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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22화 (52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22화>

‘식민지라 그런가, 이번 상태창은 초록색이군.’

환염을 사용하여, 새로운 신분을 만들던 성지한은 상태창의 모양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전체적으로 초록빛을 띠는 시스템창.

창 왼쪽 아래에는, 나무 마크까지 그려져 있었다.

‘어디, 이름부터 바꿔 볼까.’

스스스…….

초록색 상태창 위로, 붉은 글자가 떠오르더니.

상태창의 빈칸을 메우기 시작했다.

이름 : 김지훈

레벨 : 2

소속 : 브론즈 리그 - 강남 1 에어리어

예전에 길가메시를 상대할 때, 잠시 써먹었던 가명 ‘성지훈’.

성지한은 이걸 이번에도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성씨는 가장 흔한 김씨로 바꾸고.

‘외모는 나와 관련 없게 바꾸고…….’

어차피 하프 엘프가 되면 원래의 성지한과 비슷하게 변하겠지만, 그 전에 굳이 주목을 살 필욘 없겠지.

두득. 두드득…….

성지한의 얼굴 골격이 뒤틀리며, 외모가 뒤바뀌자.

윤세아와 성지아도 그 모습을 인지했다.

“어…… 삼촌, 얼굴 바꾼 거야?”

“뭔가 흔한 인상이네.”

“굳이 튈 필욘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바뀐 모습 적응 안 되네.”

윤세아가 신기하게 변화된 모습을 바라볼 무렵.

성지한은 계속해서 수정을 시작했다.

‘이제 인류의 능력치는, 최저가 15인가 보군.’

성지한이 처음 튜토리얼을 할 때만 해도, 최저는 5였는데.

종족 등급이 중하급까지 올라서 그런지, 스타트 스탯도 확 올라 있었다.

“요즘 2레벨들은, 처음에 스탯 30까지 가능한가 보네.”

“응, 이게 다 네가 인류를 중하급까지 진화해 준 덕이지.”

“어디…… 모두 30은 아무래도 눈에 띄겠지?”

“초기 능력치 10이 한계일 때는, 올 10도 종종 나왔는데. 30이 된 이후엔 거의 없다고 들었어.”

“흠…… 그럼 적당히 조절을 해야겠네.”

그렇다고 15로 초기 능력치를 묶어 두기엔, 스탯 ‘적’을 300이나 쓴 게 아깝단 말이지.

성지한은 적당히 절충해서, 초기 능력을 모두 25로 설정했다.

힘 – 25

민첩 – 25

체력 – 25

마력 - 25

그러자 25까지 오른, 기본 4가지 스탯.

예전 튜토리얼 때는, 힘, 민첩, 체력을 묶어 무력으로 통일했지만.

‘그럼 내가 성지한이라고 광고하는 꼴이지.’

어차피 새 프로필은 남자 하프 엘프로 잠입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니까.

성지한은 스탯 수정을 여기에서 멈추었다.

“그럼 남은 건 기프트인가.”

“아니…… 기프트도 아무거나 넣을 수 있어?”

“응. 다만 눈에 띄지 않는 선에서 넣어야지.”

“와, 삼촌 진짜 관리자구나…….”

“지한아, 기프트 아무거나 가능하면 이거 어때?”

옆에서 이를 듣던 성지아는, 기프트 하나를 검색해 주었다.

“이종친화異種親和?”

“응, 이 기프트 있는 사람들 요즘 가장 대우받거든. 이거 있는 사람들이 하프 엘프 될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

“그래?”

성지한은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기프트 – 이종친화異種親和 (등급 B)

플레이어가 보다 이종족에 더 가까워집니다.

이종족의 호의를 얻습니다.

성지한 시절만 해도, 뭐 이런 쓸모없는 기프트가 있냐고 비난받았을 법한 이종친화.

하나 세상이 뒤바뀌니, 이게 제일 잘 나가는 기프트로 변화한 건가.

‘그것도, 단지 하프 엘프가 될 가능성을 높여 줘서 인기가 있다니.’

모두가 하프 엘프가 되는 데 목을 매는군.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이 기프트를 등록했다.

[기프트 – 이종친화가 부여됩니다.]

“끝났네. 그럼 이제 누나, 집 좀 마련해 줘.”

“에이, 그냥 여기에 있지…… 다시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럼 새로운 프로필 만든 의미가 없지. 적만 제대로 파악되면 금방 없앨 거니까 넌 그동안 쉬고 있어.”

“지한아, 근데 주민등록 이런 것도 다 처리해야 하지 않니?”

“다 됐어.”

“……엥? 그런 거도 돼?”

“배틀넷 시스템도 해킹하는데, 그게 안 되겠냐.”

스탯 적이 괜히 300이나 사용된 게 아니지.

새로운 프로필, ‘김지훈’은 이미 완벽한 새 신분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 그럼 내가 내일 아침 바로 집 마련해 줄게. 마침 소피아가 쓰던 집, 비어 있거든.”

“소피아가 쓰던 집? 아…… 삼촌 기록말살 되고 나선 미국 갔지.”

“응, 혹시 돌아오면 다시 주려고 비워 뒀는데, 미국에서 잘 지내더라.”

성지한 때문에 한국에 와 있었던 소피아.

하지만 그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 이상, 연고도 없는 서울에 그녀가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었다.

“거기 방 5개인데, 혹시 좁으면 이야기해. 내가 다른 세입자한테 위약금 줘서라도 큰 집으로 마련할게.”

“괜찮아, 방 5개면 충분하지.”

오히려 혼자 살기에, 5룸은 너무 클 정도지.

그렇게 성지한은, 새 신분으로.

예전에 소피아가 살던 집에 살기로 결정했다.

* * *

다음 날, 소피아의 집.

성지한은 신제품 티가 나는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 아침부터 일찍 나가더니 설마 가구랑 다 새로 산 거야?”

“어. 우리 동생 독립하는데, 누나가 이 정돈 마련해야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다 처리했냐.”

“세상일은 대부분 돈만 더 주면 해결돼.”

하기야.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 안에 들어갔다.

깔끔하게 청소된 집 안.

누군가 살았던 흔적은 전혀 느껴지질 않았다.

“삼촌, 집 좁진 않아?”

“충분해, 이 정도면.”

다시 봐도 오히려 혼자 쓰기엔 크지.

성지한이 그렇게 집을 둘러보고 있을 때.

“아, 그리고 이거…… 버릴까 하다가.”

성지아가 잠시 머뭇거리며, 식탁 쪽에서 분홍빛 상자를 들고 왔다.

“일단은 가지고 왔어.”

“뭔데 이거?”

“소피아가 놔두고 간 짐인데.”

스윽.

상자를 열자, 거기엔 사진 수십 장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맨 앞의 사진에는.

해맑게 웃는 소피아와.

“……나네?”

덤덤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 있는 성지한이 있었다.

“어, 이거 우리 집인데…… 소피아 언제 이런 사진 찍은 거야?”

“글쎄다? 나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카메라를 몇 번 들이대긴 했어.”

“이건 북한 땅 갔을 때 사진인가? 진짜 기회 될 때마다 셀카를 찍었네.”

소피아가 찍은 사진.

여기엔 둘이 같이 찍은 셀카뿐만 아니라, 성지한이 단독으로 나온 사진도 여럿 있었다.

“오, 삼촌 이건 좀 멋지게 나왔다?”

“소피아가 너 많이 좋아했나 보네.”

“……뭐, 그랬었지.”

가족들 있는 미국에서, 자기를 따라서 한국까지 왔을 정도니까.

성지한은 사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기록말살 되었다더니 사진에 내 얼굴은 남아 있네?”

“어. 기록말살이라고 해도, 성지한과 연관된 모든 게 사라지는 게 아니더라. 아직도 성지한 석상 남아 있는 곳 많아.”

“……성지한 석상은 또 뭐냐.”

“한때는 지한이 너, 진짜 종교였어.”

성지아는 그러면서 [광화문 큰바위]를 검색했다.

그러자.

광화문 광장에, 거대한 성지한 석상이 있는 장면이 폰 화면에 올라왔다.

“광화문 큰바위라고 검색했는데, 내 석상이 나오네?”

“응. 기록말살형은, 인류의 기억에서 널 지우고. 시야에서 성지한이라는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게 해.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네 석상 모습이 제대로 나와 있음에도, 이걸 ‘광화문 큰바위’라고 이름 붙였어. 그냥 바위로 보이는 거지.”

이순신 상 옆에 있는 성지한 석상.

이게 그저 큰 바위로 보이는 사람들은, 적잖이 의문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순신 상 옆에, 큰바위는 왜 있는 건가요? 과거 광장 사진엔 분명히 없었는데

-저기에만 있는 게 아님 세계 각지에 뜬금없이 커다란 바위가 턱턱 있어 ㅋㅋㅋ

-배틀넷 진입 후 생겼다는 설이 있던데…….

-각국 정부에서 철거하려고 했는데, 총독부에서 가만히 놔두라고 지시했다던데요

이렇게 성지한과 관련된 정보는, 인식 자체를 못 하는 사람들.

그는 이 반응을 살피다, 소피아가 찍은 사진을 다시 바라보았다.

“이럼 소피아 눈엔, 사진 속의 나도 안 보이겠네.”

“응, 소피아는 왜 내가 이 사진을 굳이 뽑아 놨을까? 의문이 들 거야.”

“기록말살형이란 게, 그런 식으로 작용되는 거였군…….”

“삼촌, 이 사진들은 어떻게 할까?”

“일단은 서랍장에 놔둬. 내 물건이 아니니까 처분하기가 그러네.”

“응.”

윤세아는 상자 안에 사진을 다시 가지런히 정리해서, 서랍장 안쪽에 놓았다.

그녀는 잠깐 씁쓸한 얼굴으로 서랍장 문을 바라보다가, 일부러 밝게 목소리를 냈다.

“그럼…… 이건 됐고. 삼촌! 기분 전환 겸 집들이나 할까? 귀환을 축하할 겸 해서!”

분위기 전환 겸, 귀환 축하 파티를 열자는 윤세아.

하나.

스스스…….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검은 중절모가 떠올랐다.

그리고 거기서 공허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스페이스 아레나에서 급히 연락드립니다. 윤세아 님. 이제는 정말 시험을 보셔야 합니다……!]

어딘가 간절한 음성이 들려왔다.

“아니…… 꼭 지금 가야 해? 오늘 같은 날?”

[오늘 같은 날?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으.”

삼촌 귀환했단 이야기는 할 수 없어서, 입술만 우물거리는 그녀.

모자 안에선, 또다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벌써 시험을 10차례나 연기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보셔야 합니다. 이러다가 강제 소환 당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 알았어. 볼게. 본다고.”

[정말이십니까?]

“어. 내가 5분 뒤에 포탈 열고 갈게.”

[다행입니다…….]

스스스…… .

윤세아의 확답에, 서서히 사라지는 중절모.

그녀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 어쩌지 삼촌? 나, 시험 보러 가야 할 거 같은데.”

“무슨 시험?”

“아레나의 주인 자리를 확정 짓는 시험. 귀환 파티해야 하는데 타이밍이 꼬였네…….”

“그거야 나중에 해도 되니까, 시험부터 보고 와. 강제 소환 당하는 거보단 낫지.”

“알았어…….”

아쉽단 얼굴로 집을 둘러보던 그녀는.

성지아를 바라보았다.

“그럼 일단 집에 가자, 엄마.”

“알았어. 그 전에, 지한이한테 물건 좀 주고.”

“물건?”

“응. 이건 새로 개통한 폰. 그리고 카드랑 현금이야.”

턱.

그렇게 현찰이 가득 든 지갑이 테이블 위로 턱하고 올라오자.

성지한은 씩 웃었다.

“이거, 옛날에 누나한테 얹혀살 때 생각나네.”

“나도 그 생각 나더라. 어쨌든 부족하면 언제든 이야기해.”

“어. 잘 쓸게.”

“삼촌. 그럼 시험 금방 끝내고 올게~”

탁.

윤세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보랏빛의 운무가 피어오른다 싶더니, 두 여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레나의 주인 시험…… 저거 통과하면 확정인가.’

몇 년 전만 해도 기프트도 못 받았던 일반인이, 공허의 고위 서열까지 오르다니.

성지한만큼은 아니더라도, 엄청난 고속성장을 보여 주고 있었다.

‘공허도 완전히 신뢰할 순 없지만, 세아랑 누나는 일단 저쪽에 속해 있는 게 낫겠지…….’

모자야 나중에 상황이 정리되는 걸 보면서, 부숴 버려도 되니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새로 받은 핸드폰을 열어 날짜를 확인했다.

‘다음 튜토리얼은 3월 1일인가. 3일 정도 여유 시간이 있군.’

그동안 세상 돌아가는 거나 더 파악해야겠네.

성지한은 컴퓨터와 TV 쪽을 보았다.

‘먹을 거나 좀 사 와야겠네.’

초월자가 되면서, 굳이 먹을 필요가 없어진 성지한이었지만.

헤븐넷에 갇혀 있을 때 아무것도 안 먹어서 그런지, 괜히 사람의 음식이 먹고 싶었다.

‘편의점이 분명 1층에 있었지.’

성지한은 지갑과 폰을 들고, 방을 나섰다.

‘김지훈’이 된 상태로,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던 그는.

성지아에게서 받은 폰을 만져 보았다.

‘5년 후의 스마트폰…… 뭐 많이 달라지진 않은 거 같은데. 성능만 좋아졌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그렇게 신제품을 터치하던 성지한은.

띠링.

문이 열리자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오길 기다리며 폰을 조작했다.

그때.

“저기요.”

“네?”

“죄송한데, 여기서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아니, 지금 새 폰 적응하느라 바쁜데 뭔 소리야.

성지한은 어처구니없단 표정으로 시선을 올렸다가.

‘……어, 이 사람, 임가영이잖아.’

두 눈에 이채를 띄었다.

그에게 사진 찍지 말라고 경고를 준 여성은.

대기 길드 마스터, 이하연의 보디가드를 했던 임가영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등에는.

“가영아…… 괜찮아. 얼른 방에 가자…….”

비몽사몽 상태로 업혀 있는 이하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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