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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30화 (53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30화>

“아, 저, 사람이…… 계셨군요.”

서구적인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능숙한 한국어.

소피아는 김지훈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맞아요. 제가 한국을 떠난 지 워낙 오래됐죠…… 죄송해요. 아직 집이 비어 있을 거라고 착각해서.”

성지한은 고개를 끔뻑 숙이는 소피아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걸 아는 척을 해야 해 말아야 해.

‘음…… 소피아 정도면, 일반인도 다 알 정도로 유명하긴 하지.’

소피아면, 예전에도 인류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로 뛰어난 서포터 중 한 명.

거기에 외모도 눈에 띄는 편이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여성 중 한 명이었다.

이 정도면 오히려 모르는 척하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메리칸 퍼스트의 소피아 님이십니까?”

“네. 예전에 제가 잠시 여기 살아서…… 집이 비어 있는 줄 착각했네요.”

“아, 그런가요? 어쩐지 집에 소피아 님 사진이 좀 붙어 있었습니다.”

김지훈의 껍데기를 쓴 성지한이 그렇게 대답하자.

미안해하던 소피아가 눈을 빛냈다.

“제 사진이…… 아직 여기 남아 있었나요?”

“예.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만…….”

“……저. 정말 죄송하지만, 그 사진. 제가 받을 수 있을까요?”

성지한과 같이 찍은 셀카가 가득하던 소피아의 사진.

하나 그건 어차피, 성지한이 기록말살형 되어 버린 이상 봐봤자 소피아 얼굴밖에 없을 텐데.

그걸 뭐 하러 찾지?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뭐, 개인 사진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유명인이 자기가 남긴 사진을 회수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성지한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 서랍장을 열어 사진 무더기를 가져왔다.

언제 그렇게 셀카를 찍었는지, 소피아와 자신의 얼굴이 담겨 있는 사진들.

그가 이걸 넘겨주자.

“아…… 감사합니다…….”

소피아는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것도.

자기 얼굴이 있는 쪽이 아니라, 성지한의 얼굴이 있는 부분을.

‘……뭐지.’

처음에는 그냥 우연인가 싶었지만.

그렇다기에는 소피아의 시선이 너무 성지한 얼굴 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사락. 사락.

다음 사진을 넘기면서도, 그 안에 담긴 성지한 얼굴만 유심히 바라보는 그녀.

그렇게 그녀가 사진을 보던 때.

번쩍……!

소피아의 이마에서, 새하얀 빛이 살짝 일렁였다.

‘저건…… 신안인가?’

소피아의 성좌였던, 피티아가 사용했던 신안.

성지한 자신도 죽어 가는 그녀에게 신안을 넘겨받아, 요긴하게 써먹었지.

‘근데 이걸, 소피아가 사용한다고?’

성지한이 신기한 듯, 그녀의 이마를 바라보자.

“아. 죄송해요. 잠깐 본다는 게…….”

소피아는 그제야 김지훈의 시선을 깨닫곤, 황급히 사진을 자신의 핸드백에 넣었다.

그러곤,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가.

“어…….”

번쩍. 번쩍.

신안을 여러 번 반짝이며, 김지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상당히…… 닮으셨네요.”

닮았다니.

‘진짜 나 기억하나?’

남성 하프 엘프는 모두 성지한을 애매하게 따라 한 얼굴이었는데.

‘김지훈’은, 그런 남자 하프 엘프 중에서도 가장 성지한을 많이 닮아 있었다.

그녀가 저리 말한 건, 하프 엘프가 따라 하려던 외양.

‘성지한’을 알고 있는 거겠지.

“닮았다니요? 하프 엘프가 누굴 닮을 게 있나요.”

그래도 그가 일단은 모른 척 그리 대답하자.

“……맞아요. 제가 착각했나 봐요. 하프 엘프는 다 닮았는데 말이죠.”

그녀는 그리 납득을 하곤, 고개를 푹 숙였다.

“사진을 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부터 실례 많았어요.”

“괜찮습니다.”

“저, 돌려주신 보답은…….”

뭔 보답까지 하려고 하나.

그래도 소피아가 그냥 받기만 하고 갈 성격은 아니니.

성지한은 여기 현관문에서 실랑이를 더 벌이느니, 빠르게 끝을 내기로 했다.

“아, 그럼 사인 한 장 부탁드릴게요.”

“사인 정도로 될까요?”

“소피아 님 사인이면 충분하죠.”

그러면서 성지한은 집 안에서 종이랑 펜을 가지고 왔다.

사인만으로 보답이 될까 미안해하면서도, 일단은 흰 종이에 사인을 쓰는 소피아.

그녀는 그렇게 자기 사인을 다 쓰고, 성지한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지훈입니다.”

“김지훈이면…… 아! 설마, 이번에 적합도 20% 넘으신 분인가요?”

그러자 사인을 하다 말고, 고개를 획 드는 소피아.

그녀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빨리 보내려고 사인만 해 달라고 한 건데.

이거, 오히려 역효과인가.

“아, 네. 맞습니다.”

“이런 우연이……! 저 오늘 올 때, 김지훈 님 영입하기 위해 파견된 아메리칸 퍼스트 협상팀이랑 같이 비행기 탔었거든요. 협상팀에서 김지훈 님 어디 계신지 몰라서 찾아다녔는데 잘됐네요!”

그러고 보니 아침에 본 뉴스 중, 아메리칸 퍼스트 협상팀이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는 게 있었지.

그때 같이 온 거구나.

“지금 협상팀에 연락해서, 계약 관련해서 약속 잡는 거 어떠세요? ‘특별 관리 대상’이 되셔서, 아주 놀라운 조건을 준비했다고 하던데…….”

세계 제일의 길드, 아메리칸 퍼스트.

거기서 ‘놀라운 조건’이라고 할 정도면, 계약 조건이 엄청날 터.

소피아는 김지훈이 당연히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거라 생각했지만.

“아, 죄송합니다. 저 대기 길드 가기로 해서요.”

“……대, 대기 길드요?”

“네.”

상대에겐, 전혀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 * *

“대기 길드…… 저도 옛날엔 거기 있었어요. 길드 사람들도 다들 좋고, 성장률 버프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곳이긴 합니다만.”

소피아는 그렇게 대기 길드의 장점을 이야기하다가, 본론을 꺼냈다.

“그래도 김지훈 님을 영입할 만큼, 재정적인 여유는 없을 텐데요.”

“뭐 적당히 받고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그 길드의 오래된 팬이라서요.”

“팬…… 이요?”

대기 길드 팬이라서 거길 가입한다니.

이건 1부 리그의 최고 팀 갈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리고, 2부에 머문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아메리칸 퍼스트의 조건을 한번 들어 보시는 게 어떨까요? 협상팀에서 상당히 준비를 해 왔던데…… 김지훈 님께서도 이야기 들어 보시면 만족하실 거예요.”

소피아는 당혹한 얼굴로, 김지훈을 설득했지만.

“괜찮습니다. 이미 12시에 계약 마무리하기로 해서요.”

“아니. 그래도…… 이건 약속 드릴 수 있어요. 저희는 대기 길드에서 주기로 한 액수의 10배부터 시작이 가능합니다.”

“GP는 뭐 적당히만 있으면 된다는 주의라서요.”

“그래도 협상팀과 대화 정도는…….”

“괜찮습니다. 진짜.”

김지훈의 단호한 태도에, 소피아는 당황한 얼굴로 눈만 깜빡거렸다.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최소 10배로 협상 시작하겠다는데,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고 나오다니.

아무리 김지훈이 대기 길드 팬이라고 했다지만, 이건 너무 상식 밖의 일 아닌가.

‘이 사람, 지금 보니 협상 자체를 귀찮게 생각하고 있어…….’

남자 하프 엘프가 되고, 대박의 스타트 지점을 정하는 일인데.

이렇게 관심이 없을 수가 있나?

소피아가 어떻게 이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할 때.

“사인 잘 받았습니다. 소피아 님. 그럼 안녕히 가세요. 협상팀엔 제 위치 알려 주지 마시구요.”

김지훈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곤 문을 닫아 버렸다.

“와, 신기하네 정말.”

아무래도 김지훈이 귀찮아하는 건. 협상팀뿐만 아니라 소피아도 포함된 것 같았다.

살면서 이런 취급은 받아 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아니, 옛날엔 있었나?’

소피아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다가, 이마를 찌푸렸다.

옛 기억은, 선명히 떠올랐지만.

그 안에서 단 한 사람의 존재만 사라져 있었으니까.

‘분명, 이분이랑…… 나. 아는 사이였는데.’

스윽.

소피아는 가방에서 김지훈에게서 받은 사진을 꺼냈다.

신안을 발동하면 선명하게 보이는 한 남성.

해맑게 웃고 있는 자신과.

무덤덤하거나, 혹은 귀찮단 표정을 짓는 남자.

그렇게 얼굴만 봐도, 누가 누구에게 빠져 있는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옛날의 난 왜 이렇게 이 사람을 좋아했을까?’

물론 이 남자, 딱 자신의 취향으로 잘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사진의 표정을 보면, 자기만 너무 좋아한 것 같았다.

근데.

‘왜 다른 사람들 눈엔 안 보일까? 나도 신안이 발동한 후부터 보였고…….’

대체 뭘 했던 사람이기에, 세계 각지에 동상이 있고.

현재 사람들은 그 동상을 보고도 그냥 돌덩어리 취급할까.

소피아는 계속 사진을 바라보다가, 귀찮아하는 성지한의 표정을 보곤 문득 아까의 김지훈을 떠올렸다.

‘아까 하프 엘프분도 딱 이 표정이었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금방이라도 한숨을 내뱉을 거 같은 표정.

사진 속 남자의 표정과, 하프 엘프가 지었던 것은 완전히 똑같았다.

생긴 것도 남자 하프 엘프 중에선 가장 비슷한데.

표정도 저렇게 판박이라니.

소피아는 그 둘의 유사성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에이. 그냥 얼굴이 비슷하게 생겼으니, 비슷하게 보이는 거겠지.’

일단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 남자 하프 엘프들 다 비슷하게 생겼잖아.

지금 아메리칸 퍼스트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 표정 지어 달라 부탁하면…….

‘……이렇게 비슷한 얼굴이 나올까?’

그렇게 소피아는 사진을 든 채, 곰곰이 생각하다가.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갔다.

처음엔 1층을 눌렀던 그녀는.

‘……아까 분명, 12시에 계약한다고 했지.’

1층으로 가는 걸 취소하곤, 대기 길드가 자리한 층을 누르며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에 대기 길드 놀러 가야겠네.”

옛 길드의 사람들을 만나 인사도 하고.

한 번 더.

저 ‘김지훈’의 표정이 그와 닮았는지 보고 싶었으니까.

띠링.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어…….”

“소, 소피아 님?”

길드 관계자들이 소피아를 보고 당황하자.

그녀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저 오랜만에 들렀어요.”

그렇게 그녀는 계약 당사자보다, 대기 길드에 먼저 도착했다.

* * *

12시에 대기 길드로 내려온 성지한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사람이 바글바글한 걸 보곤 눈을 깜박였다.

특히.

찰칵. 찰칵.

“김지훈 님!”

“대기 길드와 오늘 계약 발표를 하신다는 게 사실입니까?”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 들고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길을 완전히 막네. 이거, 옛날처럼 밀어 버릴 수도 없고.’

성지한 시절에는 무혼의 영역으로 그냥 밀어 버리면 그뿐이었는데.

김지훈으로 살려니까, 이게 불편하네.

“예. 대기 길드랑 계약하게 됐습니다. 그러니 길 좀 비켜 주시죠.”

성지한이 그렇게 대답하며 인파를 헤쳐 나가려 했지만.

기자들은 그가 대답을 해 주자, 더욱 모여들어 마이크를 들이밀고 있었다.

“왜 하필, 다른 길드의 제안을 들어 보지도 않고 바로 계약을 하시는 겁니까?”

“아메리칸 퍼스트에서는, 대기 길드의 제안에 비교해 최소 10배 이상 더 지불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민회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는데요. 이에 대한 응답이 필요하신 건 아닌지……!”

아메리칸 퍼스트에, 인민회에.

그 외에도 기자들이 거론하는 길드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TOP 10에 들어가는 길드였다.

다들 대기 길드랑 돈으로 승부하면, 가볍게 압살할 수 있는 곳들.

왜 그런 데에 제안을 듣지도 않고 여길 선택했냐고, 기자들은 질문을 쏟아 내고 있었다.

“제안 주신 건 감사하지만, 따로 생각한 게 있어 대기 길드를 택했습니다.”

성지한은 그리 대답하고 인파를 헤치려 했지만.

기자들의 벽은 빽빽하기만 했다.

‘성지한 시절이 그리운데.’

청의 영역 지배를 쓸 수 있었으면, 그냥 저 구석에 기자들을 차곡차곡 쌓아 놨을 텐데.

이 인간들을 어찌해야 하나, 그가 잠시 고민할 때.

“그만들 하시죠.”

스으윽…….

검 두 자루가 허공에서 날더니.

강렬한 기운이 퍼지며, 사람들을 양옆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훤하게 뚫리는 길.

그리고 그렇게 열린 공간에는.

“저희 길드 손님입니다.”

검왕 윤세진과.

그 뒤로 성지아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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