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494화>
-전투, 밤까지 이어지네…….
-뭔가 성지한 님이 유리해진 거 같다가도, 비슷하고 이런단 말이지…….
-그래도, 처음엔 밀렸는데 동등해지는 걸 보면 이길 수 있는 거 아냐?
성지한과 동방삭의 격돌.
이것은, 어느덧 밤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맞붙은 지 얼마 안 되어 성지한의 얼굴이 박살 났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 전투가 금방 끝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성지한은 끈질기게 버티고, 때로는 동방삭을 압도하기도 하며.
전투를 쭉 이어 나갔다.
이렇게 전투의 흐름은, 겉으로만 보면 성지한의 약 우세였지만.
-근데 얼굴의 어둠, 범위가 너무 늘어났네…….
-그러니까. 이젠 오른쪽까지 침범하고 있어;
-저 노인네가 기습할 때마다 범위 커져서…… 버틸 수 있나 모르겠네 이제.
그의 얼굴에는, 공허가 더 심하게 번져 있었다.
부서진 왼쪽 얼굴은 이제 완전히 공허로 물들었고.
멀쩡하던 우측의 얼굴과, 목 아래까지 넘나들었다.
이제 스탯 청은, 이걸 막는 데에도 벅찰 지경.
‘정말, 괴물이구나.’
성지한은 눈앞의 상대를 보며.
벌써 수십, 수백 번 반복했던 생각을 다시 했다.
동방삭이 무혼의 왜곡도를 올려, 수련을 대신해 준 덕분에 이제 힘 자체는 성지한이 더 강해졌지만.
이렇게 되니까 오히려 무의 격차가 더 뼈저리게 느껴졌다.
‘아무리 태극마검을 강화시킨다 한들, 벨 수가 없다…….’
태극마검은, 분명 강해졌다.
동방삭이 든 빛의 검은, 몇 번이고 부서졌으며.
그의 옷자락과 수염도, 칼끝에 닿아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괜찮은 공격이었다.
그에게 입힌 상처는, 결국 생채기뿐.
부순 빛의 검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으며.
동방삭이 깨달음을 얻을 때면 등장하는, 청백의 광검은 성지한을 강하게 압박해 들어왔다.
‘……쉽지 않군. 답이 안 나와.’
투성에서 방랑하는 무신의 집중포화를 당했을 때는, 지닌 힘이 부족했을 뿐.
힘만 엇비슷하면 상대를 이길 수 있겠단 생각을 했는데.
동방삭은 달랐다.
여기서 아무리 더 강해진다고 한들,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무신 그 자체.’
어째 싸울수록,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데.
성지한은 무혼의 발달로, 힘의 우위에 들고 나서야 확신했다.
전투론, 그를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그가 태극마검을 꺼내게 해야 하는데…….’
광검이 부서지는 와중에도, 참 꺼내 들질 않는군.
성지한이 어떻게 그에게서 검을 끌어낼지 고민하고 있을 때.
스으으…….
동방삭의 머리에서, 뱀의 형상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동방삭. 무엇하느냐. 왜, 아까보다 밀리고 있지?]
“……죄송합니다. 그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서, 제압이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너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텐데? 저자는 이미 공허에 저리 잠식되지 않았는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말하는 거라곤 결국 되지도 않는 훈수인가.
동방삭이 듣기엔, 상당히 같잖겠군그래.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둘의 대화를 잠시 지켜볼 때.
“더 노력하겠습니다. 한데 지금의 검으로는, 그의 마검을 맞받아칠 수가 없어서 그런데…… 태극마검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동방삭은 태극마검을 사용해도 되냐고, 무신에게 조심스레 요청했다.
‘오.’
일이 이렇게 이루어지나?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기대했지만.
[태극마검을…….]
잠시 생각하던 뱀은.
[아니. 그 검은 꺼내지 말라. 그가 곧 공허에 잠식될 것 같으니, 그때를 기다려라.]
“……알겠습니다.”
태극마검을 꺼내는 걸 금지시켰다.
‘태극마검을 꺼낼 기색을 안 보이더니, 저놈이 막고 있었던 거였나.’
근데 대체 왜 못 꺼내게 하는 거지?
뭔가 걸리는 게 있나.
‘그러고 보면, 동방삭도 내 힘이 강해지는 과정을 뭔가 알아챈 것 같던데…….’
성지한은 배틀튜브의 재생시간을 보았다.
[12:33분]
하루의 반 이상을, 동방삭과 싸우며 힘이 강화되었으니.
이 정도면 눈치 빠른 그가 알아챌 만했다.
한데, 굳이 이에 대해선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싸우네.
이는, 성지한의 힘이 강화되는 걸 눈감아 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무슨 생각이지…….’
설마, 봐주기라도 하는 건가.
하나 그렇다기엔.
번쩍……!
[무혼의 왜곡도가 4 오릅니다.]
[무혼과 청이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광검 속에서 솟아나는, 청백의 검이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조금만 방심하면, 얼굴이 아니라 전신이 박살 날 상황.
성지한은 공허를 틀어막는 청을 태극마검에 불어넣었다.
그러자 공격은 막혔지만.
스으으으…….
성지한의 얼굴을 잠식한 공허는 더욱 짙어졌다.
이 모습을 본 동방삭은 수염을 쓰다듬었다.
“공허가, 네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구나. 훤칠한 얼굴이 어둠에 잠겨 버렸어.”
“그런 거치곤 계속 그 공격을 하시는군요.”
“태극마검을 허락받지 않은 이상, 내가 힘이 강해진 자네를 이길 방법은 이제 이것뿐이니.”
그를 지켜보던 동방삭의 눈빛이 깊어졌다.
“자네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이상, 계속 써먹어야 하지 않겠나.”
한번 완전히 막아 보아라.
그래야 태극마검을 쓸 수 있으니.
동방삭의 말은, 성지한에겐 그렇게 들렸다.
‘지금 당장은 얼굴과 검, 두 곳 동시에 청을 발현할 수 없지만…….’
얼굴에서 터져 나온 공허가 너무 강력해서, 지금은 이쪽을 막는데에도 힘이 부치는 실정이었다.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동방삭의 공격은 겨우겨우 막았지만.
그럴 때마다, 얼굴의 공허는 성지한의 몸을 빠르게 잠식해 나갔다.
스탯 영원도 이때마다 줄어들어, 이제 한 자리 수에 도달한 상태.
하지만.
‘……몇 번만 더, 무혼과 청이 연결되면 가능하다.’
성지한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동방삭이 계속해 주는, 저 행위가 반복되면.
청과 무혼이 결합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되면.
얼굴과 검.
두 곳에 모두 청을 써먹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문제는.
‘……더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단 거지.’
공허의 범람, 이젠 막을 수가 없었다.
청으로 틀어막는다고 해도, 한계에 도달한 상황.
‘이러면, 그 수밖에 없나.’
성지한이 마지막 저항의 수단을 생각하며, 계속 전투를 해 나갈 때.
번쩍……!
[무혼의 왜곡도가 5 오릅니다.]
[무혼과 청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청백의 검이 또다시 날아왔다.
청을 검으로 돌리자, 공격은 어떻게든 막을 수 있었지만.
슈우우우…….
이제 얼굴에서 공허가 넘쳐 흐르면서, 성지한의 오른쪽 눈마저 가려 버렸다.
‘이런, 내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군……!’
성지한이 공허가 터져 나오는 걸 보며, 이를 악물었을 때.
슈우우우…….
암보랏빛의 운무가 성지한의 전신을, 빠르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 * *
-어…… 뭐, 뭐야…….
-끝…… 난 거야?
-서, 성지한 님 몸이 완전히 뒤덮였는데…….
치열하게 전개되던 성지한과 동방삭의 전투는.
인류에게 있어선 가장 바라지 않았던 결과로 다가왔다.
공허에 완전히 잠식된 채, 누가 보아도 곧 사망할 것 같은 성지한.
승패는, 이미 가려졌다.
-청색의 관리자마저 쓰러뜨리다니…….
-우주천마, 저자는 관리자를 벌써 둘이나 제압했군
-적색은 온전치 않은 상태고, 청색도 임시 관리자긴 했다만…….
-이 정도면 주인 대신 무신 해도 되겠는데?
-무신? 이 정도 괴물이면 그냥 무투의 관리자 해야지.
-진짜 관리자로 올려도 될 듯싶네.
한편, 이 문제에선 제3자인 외계의 시청자들은.
패자가 되어 사라질 성지한 채널의 구독을 하나둘씩 취소하면서.
동방삭을 무투의 관리자로 올려야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편.
동방삭은 가라앉은 눈으로 공허에 잠식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공허가 완전히 범람했는가…… 이제는, 가만히 놔둬도 끝이 나겠구나.”
오래 버티나 싶더니.
그는 결국 공허를 이겨 내지 못했다.
청색의 관리자까지 되었던데, 자신의 능력을 모두 깨우치질 못하고 쓰러지나.
‘……그도 안 되는가.’
동방삭이 검 끝을 내리곤, 말없이 수염을 쓰다듬을 때.
[동방삭. 뭐 하는가? 방심하지 말고 지금 당장 끝을 내라!]
동방삭의 여유를 보고는, 무신이 다시 나타나 주의를 주었다.
“……알겠습니다, 주인이시여.”
그가 그 말을 듣고, 다시 검을 들 때.
지이이잉……!
공허에 잠식된 성지한의 옆에, 보랏빛의 포탈이 열리다니.
“사, 삼촌……!”
윤세아가 거기서 튀어나왔다.
-엥…… 윤세아가 왜 갑자기?
-저기 위험하지 않나;
-ㄹㅇ…….
-이러다 둘 다 죽는데…….
윤세아의 등장에 사람들이 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고, 공허 다 넘겨! 내가 다 받을게……!”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성지한의 몸을 부여잡으려고 했다.
하나.
펑!
성지한과 그녀의 사이로, 거대한 불가사리가 튀어나와, 이를 가로막았다.
[아무리 당신께서 후보 자리를 받아들였다 한들, 지금 저 양을 다 받을 수는 없습니다. 저만한 양은 모자를 이어받아야 수용 가능한 공허. 지금은 물러나는 것이…….]
“시끄러워! 이거 흡수하려려고 후보 된 거야!”
[이런, 보면 알지 않습니까…… 저건, 받을 수 없는 양이라는 걸.]
“……당장 비켜. 메신저.”
[아직 당신은 제 상사가 아닙니다. 제게 명령할 순 없지요.]
성지한을 잡으려는 윤세아와, 이를 막는 메신저.
이를 지켜보던 무신은 눈을 번뜩였다.
[동방삭, 혹여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빨리 저 여자도 성지한과 같이 죽여라.]
“……알겠습니다.”
번뜩……!
동방삭이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검광을 피워 올리자.
지이이잉…….
불가사리가 얼른 공허로 물든 배리어를 만들어 내면서 말했다.
[자, 보시니 알겠죠? 지금은 안 됩니다. 도망갑시다!]
“안 가…… 안 간다고! 공허, 다 흡수할 거야……!”
[하아, 거참 진짜 최악의 상사가 되시겠네. 이거.]
메신저가 고집을 부리는 윤세아를 보며 한숨을 쉴 때.
“……하아. 야, 일단 가.”
“아, 진짜. 안 간다고!…… 응?”
윤세아는 자동반사적으로 안 간다고 하다가, 눈물이 고인 눈을 크게 떴다.
이 목소리…….
삼촌이잖아?
[아니…… 그 상태에서, 살아나셨다구요?]
그 목소리를 듣곤, 메신저도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그래, 살았다.”
성지한이 멀쩡한 상태로,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어, 삼촌 얼굴도…… 집에 있을 때랑 똑같…… 네?”
“그래. 후우…… 내가 저놈 제안 듣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건만.”
멀쩡한 그가 말 안 들은 조카를 보며 한숨을 푹 쉬자.
“아, 아니……! 삼촌이 공허에 먹히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두고 봐……!”
윤세아는 억울하다는 듯 대답했다.
“메신저, 네가 세아 이리로 데려온 거냐?”
[예, 예비 후보 수락 조건 중 하나였습니다. 이곳에 오겠다는 게.]
“……일단 집으로 다시 데려가.”
“그, 삼촌. 공허는 안 흡수해도…….”
“나, 멀쩡하지?”
“……네.”
성지한은 자신의 얼굴을 보곤, 눈물을 글썽이는 윤세아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자기도 걱정이 되었으니 저랬겠지.
‘……저 계약은, 나중에 무르는 방법 찾아보는 거로 하고.’
일단은, 동방삭이 먼저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얼른 가라고 손짓했다.
“일단 여긴 위험하니까, 집에 가 있어.”
[자자, 관리자님 말씀 받들어,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아. 사, 삼촌……! 잠깐……!”
휘리리릭!
메신저는 성지한이 말하자마자, 윤세아를 데리고 다시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불청객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자.
놀란 눈으로 이를 지켜보던 동방삭이 말문을 열었다.
“놀랍구나. 그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났지?”
“그야.”
성지한은 적의 질문에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딱히 하지 않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금방 이유가 나타났다.
파아아앗……!
그의 등 뒤에서, 황금의 수레바퀴.
금륜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물건은…….”
동방삭이 이를 보면서, 두 눈을 크게 뜰 때.
드르르륵…….
금륜은 천천히 한 바퀴를 움직이더니, 곧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금륜적보……!]
그리고 이를 본 무신은, 분을 참지 못했다.
[아소카. 네놈, 죽어서도 날 또 방해할 셈인가……!]