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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516화 (51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16화〉 

갑작스럽게 발생된 배틀넷 접속 해제. 

전 인류에게 적용된 이것의 여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 가고 있었다. 

-아니…… 자고 일어났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내 레벨 어디 갔어 ㅠㅠ 겨우 골드 리그로 올라왔는데!! 

-지금 레벨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버지가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시는데요…… 겨우 퇴원하셨는데……. 

-최하급 종족으로 돌아오니까 역체감 엄청나네; 

최하급 종족 시절로 다시 돌아온 사람들. 

이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현실에서 바로 체감이 되었다. 

특히 중병을 앓던 가족들이 건강을 되찾고 퇴원했던 집에서는.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적잖은 수가 다시 재발된 병을 보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배틀넷을 탈퇴하면 안 됐어…….

-예전처럼은 못 살겠는데 진짜. 

-아, 어떻게 해야 다시 돌아가는 거지? 

그렇게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예전처럼 작동하는 건, 배틀 튜브였다. 

다만. 

-그림자여왕 채널 배고는 다 꺼지고 있네……. 

-이리로 모이라는 건가? 

-그림자여왕도 한패였음? 

-모르겠네; 상황이 급변해서……. 

다른 채널의 생중계는 모두 꺼져 가고. 

단 하나, 그림자여왕의 채널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거, 시청자 신기록은 세웠는데…… 적색의 관리자 눈알이 걸리네.” 

그림자여왕이 자신의 채널 테두리를 보며, 미간을 찌푸릴 즈음. 

저벅. 저벅. 

윤세아와 성지아가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여왕님, 적색의 관리자가 이용하게 놔두느니 채널 닫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안 꺼져.” 

[진짜? 

시청자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고?] 

“아, 진짜라니까? 애초에 지금 인류는 배틀튜브에서 허수 취급이야. 1000억 모여도 GP 안 준다고.” 

-헐 그러고 보니 내 GP는 어떻게 된 거야!! 

-시스템도 안 열리는데 GP라고 있겠냐. 

-와, 어제 1억 환전했는데 개망했다…… —— 

-돈도 건강도 다 잃었네 하……. 

-아니 나 부모님한테 등록금 GP로 전달받았는데;; 달러로 바꿔 줘야지 이건! 

배틀넷 접속 해제로, GP마저 모두 증발하자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이 잠깐의 시간 동안, 잃은 게 많아도 너무 많았으니까. 

그리고 이런 이들을 향해. 

그림자여왕 채널 아래, 불쑥 튀어나온 붉은 눈이 말을 걸었다. 

[인류여, 잃은 것을 되찾고 싶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운을 땐 적색의 관리자는. 

그림자여 왕에게로 다가오는 윤세아를 확대했다. 

[그러기 위해선, 그녀가 필요하다.] 

“아니…… 왜 절 확대하죠?” 

윤세아가 화면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릴 때. 

그녀의 옆에서, 불가사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적색의 관리자시여, 지금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겁니까?] 

[보면 알지 않는가. 공허의 메신저여.] 

[이번 사태, 흑색의 관리자께 벌써 보고했습니다. 그분께서는 절대 이를 좌시하지 않으실 겁니다.] 

[후후……..] 

흑색의 관리자가 곧 개입할 거라는 이야기에도, 웃음만 내는 적색의 관리자. 

[지구와 인류는 이제, 배틀넷에 속한 세계가 아니다. 공허는 즉각 개입이 불가능하지.] 

[하지만 당신이 개입해서 일어난 문제라면 다릅니다. 비상사태 때는 저희도 개입 권한이 있습니다.] 

[그런가? 그런데 왜 오지 않지?] 

붉은 눈의 반문어1, 메신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말을 이어 갔다. 

[통신이 두절되었군요…… 설마, 백색의 관리자께서도 이 일에 개입하신 겁니까?] 

[글세, 나는 잘 모르겠군?] 

[……어쩐지. 이렇게 일을 벌이는 이유가 있었군요.]

스스스…….

불가사리가 커지며, 윤세아의 앞을 막아서자. 

적색의 관리자가 말했다. 

[굳이 막을 필욘 없다. 그녀를 직접 건들 생각은 없으니까. 자신이 스스로 모자를 벗는다면 모를까.] 

“내가 이걸 왜 벗어?” 

윤세아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자. 

지이이잉…….  

그녀의 앞에 화면이 무수하게 뜨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종이 갑작스레 최하급으로 떨어지며 아비규환에 놓인 사람들의 장면이 떠올랐다. 

-와 상황 심각하구나…… 쓰러지고, 피 토하고. 

-응급실 전화 안 받는다더니 이유가 있었네…….  

-억, 뭐야 저거…… 저 사람 미국의 올리버 아니야? 왜 자살함? 

-자살한 게 아니라 하늘에 플라이 마법 쓰면서 다니다가 추락했대; 

-헐 대형사고네 ㄷㄷ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긴급 상황. 

화면 속 장면에는, 플레이어들이 능력을 과신하다가 터진 사고도 여럿 있었다. 

그리고 이 화면 속에서, 적색의 관리자가 말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되었는데, 아레나의 주인으로 계속 있을 셈이냐?] 

“이거 당신이 한 거잖아.” 

[너는 이들을 도울 수 있지.] 

“당신의 뭘 믿고?” 

윤세아의 단호한 대답에, 적색의 관리자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후후…… 역시 그렇게 나오는가. 인류여, 1명이 희생했다면 60억이 다시 풍요로워졌을 텐데. 본인이 단호하게 거부하는구나.] 

-아니 누가 저 말을 따라 一一

-ㄹㅇ 애초에 문제를 이렇게 만든 게 적색의 관리자잖아; 

-그래도 협조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사람들 상황이 저런데. 

-?? 저놈 어케 믿고 윤세아보고 희생하라 그래요. 

-혹시 모르잖음……. 

윤세아가 거부한 걸 보고 사람들의 반응이 갈리는 사이. 

번쩍! 

채널화면 아래, 붉은 눈이 크게 번쩍였다. 

[그럼에도 나는, 너희에게 기회를 주겠다.] 

그리고. 

화면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눈. 

-ㅎㄷㄷㄷ 뭐야 이 눈깔 실제로 튀어나왔어!! 

-아, 개 징그럽네 진짜. 

-어우 만질 뻔; 

-저 이미 만졌어요 어떻게 하죠 ㅠㅠ? 

채널 화면 아래에, 실제로 튀어나온 붉은 눈을 보고 사람들은 처음엔 기겁했지만. 

[1억명.] 

거기서 실제로 나오는 적색의 관리자의 목소리에. 

[선착순으로 이 눈을 만진 1억명의 인간에게, 원래 누리던 것을 돌려주겠다.] 

급격하게 빠져 들어갔다. 

-아니, 뭔 개소리야…… 이게 —— 

-이걸 누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ㄹㅇ; 개 징그럽구만. 

-여러분 절대 누르지 마세요 이거! 

그림자여왕의 채팅창에서는, 사람들이 이 눈을 누르지 말자고 말했지만. 

스스스스……. 

눈 옆에 숫자가 뜨더니. 

카운트가 빠르게 을라가기 시작했다. 

[벌써, 백만이 넘었구나.] 

그러면서 새로이 떠오르는 화면. 

거기서는, 쓰러졌던 사람들이 몸을 금방 일으키고. 

플레이어들이 다시 능력을 되찾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특히. 

[오…… 돼, 됐다. 상태창. 상태창! 다시 2개가 뜨는구나……!]

퀭한 얼굴의 배런이, 상태창을 2개 띄우면서 얼굴색이 순식간에 밝아지는 모습이 나오자. 

-어…… 진짜 되나 본데? 

-배런 얼굴빛 좋아진 거 봐; 

-아 나도 GP 10억 넘게 환전해 놨는데…… ㅅㅂ 누른다 강! 

-야, 누르고 나니까 진짜 예전처럼 돌아왔어! 

카운트 수 늘어나는 게,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100만이 천만. 

천만이 또 3천만까지 가자. 

-아니 재들 왜 저래? 적색을 어떻게 믿어? 

-다 죽어 가는데 이거라도 눌러야지 어떻게 함; 

-전 재산 GP로 바꿔 놓은 사람들은 누르는 수밖에…….  

-쓰러졌던 아버지 앞에 화면이 떠서, 내가 눈알 터치해 주니 원래대로 돌아오셨음……. 사람들의 동요도 덩달아 심해졌다. 

적색의 관리자가 이 문제를 야기한 원인이고. 

그의 제안이 수상쩍다는 건, 어린아이라도 눈치챌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당장 상황이 급한 사람들에겐, 아무리 썩은 동아줄이라고 해도. 

붙잡아야 했으니까. 

그렇게, 카운트가 빠르게 늘어 1억에 도달하자. 

[되었다.] 

쑤욱……. 

화면에 튀어나왔던 붉은 눈이 다시 들어갔다. 

* * * 

-아, 아직 안 눌렀는데……! 

-또 고민하다가 기회 놓쳤네 ㅠㅠㅠㅠ

-한 번 더 안 될까요…….  

-아니 이걸 왜 눌러 미친놈들아; 

-성지한 님 돌아올 때까지만 좀 기다리면 되는데 —— 

적색의 관리자가 기회를 거둬들이자, 난리가 난 채팅창. 

제발 다시 기회를 달라는 쪽과, 이걸 누르면 어떻게 하냐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효과를 본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런가. 

처음과는 달리, 여론이 반반이 되어 있는 상황. 

‘일을 이렇게 만든 게 적색의 관리자인데…… 사람들은 금방 저쪽에 붙는구나.’ 

윤세아가 차가운 눈으로 그런 여론을 지켜보는 사이. 

[잘 눌러 주었다.] 

적색의 관리자의 눈이 윤세아의 앞에, 불쑥 튀어나왔다. 

[그릇이여. 너는 아직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인가?] 

“뭐, 너한테 협조할 생각?” 

[그렇다.] 

윤세아는 그 물음에 굳이 대답하지 않고, 손에 공허의 기운을 일으켰다. 

그러자 거기에서 금방 생성되는, 보랏빛의 화살. 

슉! 

화살이 날아, 붉은 눈을 관통하자. 

[대답은 잘 들었다…… 그러면 그릇은, 새로 만들도록 하지.] 

파아아앗! 

꿰뚫린 눈이 사라지더니. 

한순간에, 밖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어, 집 밖이……!” 

윤세아 일행이 거실의 창가를 바라보자. 

거기엔 붉은빛을 띈 얼굴과 눈이, 창문을 통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순식간에 거인의 형태로 변한 적색의 관리자는. 

얼굴이 소드 펠리스 빌딩의 옥상까지 닿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이 건물…… 청색의 관리자가 머물던 집이기도 했지.] 

[그가 나를 꽤 고생시켰으니, 이 건물 전체를 내 새로운 그릇으로 탈바꿈하겠다.] 

소드 펠리스 빌딩을 그릇으로 바꾼다고? 

윤세아는 거대화한 적색의 관리자가 건물로 손을 뻗어 오는 걸 보곤, 공허의 화살로 저항을 해 보았지만. 

[그 정도로는, 1억이 바친 힘을 거스를 수 없다.] 

펑! 펑! 

보이드 애로우는 적색의 관리자에 닿지 못한 채 허공에서 폭발했다. 

스스스스…….

그리고 그의 손이 소드 펠리스에 닿자. 

유리창부터, 빌딩이 빠르게 붉어지기 시작했다. 

-1억이 바친 힘이라니……. 

-아 진짜 누르지 말라니까 —— 저놈 힘만 세졌잖아.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럼 어쩌냐…….

-어차피 이제 끝났어; 성지한은 보이지도 않고, 연락 두절이잖아…… 빨리 또 다른 대세에 줄 서는 게 낫지 

-ㄹㅇ 성지한 어디서 뭐 함……. 

-무신 잡으러 갔다가 본진 털린 거지. 

그렇게 눈을 누른 결과, 적색의 관리자의 힘을 증폭시켰단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는 사람들. 

오히려 성지한 탓까지 하는 여론을 보고 윤세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청색의 거점을, 적색으로 물들인다…… 명계의 완성 이후, 이렇게 기쁜 적은 오랜만이구나.] 

"……삼촌은, 어디 있지?” 

[궁금하느냐?] 

윤세아의 물음에. 

지이이잉……! 

친절하게 화면을 띄워 주는 적색의 관리자. 

화면에서는 은하검흔으로 인해, 반으로 갈라진 투성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그는 투성을 반으로 갈랐지만, 이 안에 갇혔다.] 

그의 말과 함께 확대되는 화면. 

거기선 눈을 감고 있는 성지한이 보였다. 

다만. 

그를 실질적으로 가두었던 빛의 장막은, 어째서인지 화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너희의 관리자는 이제 봉인될 것이다. 그러니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지배자를 맞이하라.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슉……! 

그 말을 끝으로, 또다시 튀어나오는 붉은 눈.

1억명을 모집했던 카운트는. 

이제 2억으로 목표 수치가 늘어 있었다. 

-아, 성지한 진짜 갇힌 거야……. 

-겉으로 보기엔 별로 안 위험해 보이는데. 

-하지만 무신 이미 처리한 거 같은데 왜 아직까지 귀환 안 해? 갇힌 거 맞지 않아? 

-아, 근데 2억으로 카운트 늘었네…… 진짜 눌러야 하나; 

-난 오히려 성지한님 살아 계시는 거 보니까 더 누르면 안 될 거 같은데 

-조금만 더 버텨 볼까…….  

-근데 버티기엔 벌써 1억 2천만임 ——;;

성지한이 갇힌 걸 보곤, 이젠 안 되겠다고 직감한 것인가. 

눈을 누른 인원은 순식간에 2천만이 추가되어 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목표 2억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달하겠지. 

[왜 못 나오시는지 모르겠군요…… 분명, 무신은 사라졌는데.] 

메신저가 그 화면을 보고 의아한 듯 말을 할 때. 

성지한의 뒤에서, 태극이 떠오른다 싶더니. 

그의 몸이 검에 빨려 들어간 상태로. 

태극마검이 은하검흔을 따라 쭉 뻗어 나갔다. 

[흐음. 쓸데없는 짓을…….] 

그걸 보고, 적색의 관리자가 비웃음을 흘렸지만. 

파아아앗! 

암검이 허공을 꿰뚫자. 

번쩍……! 

화면상 어두워만 보였던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빛의 장막이 드러났다. 

[이, 이건. 빛의 장막……!]

“그게 뭔데요?” 

[백색의 관리자의 절대권능입니다. 저걸 펼쳐서, 청색의 관리자를 봉인하려 했다니. 이건 백색이 이번 일에 개입했다는 실제 증거가 되겠군요!] 

파직. 파직. 

메신저가 화면에 촉수를 뻗으며, 신나게 주절거리는 사이. 

[아니! 저게, 어떻게 뚫린단 말이냐…….] 

적색의 관리자는 그답지 않게 당황한 목소리를 내며, 화면을 급히 꼈다. 

성지한이 투성에 수감된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는데. 

하필, 탈출하는 모습을 생중계해 버린 꼴이 되었으니까. 

[이렇게 되면 무리를 해서라도……!] 

화르르륵……. 

성지한의 탈출을 본 적색의 관리자가. 

몸에서 불꽃을 일으킨 채로, 건물을 명계의 그릇으로 뒤바꾸려 했지만. 

치이이익……! 

그가 본격적으로 일을 진행하기도 전에. 

그의 머리와 몸통이, 세로로 쪼개졌다. 

[이건…….] 

목소리가 깨져 나오는 적색의 관리자. 

그의 눈동자가, 데구루루 구르더니 아래를 향했다. 

그러자 거기엔. 

화면에서 보였던, 흑색의 태극마검이.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는 듯 도로 위에 꽂혀 있었다. 

그리고. 

“좀 늦었군.” 

그 검에서, 성지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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