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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48화 (54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48화>

“하, 누가 누굴 구한다구요?”

윤세아는 총독의 말을 듣고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당신들 잊었어요? 삼촌에 대해 기록말살형을 가한 건 그쪽이잖아요. 근데 이제 와서 협력을 요청해요?”

청색의 관리자의 기록을 말살하고, 지구를 식민지로 삼았던 세계수 연합.

그런 이들이 성지한을 구하자고 말하다니.

윤세아가 어처구니 없어 하는 것도 당연했다.

“오랜만에 돌아오니, 남자 하프 엘프였나요? 이상한 짓 하고 있던데…… 결국 삼촌의 능력을 가져가려고 이 짓거리 벌여 놓곤, 참 뻔뻔하군요.”

“이에 대해서는 유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관리자의 능력을 저희가 갈무리한 덕에, 이번 적색의 관리자의 이상도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탁. 탁.

그러면서 화면을 터치하는 총독 미아.

그러자 영상은 앞의 시간대, 청검의 검기가 적색의 관리자를 노렸던 장면으로 돌아갔다.

“청검이 없었다면, 적색의 관리자가 왜 인간형으로 움직였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추측만 무성했을 겁니다. 이렇게 모습이 드러난 덕에, 청색의 관리자를 구할 길이 생긴 거죠.”

“…….”

“만약 그분이 돌아온다면. 저희는 얼마든지 기록말살형을 되돌릴 의사가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예. 청색의 관리자께서 온전히 돌아오신다면, 말이지요.”

온전히라는 단서를 달고, 기록말살형을 되돌리겠다는 식민지 총독.

윤세아가 그 말을 듣고 혼란스러운 듯 두 눈을 깜빡이자.

성지한이 의념을 보냈다.

‘너, 설마 저거 믿는 거 아니지? 장단만 맞춰 줘. 쟤들한테.’

세계수 연합이 여기에 들인 공이 얼만데, 성지한이 돌아왔다고 포기할 리가 없지.

오히려 그까지 어떻게든 제압하려고, 수를 쓸 게 분명했다.

관리자의 권능은, 그만큼 가치 있는 능력이었으니까.

윤세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저한테서, 무슨 협조를 바라는 거죠? 미리 말해 두지만, 공허는 이 일에 개입하지 않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건, 공허의 개입이 아니라 아레나의 주인의 협조니까요.”

탁. 탁.

그러면서 미아가 화면을 몇 번 만지자.

지이이잉…….

거기선 청검이 무수히 꽂혀 있는, 검의 전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희는 스탯 ‘청’을 이렇게 검의 형태로 압축하고 있습니다. 윤세아 님께서는 이 검 중 하나에 공허를 부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검에, 공허를 부여하라구요? 대체 왜…….”

“청색의 관리자가 사용하던 검에는, 항상 공허가 존재했습니다. 저희가 연성하는 청검도, 공허의 자극을 받으면 더 강해지는 게 아닌지 테스트를 진행하려 합니다.”“그렇군요.”

“그리고, 준비가 끝나면…… 적색의 관리자 토벌전 때 저희와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저보고, 적색의 관리자와 싸우라구요?”

윤세아가 표정을 찡그리자, 총독 미아가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전투는 이그드라실께서 전부 도맡으실 겁니다. 아레나의 주인께서는, 후방에서 모습만 보여 주십시오.”

“모습만, 입니까.”

“네. 그간 기록을 보아하니, 청색의 관리자께서는 윤세아 님을 상당히 신경 쓰셨습니다. 직접 모습을 드러내시면, 저쪽에서 동요를 보일 수 있습니다.”

적색의 관리자에게 장악된 성지한.

그를 꺠우기 위한 용도로, 윤세아를 전장에 내보내겠다 이건가.

별별 수를 다 쓰려 하는군.

성지한은 윤세아에게 의념을 보냈다.

‘이건 거부해.’

청검에 공허를 부여하는 작업까지는 괜찮았지만.

이 건은 경우가 달랐다.

까딱 잘못하다간 윤세아가 피해를 볼 수도 있었으니까.

위험한 상황은 안 만드는 게 좋았다.

“……글쎄요. 이건 안 되겠네요. 당신들의 뭘 믿고 제가 전투에 참여하겠어요?”

“그렇습니까…….”

“네. 대신 청검에 공허를 부여하는 건, 시도해 보죠.”

“알겠습니다. 아…… 근데, 이 방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툭. 툭.

미아 총독은 화면을 전환했다.

그러자 거기엔.

기존의 엘프 얼굴과, 윤세아의 얼굴이 나란히 나타나 있었다.

“기존의 엘프 얼굴을, 윤세아 님의 얼굴로 바꾸는 겁니다.”

“……뭐라구요?”

“물론 모든 엘프를 다 바꾸는 건 아닙니다. 청검을 든 하이 엘프 군단만 우선적으로 외모를 변형하겠습니다. 이러면 윤세아 님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저쪽에서 동요 반응이 나타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저기요. 무슨……!”

윤세아는 그 제안에 황당해했지만.

“아레나의 주인이여. 청색의 관리자가 구할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 확인……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아 총독은 진지했다.

“…….”

“윤세아 님의 얼굴을 빌리는 건, 기껏해야 하이 엘프 수백 정도일 뿐입니다. 직접 오시는 건 무리라고 하셨으니, 이런 방식으로라도 상대의 동요를 확인해야 합니다. 청색의 관리자께서는…… 당신께 매우 소중한 분 아니셨습니까?”

직접 안 올 거면 얼굴이라도 빌려주라면서, 청색의 관리자를 거론하는 총독.

‘여기서 제안을 안 받으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군.’

성지한을 찾겠다고 워싱턴에서 수년간 탐색 작업을 벌였던 윤세아다.

그런 그녀가 여기서 소극적으로 나오면, 상대가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었으니.

윤세아는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적색의 관리자가 쓰고 있는 몸이 동요하는지, 확인…… 해야 하니까요.”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그들이 출격할 때는 저도 그 장면을 볼 수 있게 공유해 줘요.”

“물론입니다. 이렇게 저희가 협력 관계가 되었으니,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싱긋 웃은 총독은.

“그럼…… 청검에 공허를 담는 일은, 시간 언제가 괜찮으실까요?”

“그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해요.”

“잘됐군요. 그럼…… 공허를 주입할 청검 쪽에 바로 연락을 하겠습니다.”

청검의 연성을 위해, 바로 통신을 연결했다.

지이이잉…….

그러자 전환된 화면에서는.

‘……나잖아?’

멍한 얼굴로 TV를 보고 있는 김지훈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또 TV라니…… 질리지도 않나 보군.”

그런 김지훈을 보고, 총독 미아가 혀를 찰 즈음.

“저자는 누구죠?”

윤세아가 화면을 보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아레나의 주인께서 이번에 공허를 주입하실 청검입니다. 저렇게 보이는 모습은 게으르기 짝이 없지만, 검으로서의 재능은 상당합니다.”

“그래요? 어떤 재능을 지녔기에 그러죠?”

“수많은 청검 중에서도, 유일하게 성장하는 재능을 지녔습니다.”

미아는 윤세아에게 청검 ‘김지훈’의 쓸모에 대해 알려 주고는.

화면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17번. 청검을 재워라. 타깃을 바로 검의 전당으로 소환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일단 돌아가야겠네.’

성지한은 좀 이따 보자고 윤세아에게 의념을 보낸 후, 김지훈의 몸으로 재빨리 복귀했다.

그가 그렇게 들어왔을 땐.

“김지훈 님, 김지훈 님.”

무표정한 엘프 호위가, 그의 눈앞에서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어. 어…… 왜 부르셨죠?”

“총독부에서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지금 당장, 검의 전당으로 가야 한다고 하십니다.”

“검의 전당으로 가야 한다니…… 잠을 자야 가는 거 아닌가요, 거긴?”

“네. 그러니 지금 바로 수면 마법을 사용하겠습니다.”

그렇게 김지훈에게 통보한 엘프 호위는.

“슬립.”

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곧바로 감기는 김지훈의 눈.

스스스스…….

의식이 옅어진다 싶더니.

어느덧, 김지훈은 청검으로 변하여, 검의 전당 중앙부에 꽂혀 있었다.

‘이것 참…… 세아의 검이 될 줄은 몰랐네.’

성지한이 사용하던 검에 항상 공허가 존재했으니, 이걸 테스트하자는 세계수 연합.

아마도 예전에, 성지한이 사용하던 공허의 태극마검을 인상 깊게 본 것 같았다.

다만.

‘사실, 공허를 주입해도 여기엔 오히려 마이너스인데.’

공허의 태극마검과 청검은 구성 원리가 달랐으니.

여기다 공허를 넣는다 한들, 두 기운이 충돌하면서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우려가 있었다.

‘그래도 공허는 쓸모없다. 로 결론이 끝나버리면 아쉽단 말이지…….’

세계수 연합과 한시적으로 협력 관계가 된 윤세아.

얼굴 빌려주는 대가로 정보를 받기로 했지만.

그거만으로는 뭔가 부족하지.

세계수 연합과 더 깊은 협력 관계가 되기 위해선.

공허의 쓸모, 오늘 여기서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어디 한번, 짜고 치기를 해 볼까…….’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면서, 윤세아 일행을 기다린 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파아아앗……!

윤세아와 총독 미아가 검의 전당 중앙부로 워프했다.

“……검이 참 많군요. 어떤 게 성장하는 검이죠?”

“이 검입니다만, 공허를 주입하기 전에 다른 검에 먼저 테스트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세계수 연합 측도 공허를 주입하는 것에 대해.

위험할 수도 있음을 예측하곤, 윤세아에게 테스트용 검을 먼저 넘겨주었다.

‘적합도가 형편없이 낮은 검이군.’

저 검.

적합도, 한 5퍼센트 되려나.

검의 전당에서도, 가장 외곽에 있어야 할 검.

워낙 성능이 저열해서, 망가져도 별로 안 아쉬운 느낌이었다.

“어디…….”

윤세아가 거기에 공허를 살짝 주입하자.

슈우우…….

검이 내뿜는 청광은, 더욱 미약해졌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빛.

윤세아는 이걸 보며, 미간을 좁혔다.

“저기…… 이 검, 약해졌는데요?”

“테스트…… 몇 차례 더 해도 되겠습니까? 공허의 주입. 최소한으로 부탁드립니다.”

“적게 넣는다고 넣었는데…… 알겠어요.”

그렇게 10자루의 청검에서 테스트가 진행되었지만.

시험 결과는, 모두 빛이 약해진 채로 끝이 났다.

“으음…….”

그걸 보곤, 심각한 표정을 짓는 총독 미아.

공허 주입, 지금까지의 테스트 결과로만 보면 모두 실패였다.

얘네야 사실 버려도 되는 검이라고 쳐도.

‘김지훈의 청검은 무사해야 하는데…….’

성장하는 청검은, 절대 망가져선 안 되었다.

괜히 공허 넣는다고 실험했다가 검의 성장성이 훼손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아무래도, 공허 주입은 실패인 것 같습니다…….”

총독 미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말 끝을 흐렸지만.

“테스트용 검이 너무 약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성장하는 검은 다를 것 같은데.”

“그래도, 하나같이 결과가 이러니…….”

“저 검은 다를 거 같아요.”

이젠 오히려 윤세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아주 살짝만 넣어 볼 테니.”

“그…….”

저벅. 저벅.

총독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김지훈의 청검에 다가간 윤세아는.

스스스스…….

공허를 그 안으로 살짝 주입했다.

그러자, 성지한의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스탯 ‘공허’가 2 오릅니다.]

살짝 넣는다고 한 건데도.

아레나의 주인인 윤세아의 공허가 워낙 정밀하여, 스탯이 2나 올랐다.

이러니까 다른 검들은 저리 약해졌지.

‘뭐 나야. 이렇게 움직이면 되지.’

스스스…….

성지한의 유도에 따라, 청검 중앙부로 회오리치는 공허.

다른 청검과는 달리, 김지훈의 것은.

스탯 청과 공허가 공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더니.

슈우우우……!

검에서 보랏빛 연기가 나며.

청검의 빛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아니, 이건……!”

그걸 본 총독이 눈을 크게 뜰 무렵, 윤세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거봐요. 이 검은 다를 것 같다고 했죠?”

“……정말 말씀하신 그대로네요. 적합도…… 바로 검사하겠습니다!”

“아. 네. 여기요.”

그렇게 총독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검을 넘겨받았다.

일이.

너무 잘 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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