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529화>
“그 안이 좋다고?”
성지한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반문했다.
극단적으로 압축되어, 검의 안쪽에 봉인된 명계.
저기에 갇혀 지내는 게 뭐가 좋다는 거지?
[그래. 이미 완성된 명계가 여기 있는데, 뭐 하러 밖에 나가겠나? 나가봤자 백색의 관리자에게 붙잡혀 헤븐넷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 텐데.]
“그래서, 갇혀 있겠다?”
[거기에 네가 헤븐넷의 진정한 관리자가 되는 걸 지켜보려면, 여기 있는 게 낫지.]
“진정한 관리자라니…… 그걸 내가 할 거 같냐?”
[벌써, 너는 나의 권능을 이렇게나 사용하지 않았나.]
화르르륵…….
붉은 눈동자 위로 불꽃이 튀었다.
그러자 거기서 드러난 건, 세계수.
[저들 덕에, 네가 적을 활용한 순간부터 나는 확신했다. 시간의 문제일 뿐, 너는 헤븐넷의 상시 관리자가 될 것이다. 적을 계속 쓸 테니까.]
“뭐, 적색의 권능 쓸 만하긴 하더군.”
전투 빼곤 다 잘한다더니.
실생활에서 쓰는 권능은 거의 대부분 적색의 것이었지.
성지한이 선선히 적색 권능의 쓸모를 인정하자.
[너무 빨리 편리를 깨달았나. 청색이여. 좀 더 천천히 받아들여라. 아직은 안 된다.]
오히려 저쪽에서 그를 말렸다.
“그냥 네 능력 쓸 만하다고 한 거뿐인데?”
[벌써부터 긍정적으로 변한 태도 자체가 문제다. 아직은 좀 더 경계하고 적의를 보여야 한다. 안 그러면 적에 먹힐지도 모른다.]
“……그럼 너한텐 좋은 거 아냐?”
[아니. 나는 헤븐넷의 주인이 보다 완전하길 바란다.]
스스스…….
그러면서 불꽃이 비추는 환영이.
세계수에서 청색의 검으로 뒤바뀌었다.
[세계수 연합에서 만드는 청검…… 이걸 얻고, 네 권능을 강화시켜라.]
“저걸 네가 얻으라고 할 줄은 몰랐군. 청색의 힘이 더 강화되면, 봉인된 명계를 완전 소멸시킬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팟!
불꽃이 사라지고.
붉은 눈은 서서히 작아지기 시작했다.
[너는 결국 헤븐넷의 관리자가 될 것이다.]
“너무 확신하는군.”
[적이 사라지면, 네가 불편해서 못 견딜 테니까. 청색 권능은, 전투에만 특화된 능력 아닌가.]
“야, 원래는 없이도 잘 살았어.”
[하지만 한 번 생겨난 편리함은, 포기하기 힘들지. 이렇게 말이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지이이잉…….
성지한의 눈앞에 떠오르는 붉은 메시지창.
[추방된 관리자, ‘성지한’이 배틀넷 시스템에 우회 접속합니다.]
[플레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 기능이 일부 수복됩니다.]
[상태창에서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스탯 ‘공허’와 ‘영원’이 활성화됩니다.]
[인벤토리가 열립니다.]
…….
이 외에도, 추방되어서 사용하지 못했던 기능들이 대부분 활성화되었다.
[스탯 적이 200 소모됩니다.]
이런 우회접속의 대가로 사용된 건, 스탯 200.
‘진짜 별걸 다 하네, 이놈은.’
적색 권능이 진짜 편하긴 편하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이름 : 성지한
레벨 : 2 (3으로 레벨 업 가능)
적 : 540
청 : 999 (SSS급으로 오를 시, +1742)
공허 : 50
영원 : 22
칭호 - 무신
잔여 포인트 : 0
헤븐넷을 봉인하기 위해, 2레벨에 맞춰진 레벨.
하나 아까 엘프들을 초토화시키고 세계수도 4개 베어서 그런지.
레벨을 1 올릴 수 있었다.
한데.
“예전 시스템에선 레벨 업이 자동이었는데. 이것도 제어한 건가?”
[그래. 지금 상황에서 레벨을 올리면 명계가 확장된다. 그럼 청홍의 봉인도 흔들리겠지.]
자동 레벨 업 시스템을 굳이 수동으로 뒤바꾼 적색의 관리자.
진짜 지금 당장은, 풀려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 나는 이제 다시 돌아가겠다.]
“어…… 그래.”
[혹시라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적을 666까지 올려라. 그럼 다시 눈을 뜰 수 있으니까.]
“아, 잠깐. 가기 전에 하나 묻지.”
성지한은 사라지는 눈동자에게 급히 물었다.
“네가 보기엔, 지금 내 힘으로 녹색의 관리자를 이길 수 있나?”
[전투는 내 분야가 아니다만, 이 질문은 확답할 수 있겠군.]
적색의 관리자는 사라지려던 눈동자를 번뜩였다.
[네 힘만으론 불가능하다. 만약 청홍의 봉인을 풀고. 명계를 완전히 활용하면 모르겠지만, 그럼 네가 나에게 잠식되겠지.]
“그렇게 강한가?”
[강하기도 강하지만…… 그녀는 세계수 연합의 모든 생명체에게서 생명력을 갈취한다. 그러니 연합이 완전히 소멸하기 전까진, 절대 죽질 않지.]
엘프도 바퀴벌레 저리 가라 하던 생명력을 보여 주더니.
우주수는 그런 애들한테 생명력을 뜯어낸다 이거지.
“그럼, 오늘 같은 테러를 계속한다면?”
[승산은 오르겠지만, 청검을 탈취할 때까진 기다리는 게 나을 것이다. 그 전에 싸우다가는, 네가 명계를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
스스스…….
마지막으로 그렇게 충고를 해 주면서 사라지는 적색의 관리자.
성지한은 원래대로 돌아온 청홍을 보고는 눈만 깜빡였다.
‘이놈, 뭐 이렇게 협조적이야.’
예전엔 성지한을 어떻게 집어삼키려 했던 녀석이.
이제는 자기가 자길 경계하라고 주장하다니.
거기에 이그드라실이랑 싸움 붙이면, 자기가 이 몸을 차지할 수 있음에도.
오히려 그럼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있었다.
‘물론 저 말도 100퍼센트 신뢰해서는 안 되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도움이 되니 써먹어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갈까.’
파지지직…….
귀환을 위해 붉은 포탈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서자.
바로 나타나는 ‘김지훈’의 방.
성지한은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며, 시계를 확인했다.
‘밤 12시면…… 6시간쯤 지난 건가.’
세계수 연합 행성 4개를 제압하고, 적색의 관리자랑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는 데 그 정도 걸린 건가.
‘시간이 이 정도밖에 안 걸렸으면, 밤에 잘 때마다 테러하러 가도 되겠네.’
스탯 영원도 개방되었으니.
적이 모자랄 땐 세계수를 명계에 던져 주고, 적이 남아돌 땐 내가 흡수하면 되겠지.
성지한은 그리 결론을 내고, 다시 김지훈의 몸을 바라보았다.
‘며칠 앓아누울 거라더니, 여전히 힘이 없군.’
이러면 아침까지 꼬박 잘 테니, 시간이 남는군.
‘그럼, 테러나 좀 더 하고 와야겠네.’
적색의 관리자는 오늘 이 정도에서 하는 걸 추천했지만.
그건 적을 더 이상 흡수하지 말라는 거지.
스탯 영원을 늘리는 건, 또 다른 건이니까.
지이잉…….
성지한은 다시 포탈을 열어, 연합의 행성을 돌았고.
‘3개…… 총 7개면 됐나.’
오늘 하루, 7개의 행성에서 세계수를 소멸시키곤 귀환했다.
* * *
다음 날 아침.
성지한은 어제의 수확을 정산했다.
‘영원은 26인가. 얼마 안 오르네.’
B급 정도로 등급 높은 세계수에서는 2가 오르고.
낮은 건 1밖에 안 오르는 영원.
B급 하나, 아랫급 두 군데를 더 들린 성지한은.
어제 올린 영원 스탯 수치가 4밖에 되질 않았다.
세계수가 지닌 어마어마한 생명력에 비하면, 흡수 효율이 상당히 나빴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이걸 그대로 먹어치우면, 이그드라실에게 들킬 수도 있단 말이지.’
세계수를 통해 우주 각지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이그드라실.
이걸 그대로 먹어치웠다가는, 이그드라실의 감지에 걸릴 수도 있었다.
그런 잔가지를 다 쳐 내고 정제해서 흡수를 해야 했기에.
스탯 영원은 세계수를 집어삼킨 것치고는 효율이 좋지 않았다.
‘뭐 종종 돌면서 능력을 얻으면 되니.’
중요한 건, 이그드라실에게 감지되지 않는 거니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김지훈의 몸뚱어리를 일으켰다.
‘푹 자서 좀 나았다만, 체력이 다 돌아오진 않았네.’
그래도 집 안에서 움직이는 거 정도는 할 수 있었으니까.
성지한은 김지훈의 몸으로, 스마트폰을 켜 보았다.
그러자.
아침부터, 포탈사이트의 뉴스는 온통 그에 관해서 다루고 있었다.
‘왜 이렇게 난리야. 또.’
이번에 한국 최초로 적합도 20퍼센트를 달성한 남자 하프 엘프, 김지훈.
그는 그 자체로도 뉴스거리가 되기 충분했지만.
[총독부 ‘특별 관리 대상’으로 플레이어 ‘김지훈’ 선정]
남산의 총독부에서 공식적으로 김지훈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는 소식에.
그는 세상의 모든 화제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던전 억제기 비활성화 계획, 일보 후퇴될 것으로 전망돼. 주식시장 급등 중]
[남성 하프 엘프, ‘김지훈’은 누구인가? 한국 최초로 적합도 20퍼센트를 달성한 신성]
[해외 길드, 김지훈 영입에 깊게 관심을 가져. 아메리칸 퍼스트 협상팀, 인천 공항에서 포착]
-와, 이 사람 이렇게 대박 날 줄은 몰랐네;
-ㄹㅇ 성형도 안 하고 와서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음 ㅋㅋㅋ
-왜 길드 안 들어갔냐고 어떤 아저씨가 엄청 뭐라 그러더니…… 상황 완전 반대로 됐네.
-해외 나가려나?
-대기 길드 마스터랑 같이 있던 거 파파라치가 찍었던데 거기로 가는 거 아님?
-ㅋㅋㅋㅋ 언제적 대기 길드야 당연히 해외 가겠지.
20퍼센트의 적합도만 해도 뛰어난데, 총독부에서 직접 케어한다고 나올 정도니.
그의 몸값은, 한국 내 길드에서 지불하기엔 이미 천정부지로 솟아 있었다.
대기 길드 마스터랑 임가영이 김지훈을 부축하는 사진도 여러 개 나돌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저들이 이 특별 관리 대상을 잡을 순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조용하게 사는 건 글렀네.’
이거 언론에서 난리 치는 거 보니, 예전 성지한으로 활동할 때랑 흡사한데.
성지한은 그렇게 기사를 쭉 보다가, 해외 길드 이야기를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놈들이랑 실랑이하는 것도 귀찮단 말이지.’
해외 길드에서 뭐 대우해 줘봤자 결국 돈 더 주는 거일 텐데.
성지한의 인벤토리도 열려서, GP는 지금 넘쳐 흐르는 실정이었다.
물론 김지훈이 가용할 수 있는 돈은, 또 다른 이야기긴 했지만.
‘어차피 돈 쓸 데도 없어.’
성지한 시절에도 그냥 돈 쌓아두고만 있었는데.
김지훈이라고 뭐 다르겠나.
어차피 누나랑 윤세아가 사는 소드 팰리스에 계속 살 생각이었으니까.
그가 대기 길드를 고르는 건, 필연적이었다.
‘집 아래 있는 길드. 얼마나 좋아.’
괜히 또 다른 길드 협상팀 와서 귀찮게 구는 거 보느니.
그냥 바로 대기 길드로 내려가서, 가입 확정 지어야겠네.
성지한은 그렇게 결심하곤, 이하연이 적어 둔 번호로 전화했다.
“이하연 씨, 저 김지훈입니다.”
[아, 네! 몸은 괜찮으세요? 어제 엄청 지쳐 보이셨는데…….]
“자고 일어나니 좀 나았습니다. 뉴스가 많이 나와서 그러는데, 오늘 길드 가입 확정 지을 수 있을까요?”
[네. 네? 오늘요?]
“예. 시간 알려 주시면, 지금 옷 입고 내려갈게요.”
[아, 저. 잠시, 조건을 맞춰 드려야 하는데…….]
“적당히 주세요. 영 부족하면 지분이나 좀 주시든가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12시쯤에 어떠세요?]
12시라.
뭐 준비할 게 많은가 보네.
“알겠습니다. 그때 내려갈게요.”
성지한은 그렇게 약속 시간을 확정 짓곤 통화를 마쳤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네.’
그동안 김지훈의 청이나 분석할까.
성지한이 그렇게 여유시간에 뭘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삑. 삑삑.
집의 문에서, 암호 입력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난가?’
여기 집 암호 아는 사람이야, 성지아밖에 없으니까.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띠링. 띠링.
암호가 틀렸다는 경고음이 들렸다.
‘집 잘못 찾아왔나.’
실수면, 딴 데 가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했지만.
삑. 삑삑.
또다시 암호를 누르고, 틀리는 게 반복되자 한숨을 푹 쉬곤 현관문으로 갔다.
덜컥!
“누구세요?”
그리고 그가 문을 열자.
“……아.”
거기엔, 금발의 여성.
소피아가 깜짝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