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501화 (50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01화>

스페이스 리그 경기 당일.

=오늘 경기, 상대는 ‘우르크’입니다.

=이제 한팀 씩 다 만나서 그런지, 예전 상대와 다시 만나는군요.

해설자들은 여유로운 얼굴로, 상대 종족 ‘우르크’에 대해 해설하고 있었다.

=여기는 우르크 대족장만 주의해야 할 팀이었죠?

=성지한 선수가 예전에 밝힌 바에 따르면, 우르크 대족장은 다른 우르크의 생명력과 힘을 빨아들이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하늘에 손을 올려서 선조의 힘을 얻겠다면서, 뒤로는 같은 종족의 힘을 흡수했었죠.

=파훼법도 이미 예전에 나왔고, 저희의 전력은 갖추어졌으니 승리를 기대해 볼 만합니다.

=리그에서의 순위도 인류는 1위인데 반해, 우르크는 12위죠!

대체로 승리를 낙관하고 있는 해설자들.

이건 리그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우르크라니…… 이번엔 좀 쉬어 가겠네 ㅋㅋㅋ

-ㄹㅇ 중위권 잡고 랭킹 1위 사수해야지.

-1위 사수라니…… 그렇게 추격당했나?

-성지한 님이 관리자로 빠지고 나니 일일 포인트 수급이 확 줄어서…… 이러다 세계수 엘프한테 다시 역전당할 수 있음.

-ㅇㅇ 오늘 이겨야지 랭킹 1위 지킬 수 있어.

스페이스 리그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인류.

하지만 여기는, 그렇게 확고한 자리가 아니었다.

인류에게 패배했음에도, 일일 포인트 획득량이 인류보다 월등한 세계수 엘프가.

점수 차이를 급격하게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지한이 있을 때는 오히려 격차를 벌렸었는데.

그가 관리자가 된 이후부터는, 1등 자리가 위태위태했다.

그러니, 오늘 우르크와의 경기는 무조건 승리를 따와야 했다.

그런데.

=어…… 선수 명단에 윤세아 선수가 없군요?!

=이런, 대체 무슨 일인가요??

=아무리 상대가 중위권 종족이라고 해도, 윤세아 선수는 저희에게 꼭 필요한 전력입니다만……

=아, 그…… 방금 소식이 들어왔는데, 매우 중요한 사정으로 인해 이번 경기에 참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니…… 매우 중요한 사정이라니요? 스페이스 리그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까?

인류 대표팀 명단을 살펴본 해설자들의 코멘트에.

시청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

-아니 뭔 사정?

-성지한 님도 서해에서 이겼고, 큰일 날 거 없지 않나?

-그러니까; 스페이스 리그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다고

-1등이 확고한 거도 아니고 오늘 출전해서 1등 자리 지켜야지 뭐 하는 거임 진짜?

-아니 뭐 사정상 못 나올 수도 있지…… ㅡㅡ; 윤세아 없음 지냐?

-아니; 국가대표 경기도 아니고 인류 대표팀 경긴데 이건 무조건 나와야지 장난하냐?

-ㄹㅇ 거기에 윤세아 요즘 대표팀에서 비중 장난 아닌데; 0.5 성지한 정도는 됨.

-에이 0.5는 오바지 0.3정도로 하자.

성지한이 인류 대표팀에서 나간 이후, 그 빈자리를 채워 준 윤세아.

그녀는 스페이스 리그에서 연속으로 시리즈 MVP를 따내면서, 확실하게 인류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플레이어가, ‘중요한 사정’으로 이탈한다니.

“응? 세아 출전 안 하나?”

그림자여왕은 TV를 보다가 성지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바쁜 일 있대.]

“무슨 바쁜 일……? 배틀넷밖에 안 하면서. 제일 중요한 스페이스 리그를 안 나가?”

[음…… 지한이 케어하는 거 같은데.]

“……누가 누굴 케어해?”

그림자여왕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반문하자, 성지아는 말없이 자신의 얼굴만 툭툭 두드렸다.

“얼굴 부서진 거, 고칠 수 있는 거야?”

[그런가 봐. 세아가 공허를 흡수하거든.]

“흐음…… 그럼 그게 더 중요하긴 하네. 근데 경기 출전한 후 흡수하면 안 되나?”

스페이스 리그 경기 치르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린다고.

그림자여왕의 합리적 의문에 성지아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아무래도 저번에 지한이가 죽을 뻔한 이후로 좀…… 예민해진 거 같아.]

“동방삭과의 싸움 때?”

[응. 그때, 공허의 사도가 되었거든.]

서해에서 펼쳐진 성지한과 동방삭의 전투.

성지한의 얼굴이 동방삭에 의해 박살 나고, 그가 공허에 잠식될 때.

윤세아는 이대로 있을 순 없다면서, 성지아가 뭐라 만류할 틈도 없이 공허의 사도가 되어 버렸다.

성지한이 금륜적보를 자신을 원래대로 회복한 이후엔, 삼촌 말 들을 걸 괜히 사도가 되었다고 자책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또 공허의 사도 자리에 만족하는 거 같아.’

이제 삼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웃음 짓던 딸.

성지한에게 수련장을 제공한 후로는, 배틀넷에서 레벨 업도 안 하고 방에 틀어박혀서 얼굴의 공허나 정밀 체크하고 있었다.

[지한이한테 도움이 되는 거야, 나도 찬성이지만. 자기 할 일은 하면서 해야지…… 저러다 공허의 사도 자리에 집착할까 걱정이야.]

“왜? 사도 계속하면 되잖아.”

[그럼, 공허와 계속 엮이면서 아레나의 주인이 되는데?]

“와. 아레나의 주인 자리, 맡겨 놓은 거야? 완전 부러운데?”

와작. 와작.

그림자여왕은 과자를 먹으며, 순수하게 부러움을 표했다.

[……그게 좋아?]

“당연하지. 아레나의 주인, 공허에서 최상위 서열이야. 웬만한 대성좌보다도 강하고. 지닌 권한도 엄청나지. 세아 포기할 거면, 내가 하고 싶다.”

[공허의 대기 없잖아 넌.]

“하…… 아레나의 주인 같은 건 누가 하나 했더니, 알고 보면 기프트가 필요했다니. 세상 참 불공평해.”

그렇게 윤세아를 부러워하던 그림자여왕은.

스페이스 리그 경기가 진행되는 걸 보다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어, 인류…… 지겠는데?”

[……그러게. 하필 세아 빠졌을 때 저러네.]

랭킹 1위, 윤세아가 빠졌을 뿐 나머지 맴버는 그대로인 인류 대표팀.

하지만, 게임의 양상은 영 인류에게 안 좋게 돌아가고 있었다.

=우, 우르크 대족장. 쓰러지질 않습니다. 또 살아나요!

=아. 검왕이 분명히 죽였는데, 어떻게 또 살아나는 거죠?

=예전에 본 것대로, 대표팀이 다른 우르크부터 제압했는데…… 이상합니다. 저번처럼 풀리지가 않아요!

성지한이 우르크를 공략했을 때와 동일하게, 상대를 제압하려 했던 인류 대표팀이었지만.

게임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질 않았다.

-아니 미친…… 질 거 같은데?

-왜 이러는 거야? 후방 우르크 왜 못 죽임?

-뭔가…… 딜이 부족한 듯 ㅡㅡ;

-아니 선수 하나 빠졌다고 이건 좀 아니지 않냐;

우르크 대족장을 공략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쓰러지는 인류 대표팀.

“아, 네 남편도 쓰러졌다.”

[‘전’ 붙여 줄래?]

“아, 미안. 어쨌든 검왕도 죽었으면…… 졌네?”

그렇게 낙승할 거라고 예측했던 인류 대 우르크의 경기는.

1경기부터, 예상을 한참 빗나가고 있었다.

*   *   *

한편, 공허의 수련실에선.

“야, 공허 없애 주는 건 고마운데 말이지…….”

성지한이 수련장에 들어온 윤세아를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너 할 일 없냐? 뭐 이렇게 자주 와.”

“에이~ 이게 제일 중요하지. 그래도 할 일은 다 제때 하고 있어.”

얼굴의 균열에서, 공허가 좀 흘러내린다 싶으면 득달같이 들어와서 이를 흡수해 주는 윤세아.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케어에 성지한의 얼굴은, 많이 회복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금륜적보를 확실히 안 써도 될 정도였으니까.

‘큰 균열은, 아무래도 세계수에 다시 가서 회복해야겠지만. 자잘한 금은 많이 치료됐네.’

얼굴에 공허가 있고 없고가, 확실히 회복에 있어선 차이가 컸다.

“그럼 삼촌. 공허 흘러내리면 또 올게~”

“나 이제 진짜 괜찮으니까. 네 일 하고 있어.”

“내 일이 이건데?”

“야.”

“아, 알았어. 갈게! 가!”

휙. 휙.

그 말을 끝으로, 손을 흔들곤 수련장을 나서는 윤세아.

성지한은 그녀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면서, 영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랑 밖이랑 5배 속도 차이인 걸 감안하면, 진짜 엄청 자주 오는 거 같은데…….’

거기에 뭔 얼굴에 공허가 흐르기만 하면 타이밍 좋게 등장하는 걸 보면.

이건 거의 실시간 감시 수준 같았다.

……설마.

진짜 그러는 건 아니겠지?

‘안 되겠다. 청과 무혼 합치고 나면, 저 모자 빨리 제거하든가 해야지.’

이러다가 아레나의 주인도 하려고 들겠네.

성지한은 그렇게 걱정하면서, 청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렸다.

‘뭔가 될 듯 안 되네 이거.’

배틀넷에서, 독보적인 천재였던 동방삭.

성지한도 무의 재능이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버그’나 다름없던 동방삭에 비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가 저번에 대신 수련해 준 덕분에, 청과 무혼이 많은 접점을 찾아 나가긴 했지만.

마지막 화룡정점을 찍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요즘 적의 왜곡도가 늘지 않는 건가.’

초반만 해도, 가파르게 오르고 내렸던 적의 왜곡도.

하지만 주화입마의 제한이 1500이 되고 나서부터는, 이 수치가 변하질 않고 있었다.

이게 막 치솟으면 아무래도 마음이 초조해졌을 텐데.

여기서 멈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메신저에게 전하라고 한 게, 효과가 있었나?’

아니면 그냥, 저쪽도 답보 상태인 건가.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적의 왜곡도가 멈춘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때 빨리 치고 가야지.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수련을 재개했지만.

‘……하. 모르겠네.’

청과 무혼의 합일은, 마음처럼 착착 진행되질 않았다.

밥을 떠먹여 주던 동방삭이 사라지니, 참 마지막이 안 되네.

성지한은 이리저리 테스트를 하다가.

“……잠깐 한숨 돌릴까.”

한숨을 푹 쉬곤, 수련장의 환경설정을 뒤바꿨다.

혼자서 머리 싸매며 수련해도 지금 당장은 답이 안 나오니.

쉬면서 예전에 봤던 전투를 복기하기로 한 것이다.

‘동방삭 움직임이나 한번 보면서, 그가 청을 다루던 거나 복습해야지.’

그렇게 성지한은, 동방삭과 자신이 치렀던 전투를 재생했다.

큰 기대 없이, 그저 쉴 겸 해서 튼 전투 영상.

이것은 수련실 안에서, 마치 가상현실 속에 들어온 것마냥 펼쳐지기 시작했다.

‘참, 영감님. 다시 봐도 움직임이 좋단 말이지.’

그렇게 성지한이 자신이 썰리는 걸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 때.

[이종무해異種武解의 특성이 발동합니다.]

“……응?”

이종족의 권능을 체험할 때만 발동하는, 이종무해가.

여기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왜…… 인간끼리 싸우는데.’

이종무해.

이종족의 권능을, 자신의 것에 맞게 연구하고 흡수하는 특성.

플레이어에서 관리자로 격이 높아지면서, 평범한 이종족의 권능 따위엔 능력 흡수할 게 없어서 사장됐었는데.

이게 뜻밖에도, 동방삭과의 전투를 보는데 발동하고 있었다.

성지한은 처음엔 이게 왜 이러나 싶었지만.

‘……아, 관리자라서 이제 인간 아니라 이건가?’

그는 금방, 이게 왜 발동했는지 알 수 있었다.

청색의 관리자가 되면서.

이제 인간 종족 카테고리에서 확실히 벗어난 거군.

‘이거…… 분명, 효과가 더 증폭되는 방법이 있었지.’

성지한은 두 눈을 빛내며, 시스템에서 이종무해의 설명을 불러보았다.

[이종무해異種武解]

-이종족의 무예와 권능을 자신의 종에 맞게 연구하고, 흡수합니다.

-공허 능력 수치에 따라, 클래스 보정 효과가 커지며 이면세계의 공간에서 수련할 시 효율이 더욱 증가합니다.

이면세계의 공간, 공허의 수련장에서 효율이 증가하는 이종무해.

이는 또한 공허가 높아질수록, 효과가 좋아졌다.

그래.

효과 확실히 보려면, 공허가 필요하단 말이지.

‘……신세 좀만 더 져야겠다. 세아야.’

성지한은 피식 웃고는.

푹……!

겨우 회복된 얼굴에, 검을 다시 찔러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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