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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23화 (52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23화>

‘이 사람들을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대기 길드 마스터 이하연.

기프트 ‘육성’을 지닌 그녀는, 성지한 대신 업무를 도맡아 처리해 왔으며.

대외적으론 그의 연인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물론, 실제론 이성 그룹에서 결혼시키려는 걸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그러고 보니, 기록말살형 이후 대기 길드의 지분은 어떻게 처리된 거지? 누나한테 갔나.’

성지한이 몸담았을 때만 해도, 세계 최고의 길드나 다름없었던 대기 길드.

이 지분의 가치는 이 소드 팰리스 빌딩보다도 훨씬 컸다.

물론 대기 길드의 가치는, 성지한이 소속되었기에 높게 평가된 거였으니.

지금은 그때보다 싸겠지.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자.

“사진, 지워 주십시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임가영이 사진을 지우라고 재차 요구했다.

“안 찍었습니다만.”

“보여 주실 수 있습니까?”

“자요.”

성지한이 태연하게 폰을 내밀자.

업혀 있던 이하연이 손바닥으로 임가영의 등을 때렸다.

“얘! 그만 해! 죄송해요…… 얘가 요즘 파파라치에 민감해서 실례했네요.”

“…….”

“얼른 이분한테 사과해.”

“죄송합니다.”

임가영이 고개를 꾸뻑 숙이자, 성지한은 손가락으로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저, 이제 타도 되죠?”

“네네. 정말 죄송해요.”

그렇게 성지한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고 나자.

“예전처럼 층 전체를 임대할 걸 그랬습니다.”

“여긴 길드 인증할 때만 오는데, 아깝잖아.”

“돈도 많은 사람이 더하시네. 인증 때마다 이렇게 쓰러지시는데, 쓸 땐 좀 쓰세요.”

“요즘 길드 힘들어…… 돈 낭비 할 여유 없다고.”

엘리베이터 너머로 이하연과 임가영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길드 인증은 또 뭐야.’

예전에는 없었던 길드 인증.

그걸 하면, 길드 마스터가 쓰러질 정도로 힘들어지나?

‘거기에 예전 대기 길드였으면, 돈 때문에 어려울 일이 없었을 텐데.’

지금은 어째, 재정 상황도 녹록치 않은 것 같았다.

‘알아볼 게 또 생겼네.’

3일간 검색할 게 한두 개가 아니군.

그리 생각한 성지한은, 편의점에 들어섰다.

예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이는 편의점 내부.

하지만.

‘광고 모델이 죄다 하프 엘프네.’

술이건 과자건.

광고 모델이 붙을 만한 거엔, 죄다 하프 엘프들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

특히 최근의 대세는 남자 하프 엘프인 건지.

메인 광고 자리는, 성지한을 애매하게 닮은 이들이 죄다 점령하고 있었다.

‘저 얼굴 계속 보니까 슬슬 짜증 나는데…….’

성지한의 몸이, 절로 술 코너에 갔다.

그리고 거기서도, 술 라벨에 잔뜩 붙어 있는 남자 하프 엘프의 얼굴을 보곤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진짜 어딜 가나 있네 이거.

‘없는 거로만 잘 골라 사야겠다.’

슉. 슉.

그렇게 얼굴 안 붙은 걸로만 골라 쇼핑을 끝낸 성지한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TV를 틀었다.

그러자.

화면 속에서 바로 튀어나오는 남자 하프 엘프.

“아, 진짜.”

그만 나와 미친놈들아.

삑. 삑.

성지한은 얼른 채널을 돌렸다.

그러자, 뜨는 뉴스 채널.

데스크에서 전문가를 대동한 아나운서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연합 총독부에서는 최근 한국의 종족 전환율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다며, 상반기 내에 수치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특단의 대책’이 행해질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종족 전환율이라.

하프 엘프가 되는 비율 같은 건가?

[배틀넷 관리국 연구소장님을 모시고 관련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전환율이 안 좋다니…… 박사님, 한국이 그 정도로 상황이 안 좋습니까?]

[예. 최근 남자 하프 엘프가 3개월만에 한 명 나타나긴 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여성 하프 엘프 숫자는 원래부터 부족했고요.]

그러면서 통계 수치를 보여 주는 연구소장.

확실히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유달리 엘프 전환 비율이 낮았다.

[그렇군요…… 총독부에서 경고한 ‘특단의 대책’에 대해선 혹시, 들으신 바가 있으실까요?]

[……총독부에선 던전 포탈 억제기를 비활성화하는 걸 검토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씀은…….]

[예. 전환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던전 포탈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생길 수도 있습니다.]

던전 포탈이랑 전환율이 무슨 상관이라고?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자, 실시간으로 현 뉴스에 대해 올라오는 반응 중에서.

-아니 ㅅㅂ 왜 이렇게 엘프가 못 돼 한국인들은 ㅡㅡ

-근데 던전 포탈이랑 전환율이 뭔 상관임?

-통계적으로 포탈 많이 나타나는 나라에서 전환율이 높다더라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래서 억제기 끄는 건가;

-아, 집값 떨어지는데 그럼…….

-총독부 본부가 있어서 서울이 가장 안전하다고 했는데, 이제 그러지도 않겠네?

던전 포탈과 하프 엘프 전환율 간에 연관이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한데 총독부 본부가 서울에 있네.’

배틀넷 국가 랭킹 1위였던 미국에 안 생기고, 한국에 본부를 두다니.

나 때문인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총독부 본부가 어디 있는지 검색했다.

그러자 나타난 사진은, 남산 꼭대기에서 하늘까지 뻗어 있는 커다란 나무였다.

‘이건 세계수의 일종인가…… 남산 타워 자리에 대신 생겼네.’

세계수 연합의 식민지 총독을 비롯하여, 엘프들이 여럿 거주한다는 거대 나무.

여기는 이제 외국인이 한국 오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가 되어 있었다.

식민지 총독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식민지인들이라.

‘식민지가 된 것에 대해 전혀 반감이 없군그래.’

편의점도 갔다 왔으니, 식민지 치하의 인류 사회가 어떤지.

한 번 본격적으로 조사를 해 봐야겠네.

‘대기 길드 건도 찾아보고.’

컴퓨터를 킨 성지한은, 본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 * *

3일 후.

“과연…… 식민지 상태를 좋아할 만하군.”

성지한은 변화된 인류 사회의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곤, 입꼬리를 비틀었다.

‘내가 그간 벌어다 준 게 죄다 이그드라실이 한 걸로 되어 있네.’

현 인류를 최하급에서 중하급까지 올려 준 것도.

브론즈 리그에서 실버 리그까지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린 것도.

빠른 성장의 부작용으로, 리그에서 강등될 위험에 처하자 식민지로 받아 살려 준 것도.

모두 이그드라실이 인류를 보살펴서 나타난 결과로 되어 있었다.

‘거기에 식민지가 된 이후에, 오히려 던전 포탈 숫자도 줄고 세상이 안정적으로 변했어.’

식민지가 되기 전, 실버 리그 최하위 시절 때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던전 포탈 때문에, 인류는 상당한 위험에 처해 있었다.

특히 국가 랭킹 순위가 낮은 곳은 더 위험해서.

최하위권 국가들 중 몇몇은, 이미 나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세계수 엘프의 식민지가 된 이후엔, 던전 포탈의 생성 빈도가 절반 이상으로 줄었으며.

‘총독부가 있는 서울과 수도권은 던전 포탈이 안 생겼지.’

종족을 진화시켜 주고, 안전까지 보장해 주는 세계수 엘프.

이렇게 받은 건 많은데, 식민지가 되고 나서 수탈당하는 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인류가 식민지 치하에 만족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세계수 엘프가 이렇게 평화로운 종족이 아닌데 말이지.’

세계수 엘프.

녹색의 관리자 이그드라실을 따르는 이 종족은, 배틀넷 세계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집단이었다.

그냥 안 좋은 건 세계수 엘프랑 연관 있는 거 아니냐고 추리하면, 대부분 정답이라고 할 정도로.

이들은 평화라는 수단과는 가장 동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오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터.

‘하프 엘프가 일단은 저들의 주목적인 거 같은데…….’

하프 엘프.

그것도 근래 나온 남성형에, 세계수 연합은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남성 하프 엘프를 얼마나 배출했냐에 따라, 국가별로 차등 대우를 해 줄 정도였으니까.

이렇게 총독부에서 관심을 보이니.

자연스레 인류 사회에서도 남성형 하프 엘프에 대한 인기가 폭증해서.

한국이고 외국이고 할 거 없이 요즘 광고 시장은 죄다 저 성지한을 어설프게 닮은 하프 엘프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왜 저렇게 총독부에서 대우하는지는, 일단 돼 봐야 알겠군.’

일반인으로 접할 수 있는 정보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으니까.

성지한은 직접 남성형 하프 엘프가 되어, 저들의 목적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럼. 이제 시간도 남았으니…… 길드 상황을 검색해 볼까.’

그는 며칠 전 이하연을 만났던 일을 떠올리며, 대기 길드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대기 길드, 길드 랭킹 7단계 추락. TOP5에서 탈락하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대기 길드. 무엇이 문제인가?]

[검왕 윤세진 이적설 솔솔]

[이성 그룹, 대기 길드 인수 의사 재차 밝혀]

딱 봐도 안 좋아 보이는 기사만 주르륵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사 아래 달린 댓글들에서, 어느 정도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니 ㅅㅂ 대기 길드 왜 이렇게 멸망함? 나 여기에 10만 GP 투자했는데…….

-님이 투자해서가 아닐까요?

-얘네 하프 엘프 영입전에서 맨날 지잖아.

-언제적 육성 길드야 ㅡㅡ 요즘 길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게 하프 엘프 숫잔데.

-근데 애초에 왜 이렇게 길드 평가가 높았는지도 의문임;

-ㄹㅇ 길마 스킬이 사기긴 한데 막 세계 1, 2등 할 정돈 아니었어.

-그냥 이성 그룹에 다시 들어가라. 길마도 이성 출신이라매.

‘하프 엘프가 길드 평가의 기준이 되었군.’

예전에 플레이어들이 대기 길드에 들어오고 싶어 했던 건, 이하연의 차원을 달리하는 ‘육성’ 스킬 때문이었다.

한데 성장보다 하프 엘프 숫자가 최우선이 된 세상에서는, 아무래도 강점이 줄어들겠지.

거기에 대기 길드의 길드 평가를 올렸던 건, 오너인 성지한의 존재가 컸으니.

그와 뒤이어 랭킹 1위가 된 윤세아까지 기록말살형을 당한 이상.

길드의 평가도 폭락할 법했다.

‘그래도 그간 벌어 둔 게 많았을 텐데. 왜 하프 엘프는 영입이 안 된 건지 모르겠군.’

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간다고.

대기 길드가 한창 때 벌어들인 돈은 어마어마했다.

시대가 바뀌었으면 그 돈으로 하프 엘프 영입하면 되지 뭐 했대?

성지한은 의문을 품으며, 이에 대해 알아보았다.

-대기 길드 아직도 육성 효과에 계속 투자 중인 건가?

-그럴 걸 여기 육성 효과밖에 안 남았잖아.

-버프 효과 유지하려면 매달 길드 인증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쓰이는 GP가 장난 아니더라.

-ㅇㅇ 투자설명회 할 때 이 항목에서 사람들 우수수 빠져나감 ㅋㅋㅋ

-아, 내 돈…… 그냥 이성에 팔자 좀 ㅠㅠ

육성 버프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는 ‘길드 인증’.

그거 때문에 대기 길드는 그간 번 GP를 모두 까먹고 있었다.

‘길드 인증이라…… 나 때는 없었는데.’

오너인 성지한이 자리를 비운 게 뭔가 연관이라도 있는 건가.

어차피 길드도 아래 층에 있겠다.

한번 이에 대해 살펴볼까 성지한은 생각했지만.

[배틀넷 리그의 튜토리얼이 곧 진행됩니다.]

[녹색의 관리자의 관할입니다. 튜토리얼이 ‘적성시험’으로 대체됩니다.]

어느새 시간이 되었는지.

그의 눈앞에, 초록색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일단은, 하프 엘프부터 되야겠군.’

[준비가 모두 끝나면, 소환에 응하십시오.]

[5분 후에는 강제 소환됩니다.]

성지한이 소환에 응하자.

번쩍!

그의 몸이 녹색 빛에 잠기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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