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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43화 (54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43화>

‘뭔 하루 종일 지켜보네.’

비서이자 호위라면서 엘프 미아가 집에 들어온 후.

김지훈은 좌불안석으로 지냈다.

저쪽에서 24시간 보필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아니…… 저,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건 좀…….”

“원래 화장실에서 암살이 많이 일어난답니다. 전 없는 셈 치고 일 보세요.”

“누, 누가 날 암살을 한다고.”

“혹시나 있을 일을 대비해야죠.”

그렇다고 화장실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다.

‘귀환하고 제일 성가시군.’

특히 김지훈이 엘프 눈치 보는 연기를 하루 종일 하고 있자니.

S급 세계수를 없애면서 이그드라실의 부대와 충돌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피곤했다.

‘일반 엘프면 그냥 적색 권능으로 대처하면 될 거 같은데, 얘는 뭔가 꺼림칙하단 말이지.’

사실 이그드라실이 최상위 청검에게 엘프를 붙이라고 한 이상.

자신을 감시할 엘프가 올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하이 엘프.

그것도 부총독보다도 강한 상대가 일개 비서로 올 줄이야.

‘그러고 보니 지구에서 부총독보다 강하면, 얘가 총독 아냐?’

물론 총독을 꼭 강자가 하란 법은 없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하이 엘프.

평범한 존재 같진 않단 말이지.

‘일단 얘를 직접 건드리는 건 보류해야겠군.’

귀찮다고 얘한테 직접 권능을 썼다간, 긁어 부스럼이 될 것 같아.

성지한은 그런 자신의 감을 믿었다.

‘일단, 며칠 동안은 김지훈의 삶에 충실할까.’

어차피 연구실에서 김지훈이 배양되는 것도 일주일 걸린다고 했으니까.

며칠 텀을 두고 테러를 가는 게 낫겠지.

‘그럼, 얘로 레벨 업 하러 가야겠네.’

그는 대기 길드로 가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그러자.

계속해서 김지훈을 바라보고 있던 미아가 입을 열었다.

“외출하시나요?”

“어. 응. 그, 길드에 레벨 업 좀 하러 가려고.”

“레벨 업…… 주무시기만 하면 검의 전당에서 하실 수 있는데, 굳이 가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그냥, 빨리 성장하고 싶어서. 후발주자니까…… 나.”

“하지만 적합도는 벌써 최상위이신데요. 다른 분들처럼 인생을 즐기셔도 될 텐데. 왜 굳이.”

말투는 공손하지만, 꼬치꼬치 캐묻는 엘프 비서.

‘……총독이고 뭐고 그냥 권능 써?’

성지한은 머릿속으론 그리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김지훈에 제대로 빙의하여, 몸을 움츠렸다.

“그, 옛날부터 플레이어 되면…… 배틀넷 게임도 하고 싶었어. 노느니 레벨 업 하는 게 낫잖아? 이, 이게…… 문제라도 있어?”

“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을 뿐이에요.”

싱긋 웃은 미아는 먼저 현관문으로 가서 이를 열었다.

“그럼, 제가 직접 길드로 모시겠습니다.”

역시 길드도 당연히 따라올 생각이군.

김지훈 일행이 그렇게 아래층의 대기 길드로 내려가자.

“어머, 김지훈 님. 오늘도 게임 플레이하러 하러 오셨나요?”

마침 길드 로비에서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 이하연과 마주쳤다.

반갑게 그를 맞이하던 그녀는.

곧 김지훈의 바로 뒤에 선 엘프를 보곤 눈을 깜빡였다.

“근데, 뒤에 분은…….”

“총독부에서 파견 오신 호위입니다.”

“총독부에서 직접요? 우와, 엘프신 것 같은데…….”

세계수 연합의 구성원인 엘프가 직접 호위를 하다니.

아무리 남자 하프 엘프가 중요하다고 해도, 이런 특별 대우는 본 적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전…….”

이하연이 먼저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숙였을 때.

“지훈 님. 왜 굳이 이 길드를 선택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길드 랭킹이 그렇게 높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미아는 그녀의 인사를 자연스럽게 무시하면서, 김지훈에게 질문했다.

“……대기 길드는 전 세계에서 성장 버프가 가장 뛰어나니까. 이를 통해 보다 빨리 성장하려고 했어.”

“아, 성장 버프 때문인가요.”

“응, 맞아.”

“흐음……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엘프 미아와, 그런 그녀의 눈치를 슬쩍 살피는 김지훈.

‘……뭐지? 길드 마스터님을 자연스럽게 무시한 건 엘프니까 그렇다 쳐도.’

‘뭔가 호위 같지가 않네.’

이 둘은 외부자가 보기에도, 정상적인 호위와 보호 대상 간의 관계 같지가 않았다.

“그, 그럼. 게임 하러 갈게.”

“네. 전 여기서 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묘한 분위기 속에서, 김지훈이 배틀넷 커넥터에 들어서자.

미아는 주변을 바라보곤, 단호하게 말했다.

“모두 나가. 이 장소, 깔끔히 비워.”

“아…….”

“저, 저기.”

“너희의 주인이 누군지,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서 긴 귀를 매만지는 미아.

이는 인간의 주인은 엘프라고 알리는 제스처나 다름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러자 플레이어고 직원이고 할 거 없이.

모두 황급하게 커넥터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사람이 다 사라지자.

미아는 김지훈이 들어간 배틀넷 커넥터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지이이잉…….

그 손 위로 떠오르는 시스템 창.

“배틀넷 플레이어 인증, 정상. 정부의 행정기록과도 일치…….”

김지훈이 정상적인 루트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지 검증한 그녀는.

모든 게 ‘정상’이라고 판별되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니었나…….”

그러면서 차가운 눈으로 배틀넷 커넥터를 내려 보며, 생각에 잠긴 미아.

‘진짜 의심하고 있네, 날.’

김지훈의 몸에서 잠시 빠져나왔던 성지한은, 이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 * *

환염으로 만들어진, 플레이어 김지훈.

이 프로필은, 방금 미아가 확인한 대로 완벽했다.

‘심지어 누나가 빌려준 이 집의 계약마저도, 새롭게 만들어져서 전입 기록에 남겨져 있다고 했지.’

배틀넷 시스템에서 정상 인증을 받는 거에 비하면.

정부 기록쯤이야 너무나도 손쉽게 수정이 되었으니.

김지훈의 행적에 대해, 미심쩍은 점은 실시간으로 뒤바뀐 상태였다.

그러니까 이 프로필을 가지고는, 의심을 한 건덕지가 없을 텐데.

“아레나의 주인이 돌아온 시기와 적색의 관리자가 등장한 시기. 그리고 지금껏 없었던 성장형 능력자, 김지훈의 등장 시기까지…… 모두 다, 그냥 우연인가.”

툭. 툭.

미아는 손가락으로 시스템 창을 몇 번 두드리더니, 뒤로 물러섰다.

‘등장 시기가 비슷해서 날 검증하려 든 건가.’

처음엔 겨우 그딴 이유 하나로 하이 엘프가 직접 왔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지금까지 각성한 플레이어 중, 김지훈 같은 능력을 지닌 사람은 없었기에.

감시하는 김에 정밀 검증도 같이 진행하는 것 같았다.

그때.

지이잉…….

그녀가 띄운 시스템 창 위로, 부총독 트리아의 얼굴이 나타났다.

[총독님, 검증은 끝나셨습니까?]

엘프어로 입을 여는 트리아.

그녀는 확실하게 미아보고 총독이라 지칭하고 있었다.

“어. 김지훈의 인증기록, 다 정상이야.”

[그럼 빨리 복귀하십시오. 총독님, 재가가 필요한 안건이 쌓여 있습니다.]

“나 나온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무슨 안건이 그렇게 많아?”

[이번에 이그드라실님께서 직접 지구의 일을 살피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총독님이 처리하셔야 할 일이 많습니다.]

“알았어. 3일 뒤에 갈게.”

[3일…….]

“내 촉, 좋은 거 알지? 뭔가 말끔하지가 않아. 김지훈.”

[……알겠습니다. 3일 뒤에 꼭 복귀해 주십시오.]

어차피 엘프어는 인간들이 못 알아들을 거라 생각하는지.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누는 두 엘프.

‘흠, 어쩐지 강하더라니. 총독이었네.’

왜 그렇게 높으신 분이 김지훈 비서이자 호위를 자처하면서 여길 오고 있냐.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부총독이 저렇게 호소하는데 말이야.

‘3일이 지나면 일반 엘프로 교체되려나.’

일반 엘프면, 적색 권능을 써서 활동해도 별 부담이 없겠네.

그때까지만 책잡힐 일을 안 하면 되는 건가.

‘아니. 그냥 얌전히 있는 것보다, 적색의 관리자가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일을 벌이는 게 낫겠어.’

3일간 쥐죽은 듯이 있다가 총독이 물러난 후, 일을 벌이는 것보다는.

총독이 직접 김지훈을 감시하고 있을 때.

적색의 관리자가 활발히 활동하며 세계수 행성들이 터져 나가면 알리바이가 확실해진다.

좋아.

그럼 이번 게임이 끝난 후, 틈을 봐서 세계수를 불태우러 가야지.

성지한은 그렇게 결심하곤, ‘김지훈’의 게임이 시작되길 기다렸지만.

[플레이어를 매칭 중입니다…….]

배틀넷 커넥터 안에 다시 들어오니.

계속 플레이어를 매칭 중이라는 메시지만 떠오르고 있었다.

‘뭐 이리 오래 걸려?’

저번에는 금방 매칭돼서 쓰레기장 맵에 갔는데 말이야.

성지한은 잠시 대기했지만.

[플레이어를 매칭 중입니다…….]

이 메시지만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었다.

이걸 가만히 지켜보던 그는.

‘아, 그래.’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안에 있을 땐,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총독도 개입을 못 한단 말이지…….’

김지훈을 24시간 감시하는 총독.

하나 커넥터 안까지는 들여다보질 않았다.

‘지금 매칭 시간 보니까, 몇 분은 더 걸릴 거 같은데.’

거기에 남자 하프 엘프 전용 배틀넷 커넥터가 그런 건지.

게임 로딩 시간도 처음 꽤 걸렸었다.

이걸 다 종합하면, 한 5분 정도의 여유 시간은 날 거 같은데.

그 정도면, 행성 하나의 세계수를 없애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좋아. 매칭 돌리는 동안 하나 없애러 갈까.’

이번 테러는 알리바이를 위해, 적색의 관리자가 활동하는 걸 보여 주는 거니까.

굳이 S를 부수러 갈 필요는 없겠지.

‘한 D급쯤 가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스스스…….

김지훈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인기척이 없는 곳으로 가서.

‘여기 가야겠다.’

D급 행성 명단을 확인하고는, 그중 하나로 이동했다.

스스스스…….

S급 때와는, 확실히 크기 차이가 나는 세게수.

‘방비도 아예 없는 거나 다름없군.’

이 정도면 맨 처음 쳐들어갔을 때처럼.

아예 들키지 않고 세계수 잘라올 수도 있겠네.

하지만.

‘티를 내러 왔으니까, 다 불살라야지.’

성지한은 전신을 불사른 상태로, 대기권에서 바로 세계수로 떨어져 내렸다.

화르르륵……!

거대한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는 적색의 관리자.

그건 금방 D급 세계수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모든 것을 불살랐다.

‘일단 하나 챙겼고.’

푹……!

청홍으로 D급 세계수를 흡수한 성지한은.

시간을 확인했다.

여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3분 남짓.

‘하나 더 가도 되겠네.’

이왕 쳐들어간 거, 한 개는 아쉽지.

그는 다음 D급 행성의 좌표로 이동했다.

그리고 아까와 똑같이.

슈우우우우……!

거대한 불구덩이로 변해 땅에 떨어지려는 성지한.

한데.

‘……음?’

땅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뭔가, 저기서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스탯 영원이 공명이라도 하나.

그리 생각하며 땅에 떨어지던 성지한은.

‘……어.’

세계수 근처에 우두커니 서 있는 김지훈을 발견했다.

아니, 뭐야.

‘……쟤가 왜 저기 있어?’

설마 배틀넷에서 매칭된 맵이, 여기랑 관련이 있는 건가?

아니 무슨 브론즈가 여기에 매칭될 게 뭐가 있다고.

성지한은 잠시 주춤했지만.

화르르륵!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던 불길은.

땅에 닿기도 전에, 천지를 모두 잠식한 상태였다.

그리고 세계수까지 번져 버린 불은.

물론, 그 근처에 있는 김지훈한테도 금방 닿아버렸다.

치이이이익……!

순식간에 숯검덩이가 되더니.

파아아앗!

빛이 되어 사라지는 김지훈.

그 외에도, 주변에 플레이어로 보이는 약한 개체들이.

대번에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다행히 인게임 캐릭터네.’

안 그랬으면 빛으로 사라지지 않았겠지.

어쨌든.

‘내가…… 부캐를 죽인 셈이군.’

땅에 착지한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알리바이.

이렇게까지 만들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지.

‘……돌아가자.’

번쩍!

세계수를 흡수한 그는.

얼른 김지훈의 몸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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