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563화 (56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63화>

[이상 반응 감지]

[에너지 반응, ‘적’]

[특급 경보 발령]

[포탈 억제 기능 가동]

세계수의 뿌리라 불리는, S급 세계수 행성.

여기는 진입할 때부터, 강력한 저항이 나타났다.

‘억제야 뭐 별거 없고.’

성지한은 막히려는 포탈을 가볍게 열곤 행성을 살폈다.

연구소의 위치, 대개 세계수 근처에 있었으니, 여기도 거기부터 찾아야겠지.

그는 세계수를 찾기 위해 생명의 기운을 살피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흠…… 근데 짙은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 두 군데네.’

원래는 한 행성 당, 세계수 하나였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두 군데에서 비슷하게 느껴지는군.

‘둘 다 들러야 하나…… 시간이 생각보다 지체되겠어.’

엘프 군단이 청검을 가지러 모였을 때, 빨리 길가메시 파편 찾아야 하는데.

성지한이 그렇게 두 장소를 두고 고민에 빠질 즈음.

“파편. 있음. 파편. 있음.”

들고 있던 길가메시의 머리가 두 눈에서 푸른빛을 발했다.

그가 가리키는 건, 북쪽의 생명의 기운.

‘오, 이 거리에서도 감지를 하네.’

성지한은 머리의 탐지를 믿어 보기로 하고, 빛이 향하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슈우우우…….

거리를 좁히자 나타난 건 세계수가 아니라 커다란 목조 건물.

역삼각의 형태로 건물을 지탱하는 땅 쪽 면적이 훨씬 작은 특이한 양식이었다.

‘이런 건물에, s급 세계수에 버금가는 생명력이 느껴지다니…….’

엘프 연구소의 본부라도 되는 건가.

성지한은 건물을 잠시 살피다, 일단은 할 일부터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서 어디 있냐?”

“파편. 있음.”

성지한의 물음에, 또다시 눈에서 빛을 쏘아내는 길가메시의 머리.

칼레인이 어떻게 개조했는지, 할 줄 아는 말이 파편 있음과 없음.

둘밖엔 없어 보였다.

‘일단 따라가 볼까.’

성지한이 머리를 들고 빛이 향하는 곳으로 진입했다.

나무 재질이지만, 그 어떤 금속보다도 단단해 보이는 목조건물의 외벽이었지만.

화르르륵……!

그가 손으로 가볍게 적멸을 쏘아내자.

곧바로 길이 뚫렸다.

‘적도 900이 되니까 확실히 더 강해졌네.’

청검으로 어설프게 만든 방어진 정도는, 가볍게 꿰뚫을 수 있겠어.

‘엘프 군단 중 일부가 청검을 받아 들고 구원군으로 온다면, 오늘은 가차 없이 밀어야겠네. 길가메시의 파편이 제일 중요하니까.’

윤세아 얼굴을 한 청기사들과는, 그간 컨셉을 지키기 위해 충돌을 피했지만.

오늘은 청색의 대기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니, 성지한도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치, 침입자…….”

“적색의 관리자다!”

“하필 지금, 쳐들어오다니…… 군단이 자리를 비운 틈에!”

“빨리 상부에 알려!”

우왕좌왕하는 연구원들이 죄다 윤세아의 얼굴을 띈다 해도.

치이이익……!

그는 가차 없이 이들을 싹 다 불태웠다.

[드디어 근거리에서 없애는군. 저 얼굴의 엘프를.]

‘여기서 시간 오래 끌리면 안 될 거 같아. 컨셉이고 뭐고 오늘은 무조건 효율 중시다.’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연구소, 넌 들어 본 적이 있나?’

[이그드라실은 성좌 때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를 운용했다고 들었다. 이곳에 풍기는 생명의 기운을 보아하니,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군.]

그럼 여기가, 이그드라실 연구소인 건가.

‘시간만 더 있어도 좀 둘러볼 텐데, 아쉽군.’

확실히 S급 세계수와 맞먹을 정도로 생명력을 지닌 연구소는, 살펴볼 게 많아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었다.

“탐지해.”

“파편…… 있음.”

지이이잉…….

성지한의 명령에, 또다시 눈에서 빛을 쏘아내는 길가메시의 머리.

하나 이번엔 그 빛이 쭉 가다가.

“히, 히이익…….”

갑자기 중간에 뚝 끊기면서, 길가메시의 머리가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탐지. 외부의 힘에 의해 실패. 파편은 안에 있음…….”

“너 다른 말도 할 줄 알았네?”

“명령에 순종해야, 그 망할 놈이 살려 준다고 했다…….”

성지한의 말에, 그리 대꾸하는 길가메시의 머리.

잠깐 맡기고 떠난 사이, 칼레인이 확실히 교육을 시켰구만.

성지한은 꽤 말을 잘 듣는 길가메시의 머리를 보며 질문했다.

“외부의 힘은, 어떤 거였는데?”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심상치 않은 게 저 안에 있다…….”

“일단 네가 가리킨 방향은, 저쪽이 맞겠군그래.”

“맞다. 파편, 있음.”

“그래. 그럼 인벤토리에 잠시 들어가 있어.”

성지한이 인벤토리를 열자.

“이, 인벤토리…… 아, 안 된다. 거기만은!”

길가메시의 머리가 성지한의 손에서 빠져나오려는 양, 급히 움직였지만.

“심상치 않은 게 안에 있다며. 인벤토리 안이 안전할 텐데?”

“인벤토리에는, 안 좋은 기억이 있단 말이다……!”

안 좋은 기억이라니.

아.

‘예전에 길가메시 놈 인벤토리에 놨을 때를 기억하고 있는 건가.’

그때도 인벤토리에 한 번 갔다 온 이후로, 말 좀 잘 들었지.

그만큼, 길가메시는 안에 들어가는 걸 치를 떨 만큼 싫어했지만.

“그래도 죽는 것보단 낫잖아?”

“으, 으으으……!”

성지한은 그의 우는 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인벤토리에 머리를 던져 버렸다.

그렇게 손에서 짐을 치워 버린 그는.

‘또 저 단단한 나무 벽이 나타났군…… 뭐, 계속 부숴 보자.’

앞을 가로막는 벽을 모조리 불태워 버리며, 쭉 전진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나왔을까.

‘……여기부턴, 확실히 좀 다르군.’

이그드라실의 연구소, 가장 안쪽에는.

빽뺵한 녹색의 배리어가 쳐져 있었다.

성지한은 그곳에 벽을 녹일 때처럼 적멸을 쏘아 봤지만.

치이이익……!

배리어는, 살짝 타오르나 싶더니 금방 수복했다.

‘이게 길가메시의 신호를 차단한 건가?’

확실히 단단하긴 하네.

이러면 무공을 써야겠군.

무극멸신武極滅神

천뢰봉염天雷鳳炎

적뢰무한赤雷無限

스스스…….

성지한의 머리 위로 봉황기가 떠오르고.

적의 힘이, 한데로 갈무리 되었다.

그리고 불의 창이 배리어를 향해 돌진하자.

푸욱……!

적멸과는 달리, 보호막이 확실하게 뚫려 나갔다.

‘그럼, 들어가 볼까.’

슉.

성지한이 뚫린 구멍을 통해 진입하자.

지이이잉……!

주변의 공간이, 한 차례 뒤바뀌며.

드넓은 공동이 나타났다.

* * *

‘여긴…….’

성지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험관이 빼곡하던 다른 엘프 실험실과는 달리.

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중앙에,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나무를 제외하곤.

‘길가메시의 파편 같은 건, 전혀 안 보이는군…….’

그놈의 가이드를 믿는 게 아니었나.

성지한은 머리를 다시 꺼내 볼까 하다가, 일단은 중앙의 나무를 향해 접근했다.

아까 목조 건물에서 왜 이렇게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나 했더니.

‘이 작은 나무에서 발현한 거였군.’

성지한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작은 나무.

하나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게, 우주수 이그드라실의 상징임을 생각해 보면.

저 나무도 확실히 범상치 않은 거겠지.

‘한 번 살펴보자.’

뚜벅. 뚜벅.

성지한은 무지개 빛을 영롱히 내뿜고 있는 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그가 서서히 거리를 좁히자.

스으으으…….

갑자기, 작게만 보였던 나무가.

급작스럽게 커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나무가 커져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론 성지한의 육체가, 걸어갈 때마다 작아지고 있었다.

‘흠.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는 건, 느끼지 못했는데…….’

뭐 때문에 이렇게 몸이 작아졌지?

성지한은 잠시 걸음을 멈추곤, 신체 내부를 관조했다.

무지개 빛 나무와 공명하는 신체 내의 영원.

이게, 육체 크기를 쪼그라들게 만드는, 왜곡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흠…… 이건, 적으로 해결하긴 쉽지 않겠네.’

[그렇다. 적은 왜곡을 만드는 쪽에 가까우니. 이건, 너의 힘을 써야 할 때다.]

‘그래야겠어.’

적색의 관리자의 말대로.

이런 걸 해결하는 데에는, 청의 권능이 안성맞춤이다.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기운을 돌리니.

슈우우욱……!

줄어들었던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나무가 아까의 크기로 되돌아왔다.

[흠…… 나만 들어왔으면, 아까 거기서 꼼짝없이 계속 축소되었겠군.]

‘아예 대항이 불가능할 정도였나?’

[아까의 그 왜곡. 나와는 상성이 안 좋다. 청이 왜곡을 끊어 낸다면, 이건 더 큰 왜곡으로 나의 것을 뒤덮는다고 보면 되겠군.]

아까 몸 작아진 게, 그 정도였단 말인가?

성지한이 고개를 갸웃한 채, 무지개 빛의 나무 앞에 서자.

화아아아……!

나무 기둥 쪽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곧.

‘이건…… 엘프. 인가?’

기둥 안이, 마치 유리 벽처럼 변하더니.

그 안에, 한 엘프가 눈을 감은 채로 서 있었다.

[이 엘프, 널 인식하진 못하는 것 같군.]

‘그래…… 근데. 이 엘프 뭔가 기이한데.’

[음? 어떤 면에서 그렇지?]

모두 한 공장에서 찍어 낸 것처럼 똑같이 생긴, 세계수 엘프.

하나, 그렇게 다량으로 만들기 전에는.

분명, 원조가 있었을 것이다.

견본 모델이 있어야, 저들의 엘프 공장에서도 그에 맞게 찍어 낼 테니까.

그리고.

‘어째 얘가 그 원본인 거 같아.’

[이 엘프가 세계수 엘프의 원본이라고?]

‘그래. 마치 지구에서 남자 하프 엘프들이 내 열화판인 거처럼. 연합의 다른 엘프들도 이 원본의 열화품이겠지.’

[……그런가? 생긴 건 비슷해 보인다만. 오히려 귀도 엘프보다 인간에 가까운 것 같은데.]

적색의 관리자가 지적한 대로.

무지개 빛 나무에 있는 엘프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귀도 사람보다 조금 뾰족한 정도로.

그리 큰 크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성지한은.

‘얘, 복제품이랑은 확실히 달라.’

나무 안의 엘프를 보며, 나름의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이 엘프가, 연합의 원본이거나.

그와 준하는 존재일 거라고.

‘길가메시의 파편도 못 찾았는데, 이거나 부술까.’

그리고 이게 원본 엘프가 맞다면.

이 무지개 빛 세계수를 부수고 저 엘프를 꺼내면.

연합 입장에서 상당히 골치가 아프겠지?

저들의 불행은 나의 행복.

성지한이 유리 벽 너머의 엘프를 보고, 불의 기운을 끌어모으자.

[네 말대로 원본이면, 저 엘프도 측정 불가능한 힘을 지니고 있을 텐데…… 감당 가능하겠나? 엘프 군단도 곧 올 텐데.]

적색의 관리자가 그렇게 경고했다.

확실히.

이 엘프, 생명의 기운 내뿜는 것만 봐도 범상치 않은 존재인 거 같긴 하단 말이지.

안전을 생각하면, 여기서 조금만 더 조사하다가 빠지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깨고 싶지?’

성지한은 여기서 이걸 안 부수고, 돌아가면.

후회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어떻게 매번 안전하게만 사나.

한번 모험도 해 봐야지.

스으윽.

성지한이 봉황기를 재차 소환하자.

[……마음대로 해라.]

적색의 관리자도 그를 말리는 걸 포기하곤, 관전자 모드로 들어섰다.

그리고 불길을 머금은 봉황기가, 유리벽에 가까이 닿자.

스스스스…….

벽은 그대로 녹아내리며, 유리 안의 엘프가 서서히 눈을 떴다.

번쩍!

눈이 있는 자리에서, 동공 대신 새하얀 빛만 번쩍이는 상대는.

“이그, 드라실…….”

눈앞이 보이지 않는지.

성지한 쪽을 바라보며, 이그드라실이라 불렀다.

저벅.

그녀가 한 걸음 걷자.

짙게 느껴지는, 생명의 기운.

이 기운은 S급 세계수도 감히 미치지 못할 만큼, 막대하게 응축되어 있었다.

하나.

발을 딛고, 다시 걸음을 떼려는 순간.

슈우우우…….

그 어마어마하던 생명의 기운이, 대번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더니, 서서히 쪼그라들기 시작하는 엘프의 얼굴과 몸.

“아…… 약속…… 못 지켰구나. 괜찮아…… 오래, 살았는걸…….”

그녀는 애써 성지한을 향해 웃어 보이더니.

툭.

땅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뭐야.’

이거.

뭔가 이쪽이 나쁜 짓을 한 느낌인데.

성지한이 그렇게 쓰러진 엘프를 살펴보려 한순간.

콰콰쾅!

외부에서 폭발음이 들리더니.

“서. 설마……!”

두 자루의 청검을 든, 이그드라실이 흉흉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저, 적색의 관리자…… 당신이 어떻게 여기를……!”

평소와는 달리, 극도로 흥분한 그녀는.

땅바닥에 쓰러진 엘프를 보더니.

“아, 안 돼……!”

두 눈이 완전히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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