허의 인장이 찍힌 자는 이를 되돌릴 수 없다.]

[너도 공허의 인장이 찍혔으면, 내가 아무리 보호했다 한들 자생하는 공허에 파묻혔겠지.]

공허의 인장은 뭐야.

성지한의 의문에, 적색의 관리자가 친절히 답해 주었다.

[임기가 끝날 때, 몸에 자생하는 인장이다. 이것이 생기면, 임기제 관리자는 자신의 권능을 다음 대성좌에게 넘겨주고, 은퇴를 준비해야 하지.]

‘너는 그전에 튄 거고?’

[그렇다. 사실 공허의 인장은 몸에 자생하는 게 아니라, 흑색의 관리자가 와서 찍는 거다. 임기제 관리자가 그에겐 상대가 안 되니, 오는 줄도 모르고 그냥 자생하는 줄 알았을 뿐이지.]

‘흠…….’

흑색 놈, 확실히 세긴 센가 보군.

임기제 관리자들도 다들 한 끗발 할 텐데, 오는 줄도 모르는 걸 보면 말이야.

근데 백색은 왜 이렇게 제어를 안 하는 건지, 다시 한 번 성지한이 의아해 할 즈음.

[그러나 이 발악, 업로드하는 일은 내게도 관심이 가는구나…….]

[이제는 기억하는 이 없겠지만, 그녀는 배틀넷의 대역죄인.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것도 좋겠지…….]

[좋다. 이 영상 하나는 업로드, 허락해 주지.]

그러더니.

채널 이름이 ‘적색의 관리자’로 저절로 바뀌더니.

영상이 하나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녹색의 관리자가 죽고 못 사는 엘프의 정체는 과연…….!!!]

배틀튜브에서 저절로 써지는 영상 제목.

그러면서, 메인 화면에 [이거 실화냐?!] 멘트가 떡하니 붙어 있었다.

‘…….이놈 상시 관리자 맞냐?’

성지한은 그냥 영상만 업로드한 거뿐인데.

백색의 관리자가, 알아서 제목부터 멘트까지 달아 놓은 배틀튜브 영상.

헌데 어째 적어 놓은 글귀가 영 저렴해 보였다.

[내 이름을 건 채널이라, 더 저런 듯싶군……. 대신 조회 수는 확실히 올라가는구나.]

적색의 관리자 말대로, 저쪽에서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채널 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조회 수는 금방 십만을 돌파하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영상이, 노출될 리가 없는데.

배틀튜브의 운영자가 손을 써서 그런지, 올라가는 속도가 어마무시했다.

‘근데 사실 내가 궁금한 건, 저 엘프의 정체인데 말이지.’

백색의 관리자와 접촉하며, 알아낸 사실은 몇 개 있긴 했다.

‘원형의 엘프’는 이그드라실의 주인이었으며.

공허의 인장이 찍힌 걸 보면, 적어도 임기제 관리자 정도의 존재는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배틀넷의 대역죄인이라고 했지.’

그래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하겠다고, 배틀튜브의 운영 권한을 남용하는 백색의 관리자.

백색의 관리자가 원형의 엘프에게 호의적이진 않아 보였다.

‘하나 이 정보만으론, 원형의 엘프가 어떤 존잰지 알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녀의 정체를 캐내려면, 더 단서가 있어야겠지.

물론, 백색의 관리자는 그녀를 알고 있는 눈초리긴 하다만…….

[그에게 물어봤자 헤븐넷 권한이나 내놓으라고 할 테니, 내가 따로 전대 관리자의 정보를 재조사해 보겠다. 원형의 엘프…… 후후. 이런 존재가 있었는가.]

‘그래. 좀 알아봐. 나도 공허 쪽에 한번 물어나 보지.’

[알겠다.]

흑색의 관리자가 친절하게 알려 줄 거 같진 않으니.

별 기대는 하지 않으면서도, 성지한은 나중에 윤세아를 통해 문의나 넣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쳤을 즈음.

영상의 조회 수는 어느새 수백만 회로 훌쩍 올라 있었다.

‘아니…… 모든 배틀튜브 유저들 메인 화면에 띄어놓은 건가. 올린 지 얼마나 됐다고 수백만이야.’

진짜 운영자가 밀어주니까 조회 수 뻥튀기가 장난 아니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리플창을 열어보자.

1등 댓글엔, 녹색의 관리자 이그드라실이 떡하니 댓글을 써 놓고 있었다.

-적색의 관리자, 또 선을 넘었군요. 당신…… 곱게 죽이지 않겠습니다.

곱게 죽이지 않겠다라.

성지한은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뭘 이제 와서.’

이그드라실에게 뭔 사정이 있던, 지구를 그 꼬라지로 만든 이상.

그녀는 자신의 주적이다.

곱게 죽이지 않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을 쭉 살펴보았다.

-뭐야 이거…… 진짜야???

-근데 적색의 관리자 채널이 생성되다니 이게 허용이 되나;

-허용 되는 수준이 아닌데? 이거 배틀튜브 운영자 쪽에서 밀어주는 게 확실함 아니면 10분 전에 올라온 영상이 뭔 조회 수 500만을 돌파하냐 ㅋㅋㅋㅋ

-운영자면 백색의 관리자 아니야? 백이랑 적이랑 또 손잡은 거임?

-근데 영상도 충격이네……. 저 엘프는 뭐야?

-녹색의 관리자가 저렇게 싸고도는 엘프가 있었네;

적색의 관리자의 영상이 화제의 영상으로 떠오르는 과정을 보고, 백색이 도와준 거 아니냐고 의심하는 부류와.

영상의 내용을 보며, 엘프 정체가 뭐냐고 의구심을 표출하는 부류.

시청자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 채, 댓글이 주룩주룩 달리고 있었다.

‘엘프에 대한 쓸만한 정보는 없어 보이네.’

백색의 관리자가 이제는 기억하는 이 없다고 한 걸 보아.

지금의 성좌들도 모르는, 초고대의 존재인가.

‘일단 여기선, 건질 게 없네.’

성지한은 댓글을 한 10여 분 살피다가, 그리 결론을 내렸다.

엘프에 대한 정보는, 일단 적색의 관리자가 물어오는 걸 기다려야겠군.

‘그럼, 일단 이건 끄고.’

지잉. 지잉.

배틀튜브 화면을 끄기 전, 또 끈질기게 백광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가 나왔지만.

이젠 익숙한 손놀림으로 싹 다 꺼 버린 성지한은, 왼손에 들고 있는 걸 바라보았다.

거기엔.

길가메시의 얼굴이 새겨진, 푸른 그릇이 있었다.

* * *

“이놈은 진짜 별별 상태로 다 있네.”

이젠 인간도 아니라, 그릇이냐.

정말 전 우주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로 따지자면, 이놈이 가장 강력하지 않을까.

성지한은 고통스러운 안색의 길가메시를 보며 징글징글하단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파편 흡수할 때처럼, 깨부수면 되려나.’

성지한은 길가메시 파편에서 청색의 대기를 흡수했을 때를 떠올리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깨부수기 전에, 머리를 한번 꺼내 봐야겠군.’

그는 인벤토리를 열어, 길가메시의 파편을 꺼냈다.

그러자.

“으. 으으…… 거. 거긴 싫어…… 말 잘 들을 테니. 제발 거기에만은 넣지 마라…….”

길가메시의 머리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거 완전 트라우마 걸렸네.

“당분간은 넣을 생각 없으니, 얘나 봐라.”

“얘……? 어. 이건…….”

“이그드라실한테서 받은 네 본체다. 그릇이 되어 버렸다만.”

“…….”

그 말에.

둥. 둥…….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그릇을 유심히 지켜보는 길가메시.

“잠깐. 대화해도 되겠나?”

“대화가 돼?”

“왠지 될 거 같다.”

그는 묘한 확신을 지닌 채, 성지한에게 허락을 구했다.

“그래. 나도 한번 해 봐. 어차피 부술 거지만, 이 놈과는 질긴 인연이니 유언 정돈 들어줘야지.”

“……알았다.”

둥. 둥.

머리가 그릇을 향해 다가가자.

툭!

이 머리가, 그릇에 찰싹 달라 붙었다.

뻐금. 뻐금.

그리고 그 상태에서, 몇 번이고 입을 뻥긋거리던 길가메시의 머리는.

곧,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본체여…… 그게 정말인가?”

“뭐라고 했는데.”

“아니. 너……. 본체 맞느냐? 믿을 수가 없다. 나라면, 이런 선택 따위 절대 하지 않을 텐데? 나 길가메시가 어찌 생을 포기한단 말인가?”

입에서 침을 튀길 기세로, 흥분하는 길가메시의 머리.

대체 뭔 소리를 들었기에 저리 열을 내나 싶더니.

성지한은 그가 한 마지막 말을 듣곤, 눈을 크게 떴다.

“길가메시가, 생을 포기한다고?”

“그. 그렇다…… 본체가. 죽고 싶어한다.”

“그놈이?”

무슨 상황에 처해도, 살려고 발버둥을 쳤던 길가메시.

생의 의지 하나만큼은 이 우주에서도 으뜸을 쳐줄 만한 녀석이.

입도 안 털고 얌전히 죽여 달라고 그래?

“그거참 신기하군…… 지금 그릇에서 뭐 하고 있는데 그래?”

“그것은…… 직접 보는 게 나을 것이다.”

길가메시의 머리에서 눈빛이 퍼지더니.

지이이이잉…….

그것은 곧, 하나의 화면을 이루었다.

[‘청색의 대기’ 완성을 위한, 5436834째 시도]

그러자 화면 안엔, 엘프어로 쓰인 전광판이 나오고.

곧이어서 나무 안에 길가메시가 담겨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원형의 엘프가 보관된 무지갯빛 세계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B급 이상은 되어 보이는 세계수에, 홀로 담겨 있는 길가메시.

그는, 지친 얼굴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이이잉…….

그의 몸이 한 차례 스캔되나 싶더니.

전광판에, 새로이 글자가 떠올랐다.

[비교대상 - 성지한 : 기준 미달]

[비교대상 - 아소카 : 기준 미달]

[재시도]

퍼어엉!

재시도가 뜨자마자, 폭발하는 길가메시의 몸.

그리고 생명의 기운이 피어오른다 싶더니.

[‘청색의 대기’ 완성을 위한, 5436835째 시도]

시도 숫자가 1 올라갔다.

“이게 이 그릇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그런 거 같다. 저 대기의 안은 작은 세계. 거기서 본체는, 무한히 파괴되고 재생된다. 스탯 청에 닿았던, 너나 아소카와 비교하는 거겠지.”

“허. 저런다고 없던 청이 생기는 건 아닐 텐데.”

“저것은, 담는 용기. 그릇을 완성시키기 위한 작업. 안에 담을 청은 다른 데서 가져오겠지…….”

자신의 본체가 재생했다 폭발하는 모습을 보며, 길가메시의 파편이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시도 횟수가 정신 나가긴 했네.

‘……그리고 한 번 터질수록. 그릇도 아주 조금씩 발전하긴 해.’

청을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잘 다루는 그이기에, 눈치챌 수 있는 그릇의 발전.

세계수 연합의 실험은, 그릇을 완성시키는 데 있어선 성공적이었다.

이거, 좀 더 내버려 두면 더 좋은 물건이 나오긴 하겠지.

하지만.

‘……내 수준에선, 이 정도로 충분하다.’

어차피 지금 이 그릇을 부숴도, 충분히 원하던 성취를 이룰 수 있는데.

자동 폭발과 재생.

저 무한한 반복을, 계속 놔둘 필요는 없었다.

“알았다. 당장 부숴 주지.”

우두둑…….

성지한이 손을 우그러뜨리자.

화면 속의 세계가,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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