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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21화 (52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21화>

적색의 관리자.

헤븐넷 폐쇄를 위해, 성지한에게 소환당했던 그는.

-다시 생각해라. 청색의 관리자여.

그를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너는 이미 이 세계의 주인이자 상시 관리자. 네가 원하는 건, 이 안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

-헤븐넷은 배틀넷을 완전히 대체하여,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너는 단지, 적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아…… 대체 왜 그러는 거냐? 왜 이 세계를 없애려 드느냐?

물론 이에 대한 성지한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됐고, 삭제나 도와라.

그렇게 적색의 관리자는 자신이 만든 헤븐넷을, 자기 손으로 없애는 데 협력했지만.

그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성지한을 흔들려 들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스탯 ‘적’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적색의 관리자는 확실히 시스템에 관해선 천재였지.’

스스스…….

그의 왼쪽 눈이 붉게 물들자.

목에 있던, 검의 무신에서도 붉은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삼촌…… 뭐 해?”

“힘 좀 숨길까 하고.”

“힘을 숨겨?”

윤세아가 고개를 갸웃하자, 성지한이 웃음을 지었다.

배틀넷 시스템을, 일부 왜곡 수정할 수 있었던 적색의 관리자.

성지한은 그의 가르침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었다.

“어…… 이그드라실이 도망치면 안 되잖아?”

적색권능赤色權能

환염幻燄

치이이익……!

성지한의 몸이 잠시 타오르나 싶더니.

그의 눈 색깔이 다시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어…… 그, 삼촌. 뭐 한 거야? 난 변화를 모르겠는데.”

“너한텐 굳이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다를걸?”

“그래…….”

“어, 위장했거든.”

윤세아가 눈만 깜빡거리고 있을 때.

삑. 삑.

현관문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거기서 들어오는 사람은.

“후우…… 어? 세, 세아야!”

성지한의 누나, 성지아였다.

그것도 예전처럼 석상 상태가 아니라 사람으로 돌아온.

‘열쇠, 드디어 썼나 보네.’

자신이 있을 땐 그렇게 열쇠를 쓰라고 해도 안 쓰더니.

5년의 세월 동안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인간이 되었네.

성지한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인간이 된 누나를 바라볼 때.

“엄마! 봐 봐. 삼촌 찾았어!”

윤세아가 신난 얼굴로 성지한을 가리켰다.

하나.

“……세아야. 저분, 메신저님이잖아?”

성지아의 반응은 예상과는 영 달랐다.

“엥? 그게 무슨 소리야?”

“후우…… 너, 좀 쉬어야겠다. 불가사리 형태를 보고 지한이라고 하다니…… 워싱턴에서 힘들었구나?”

“아, 아니. 엄마! 뭔 불가사리야…… 아? 삼촌. 이게 설마.”

“그래, 환염의 효과지.”

스스스…….

성지한의 눈이 한 번 다시 붉게 번뜩이자.

성지아가 입을 크게 벌렸다.

“……어?”

“오랜만이네, 누나.”

“서, 설마 지한이니?”

“어, 나 왔어.”

“너 진짜……!”

와락!

성지한을 보자마자, 그에게 달려드는 성지아.

그녀는 성지한을 붙잡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모, 몸은 괜찮아?”

“나보다 건강한 인간은 이 세상에 없을걸.”

“다행이네. 여전하구나…….”

눈물을 글썽이며 성지한을 바라보던 그녀는.

그를 안아 등을 두드려 주었다.

“잘…… 돌아왔어. 지한아.”

“응.”

성지한은 그녀의 등을 마주 두드리며, 씩 웃었다.

윤세아에 이어 성지아까지 만나고 나니, 확실히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석상이 아니어서 좋네. 열쇠 드디어 쓴 거야?”

“아, 응. 열쇠 사용해서…….”

성지아는 윤세아 쪽을 바라보았다.

“내 공허의 힘을 세아한테 다 넘겼어.”

“세아한테?”

“응, 워싱턴 탐색한다고 해서.”

삼촌을 찾기 위해, 힘을 있는 대로 다 끌어모았던 건가.

어쩐지 지닌 공허의 기운이 상당하더라니.

“그럼 공허의 성좌는…….”

“그것도 끝났어. 이젠 그냥 인간이야. 공허 소속의.”

성지한은 그 말에 짙게 미소를 지었다.

공허 소속인 건 좀 그렇지만.

“잘됐네.”

누나가 인간으로 돌아온 건, 환영할 만한 일이었으니까.

성씨 남매는, 그렇게 5년 만에 재회했다.

* * *

“엄마,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새벽 2신데.”

“국가대표팀 회식이 이제 끝났거든.”

“……엄마, 대표야?”

“우리 딸이 나보고 유명해지라며? 지한이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그러긴 했지만…….”

국가대표라니.

그럼 예전처럼, 서포터로 다시 나오는 건가?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할 때.

부르르르.

성지아의 핸드폰이 진동하더니, 액정 위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지아야. 잘 들어갔어? 오늘 일, 미안해.

발신인이 ‘윤세진’으로 뜨는 메시지.

윤세아는 그걸 보곤,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어.”

“아니, 이혼한 전 남편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은.”

“에이, 무슨 일 있네. 대체 뭔데?”

윤세아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묻자, 성지아는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대표팀에 새로 뽑힌 하프 엘프 여자애가 네 아빠한테 들이대다가, 나한테 술주정 부렸어.”

“술주정?”

“어, 아줌마 이혼했으면 그만 이 사람한테 알짱대라고. 왜 자꾸 새로운 사람 못 만나게 하냐고.”

“……엄마, 아빠한테 알짱댔어?”

“미쳤니? 오히려 반대야. 니 아빠 그 말 듣고 열 받아서 하프 엘프 뺨 때리고 회식 자리 난장판 됐지.”

그러면서 성지아는 인터넷 포탈 사이트를 켰다.

“다행히 아직은 기사화는 안 됐네…… 내일 기사 나올 수도 있어.”

“와, 미쳤다…… 어떻게 우리 오는 날 그런 일이 터져?”

“그러게. 오늘 기분도 안 좋았는데, 우리 동생 와서 다행히 마지막이 해피 엔딩으로 끝났네.”

그러면서 성지아가 미소를 짓자.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근데 세진 형은 이혼했는데도 누나한테 들이대고 있어?”

“음…… 아니, 그냥 세아 소식 묻는 정도야.”

“세아 소식?”

“응, 세아도 사람들에게서 잊혔지만…… 그 사람 기억엔 남아 있거든.”

“세아……? 세아는 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기록말살형은 성지한 자신만 당한 거 아니었나.

그가 윤세아를 바라보자,

그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 사람들이 삼촌 기록말살 하면서까지 살아남겠다기에, 짜증 나서 세계수 연합에게 내 기록도 지우라고 했어.”

“……그게 되냐?”

“저기서도 뭐, 내가 사라져 준다니까 반기던데? 워싱턴 뒤지는 것도 얼마든지 하라고 했고.”

하긴.

윤세아가 될 아레나의 주인은 공허 측 최고위 서열이니.

세계수 연합 쪽에서도, 굳이 부딪치려 하지 않았나 보네.

“그래서 엄마한테 공허의 힘을 양도받고, 워싱턴을 계속 뒤졌지.”

“그래. 2년 동안 연락도 하나 없더라 정말.”

“헤헤. 워낙 탐색에 집중하느라…….”

윤세아가 그리 대답하며 머리를 긁적이자.

성지한은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그럼 누나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거네.”

“응. 내 정보도 많이 왜곡되어 있긴 하지만.”

“어떻게?”

“동생의 존재는 사라졌고. 딸인 세아도 세계수 연합에 유학 간 거로 돼 있어.”

“거기로 유학도 가?”

“응, 간혹 있더라? 물론 진짜 ‘유학’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5년 만에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아까부터 궁금했던 걸 물어보았다.

“근데 남자 하프 엘프는 뭐야? 왜 나랑 비슷하게 생겼지?”

“아, 그거…… 봤니? 나도 깜짝 놀랐어. 1년 전부터 하프 엘프 시험에서 남자 개체가 나왔다던데…… 너랑 묘하게 닮았지 뭐니.”

“진짜 삼촌 닮았어? 남자 하프 엘프가?”

“응, 봐 봐.”

성지아가 그 자리에서 남자 하프 엘프를 검색하자, 지한과 묘하게 닮은 귀가 긴 남자들의 사진이 주르륵 떴다.

“이게 남자 하프 엘프야? 삼촌이 더 잘생겼는데?”

“그렇지만 지한이 느낌은 있지?”

“으…… 그렇긴 하다? 머리 색은 왜 저래? 하늘색 완전 이상한데.”

“저 염색 정도에 따라, 하프 엘프의 능력이 판명된대. 최고 기록은 25%라던데.”

25%가 최고 기록이라.

그럼 아까 10% 나온 사람은 꽤 인재였던 건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성지아에게 계속 질문했다.

“저 남자 하프 엘프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야?”

“예전에 배틀넷 리그 튜토리얼 기억나?”

“응, 나 때는 서바이벌이었지.”

동방삭의 붓으로 무력을 각성하고, 플레이어들을 학살하며 시작했던 튜토리얼.

성지한이 회귀했을 때를 떠올리며 그리 답하자, 성지아가 말했다.

“그게 지금은, ‘적성시험’으로 대체되었어.”

“적성시험?”

“응. 신규 플레이어가 얼마나 하프 엘프에 걸맞냐를 측정하는 시험이야.”

하프 엘프가 어디서 튀어나오나 했더니, 그 적성시험에서 나온 결과였던 건가.

“2년 전부터 시작된 적성시험에서는, 원래 우리가 흔히 아는 여성 타입 하프 엘프만 나왔거든.”

“그럼 여자만 하프 엘프가 될 수 있었던 건가?”

“응, 그래서 여성 플레이어들의 가치가 올라갔었지. 작년까지만 해도.”

“근데, 하프 엘프 되면 뭐가 좋아?”

“어…… 일반 플레이어에 비해, 뭐든 5배 정도 더 좋다고 들었어. 경험치 획득이나, 추가 능력 면에서.”

뭐든 5배라니.

과연 하프 엘프가 떴을 때, 사람들이 그렇게 우러러보는 이유를 알 만했다.

5배면 아무리 후발 주자라 해도, 선발대를 금방 따라잡을 테니까.

“근데 남자 하프 엘프는 그거보다 더 좋나?”

“응. 남자는…… 10배랬나? 거기에 세계수 연합에서 특별 관리가 들어가거든.”

“그래?”

보상 10배도 물론 상당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무래도 세계수 연합의 ‘특별 관리’인 것 같았다.

‘한번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는데.’

성지한은 현 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식민지가 된 지구는, 겉보기엔 평화로웠지만.

하프 엘프, 특히 자신을 닮은 남자 하프 엘프의 존재는 매우 수상쩍었다.

‘청홍靑紅이 있는 이상, 이들을 상대할 힘 자체는 충분하지만.’

헤븐넷을 봉인한 청홍.

이에 담긴 힘은, 절대적이었다.

이 검을 제대로 쓰기만 하면.

저 달빛에 퍼져 나가는 세계수의 환영 따위, 한 번에 사라지겠지.

하지만.

‘적이 누군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힘을 아껴야지.’

흑색, 백색, 녹색의 관리자.

세 관리자 중, 누가 확실히 우군이고 누가 적인지 판명되기 전까지는.

함부로 청홍의 힘을 낭비할 순 없었다.

‘뭐 녹색이야 지금 보면, 확실히 적인 거 같지만.’

얘한테 괜히 힘 다 썼다가, 상시 관리자들한테 뒤통수를 맞아서야 안 되겠지.

성지한은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세아, 너 아직 소드 팰리스 건물주야?”

“아, 이 건물? 엄마 거야. 내 기록을 지우기 전에 엄마 명의로 넘겼거든.”

“그래? 그럼 누나. 나 방 하나만 마련해 줘. 나가 살게.”

“방? 왜? 여기 계속 살면 되잖아?”

성지한의 말에 윤세아가 깜짝 놀라 그를 만류했지만.

“여기 살면, 새로운 신분으로 활동하는 데 걸리는 게 많아.”

그는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새로운 신분…….”

“어, 남자 하프 엘프 되려면 튜토리얼 봐야 한다며.”

“응. 적성시험 봐야 가능해.”

“나, 그거 보게.”

“삼촌…… 하프 엘프 되려고?”

“어.”

윤세아의 물음에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선, 그 내부로 들어가는 게 가장 빠르지.”

지이이잉…….

성지한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접속이 금지된 플레이어입니다.]

현 시스템, 배틀넷에선 접속을 허용하지 않는 성지한.

하지만.

적색권능赤色權能

환염幻燄

화르르륵……!

성지한의 손끝에서 불꽃이 피어오르자.

시스템 창 전체가 타오르며, 거기서 붉은 글씨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스템 우회에 성공합니다.]

[새로운 프로필을 만드시겠습니까?]

[관리자가 주목하고 있는 세계입니다. 감지를 피하기 위해, 보다 많은 권능이 필요합니다.]

[스탯 ‘적’이 300 소모됩니다.]

‘300이라.’

새로운 위장 신분을 만드는 거 치곤, 꽤 능력 소모가 많군.

하지만.

‘그러니까 더욱 써야지.’

성지한은 망설임 없이, 적을 투자했다.

그러자.

스스스…….

상태창이, 새로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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