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556화>
[네가 지금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느냐?]
[기르던 개가 주인을 물다니…….]
[감히, 감히, 감히!]
처음에는 글자를 뒤바꾸어, 열을 내던 백색의 관리자는.
[접선 좌표는 매일 뒤바뀐다. 그리고 오늘, 이 장소를 알고 흑색의 관리자가 들어왔지…….]
[오늘 접속한 플레이어 중에, 네가 있으렸다?]
[어디 보자꾸나. 채널에 처음 접속한 이 중, 활동 기록이 없는 자…….]
성지한을 역으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활동 기록까지 만들어 내진 않았는데. 꼬리를 잡히겠군.]
‘어차피 임시 계정, 추적당해도 상관없잖아?’
[그렇다. 그 계정이야 폐기하면 되니까. 계정 만드느라 쓴 적만 날아갈 뿐이다.]
그럼 별문제 없네.
스탯 적이야 세계수에 검만 꽂으면 채워지니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윤세아에게 말했다.
“세아야, 넌 그 채널 일단 꺼 봐.”
“꺼?”
“어, 백색의 관리자가 지금 눈 돌아갔거든. 괜히 너한테도 불똥 튀면 안 되니까. 아, 그러고 보니 너도 배틀튜브 활동 기록 있나?”
“배틀튜브 활동 기록…… 아, 나 예전에 방송 많이 했잖아. 삼촌 사라지고 인류 랭킹 1위 시절엔 내가 탑이었어.”
“그럼 넌 용의자에서 제외되겠네. 그래도 꺼 봐.”
“응.”
삑.
그렇게 윤세아의 배틀튜브 화면이 꺼지자, 성지한이 말했다.
“근데, 백색의 관리자 봉인 너무 헐거운 거 아니야? 봉인 천 년 추가되었다더니, 정작 저놈은 나 추적하겠다고 날뛰고 있네.”
“그게…… 메신저가 지금 그러는데. 백색의 관리자를 여기서 더 봉인시키면 배틀넷 통신망이 붕괴가 된다는데?”
“통신망이?”
“응. 배틀튜브도 없어지고. 그래서 배틀튜브 안에 가두는 게 최선이래.”
백색의 관리자…… 알고 보니 통신 담당이었나.
그래서 선을 몇 번이고 넘었는데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거군.
“그럼 봉인 아무리 해 봤자 의미가 없네.”
“그, 그래도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내면 바로 제재를 가할 테니 언제든 신고하래.”
“알았어.”
배틀튜브 안에서 분탕질 치는 것까진 어떻게 못 해도.
밖으로 나오려고 들면 그때는 처리해 주겠다 이거군.
[아무리 백색의 관리자라고 해도, 배틀튜브 안에선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다. 당분간은 그를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군.]
‘그건 그래. 밖에서 영향력을 행세하는 게 문제니까.’
성지한은 그리 대답하면서, 문득 생각했다.
‘그런데 임시 계정 추적해선, 뭘 할 생각이었을까 그놈?’
[궁금한가?]
‘그놈 권능이 어디까진지 궁금해서.’
[임시 계정으로 접속할 생각이면, 지구 밖에서 하는 걸 추천하지. 아까는 내가 접속 위치를 왜곡했지만, 백색의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임시 계정을 지켜보면 지구에서 접속한 게 들킬 수도 있다.]
‘그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자 이거군.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응, 삼촌.”
성지한은 윤세아에게 손을 흔들곤, 포탈을 열었다.
목적지는, 예전에 파괴했던 세계수 연합의 개척 행성.
D급 세계수가 뽑혀 나간 장소는.
성지한이 불태운 장소를 제외하곤, 여전히 생명의 기운이 충만했다.
‘세계수가 뽑혀도 여긴, 여전히 생명체가 살 만해 보이는군.’
녹음이 우거진 행성을 보고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자.
[애초에 선후 관계가 잘못되었다.]
‘왜?’
[세계수로 인해 생명이 발아한 것이 아니라, 생명체가 사는 곳에 세계수가 들어선 거니까.]
‘아하, 생명의 기운을 착취하려고 그런 건가.’
[그렇다. 저들이 말하는 ‘개척’이란, 그런 뜻이지.]
생명체가 못 사는 땅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살 만한 땅에 세계수로 말뚝 박는 거군.
하긴, 세계수 연합 놈들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성지한은 그렇게 주변을 잠시 바라보다, 임시 계정으로 배틀튜브에 접속했다.
그러자.
[왔느냐.]
[기다렸다.]
제보자 W 채널에 들어가기 전.
메인 화면에서부터, 글자가 떠오르고 있었다.
* * *
벌써 임시 계정을 적색의 관리자의 것이라고 특정하고, 미리 와서 대기를 타고 있는 백색의 관리자.
그는 더 나아가.
[접속 좌표는…… 세계수 연합의 행성인가. 여전히 조심스럽구나. 적색의 관리자여.]
성지한이 배틀튜브를 접속한 위치까지 알아내고 있었다.
‘확실히 배틀튜브의 지배자라 할 만하군.’
작정하고 타깃을 하나 찍으니, 별걸 다 알아내네.
성지한이 가만히 무슨 말 하나 기다리고 있자니.
[좋다. 내가 양보하겠다.]
[헤븐넷, 공동으로 소유하자.]
백색의 관리자는 선심 쓰듯 그리 이야기하고 있었다.
‘……공동 소유가 뭔 양보냐?’
[원래 저런 자다. 백색의 관리자는.]
성지한은 상대의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정작 적색의 관리자는 익숙한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떠오르는 메시지는, 아까의 것과 비슷해서.
‘확실히 배틀튜브에만 갇혀 있으니, 별거 없네.’
백색의 관리자가 딱히 저기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만 확인해 주었다.
‘그냥 꺼야겠다.’
[좋은 생각이다.]
그가 그렇게 백색의 관리자의 한계를 확인하곤, 배틀튜브를 끄려 할 때.
지이잉…….
화면에서, 메시지가 불쑥 떠올랐다.
[좋다. 내…… 더 양보하지.]
[네가 원하는 걸 주겠다.]
‘원하는 거?’
그래 봤자 자기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 헤븐넷 지분이나 더 떼 주겠다는 거 아닌가.
성지한은 심드렁한 얼굴로, 메시지를 무시하고 화면을 끄려 했지만.
[‘백색의 관리자’가 스탯 백광白光을 부여하려 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또다시 떠오른 메시지창은, 성지한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백광……?’
새하얀 빛이라.
이게, 백색의 관리자의 스탯인가?
[백광을 부여하려 하다니…… 저자가 나름대로 큰마음을 먹었군.]
‘뭐 하는 능력인데 이거?’
[백광은 백색의 관리자가 지닌 고유 능력…… 그리고, 배틀넷 최초의 스탯이다.]
‘최초의?’
[그래. 백광이 0번. 공허가 1번이었지.]
‘그런가.’
그럼 이 백광이, 배틀넷과 시작을 같이한 능력이라는 건가.
공허보다도 넘버가 앞인 걸 보면, 흑색이 있기 전에 백색이 먼저 존재했다는 거 같은데.
‘그렇게 대단한 놈이 왜 흑색한테 발려서 배틀튜브에 갇힌 신세가 되었지?’
[최초라고 꼭 강한 건 아니니까. 힘은 흑색의 관리자가 압도적이다.]
‘하긴…… 그래서 이 백광은 어디에 쓰는 거지?’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백색이 담당하는 영역, 통신과 연관되어 있다고 추측은 했지.]
‘흠…….’
통신이랑 연관된 거면, 별로 전투엔 쓸모가 없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자신의 상태창을 힐끗 바라보았다.
‘백광만 얻으면 모든 관리자의 능력을 얻는 거긴 하네.’
스탯 청, 적을 제외하고도.
녹색의 관리자의 능력 ‘영원’이나, 흑색의 관리자의 능력 ‘공허’도 모두 소유 중인 성지한.
여기에 백광까지 포함하면, 다섯 관리자의 능력이 모두 그의 스탯창에 자리 잡겠지.
평소 수집욕이 그다지 많진 않은 성지한이었지만.
모든 관리자의 능력을 소유하는 건, 꽤 관심이 가는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아니야.’
삑.
성지한은 미련 없이 화면을 꺼버렸다.
[안 받는 건가?]
‘녹색의 관리자 처리하기 전엔 변수를 최소화해야지.’
스탯 백광.
평시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받아 볼 만한 가치가 있었지만.
녹색의 관리자와 대립하고 있는 지금은, 위험부담이 컸다.
[그렇군…… 좋은 생각이다.]
‘너는 안 아쉽나? 네가 원하는 거였다며.’
[예전엔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안에 있으면, 내가 원하는 걸 달성할 수 있으니까.]
예전에 눈독 들이던 백광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채, 청홍의 안에 있으려는 적색의 관리자.
그는 그러면서 성지한에게 되물었다.
[임시 계정은 어떻게 할 건가. 파기할까?]
‘아, 일단 놔둬. 이그드라실 처리하고 백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알겠다.]
지금은 백광을 받지 않았지만.
이그드라실 처리하고 여유가 생기면, 얻을 만하겠지.
성지한은 백광을 얻을 루트인 임시 계정을 남겨 둔 상태로, 다시 지구에 귀환했다.
* * *
일주일 후.
김지훈은 매일같이 게임에 접속하며, 레벨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젠 그냥 매번 쉽게 이기네.
-처음 두 판이 이상했던 거라니까 ㅋㅋㅋ
-김지훈 님 뭔가 전투 센스가 좋은 거 같아.
-남자 하프 엘프라 그런 거 아니야? 종이 다른데…….
-ㄴ 다른 남자 하프 엘프들 게임 하는 거 보면 확실히 비교됨.
-뭐 그래도…… 그냥 종족이 사기야 ㅋㅋ
초반 2패는 말 그대로 재수가 없어서 생긴 거지.
그 이후로는 계속 연승가도를 달리는 김지훈.
시청자들은 그런 그의 플레이를 보며, 전투 센스가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연승에는 역시 종족빨이 크다고 보았다.
‘뭐, 사실이니까.’
사실, 인간이랑 같이 게임 하는 게 밸런스 파괴나 다름없는 남자 하프 엘프.
성지한은 종족빨로 전투를 찍어 누르는 양상으로, 게임을 풀어가면서.
김지훈을 적당히 전투 센스가 있는 이로 보이게끔 했다.
예전 성지한 때처럼 무공을 쓰기엔 너무 티가 나기도 했고.
“주인. 주인이 하는 것처럼 플레이해 보았다. 어떤가?”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 가는 게, 아리엘 보고 대타를 시키기에도 좋았으니까.
“어, 이렇게만 해.”
김지훈의 오늘 게임을 진행한 건 성지한이 아니라 그림자인 아리엘.
그는 자리를 비울 때를 대비해서, 아리엘에게 김지훈 컨트롤을 시켜보고 있었다.
물론, 아직 그녀를 100퍼센트 신뢰하기에는 일렀지만.
“삼촌, 아리엘이 오토 잘 돌리는지, 내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을게.”
현재 백수나 다름없어, 시간이 남아도는 윤세아가 아리엘을 지켜보기로 한 덕에.
그녀에게 김지훈 컨트롤을 맡길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자리 좀 비워도 되겠네.”
“연합 공격하러 가게?”
“어. 연구실 위치를 알아냈거든. 근데 방비가 꽤 삼엄해서 김지훈 컨트롤까지 하긴 쉽지 않으니까.”
칼레인을 통해 세계수 연합의 연구실이 있는 위치를 한 군데 알아낸 성지한.
하나 세계수 연합도 적색의 관리자가 연구실을 노린다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방어 태세가 강력했다.
“그러니 네가 아리엘이랑 같이 얘 좀 조종하고 있어.”
“응응. 여긴 걱정 말고 다녀와.”
“알았다. 내가 주인의 생활 방식에 따라 김지훈을 조종하겠다. 아, 근데…… 주인.”
거실에서 그림자기운을 운용하며, 김지훈을 컨트롤하던 아리엘은.
문득 생각났는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까 길드 마스터가 오늘 광고 찍는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하지?”
“아, 그거. 귀찮았는데 잘됐다. 대신 해 줘.”
“내, 내가 광고까지 찍으라고?”
“별거 없어. 그냥 거기서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시키는 대로…….”
성지한의 말에 아리엘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옆에서 윤세아도 거들었다.
“나도 도와줄게. 예전에 광고 좀 찍어 봤거든.”
“아, 그럼 다행이다.”
그제야 안심하는 아리엘.
“그럼 여기 일, 맡길게.”
성지한은 그리 말하곤, 포탈을 열었다.
목적지는 연합의 연구소가 자리한 행성.
‘길가메시의 파편, 있으면 좋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포탈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