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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35화 (53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35화>

김지훈이 청검의 형태로 변한 채 이동한 검의 전당.

그곳에는.

‘많기도 하네.’

청검이 바닥에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그 중, 김지훈이 자리한 곳은 중앙 부근.

정중앙은 아니었지만, 거의 근접한 자리였다.

‘흠.’

성지한은 마치 유령처럼 실체를 숨긴 채, 청검이 된 김지훈에서 나와 주변을 살폈다.

가운데 쪽의 청검은 청의 능력이 더 발현되어 있고.

외곽은 희미한 걸로 보아, 아마 적합도순으로 검을 배치한 것 같았다.

‘근데 꽂아 두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네.’

보기 좋게 가지런히 땅에 꽂혀만 있는 검.

검의 전당이라는 장소도, 이름은 거창한데 보이는 모습은 그냥 바닥이고 벽이고 죄다 목조로 이루어진 작은 건물이었다.

성지한이 이 장소에 무슨 특이점이 있나 살피고 있을 때.

번쩍……!

허공에서, 초록색 포탈이 열렸다.

그리고 거기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하이 엘프들.

그들은 익숙한 걸음걸이로, 외곽에 이동하더니.

검을 하나씩 뽑기 시작했다.

“흡수 임무, 수행하겠습니다.”

그러곤 검의 전당 밖으로 떠나는 하이 엘프 무리.

수백 명이 넘는 이들이 그렇게 청검을 가지고 가자.

성지한은 이를 따라가 보았다.

그렇게 전당 밖으로 나가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성지한에게 눈에 익었다.

‘여기…… 남산이잖아?’

최근 총독부에 갔다 와서 그런지, 익숙한 풍경.

저 검의 전당 자리에, 커다란 세계수가 있다는 것만 제외하곤.

주변 풍경은 남산과 흡사했다.

‘총독부와 검의 전당, 관련성이 깊어 보이는군.’

나중에 갈 일 있으면 안을 한번 뒤져 봐야겠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하이 엘프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남산의 초입.

맨 아래 외곽에 삥 둘러선 하이 엘프들은.

“시작합니다.”

일제히 청검을 땅에 꽂았다.

그러자.

파아아앗……!

바닥에서, 세계수의 문양이 하나씩 떠오르나 싶더니.

그게 일제히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

순식간에 남산의 경계에서, 바깥세상으로 커져 나가는 세계수의 문양.

그리고 이리로 곧.

청의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흡수 임무가 뭔가 했더니, 청을 이야기하는 거였군.’

검으로 변한 남자 하프 엘프는.

청을 흡수하는 매개체로도 기능하는 건가.

성지한이 세계수의 문양을 보면서, 이게 어떻게 기능하는지 살펴볼 때.

슉!

검의 전당에서 또 하이 엘프들이 검을 들고 쏟아져 나왔다.

그러곤 아까의 엘프들과는 달리, 좀 더 산에 근접해서 검을 꽂는 이들.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위치는, 검의 전당에서 검이 꽂힌 자리와 비슷했다.

‘이제 슬슬 내 차례겠네.’

성지한은 슬슬 김지훈의 차례가 올 걸 깨닫곤 다시 검의 전당으로 돌아왔다.

그가 도착하자.

번쩍!

허공에서 또다시 열리는 녹색 포탈.

하나 이번에 거기서 나타난 건, 하이 엘프가 아니었다.

‘저건…….’

흰색의 반가면을 쓴 채.

생김새가 각기 다른 개성이 있는 엘프들.

‘고엘프군.’

하나하나가 성좌급이라는, 고古엘프였다.

* * *

기존의 공장에서 찍어 낸 듯한 엘프와는, 확실히 다들 다르게 생긴 엘프들.

공통점이라고는 반가면을 쓴 것밖엔 없었다.

“반갑습니다. 선배님. 선배님도 지구로 파견 오셨군요.”

“이곳이 이그드라실께서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잖나. 자원했지. 가운데 검이 가장 좋은 거였나?”

“예, 그래도 중앙부의 검은 다 성능이 비슷비슷합니다.”

하이 엘프와는 달리, 서로 편하게 잡담도 하면서 검 품평회를 하는 고엘프 무리.

이들은 검을 뽑으면서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질 않았다.

오히려.

“그냥 이거 들고 인간들 베면 안 되나?”

“우리 원로원이 나서면 1시간이면 끝날 거 같은데.

“그러니까. 직접 죽이는 게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청검을 뽑아 들곤, 인류를 그냥 쓸어버리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들이라면 가능하지.’

하나하나가 성좌급인 고엘프.

이들이 수십, 수백 명 튀어나와서 인류를 학살하기 시작하면.

지구에서 인류종은 금방 멸종하겠지.

하나 다행히도.

“실험실에서 인간 개체로 실험해 본 결과. 그렇게 해서 얻는 청은 크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

“예. 10만 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생체 실험을 했습니다만, 직접 죽이는 것보다 이렇게 흡수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상황이 바뀌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래? 그럼 당분간은 이런 방식을 고수하겠군.”

실험 결과, 세계수 연합은 현재의 방식이 아직까진 가장 효율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여기도 배틀넷 맵의 일종인가…… 한데, 10만은 생체 실험으로 희생되었나 보군.’

평화롭게만 보였던 식민지의 이면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군.

성지한이 고엘프의 대화를 듣고 있을 무렵.

“이 검, 총독부에서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합니다.”

“그래? 좀 다른 점이 있나 보군. 내가 가져가겠네.”

“예, 선배님.”

모두에게 선배라고 불리는 한 고엘프가, 김지훈의 청검을 뽑아 들었다.

“흠…… 겉으로만 봐선 왜 특별 관리 대상인지 모르겠군.”

그렇게 검을 살피던 고엘프는.

발걸음을 한 발자국 떼었다.

그러자.

휙!

그의 신형은 어느새, 검의 전당의 근처.

남산의 정상에 도달해 있었다.

“흠.”

그리고 그는 하이 엘프들이 발현한 세계수의 문양을 잠시 둘러보더니.

푹!

청검을 그대로 바닥에 꽂았다.

그러자, 대번에 남산 전체로 선명하게 발현하는 세계수 문양.

이건, 하이 엘프 수백이 만들어 냈던 문양보다도 훨씬 강력했다.

‘이 정도면 최고위 성좌네.’

레벨 7이던 그림자여왕보다는 확실히 월등하고.

대략 성좌 레벨 9쯤 되겠는데.

그리고 그 말고도.

여기에 검 뽑으러 온 고엘프들도, 다들 한 가닥 하고 있었다.

‘세계수 연합의 핵심 전력은 고엘프들이 모인 원로원이군…….’

성지한은 현재의 정보를 토대로 전투를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원로원 자체만 놓고 보면, 적과 청의 힘을 둘 다 지닌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이들이 이그드라실을 옆에서 서포트한다면, 꽤 성가실 것 같았다.

‘각개격파를 해야겠어.’

굳이 어렵게 싸울 필요는 없지.

성지한이 그렇게 고엘프를 지켜보고 있을 때.

“호오…….”

남산 정상에 검을 꽂아 넣었던 고엘프는 김지훈의 청검을 흥미로운 눈으로 살폈다.

그러더니.

자기 옆쪽으로 다가온 고엘프에게 말을 걸었다.

“이 검…… 왜 특별 관리 대상인지 알겠군.”

“왜 그렇습니까?”

“다른 검과는 달리, 성장을 하고 있어.”

“성장…… 을 한다니요?”

“적합도가 미세하게나마 상승하고 있네.”

“성장하는 검이라니…… 특별 관리 대상이 될 만하군요.”

“이 녀석에겐 보상을 더 줘야겠네.”

그렇게 김지훈의 청검을 높게 평가한 고엘프는.

청의 흡수를 끝내곤, 다시 검의 전당에 돌아와 이걸 정중앙에 꽂았다.

아까와는 달리, 가장 중요한 자리에 위치하게 된 김지훈의 청검.

“1등 자리를 줄 테니, 무럭무럭 성장하거라.”

1등 자리랑 성장이랑 무슨 상관이지?

성지한은 처음에 저게 무슨 가치인지 몰라 의아해했지만.

착. 착.

검이 하나둘씩 다시 꽂히고,

모든 자리가 다시 빼곡하게 가득 차자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럼, 오늘의 임무를 종료하지.”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김지훈의 검을 썼던 엘프가 임무 종료를 선언하자.

[일일 미션, ‘검몽劍夢’을 클리어했습니다.]

검의 꿈이 끝났다는 메시지와 함께.

[1등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1등 보상을 얻습니다.]

단순히 중앙에 검이 꽂혔다는 이유로, 1등 보상을 탔으니까.

그리고 검으로 된 몸이 사라지며.

그의 의식은 점점 현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 * *

잠에 깨자.

[레벨이 3 오릅니다.]

김지훈의 눈앞에는, 레벨 업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이래서 잠만 자도 성장한다는 거였군.’

한 번에 레벨이 3이나 오른 건.

역시 검의 전당에서 1등 자리를 지정받아서 그런 건가.

‘검의 전당에 부른다기에 뭐 하나 했더니, 진짜 검으로 쓸 줄은 몰랐네.’

그것도 인류에게서 스탯 청을 흡수하는 매개체로 쓸 줄이야.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전 인류에게 청을 가져오나 했더니, 상당한 규모로 일을 벌이고 있었네.

‘뉴스에서는 남산에 저렇게 대규모로 엘프들이 나타났단 이야기는 못 들어 봤는데…… 정체를 감추고 하는 건가.’

하긴, 고엘프에 하이 엘프들이 정체를 숨기려면 얼마든지 쉽게 숨기겠지.

성지한은 저들이 청을 흡수하는 프로세스를 대략적으로 파악하고는 생각했다.

‘근데 이렇게 검으로 쓸 거면, 왜 그 재수 없는 장면을 보여 준 거지?’

굳이 성지한이 이그드라실의 정원사였다는.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야.

성지한은 생각만 해도 소름 돋는 스크린 속 내용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김지훈의 기억 속엔 이 내용도 다 사라져 있는데 말이지.’

완벽하게 삭제된, 검몽에서의 기억.

어차피 이렇게 지워 버릴 거면, 뭐 하러 그런 걸 보여 주나.

성지한은 처음엔 그런 의아함을 지녔지만.

김지훈의 상태를 계속 분석해 보고는.

‘아.’

왜 그런 인트로를 보여 줬는지 깨달았다.

-우주수를 따르자.

-예전의 정원사와 모든 것이 닮아야 한다. 그래야 차기 정원사가 될 수 있다.

인트로를 겪고 난 김지훈에겐.

이 두 가지 목표가, 무의식 중에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처음 나타난 우주수 이그드라실의 모습을 보고, 충성을 다짐한 건 물론.

저 위대한 우주수의 정원사였던 ‘그’를 닮아야.

자기도 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목표도 생긴 상태였다.

‘충성 맹세와, 성지한을 닮으라는 목표 설정을 인트로에서 동시에 해 둔 건가.’

검몽에서 검으로 쓰인 기억은 일단 저쪽에서 없애 두었지만.

무의식적으론, 이미 세팅을 끝내 버린 거군.

성지한은 이그드라실의 의도를 그렇게 파악하곤,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원로원이라 했나. 고엘프들부터 각개격파해야겠어.’

반가면을 쓴 채, 상당수 포탈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고엘프.

하이 엘프들이야 수만이 넘어도 가볍게 쓸어버릴 수 있었지만.

이들은 달랐다.

이그드라실이 어떻게 쓰냐에 따라서.

상당히 성가신 존재가 되겠지.

‘아까 대화를 들어 보면, 이들도 각자 맡은 행성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저번에 게시판에서 긁었던 세계수 연합 행성 리스트를 다 폭파시키다 보면.

고엘프도 만날 수 있겠네.

‘연합 세력이 너무 커서 그런지, 내가 테러를 가한 줄도 모르던데…… 이번엔 좀 더 쓸어버려야겠군.’

이그드라실 놈한테 정원사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성지한은 처음 테러할 때보다 더 전의에 불타고 있었다.

정원사가 정원에 불 지르는 꼴을, 꼭 보여 주고 싶네.

성지한이 그렇게 어느 좌표부터 침공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스스스스…….

침대 위.

그의 집 천장이,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짠!”

거기서 윤세아가 얼굴을 쑥 드러냈다.

“삼촌! 나 테스트 끝났어!”

“……벌써?”

“아니, 뭐 벌써야? 나 보고 싶지 않았어? 엄청 열심히 했는데!”

성지한의 대답에 서운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인 그녀는.

“시험 통과 후, 흑색의 관리자님도 뵈었다고!”

“오…… 그래?”

성지한이 그간 뭐 하는지 의문을 지니고 있던.

‘흑색의 관리자’에 대해서 거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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