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503화 (50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03화>

공허의 수련장 안.

[스탯 ‘주화입마’가 ‘청’으로 일부 흡수됩니다.]

[스탯 ‘청’이 50 오릅니다.]

성지한은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청과 무혼의 합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방삭 덕을 크게 보는군.’

시작부터 동방삭이 스타트를 끊더니.

마무리도 이종무해를 통해서 배우게 되네.

사실, 스탯 청은 성지한의 능력이니만큼.

여유가 되면 이렇게 동방삭의 깨달음을 빌리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수련을 통해 합일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투성에서 존재를 드러낸, 적색의 관리자.

거기에 이번엔 윤세아도 공허의 사도가 된 후부터 행동이 심상치 않아졌다.

수련장의 시간 배율이 5배라고 해도.

여기서 나만의 깨달음을 추구하기에는, 그렇게 여유가 많지 않았다.

‘스탯 주화입마를 모두 흡수하면, 그때서야 완성이 되겠네.’

현재 주화입마의 수치는 200.

무혼이 뒤바뀐 주화입마는, 예전에 비해 반 이상 줄어 버렸지만.

그 대신 스탯 청이 700에 도달한 상태였다.

‘동방삭과 싸울 때에 비하면, 한 80퍼센트 정도는 회복한 거 같네.’

이제 저 300만 청으로 흡수하고 나면, 그때보다 더 강해질지 모른다.

그러면 무신을 확실히 잡을 수 있겠지.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동방삭과 관련된 시뮬레이션을 지켜보았다.

좀 전까진, 이종무해로 많은 깨달음을 안겨 주었던 동방삭의 무였지만.

‘이제 진도가 막혔네.’

주화입마가 200까지 줄어들고 나니까, 동방삭의 전투 장면을 봐도 이종무해가 발동하질 않았다.

뽑아 먹을 만큼, 뽑아 먹었다 이건가.

‘음…… 영감님 신세 많이 지긴 했지.’

무혼이 있을 때는 무혼으로 무공 많이 얻어 가고.

청과 결합할 땐 관리자 권한으로 또 가져가고.

성지한의 초고속 성장에는, 동방삭이 끼친 영향이 매우 컸다.

그러니까 몇 년 만에 관리자 자리까지 간 것 아니겠나.

하나.

아무리 동방삭이 무에 있어선 독보적인 천재라 해도, 이렇게까지 얻어 갔으니.

이제는 아무리 그의 무공을 보아도 이종무해가 발동하질 않았다.

‘아쉽네.’

주화입마 200만 줄이면, 딱 합일이 될 거 같은데.

이제, 맨땅에 다시 기약 없는 수련을 해야 하나?

성지한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 무의 재능도, 객관적으로 보면 좋은 편이지만…… 동방삭처럼 인류의 범주를 넘을 정도는 아니야.’

회귀 전에도, 인류 최고의 전사였던 성지한.

비록 그때 전체 랭킹은 7위였지만, 국가 보너스 제외하고 보면 미국의 핵심 배런보다도 강하다고 평가받았다.

그때를 떠올려 보면, 확실히 성지한은 인간 범주에서 가장 재능 있는 무인 중 하나였지만.

그 재능은 어디까지나 최하급 종족이었던 인류 내에서 한정된 것.

‘지금 내 재능으로는, 청과 무혼을 합치는 거 우직하게 수련하면 적어도 5년은 걸릴 거 같은데.’

동방삭이야 거의 다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그건 그 양반 기준이고.

성지한은 자기 재능으론, 대략 5년.

그 이상도 충분히 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도 주화입마 능력을 흡수하면서, 얼마 걸릴 지 사이즈가 나온 거지…… 그 전엔 얼마 걸릴지도 몰랐어.’

이종무해로 능력을 흡수하기 전까지는, 얼마 걸릴지 그 자체도 알지 못했다.

무혼의 잔재를 흡수하면서 무의 재능 또한 늘어났으니 대강 감이 온 거지.

우직하게 수련하면, 5년.

공허의 수련장이 있으니 실질 시간은 1년이 필요하겠지만…….

‘이건, 옛날 방식이지.’

지름길을 찾을 수 있는데, 돌아갈 필요는 없지.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종무해를 써먹기 위해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하나.

‘다른 인류 플레이어에겐 배울 게 없군.’

동방삭에게 워낙 많은 걸 흡수해서 그런지.

다른 인류의 무인에게는, 이종무해가 효과를 보이질 못했다.

이러면 아예 새로운 종족 영상이라도 찾아야 하나.

성지한이 그렇게 이 능력을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이종무해異種武解의 특성이 발동합니다.]

그가 여러 개 틀어 놓은 시뮬레이션 중 하나에서, 이종무해가 발동했다.

인류 중에, 동방삭을 제외하고 이걸 발동시킬 만한 인재가 있었나?

그는 그리 생각하며 시뮬레이션을 보았고.

“아, 그래. 그가 있었지.”

그의 이종무해를 자극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바로 아소카.

스탯 청의 기반을 마련하고, 금륜적보를 물려주었던 그라면.

충분히 이종무해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지.

‘인류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두 사람에게, 최대한 얻어 간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이번에는 아소카 특집으로 시뮬레이션을 재생했다.

그가 금륜적보를 꺼내 들 때마다, 발동되는 이종무해.

시간을 되돌리는 그의 권능은, 현재의 성지한에게도 충분한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을 둘러봤을까.

‘……뭔가, 알 것도 같은데.’

성지한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하나의 용어로 개념화는 하지 못하겠지만.

아소카의 권능에 대해, 무의식적인 감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수백, 수천 번을 시뮬레이션 돌리자.

[스탯 ‘청’의 기능이 확장됩니다.]

청과 관련된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면서.

스으으으…….

얼굴에서 범람하던 공허를 막던, 청의 경계에서.

부서진 균열이, 조금이지만 수복되기 시작했다.

‘이건…….’

그간 알아내려고 해도, 알아내지 못했던 청의 수복기능.

이와 관련된 실마리를, 아소카를 관찰하면서 찾아낸 것이다.

‘회복이 되는군.’

부서진 얼굴 부위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청이 움직이며 외곽의 파손된 부위를 재생해 주었다.

정확히는 재생이 아니라.

부서지기 전의 때, 과거로 돌아가게 해 준 것이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군.’

청의 수복 능력은 아직 형편없어서.

공허의 범람에서 얼굴을 원래대로 회복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다만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뿐이지.

지금은 윤세아가 공허를 흡수해 주거나, 적색의 세계수에서 얻은 힘으로 재생하는 게 훨씬 효율이 좋았다.

하나 지금은 수복 능력의 실마리를 잡았을 뿐이니.

이걸 더 발전시키면, 언젠간 이 균열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도 있겠지.

성지한이 그렇게 청의 발전상을 보면서, 미소 짓고 있을 때.

지이이잉……!

수련장의 위편에서 보랏빛 포탈이 생기더니.

“삼촌!”

윤세아와 메신저가 동시에 이 안으로 들어왔다.

*   *   *

“삼촌…… 공허. 한 번 흡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제 곧 무너질 거 같은데.”

수련장 안으로 들어온 윤세아는, 성지한을 보자마자 공허부터 신경 썼다.

동방삭에 이어, 아소카의 것까지 배우느라 공허를 범람시킨 성지한은.

이제 금방이라도 공허에 잠식될 위험에 처해 있었다.

비록 청의 수복 능력을 깨우쳐서, 이걸 막아 내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은 이 능력이 시작 단계니, 세아 신세 좀 져야겠네.’

성지한은 금방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상황을 파악한 후, 윤세아에게 부탁했다.

“그래. 한번 처리해 줘.”

“응!”

성지한의 말에 기쁜 듯 웃으며, 그에게 다가오는 윤세아.

슈우우우…….

그녀가 공허를 흡수하기 시작하자, 파손되었던 얼굴 부위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청의 수복까지, 같이 쓸 수 있나?’

현재 부서진 얼굴을 재생해 주는 건, 영원의 힘.

성지한은 여기에 청의 수복까지 곁들여 써 보기로 했다.

그러자.

스으으으…….

영원으로만 회복할 때보다, 재생속도가 두 배는 빨라졌다.

“어, 삼촌…… 예전보다 회복이 훨씬 빠르네?”

“수련의 성과지.”

“이야, 시뮬레이션만 보는 거 같았는데…… 다 수련을 하고 있었구나?”

“넌 그걸 또 보고 있었냐? 어째 누나 같다?”

“엄마?”

“누나도 옛날에 나 공부하는지 안 하는지 맨날 감시했거든.”

“삼촌, 옛날에 공부 참 안 하긴 했지…….”

“애기 때 봐놓은 걸 기억하네. 그런 건 좀 잊어라.”

고등학생 시절까지 기억하는 윤세아를 보고, 성지한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을 때.

[청색의 관리자시여.]

그를 향해 메신저가 용건을 꺼냈다.

[흑색의 관리자께서 저번 문의 내용에 대해 답하셨습니다.]

“그래. 뭐라시냐?”

[투성의 조사는, 백색께서 담당했지만…… 적색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발견을 못 해?”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흑백의 관리자.

배틀넷의 신처럼 굴더니, 은근 뭐 할 줄 아는 게 없단 말이야.

‘아니면, 발견을 일부러 안 한 거일지도 모르고.’

적색의 관리자가 거론했던 ‘위대한 후원자’.

그를 후원할 정도의 존재는, 흑백의 관리자 정도밖에 없었다.

이걸 감안하면, 범인의 동조자에게 범인 찾기 협조하라고 한 거나 다름없나.

그때.

[다만…… 흑색의 관리자께서는, 이 조사 결과에 의문을 품고 따로 알아보고 계십니다.]

“그래? 흑색께서 위대한 후원자는 아니고?”

[결단코 아닙니다. 적색의 관리자가 만들려는 명계는, ‘공허’의 영역을 크게 침범하는 것이니. 흑색의 관리자께서는 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대처하려 하십니다.]

스으으윽.

그러면서 불가사리는 윤세아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래서, 흑색의 관리자께서는 이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아레나의 주인’의 상징도 윤세아 님 머리 위에 놔두자고 하십니다.]

“저거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

[백색의 관리자가 만약 적색의 관리자를 후원하는 거라면, 여기도 직접적으로 원조해 줄 루트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성지한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도와줄 거면 그냥 도와주면 되지.

왜 굳이 윤세아한테 모자 씌울 필요가 있나?

이건 그냥 핑계고.

“어쨌든 공허의 사도 취소는 안 된다 이거잖아.”

[……그렇습니다.]

“흑색의 뜻은, 잘 알겠다.”

저쪽에서 그렇게 나오면, 여기서 저 모자를 부숴 버리는 수밖에 없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대신, 무신이랑 적색의 관리자 없애고 나면. 그땐 저거 내가 치워 버린다고 전해. 문제 해결할 때까지라 했으니, 그쪽도 동의하는 거지?”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알겠다. 가 봐.”

[예, 다음에 뵙겠습니다.]

휙휙.

성지한의 손짓에, 물러나는 메신저.

결국 그가 가져온 소식은, 모두 부정적인 결과였다.

투성에는 적색의 관리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윤세아의 모자는 아직 회수할 수 없다였으니.

물론 백색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부연 설명이 있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흑과 백 둘 다 신뢰할 수가 없지.’

결국은, 내 힘으로 이겨 내야겠네.

성지한은 그리 다짐하면서, 윤세아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수련만 다 마치면, 그 모자 꼭 부숴 버릴 테니까.”

“아…… 내 눈엔 안 보이는 모자?”

“어. 삼촌 힘이 부족해서, 지금 당장은 수련실을 써야 하거든.”

“……꼭 안 부숴도 되는데.”

“뭐?”

성지한이 윤세아의 말을 듣고, 심각한 목소리로 반문하자.

“아, 아니야. 헤헤. 알았어! 빨리 수련 끝내고 나와! 난 밖에 있을게!”

윤세아는 얼른 손을 흔들곤 밖으로 나갔다.

‘……진짜 빨리 완성하고 나가서, 부숴 버려야겠는데.’

저놈의 모자가 생긴 후부터, 애가 이상해졌단 말이지.

공허의 사도가 된 후 얻은 엄청난 힘.

거기에 조카가 더 매료되기 전에, 빨리 해결을 봐야겠어.

그렇게 성지한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려 할 때.

지이이잉…….

그의 눈앞에.

이때까지와는 다른 배경색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백색.”

[백색의 관리자가 당신에게 공허를 조심하라고 충고합니다.]

언제는 흑백 흑백 하면서 붙어 다니더니.

요즘은 둘이서 아주 쌍으로 난리네.

“뭘 조심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말을 해 줘야 알지 않겠습니까?”

성지한은 백색의 메시지를 보면서 그리 반문하자.

[백색의 관리자가 공허에 파묻힌 당신에겐 지금 이야기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가 대신, ‘스타 버프’를 업그레이드해 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니, 여기서 갑자기 업그레이드를 해 준다고?’

이유는 말 안 해 주면서, 저 혼자 충고하더니.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니까, 대신 버프 업그레이드를 해 준다고?

‘이건 수상해도 너무나 수상한데.’

성지한은 백색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려고 했지만.

“……음.”

추후 올라오는 메시지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얘는 뭐 이리 퍼줘?’

백색이 제시한 업그레이드는.

단칼에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으니까.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