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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44화 (54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44화>

방금 전.

[플레이어가 스페셜 던전 맵, ‘세계수의 축복’에 배정됩니다.]

오랜 대기시간 끝에, 김지훈은 스페셜 맵에 배정된 상태였다.

그리고.

그가 게임에 들어서자, 자동으로 켜지는 배틀튜브.

-오, 뭐야. 김지훈 오늘도 게임 해?

-남자 하프 엘프가 무슨 일로 꾸준하대?

-ㄹㅇㅋㅋ

-와 근데 맵 뭐임 이거?

-스페셜 던전?

-아, 이거…… 하프 엘프 중에 몇몇 걸리는 거 봤음.

-여기 완전 보너스 스테이지던데.

김지훈이 선정된 ‘세계수의 축복’맵.

여기는, 하프 엘프 이상만 들어갈 수 있는 맵으로.

다른 게임과는 달리, 풍족한 보상이 주어지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푸르른 녹음이 펼쳐진 맵 안에는.

중앙부에, 커다란 세계수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와, 세계수다…… 남산 거랑 생긴 게 비슷하네.

-저번에 보니 저 땅에 떨어진 세계수의 과육 먹고 스탯 꽁으로 올리던데.

-첫 게임엔 쓰레기장 걸리더니 오늘은 재수가 좋네요.

-이런 날도 있어야지 ㅎㅎ

-이렇게 운 좀 터져 줘야 다음에도 게임 돌리잖아.

-ㄹㅇ 저번처럼 쓰레기장 같은 맵 또 걸리면 겜 접을걸 ㅋㅋ 잠만 자도 레벨 업 하는데.

남자 하프 엘프 중에서 게임을 꾸준히 돌리는 이는 거의 없었으니.

사람들은 김지훈이 이렇게 좋은 맵에 걸려서, 계속 게임을 켜 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번쩍! 번쩍!

김지훈 다음으로, 하나둘씩 소환되는 플레이어들.

“오……!”

“이 맵에 배정되다니.”

“어머니의 축복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모두가 엘프로 구성된 이들은.

이 맵에 선정된 걸 매우 기뻐하며, 세계수에 경의를 가득 담아 절을 했다.

그러고 일어난 엘프 중 일부는.

우두커니 서 있는 김지훈을 보면서, 눈쌀을 찌푸렸다.

“저자는 근데…… 여기에 있어도 되는 존재입니까?”

“분명, 생명력은 느껴집니다만…… 기괴하군요. 너무나도 다르게 생겼습니다.”

한 공장에서 찍어 낸 것 같은 엘프들이, 자신과는 다른 김지훈의 모습을 보면서 경계했지만.

뚜벅. 뚜벅.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는 ‘특별 관리 대상’. 어머니의 축복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세계수 근처에서 엘프 신관이 걸어오며, 그리 말하자.

“네, 네!”

“그렇군요. 이 맵에 선정된 플레이어에겐, 당연히 어머니의 뜻이 있었을 텐데…….”

“그런 줄도 모르고, 허투루 생각했습니다.”

의문을 지녔던 이들이 모두 신관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과할 대상은 제가 아닙니다.”

“그럼…….”

“자, 자매님. 저분께 사과하세요.”

“알겠습니다…….”

신관의 말에 따라, 엘프들이 김지훈에게 사과를 하러 다가오자.

그보다도 시청자들이 먼저 반응했다.

-와, 엘프님이 사과를 ㄷㄷ

-영광이네…….

-근데 김지훈 왜 정신 못 차리고 있음?

-얼른 괜찮다면서 고개 숙여야지 ㄷㄷ

-ㄹㅇ 하프가 여기서 고개 빳빳하게 있으면 선 넘는 거야.

식민지 치하.

인류에 비해 확실한 ‘상위 종족’인 세계수 엘프는.

사람들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남자 하프 엘프가 아무리 우대를 받고 있다고 한들, 결국에는 하프.

‘진짜’인 세계수 엘프에게는 당연히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게 사람들의 당연한 인식이었다.

그렇게 김지훈 정신 차리라고 채팅이 올라오고 있을 때.

“……어?”

재앙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도래했다.

세상이 시뻘겋게 물들더니.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숲속.

-잉?

-뭐야 이거??

-왜 갑자기 불 남?

-저번엔 안 이랬는데…….

순식간에 화마에 뒤덮이는 맵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의아해 할 즈음.

슈우우웅……!

김지훈의 눈앞이, 순식간에 붉은빛으로 가득 찼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몸뚱어리.

그리고 그 위로는.

[플레이어가 사망했습니다.]

[게임이 종료됩니다.]

게임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세계수의 축복 맵이라…… 이렇게 된 거였군.’

한편, 김지훈의 몸으로 돌아온 성지한은.

배틀튜브의 대화 기록을 쭉 올려 보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했다.

세계수의 축복 맵.

‘그냥 D급 세계수만 좀 없애고 올 생각이었는데…… 이게 이렇게 맞물릴 줄은 몰랐군.’

게시판에서 찍어 둔 세계수 연합의 행성 좌표는 수백 개.

여기서 랜덤하게 고른 게, 이렇게 절묘하게 매칭이 될 줄이야.

단순히 우연인가?

‘……뭐, 일단은 이 상황을 이용해야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커넥터 안에서 김지훈의 상태를 살폈다.

보너스 맵에 걸렸는데도, 스탯도 못 올리고 화형당한 몸.

물론 인게임에서의 일이라, 현실 세계의 몸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정상이었지만.

‘청이…… 약간 변화했네?’

김지훈의 신체에 자리 잡고 있던 스탯 청.

그 능력이, 살짝 성장해 있었다.

적의 불길에 완전히 불타오를 때, 자극이라도 받은 건가.

‘흐음…….’

그가 이 현상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지훈 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커넥터 바깥에서, 그를 부르는 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배틀튜브에서 몸이 불타오르는 걸 봤나 보네.

‘일단 나가야겠군.’

김지훈이 안에서 나가는 버튼을 누르자.

치이이익…….

커넥터의 문이 열리며, 그가 나올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원래 이런 맵이 아닐 텐데.”

“배틀튜브 보고 깜짝 놀랐어요. 몸은 좀 어떠세요?”

“그게…….”

스탯 청의 변화는 아직 미묘해서, 이걸 벌써 거론하는 건 시기상조고.

그는 오히려 이번 사건을 다른 데에 써먹기로 마음먹었다.

“게임에서 죽은 거뿐인데…… 머리가 좀 어지럽네.”

“머리가요…….”

“응. 컨디션이 좀…… 두통도 있는 거 같고.”

그러면서 김지훈은 관자놀이를 매만졌다.

“아무래도 가서 좀 쉬어야겠어…….”

“네. 몸이 편찮으시니, 돌아가는 길에는 포탈을 열겠습니다.”

그러면서 미아가 손짓하자.

지이이잉…….

허공에 바로 포탈이 떠올랐다.

“아, 그래도 길드 마스터한테 간다고는 말씀드려야지.”

“지금은 지훈 님 몸을 살피는 게 먼저입니다. 그 말씀은 다음에 제가 대신 전하도록 하지요.”

“그, 그래?”

“네. 그러니 지훈 님께서는 일단 몸조리를 우선하세요.”

그러면서 얼른 포탈에 들어가라고 권유하는 미아.

김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곤,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다시 방으로 돌아온 그는.

“으으…….”

미간을 찌푸리더니, 미아 쪽을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그, 나 좀 누워도 될까…….”

“어머, 지훈 님.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푹 쉬세요. 전 어디까지나 비서로 온 거니까요.”

“아…… 알았어.”

김지훈은 침대에 눕고는,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으, 으…….”

간혹 고통의 신음성도 내면서, 30분간 잠에 들지 못하고 있자니.

이를 지켜보던 미아가 입을 열었다.

“지훈 님, 잠이 안 오시면 슬립 마법, 써 드릴까요?”

“아, 부탁 좀 할게…….”

“네. 검의 전당으로 소환되는 것도 오늘은 쉬도록 조치할게요.”

잠자면 검의 전당으로 소환되는 남자 하프 엘프.

그걸 오늘 하루, 휴식을 위해 막아 주겠다는 말에 그는 눈을 깜박였다.

“어…… 그런 것도 가능해?”

“전 가능해요.”

그렇게 미아가 뒤척이던 김지훈에게 다가가 마법을 사용하자.

그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렇게 그가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그녀는.

지이이잉…….

시스템 창을 열어, 통신을 연결했다.

“트리아, 혹시 적색의 관리자가 등장했나?”

[예, 벌써 행성 두 곳이 초토화되었습니다. 재차 있을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군단이 집결 중입니다.]

“그럼 김지훈이 접속한 세계수의 축복 맵이 터진 건, 적색의 관리자가 행한 일인 거군.”

[네. 이번 세계수의 축복 맵으로 선정된, 174번 행성이 터져 나갔습니다.]

“그래, 동시에 나타났다는 거지…….”

미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지훈을 바라보자.

화면 너머에서 트리아가 말했다.

[그가 적색의 관리자와 관계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던 겁니까?]

“검증은 할 필요가 있다고 봤어.”

[검증은 이번 일로 된 것 같습니다만, 복귀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

[애초에 그와 적색의 관리자의 연관성이라고 해 봤자. 등장 시기가 엇비슷하다는 점밖에 없습니다만. 그렇게 따지면 3월에 청검이 된 남자 하프 엘프 모두를 전수조사해야 합니다.]

“알아. 근거는 빈약하다는 거.”

[그럼…….]

“그래도 3일간은 지켜볼게.”

적색의 관리자가 김지훈을 불태워 버렸음에도.

아직까지 여기 있겠다는 총독 미아.

‘고집이 세군그래.’

이러면, 적색의 관리자가 더 날뛰는 걸 보여 줘야지.

다행히 현재 김지훈도 미아의 마법 덕에 검의 전당에 안 끌려가고 잘 자고 있는 상황.

지금처럼 세계수 연합, 테러하기 좋은 때도 없었다.

‘적은 700을 거의 다 채웠으니, 다음 세계수부터는 영원으로 올려야겠군.’

세계수의 능력 흡수 계획까지 다 짜놓은 성지한은.

김지훈을 내버려 둔 채, 다시 침공을 시작했다.

그리고, 30분 후.

[여, 여섯 행성이 더 공격받았다고 합니다. 전 군단 소집령이 내려왔습니다만, 그가 워낙 신출귀몰해서 군단이 도착했을 땐 이미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러겠지. 하나의 세계수를 부수는 데, 5분도 채 안 걸리니까.”

[아, 하나 더 파괴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 또?]

세계수 연합 소속 행성은 벌써 8개가 더 초토화된 상태였다.

물론 피해 본 행성들은, 다들 D급 세계수가 설치된 곳으로.

연합 입장에선 그렇게 중요 지역으로 평가하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이러다가 하위 개척 행성은 모두 피해를 보겠어…….”

[네. 대처가 안 되는 것이 치명적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일이 진행되다간.

D급 세계수가 뿌리내린 개척 행성은, 적색의 관리자에 의해 모조리 초토화될 위험이 있었다.

한편, 이쪽은 이렇게 테러를 당하는 사이.

드르렁……!

침대에 누운 김지훈은, 코를 골며 태평하게 자고 있었다.

[혹시 저거, 코 고는 소리입니까?]

“……어.”

[……그냥 지금 바로 복귀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총독님.]

“아니, 그래도.”

[코 골면서 자는 저 하프 엘프와, 적색의 관리자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한참 침공을 당하고 있는데…….]

미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적색의 관리자가 대대적인 테러를 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트리아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이번에는 내 촉이 틀린 걸까.’

이불을 발로 걷어찬 채, 코를 골고 있는 김지훈.

자기 눈치나 보는 하프 엘프가, 저 강대한 적색의 관리자랑 연관이 있을 거 같진 않았다.

그리고.

“하아암…… 덕분에 잘 잤어.”

김지훈이 일어난 후.

“아직도 머리가 멍하네. TV 좀 봐도 될까?”

“어머, 지훈 님. 저한테 허락 안 받으셔도 돼요.”

“아. 그, 그랬지.”

삑.

그가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드라마를 보고 있는 와중에도.

[총독님! 이번에는 적색의 관리자가 중급 개척 행성에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연합의 군단 일부가 시간에 맞게 도착해서 요격했지만, 전멸했다고…….]

“정말?”

[네…….]

세계수는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었다.

‘정말 이번엔 내 촉이 틀렸나…….’

게임 할 때나, 코 골며 잘 때.

그리고 TV를 볼 때 등.

김지훈이 전혀 개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색의 관리자의 테러가 빈번히 일어나니.

둘의 연관성은 없다고 보는 게 옳았다.

그리고, 개척 행성의 세계수가 7개 더 파괴되었을 때.

“하암…… 잘 봤다.”

김지훈의 드라마 시청이 끝났다.

“그러고 보니 식사를 안 했네. 뭐 시킬까?”

세계수 연합은 난리가 났는데, 태평한 얼굴로 밥을 먹자고 하는 남자 하프 엘프.

“……저는 괜찮아요. 식사, 안 해도 되는 몸이라서요.”

“그, 그래? 알았어. 혼자 먹을게.”

왠지 저기압인 미아의 눈치를 보면서, 김지훈은 배달을 시켰다.

“……진짜 안 먹어도 돼?”

“네, 괜찮아요. 정말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쩝쩝거리며 허겁지겁 배달 음식을 먹어치우는 김지훈.

적색의 관리자가 그를 화형시킨 이후에도, 혹시나 몰라 하루 더 밀착해서 지켜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김지훈은 그와 전혀 연관이 없었다.

어제부터 그가 이렇게 자고, TV보고, 밥 먹는 사이.

세계수 연합의 개척 행성은 총 16개가 파괴되었으니까.

그리고.

“아, 낮잠 자고 싶은데…… 뭔가 잠이 안 와. 그, 어제 마법 써 주면 안 될까?”

“……슬립요?”

“응, 그거 좋던데. 아, 밤에도 잘 거니까, 낮잠 잘 땐 검의 전당 안 가게 해 줘.”

이쑤시개로 이빨을 긁던 김지훈이 그렇게 부탁을 해 오자.

미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얜 확실히 아닌 거 같아.’

이번엔 자신의 촉이 틀린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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