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534화 (53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34화>

대기 길드의 배릍넷 커넥터 안.

[게임이 종료됩니다.]

[레벨이 7 올랐습니다.]

[GP 100,000을 획득합니다.]

성지한은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한 번에 25레벨까지 가나 했더니, 거기까진 못 갔네.’

2레벨로 들어가서, 게임 종료가 되었을 때 도달한 레벨은 13.

인간 플레이어를 죽여 오른 레벨만 8이었지만, 그 후 제압한 키메라한테선 큰 보상이 들어오질 않았다.

맵이 이 ‘쓰레기장’이 아니라 인간이 많이 나오는 일반 서바이벌이었으면.

한 번에 실버로 승급할 만큼 올랐을지도 모르겠네.

‘그건 그렇고, 그림자여왕. 세계수 연합에 붙잡힌 거였나.’

성지한은 커넥터 안에서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쓰레기장에서 떨어지던 키메라를 없애던 건, 분명 공허와 섞인 그림자기운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들려온 목소리는, 확실히 그림자여왕이었고.

‘예전에도 세계수 연합에 잡혀서 공허 처리하는 역할을 했었는데…… 지구가 식민지가 되면서 다시 잡혔나 보군.’

지구에 있었을 때도 힘을 다 회복하지 못했던 그림자여왕.

다시 재기하겠다면서 열심히 GP를 벌어 보려고 배틀튜브에서 여러 가지 일을 꾀하기도 했지만.

몇 년 안 되는 시간 동안 예전의 힘을 찾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겠지.

그래서 연합에 다시 잡혀서, 쓰레기장에서 소각장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가.

‘근데 남자 하프 엘프는, 아직 재활용 쓰레기라고 했단 말이지…….’

다른 키메라들은 그냥 없애 버린 데에 반해서.

김지훈은 먹었다가 다시 뱉어 버렸다.

쓰레기는 쓰레기인데, 아직은 이용 가치가 있다는 건가.

하긴, 남자 하프 엘프는 청검을 완성시키는 재료가 될 테니.

그 전에는 안 삼키나 보군.

‘쓰레기장 맵,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데…… 거길 찾으면 그림자여왕을 구출할 수 있겠어.’

그래도 한때 왼손에서 검으로 있으며, 일심동체로 있던 존재니.

여력이 되면, 저기서 꺼내 줘야겠지.

‘물론, 무리는 할 순 없지만.’

그림자여왕의 위치를 찾다가, 저쪽에서 성지한이 귀환한 걸 알게 되면 안 되니까.

그에게, 무리하면서 구해야 하는 존재는 가족밖에 없었다.

‘나중에 누나한테 여왕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봐야겠네.’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배틀넷 커넥터에서 나왔다.

그러자.

그 주변에는 이하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김지훈 님, 몸은 괜찮으세요?”

“예, 첫 게임이라 종료 후 정신을 좀 차리느라 늦었습니다.”

“아, 맞아…… 이번이 실제로 첫 게임이셨죠? 너무 능숙하게 플레이를 하셔서, 상당한 숙련자 같았어요.”

“이 몸뚱어리가 좋아서 그렇죠.”

툭. 툭.

성지한이 그러며 자신의 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을 때.

스스스…….

이하연의 뒤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렇게 무리를 했습니까? 플레이어 김지훈.”

냉막한 표정으로, 성지한을 바라보는 금발의 엘프.

하나 그녀는 다른 엘프와는 달리, 금발 속에 녹색의 머리칼이 선명히 보였다.

저 정도면, 하이 엘프 중에서도 꽤 지위가 높은 이.

성지한은 그녀가 누군 지 대략 눈치챌 수 있었다.

‘총독부 안에 있던 고위 신관인가.’

엘프 신관들에게, 상관처럼 지시를 내리던 하이 엘프.

김지훈으로선 한 번도 직접 대면한 적이 없는 이였기에.

그는 고개 숙여 인사하며, 말끝을 살짝 흐렸다.

“예…… 저…….”

“전 부총독 트리아입니다.”

그렇게 하이 엘프가 자신을 부총독이라 칭하자.

주변의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부, 부총독?”

“와, 부총독이 진짜 있었구나…….”

“TV에선 한 번도 못 봤는데…….”

세계수 연합의 총독부에서, 대외적으로 드러난 엘프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총독부는 대부분 각국의 정부에 지침을 하달할 뿐, 인간의 언론에 굳이 나오질 않았으니까.

특히 최상층부인 총독이나, 부총독은.

단 한 번도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근데, 이렇게 김지훈을 만나러 부총독이 오다니…….

사람들은 그녀에게 모두 관심을 드러냈지만.

“조용히.”

부총독 트리아가 손을 들자.

방금전까지만 해도 시끄럽던 커넥터 룸에 침묵이 감돌았다.

정확히는.

모든 인간의 움직임이, 시간이 멈춰진 듯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여기서 움직일 수 있는 건, 성지한이나.

“아…….”

길드 내 소속된 몇몇 여성 하프 엘프들 뿐이었다.

“플레이어 김지훈, 일주일 회복시간을 준 후 ‘검의 전당’에 초대하려고 했습니다만 그럴 필요가 없겠군요.”

“검의 전당이라면…….”

“잠이 들면 알게 될 겁니다.”

그러면서 트리아는 성지한에게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번쩍……!

그의 가슴팍에, 녹색 세계수 문양이 나타나더니 강렬히 번쩍였다.

[총독부의 직인이 발동합니다.]

[이제부터 ‘검의 전당’에 소환됩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검의 전당이라는 곳.

트리아의 말을 들어 보면, 잠을 잘 때 소환되는 장소 같았다.

‘남자 하프 엘프는 잠만 자도 레벨 업을 한다더니. 그게 여기 때문이었나.’

생각해 보면, 다른 남자 하프 엘프는 잠만 자도 레벨 업 한다는데.

김지훈만은 그러질 않고 있었지.

그게 다 여기랑 연관이 있나 보군.

성지한이 가슴의 빛을 보며 그리 생각할 때.

“그건 그렇고, 이 길드를 택하다니…….”

스으윽.

트리아는 대기 길드를 한 바퀴 쓱 둘러보다가.

시선을, 딱딱하게 굳은 이하연에게로 고정시켰다.

“무슨 의도로 여길 선택했습니까?”

“그, 성장 버프가 독보적으로 뛰어나서 골랐습니다…….”

“그렇습니까.”

김지훈의 대답을 듣던 트리아는.

탁!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그러자.

“어, 어…….”

“우, 움직인다.”

“마, 말할 수 있어.”

딱딱하게 굳었던 사람들의 몸이 다시 자유롭게 풀렸다.

그들이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당신의 성장, 기대하겠습니다. 되도록 빨리 검의 전당으로 오세요.”

트리아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곤, 사라졌다.

“부총독님 가셨네…….”

“초록색 머리카락 저렇게 많은 하이 엘프는 처음 봤어.”

“근데 진짜 특별 관리 대상은 다른가 봐요? 부총독님이 친히 오실 줄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사라진 트리아를 두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무렵.

“길드 마스터, 앞으로 일정 없죠?”

“아, 예. 원래는 김지훈 님의 길드 가입 기념 파티를 열려고 했는데…….”

이하연은 트리아가 사라진 자리를 힐끗 바라보았다.

“부총독께서 검의 전당으로 오라고 말씀하셨으니…… 파티는 뒤로 미룰게요.”

“예, 자러 가 봐야 할 것 같네요.”

부총독이 직접 행차한 이상, 한가롭게 파티나 하고 있을 여윤 없지.

거기에 성지한도, 검의 전당에 대해선 궁금한 점이 많았다.

‘이름부터가 청검을 위한 무대 같군.’

거기 가보면, 이 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

“그럼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잠을 자기 위해 먼저 귀가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지 몇 분이 지났을까.

[검의 전당에서 당신을 소환합니다…….]

눈을 감아, 어두운 시야에서.

그런 메시지가 불쑥 떠오르더니, 김지훈의 의식이 점점 어디론가로 빨려 들어갔다.

* * *

[검의 전당에 처음으로 방문한 플레이어입니다.]

[인트로를 시작합니다.]

인트로?

성지한이 그 메시지를 보고 의아해하는 사이.

번쩍……!

어두웠던 세상이 뒤바뀌었다.

그리고 드러난 장소는.

‘……영화관?’

객석과.

그 너머에 커다란 스크린이 존재하는 거대한 영화관이었다.

일반 영화관보다, 몇 배는 클 법한 규모.

김지훈은 관객석에서, 정중앙에 앉아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앞 열 쪽에는, 그와 비슷한 남자 하프 엘프들이 자리를 꽤 채우고 있었다.

“중앙 자리가 드디어 채워졌네…….”

“저 사람, 적합도 20퍼센트 넘나 보지?”

“그럼 이제 인트로 시작인가?”

“그런 거 같아. 앞에 화면이 달라졌어. 빛나잖아.”

외국인인지, 영어로 이야기하는 하프 엘프들.

중앙 자리가 채워지기 전까진, 인트로가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나 올 때까지 여기서 계속 대기하고 있었던 건가.’

적합도 낮으면 좋은 취급 받질 못하네.

그가 그리 생각하며, 화면에 시선을 돌리니.

반짝……!

어두웠던 스크린에서는, 서서히 빛이 퍼져 나갔다.

처음에는 새하얗게 관객석을 비추던 화면은.

곧, 오색찬란하게 번뜩이며 하나의 형상을 비추었다.

‘저건…….’

무지개빛을 스스로 발하는 나무.

성지한도 예전에 본 적이 있었던, 우주수 이그드라실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이게 뜨자.

“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잡담을 하던 남자 하프 엘프들이 일제히 이야기를 멈추고.

흐리멍텅한 얼굴로 저 무지개빛 나무만을 쳐다보았다.

성지한은 그 모습을 보며 예전 일을 떠올렸다.

‘영원을 지닌 자는 이그드라실을 영접하면 그녀를 경배한다고 했지.’

예전에 그림자여왕을 빼낼 때.

성지한을 막아선 고엘프는, 이그드라실의 모습을 띄우며 그가 저기에 복종할 거라 확신했다.

물론 성지한은 그냥 나무가 이쁘게 생겼네 라고 생각할 뿐, 전혀 매혹되질 않았지만.

그건 성지한의 케이스라 그렇고.

다른 존재들은 저 남자 하프엘프 같이 넋이 나가는 게 당연한 거 같았다.

‘그런데 김지훈의 스탯창 자체엔 영원이 청과 결합해서 없는데…… 그래도 영향을 미치나 보군.’

남자 하프 엘프에게 영원이란 스탯은 청과 결합해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그드라실을 경배하는 건 똑같나 보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저 나무가 언제 사라지나 기다렸다.

그렇게 한 1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가네.’

우주수의 형상이 사라지고, 화면이 뒤바뀌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건.

‘……왜 내가 나오냐?’

커다란 화면을 가득 메운 성지한이었다.

[오래전, 우주수께는 인류 출신의 정원사가 계셨습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엘프의 나레이션.

거기선, 성지한을 우주수의 ‘정원사’라고 치칭하고 있었다.

‘누구 맘대로 정원사야. 이 미친 것들은.’

무슨 인트로를 보여 주나 했더니.

처음부터 정원사 소리를 하고 있네.

[정원사는 그분의 짝으로. 머지않아 하나가 될 상대였습니다만…….]

나레이션이 더 나아가자.

성지한은 순간 다 때려치우고 화면을 반으로 쪼개고 싶었지만.

‘……어디, 뭔 개소리 하나 들어나 보자.’

그 충동을 애써 눌러 참으며, 인트로를 계속 지켜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정원을 관리하는 성지한.

정작 본인은 식물에 물 한번 줘 본 적 없는데, 화면 속 성지한은 능숙하게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것도 딥페이크 영상에 포함되나.’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정원 관리 언제 끝나나 기다리고 있을 때.

화르르륵……!

성지한이 관리하던 정원이, 급작스럽게 불타기 시작했다.

[‘적색의 관리자’가 부활하여, 세계수의 정원과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등장하는 거대한 불의 눈.

화면은 평화로운 장면에서 전환되어.

성지한과 적색의 관리자가 혈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왔다.

‘스탯 청 덕에, 적색이랑은 저렇게 피 튀기며 싸운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막상 싸울 땐, 적색이 일방적으로 밀렸다만.

페이크 영상은 나름대로 박진감 넘치게 전투를 묘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차례 사투를 보여 준 화면은.

어느새 워싱턴의 포탈을 비추었다.

[정원사는 적색의 관리자를 봉인하기 위해, 그의 근거지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나오지 못했죠.]

성지한이 진입하면서, 사라진 워싱턴의 포탈.

화면은 초토화된 워싱턴 도시의 풍경을 비추었다.

[그의 희생으로, 피해는 제한적이었습니다만.]

지이이잉…….

화면이 전환되고.

붉은 눈이 떠올랐다.

[적색의 관리자는, 결국 저 안에서 부활할 겁니다.]

봉인 속, 최후의 승리자는 적색의 관리자가 될 거라고 확신하는 나레이션.

[그를 다시 봉인하기 위해 필요한 건, 정원사의 힘.]

[이번에 발탁된 여러분은, 모두 정원사가 되기 걸맞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화면 속에서.

청검이 떠올랐다.

동방삭의 태극마검과 닮았으나, 색안 다른 푸른빛의 검.

[2대 정원사가 되어, 우주수의 검이 되세요.]

[그것이 여러분들이 이 검의 전당에서 달성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게 나레이션이 끝나자.

번쩍. 번쩍……!

앞자리에 있는 하프 엘프들의 몸부터 번쩍이더니.

하나둘씩, 검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화면 속의 청검과 형상은 비슷하지만.

힘은 눈에 띄게 차이 나는, 하프 엘프의 희미한 검.

성지한은 그 변화가 점점 뒷좌석까지 퍼지는 걸 보곤 생각했다.

‘우주수의 검이 되라는 게, 진짜로 검이 되라는 거였나.’

그리고 김지훈의 차례가 오자.

[검의 모습을 찾습니다.]

번쩍……!

그의 육신이 붕괴하며, 그 안에서 청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완벽하게 검화劍化하자.

[검의 전당에 들어섭니다.]

객석에 있던 검들이.

일제히 반짝이며 사라졌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