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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57화 (55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57화>

A급 세계수가 위치한 행성.

그곳의 방비는 확실히 예전에 쳐들어갔던 개척 행성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성지한이 포탈을 넘어오자.

지이이잉…….

[이상 반응 감지]

[에너지 반응, ‘적’]

[에너지 반응, ‘최고위 성좌’이상]

[특급 경보 발령]

대기권에서부터 적색의 관리자를 감지하곤, 방어 태세를 순식간에 갖추고 있었다.

‘확실히 C, D급이랑은 시작부터 다르네.’

파아아앗……!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며 대지로 착지하자.

[청기사 긴급 소환]

[연합 방위군단 긴급 소환]

적색의 관리자에게 대항하기 위해, 사방에서 녹색 포탈이 열리고 있었다.

‘청기사들이 벌써 소환되다니…… 웬만하면 검 안 부수기로 했으니, 소환 자체를 막아야겠는데.’

윤세아 얼굴을 한, 청기사들을 일단은 피하는 척 연기하는 성지한.

이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선, 청기사랑 부딪칠 상황을 최대한 늦춰야 했다.

스스스…….

그의 뒤로 청홍이 떠오르고.

그가 가볍게 검을 집어, 한 차례 휘두르자.

치이이익……!

사방에 떠올랐던 포탈이, 일제히 반으로 갈라졌다.

“어떻게 단 일 검에, 그 수많은 포탈이…….”

“다, 다시 재소환을 진행하라!”

세계수 근처의 엘프들이 얼른 원군을 재차 요청하려고 소환을 진행했지만.

청홍이 다시 한번 움직이자, 그들마저도 반으로 쪼개져 타올라 버렸다.

단 두 번의 검격에, 이 대지에 남은 건 A급 세계수뿐.

‘저건 나중에 흡수하자.’

남산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생명력을 품고 있는 세계수.

저것도 섣불리 흡수했다가는, 스탯 적이 적정 수치를 초과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연구실부터 털고, 세계수는 나중에 흡수하는 게 낫겠지.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곤, 연구실의 위치를 찾아보았다.

‘여기도 다행히 세계수 근처에 있군.’

세계수 근처에 있어야 연구실의 동력이 나오는 건지.

연합의 연구실은 저번과 비슷하게 세계수의 근처, 지하 쪽에 있었다.

이러면 원군이 다시 파견되기 전에 일 처리를 끝낼 수도 있겠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연구실로 내려갔다.

‘다른 연구 샘플은 볼 필요 없고.’

여러 생명체 가지고, 이런저런 생체 실험을 하는 연구실.

하나 성지한의 목적은 단 하나.

길가메시의 파편뿐이었다.

‘여긴 없군.’

실험실 입구를 스윽 살핀 성지한은.

길가메시의 파편과 비슷한 것도 없다는 걸 파악하곤,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화르르르륵……!

일제히 불타오르는 실험실.

성지한은 파편을 본격적으로 찾기 위해, 감각을 확장했다.

그러자.

“워, 원군 벌써 전멸했다고? 그럼 이 얼굴도 소용없다는 건데…….”

“아까 외부 카메라로 보니까, 적색의 관리자가 포탈 전체를 잘랐습니다.”

“그래…… 그럼 아직, 싸움은 없었던 건가.”

연구소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엘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굴?’

쟤네가 얼굴 거론하는 건.

윤세아의 것일 가능성이 높은데…….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면서 계속 전진하자.

“……모두, 나가 보자!”

“얼굴 안 통하면 어쩌시려구요…….”

“어차피 여기 있어도 죽어!”

안쪽에서 그런 말소리와 함께, 엘프 연구원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그리고 예상대로.

수십 명의 연구원 엘프들은 죄다 윤세아 얼굴을 하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보고 연구소를 불태우며 나아가던 적색의 관리자가, 잠시 멈칫하자.

“토, 통한다?”

“정말…… 적색의 관리자가 움직임을 멈출 줄이야.”

“저, 분명히 받은 자료에 의하면, 이 얼굴 주인은 청색의 관리자의 조카라고 했습니다.”

“맞아. 그리고 기회가 되면 인간의 언어로 말해 보라 했었지. 어디 보자…… 사므촌?”

“그거 맞습니다.”

“다 같이 외치죠!”

기세가 오른 연구원 엘프들은 어설픈 한국어를 구사하며, 적색의 관리자에게 호소했다.

그렇게 사방에서 사므촌 사므촌 거리자, 성지한은 깊이 고민했다.

‘……컨셉이고 뭐고 그냥 다 때려치울까.’

윤세아의 얼굴을 한 거보다.

엘프가 말하는 저 어설픈 한국어를 도저히 들어 줄 수가 없었다.

손가락 한 번만 튕기면, 하이 엘프에 불과한 저들은 대번에 타오르겠지만.

‘그래도…… 벌써 포기해선 안 되지.’

성지한은 그 충동을 참아 내고, 그들에게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슈우우욱!

엘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땅바닥이 푹 꺼지더니.

“아, 아아악……!”

“사므. 사므촌……!”

그들이 모두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흠, 안 죽이는 건가?]

‘……일단은.’

[인내심이 대단하군.]

보기 싫은 것들을 그렇게 치워 버리고 난 후, 성지한은 탐색을 재개했다.

그렇게 실험실의 안쪽까지 도달할 때까지도, 길가메시의 파편은 보이지 않아서.

‘여긴 허탕인가.’

성지한은 이곳엔 없다고 생각했지만.

“나, 나는 왕…….”

실험실의 가장 안쪽에서, 이제는 익숙한 왕 타령이 들려왔다.

‘오.’

그가 얼른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 보자.

커다란 워프 마법진 위에 있는 건.

‘입…….’

형상 자체는 인간의 것을 닮은, 커다란 입술이었다.

* * *

‘일단 정밀 스캔부터 해야겠군.’

지이이잉…….

성지한의 검에서, 붉은빛의 레이저가 빠져나오더니.

[스탯 적이 10 소모됩니다.]

저 거대 입술을 샅샅이 분석했다.

그리고 곧.

[성좌 ‘길가메시’의 파편]

[‘기프트 - 청색의 대기’ 생성 프로젝트의 주 물질]

생긴 건 비록 달라도.

예전에 보았던 것과 똑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바로 흡수해야겠네.’

현재 기프트 청색의 대기는 B.

스탯 청을 999에서 초과해서, +30을 더해 주는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입술을 흡수해서 기프트 등급이 A로 오르면, 청을 더 올릴 수 있겠지.

다만.

‘파편 조각 자체는 어째 저번보다 영 품질이 떨어져 보이네. 이거 흡수한다고 바로 등급이 오르진 않겠어.’

입술만 덩그러니 남아서 그런가.

저 파편을 흡수한다고, 기프트 등급이 바로 수직으로 상승할 것 같진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몇 개 파편 더 얻다 보면, 언젠간 A로 오르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입술에 손을 뻗었다.

적색의 불이 붙어 있는 손이라 그런지, 금방 타오르는 마법진.

그리고 그 열기는, 저 거대 입술에 닿았다.

“아, 뜨. 뜨…… 서, 설마. 짐을 죽일 건가?”

“…….”

뭐 뻔한 걸 물어보고 있어.

성지한은 대꾸할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가져갔지만.

“흐, 흐허허헝…….”

갑자기 입술에서 우는 소리를 하더니, 침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아, 갑자기 더럽게 왜 이래.

‘입술만 남았는데 침을 흘리는 것도 신기하네.’

부글부글…….

입에서 흘러내린 침이 끓어 올라 수증기가 되는 걸 보고, 성지한이 잠시 멈칫하자.

“사, 살려 줘! 살려 주세요……!”

거대 입술은 애처로운 목소리로 목숨을 구걸했다.

그 길가메시가 존댓말로 살려 달라고 저리 비굴하게 굴다니.

‘아무리 파편이라도 영 적응이 안 되는군…… 아, 그래도 나한테도 마지막에 살려 달랄 때도 저런 태도였나.’

성지한은 저 발악에 과거에 길가메시를 소멸시켰을 때를 추억하며.

흔들림 없이, 그에게 안식을 주려 했다.

하지만.

“그, 그러지 말고! 나…… 그래. 키워서 잡아먹어!! 이 입술만으론 너도 어, 얻는 거 없을 거 아니야!”

살기 위해 끈질기게 입을 터는 거대 입술.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것 중, 성지한의 관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

[……키우다니?]

성지한의 적색의 관리자 행세를 하며, 말문을 열자.

“그, 그릇. 난, 난 그릇이 될 수 있다!”

[그릇이라.]

“지, 지금은 이 모양이지만…… 키우면. 더, 더 가치 있어진다. 그릇에 물건, 담을 만하다!”

계속 자길 키우면 그릇이 될 거란 말만 하는 거대 입술.

성지한은 이에 아까 스캔했던 데이터를 떠올려 보았다.

‘확실히 이놈만 흡수해서는 A가 안 된단 말이지.’

‘청색의 대기’ 기프트를 A까지 성장시키기엔 역부족인 거대 입술.

이놈 말대로 키워서 그릇의 가치가 커진다면, 기프트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건가.

‘테스트할 가치는 있어 보이는데…….’

거기에 저번의 길가메시 파편과는 달리, 이놈은 뭔가 대화가 통했다.

그 말은 곧, 저쪽에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뜻.

‘죽은 별로 데리고 가야겠네.’

성지한은 상대를 일단 살려 두기로 결심하고는, 손을 뒤로 뺐다.

그러자.

두둥실…….

불타오르는 마법진 위로, 떠오르는 거대 입술.

“서, 설마…….”

[네 말에 흥미가 생겼다. 어디, 가치를 증명해 보아라.]

“아아…… 사, 살았다!”

쥬륵. 쥬륵.

살았다는 기쁨에 또 침을 줄줄 흘리는 거대 입술.

성지한은 그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빨리 넣어 버려야지, 안 되겠어.’

[인벤토리.]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인벤토리를 열자.

입술이 급히 말을 꺼냈다.

“저. 미, 미안하다! 내가 인벤토리 들어가면 죽어…….”

[죽는다고?]

“그, 그렇다…… 그래서 연구원들도 굳이 절 여기로 보낸 거고…….”

인벤토리에 넣어서 보낼 수 있었으면, 굳이 워프 마법진에 얘를 안 올려놨다 이건가.

거참 까다로운 녀석이군.

[포탈은 탈 수 있겠지?]

“그, 그건 가능하다!”

[알았다.]

그럼 세계수 흡수하고 가면 되겠군.

성지한은 거대 입술을 둥둥 띄운 채로, 지상에 다시 올라갔다.

그러자.

“적색의 관리자……!”

A급 세계수의 앞에는, 윤세아 얼굴을 한 청기사들이 일백 명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 양옆에는 고엘프와 그들이 이끄는 군단까지.

아까는 포탈을 베서 바로 원군이 도착하진 못했지만.

성지한이 연구실에서 길가메시의 파편을 찾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려서 그런지, 벌써 방어 태세를 굳건히 하고 있었다.

‘아, 진짜 사방이 윤세아네.’

고엘프는 그래도 가면 써서 그런지 아직 성형을 안 했지만.

하이 엘프 급은 청기사 이외에도 죄다 윤세아 형상을 한 상태.

거기에 청검까지 들고 있으니, ‘성지한’을 봉인한 척하기 위해선.

예전처럼, 세계수에 단번에 접근하여 저걸 흡수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휙 세계수만 빼내기에는, 방비가 너무 단단하군. 거기에.’

“아, 뜨. 뜨…… 저. 그. 여기서 싸우면 나는…….”

지금은 길가메시의 파편이라는 짐 덩어리까지 들고 다녀야 했다.

‘그렇게 위험부담을 감수해서 얻을 거라곤, 적밖에 없으니.’

이번엔, 전리품으로 이거만 챙기고 빠져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손을 뻗었다.

스스스…….

그러자, 그의 등 뒤로 생겨나는 거대한 적색 포탈.

“어, 어…….”

“도망…… 친다니?”

“세계수를 공격하지 않고?”

세계수 흡수를 포기하는 적색의 관리자의 행동을 보며, 엘프들이 깜짝 놀라는 사이.

스스스…….

성지한은 포탈에 몸을 담았다.

그리고, 같이 딸려 가던 거대 입술은.

“사, 살았다……! 미친 엘프 놈들……! 퉤퉤!”

포탈을 타기 전에 엘프 쪽에 굳이 침을 뿌리고는.

안으로 끌려갔다.

“뭐, 뭐야 저건?”

“글쎄…….”

“됐다. 저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청기사의 선봉에 선 지휘관은, 거대 입술의 일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하면서.

두 눈을 반짝였다.

“그것보다. 이 방식이…… 확실히 통한다는 게 중요해.”

“맞습니다!”

“모두, 행성의 피해 상황을 조사하도록.”

“네!”

그 명에 따라, 흩어지는 엘프들.

그리고 그들은 곧.

성지한에 의해 지하 구덩이로 떨어진 엘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이…… 멀쩡한 채로 지하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뭐?”

“연구원들의 말에 의하면,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지휘관은 놀란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거 정말, 통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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